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공변 1.

Wit.ness Weaver 소화

말 잘 듣는 딸이었기에 엄마 뜻대로 법학과를 갔다. 엄청나게 두렵고 막막한 선택이었지만, 이것만 해드리면 날 내버려두시겠지 싶어, 무거운 마음을 표시 못 하고 그렇게 해드렸다.


그러나 표시되지 않은 마음이기에 모르셨던 걸까 알고 싶지 않으셨던 걸까 아니면 그저 나를 위한 길이라고 굳게 확신하셨던 것일까. 엄마는 기어이 내게 사법시험을 보라고 설득하셨고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밀리듯 공부를 했다.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지면서 (내 젊은 날이 시들어가는걸 마주하면서) 정말 간절히 누군가로부터 답을 듣고 싶었다.


"넌 할 수 있다."는 말을,


그러나 누구도 그 말은 해줄 수 없었고 해주지 않았다(엄마는 가끔 해주시긴 했지만 그건 나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거짓 최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20대 내내 나를 이 길로 몰아놓은 엄마를 무척 원망했다.


'엄마, 도대체 나의 뭘 보고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엄마도 확신하지 않으면서?' 그런데 사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나조차 나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법학은 내 두뇌구조에 정말 맞지 않았고 시험의 난이도는 내 효능감과 예측감 영역 밖에 있었다. 그러다 신의 도움으로 어느 해 합격하고 오늘에 왔다.


나는 잘 안다. 합격은 내 노력(할 수 있다의 영역)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가끔 내게도 비슷한 질문을 해오는 젊은이들이 있고, 아마 구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면 할 수 있다는 한마디를 간절히 듣고 싶던 내 애타던 이십대가 떠올라 짠한 마음이 동한다. 그래도 답을 잘 못 하겠다.

To be continued
#단한번의삶_김영하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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