[쿨한나 뉴스레터 vol.18] 책을 읽히면 공부를 잘하게 될까요?

엄마들이 저에게 가장 솔직하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책 읽히면 공부 잘해요?"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알아요. 사실 우리는 이 질문이 참 궁금해요. 당연한 질문입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책을 읽히면서도 마음 한켠에 이 질문이 늘 있었어요.
이게 진짜 공부로 연결되는 건지.

오늘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네, 연결됩니다. 그런데 바로 연결되지는 않아요.그 사이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태도입니다.


이 얘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초등 공부,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어렵지도 않아요.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또 배우는데 왜 성적이 그냥 그럴까요.
이 질문을 한 번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용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두 번 배우는데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배우는 양의 문제가 아니에요.
수업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앉아있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 듣고 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에요.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아직 길러지지 않은 거예요.


이 말이 아이를 탓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뜻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태도는 아이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환경이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아이의 태도가 아쉽다면, 그건 아이 탓이 아닙니다. 아직 그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독서를 꾸준히 한 아이는 집중력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10분도 못 앉아 있던 아이가, 어느 순간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책 속에 빠져 있어요.

밥 먹으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을 만큼요.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는 경험이 쌓이면서,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그 힘이 교실에서 발휘됩니다.


수업이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선행을 하지 않은 아이는 수업 시간에 처음 배우는 내용을 듣습니다.

처음이니까 호기심이 살아있어요.

이해가 되니까 재미있고, 재미있으니까 더 듣고 싶어집니다. 눈이 반짝반짝해져요.

그 눈빛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수업이 진짜 재미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그 눈빛을 선생님이 알아봅니다.


저는 혜린이 학부모 상담을 갈 때마다 선생님들께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어머니, 집에서 어떻게 공부시키세요? 학원을 안 다닌다고 하셨는데 수업 태도가 정말 좋아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책과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잠깐 멈추세요. "...그게 다 인가요?" "네, 다 입니다."

믿기 어려우시죠. 저도 처음엔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선순환이 시작되는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수업 태도가 좋은 아이는 선생님의 눈에 들어옵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아이 안에 조용히 새겨집니다.

"나는 수업을 잘 듣는 아이야." 그 믿음이 생기면 아이는 그 믿음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숙제를 미리 끝내고, 모르는 게 생기면 질문을 준비해오기도 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에요. 스스로 그 아이답게 행동하려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집니다.

그 프레임이 아이에게 스며들어요.

"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야."

이 한 문장이 아이 안에 자리 잡으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앉아서 하기 시작해요.

학원을 보내지 않으니 에너지가 남아있고, 책으로 집중력이 길러져 있으니 수업에 잘 따라가고, 선행이 없으니 수업이 새롭고 재미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선순환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독서가 성적으로 연결되는 건 이 선순환이 쌓인 결과입니다.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태도를 거쳐서 연결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독서가 진짜 선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선행이라고 하면 수학이나 영어를 제 학년보다 미리 배우는 것을 떠올리시죠.
그런데 그 선행은 해당 과목에만 도움이 됩니다.

수학 선행은 수학에만, 영어 선행은 영어에만요.


독서 선행은 다릅니다.

사회 시간에 '민주주의'를 처음 배울 때, 관련 역사책을 읽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이해 속도는 다릅니다.

수학 서술형 문제에서 문맥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도, 과학 실험 보고서를 논리적으로 쓰는 것도 결국 독해력과 어휘력에서 시작해요.

독서는 모든 과목의 바탕이 되는 힘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창의력, 상상력, 공감 능력까지 함께 자랍니다.

이건 수학 선행이 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제 학년보다 높은 수준의 책을 읽는 것. 그게 진짜 선행입니다.


물론 시간이 걸립니다.

빠르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하신다면, 솔직히 독서는 느린 방법이에요.

당장 다음 달 시험 점수를 올려주지는 않아요. 그런데 한번 쌓이기 시작하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시험 하나로 흔들리지 않아요. 그게 독서로 쌓은 힘의 차이입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쌓이고 있습니다.

방향이 맞으면 반드시 도착합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