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가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싸웠다거나 중요한 일을 망쳐버렸다고 느낄 때. 혹은 알 수 없는 무기력이 계속 반복될 때 우리는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시기는 하루가 될 수도 있고, 몇날며칠이 될 수도 있지요. 그냥 기분이 나쁘거나 슬픈 채로 끝나버릴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피곤하고 지친 채로 시간을 보내다 어느 순간 피할 수 없어서 보낸 하루가 나에게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여행지에서 동행인과 기분이 상한 채로 같이 하루를 보내다가도 탁, 하고 무언가 마음이 풀리는 것 같은 걸 느끼는 순간이요. 대판 싸운 뒤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마주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그런 소소한 순간 말이에요. 옆에 있는 사람과 부대끼는 마음이 힘들다가도 그 사람 덕분에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 지금 여기로 데려와주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요🥺

오늘 솔솔레터가 추천해 드릴 콘텐츠는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느껴질 때 보면 기운을 북돋아주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님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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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헤어진 날 아침, 몸도 마음도 지친 엘(릴리 톰린)의 집에 누군가 찾아옵니다😖 바로 손녀인 세이지(주디 그리어)에요. 세이지는 대뜸 자신의 사정을 고백해요. 당장 임신 중절을 해야 하는데 630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세이지는 당연히 할머니에게 그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엘에게도 630달러는 없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파트너의 의료비를 대느라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할 뿐더러 신용카드도 없죠. 엘의 사정도 사정이지만 세이지의 사정이 더 급한지라 엘은 일단 세이지와 함께 자신의 차에 올라탑니다🚗

그렇게 630달러를 빌리려는 그들의 여정이 시작돼요. 우선 그들은 세이지와 관계를 가졌던 남자를 찾아가 그의 멘탈을 탈탈 털어요. 엘이 가지고 있던 나름 귀한 중고책들을 팔아 돈을 마련해보려고 시도도 해보고요. 하지만 돈은 쉽게 구해지지 않습니다😩 

<그랜마>는 임신 중절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엘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엘의 인생을 거쳐갔던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거든요. 평소 엘이었다면 절대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이지만 중요한 목표를 위해 두 눈 꼭 감고 손녀와 함께 길에 오르죠🚦 그러면서 과거 잠시 부부 관계였던 남자, 막 헤어진 연인, 거의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던 딸과도 만나게 되어요.

할머니와 손녀, 좀처럼 잘 다루지 않는 관계를 중점으로 극을 꾸린 점이 흥미로운 영화에요. 로드 무비라는 특성 또한 매력적입니다. 레즈비언 할머니에게 임신 중절을 위한 돈을 꾸러 간 10대 손녀라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을 잘 풀어낸 영화에요. 또, 러닝타임 또한 짧기에 재미있게 훅 볼 수 있답니다🙂 피식 웃음이 나는 대사를 툭툭 뱉기도 하지만, 주인공들의 관계는 꽤나 진지하게 풀어낸 영화이기도 해요.

님, 살면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의 관계가 잘 안 풀리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그렇게 느끼죠. 때로는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도로 위에서 햇볕과 바람을 잔뜩 맞는 두 사람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도 저렇게 달리는 차에 올라탄 것처럼 덜컥 길에 오르고 싶다.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필요할 수 있겠다.' 길을 잃었다고 느끼면 두렵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낙관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혹시 또 모르잖아요? 길을 잃은 뒤 찾은 길이 더 나한테 맞는 길일지도. 꼭 최적화된 길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함께 길을 찾았다는 감각만은 몸 어딘가에 새겨질지도 몰라요🌈

이번 한주도 정말 수고 많았어요, 님🥰 이번 주말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를 준비해 <그랜마>를 보면 어떠세요? 어쩐지 곁들일 음료로는 탄산음료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럼, 우리는 다음주 수요일 메일함에서 또 만나요💌

1. 엘은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엘의 마지막 목적지를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2. <그레이스 앤 프랭키> 등 다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릴리 톰린의 연기력이 돋보입니다. <그랜마>에서 레즈비언 할머니 역할을 맡은 릴리 톰린은 1973년에 만난 아내와 2013년에 결혼해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