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여름은 여름을 뜻하는 이름들도 참 예쁘다. '입하'라든지, '하지', 그리고 신록과도 같은. 단어만 들어도 싱그럽고 생기가 돌아.
"초록, 푸릇함, 새싹." 투명한 이슬이 송골송골 맺히고 청아하게 공명할 것만 같은 청명한 단어들이 유독 가득 들어차는 여름. 후텁지근한 기온을 가진 탓에 여름의 단어들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름을 바꿀 수 있다면 여름이 되고 싶어. 그럴 수 없으니 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계절로 기억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여름으로 오래도록. 그 여름에 오래 남아. 그의 여름에. 서로의 여름에 푹 빠진 채로.
보통 한 단어를 곱씹다 보면 이상해지기 마련인데 여름은 계속 여름인 채로 있다고 느끼곤 해. 곱씹어 보고 삼켜도 보고. 그럴수록 더욱더 좋아지는 단어. 단어가 좋은 것일까, 그 계절이 좋은 것일까.
이상하게도 여름이면 겨울보다 피어나는 마음이 많아. 나는 식물과도 같은 사람일까. 햇빛에 영향을 받는. 꽃 꽃 노래를 부르더니 꽃 같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