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고전문헌학자 배철현님의 인문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승화>는 저자가 10년 간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면서 지은 네 번째 책입니다. 개개인이 역사를 만들고, 자신의 소명을 찾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잡 크래프팅의 능동적인 모습에 빗대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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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나의 순수한 열망이 모든 것을 제거하고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집중과 만나면, 새로운 경지가 등장한다. 그것이 묵상이다. 열망이란 자신의 육체와 세상의 쾌락보다 더 숭고한 빛을 자신의 삶에서 구현시키기 위해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그 열망으로 이기심을 절제하고 오늘에 어울리는 더 숭고한 삶을 찾기 위한 집중이 묵상이다. 강렬한 멸망과 집중은 묵상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게으름과 무관심은 묵상을 좌절시키는 치명적인 방해꾼이다.
몰입은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인간은 몰입을 통해 과학, 예술, 상업과 같은 분야에 필요한 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통해 명성과 권력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자신의 소명에 몰입해야 한다.
그러나 묵상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성공을 위한 필연의 조건이다. 묵상의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데 있다. 자기를 넘어선 자신, 초월적인 자신이자 신적인 자신을 찾기 위해 필요한 예술이 묵상이다.
몰입과 묵상을 하며 자신만의 커리어와 길을 찾아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구절을 담아보았습니다.
자기문화
인생의 목표는 정교하게 의도적으로, 한마디로 '잘' 사는 것이다. '잘'이란 부사는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최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단순히 육체덩어리가 아니다. 이 육체를 정신적이며 영적인 자아와 일치시키지 못하면, 나는 실에서 떨어져나가 이리저리 나부끼는 연과 같다.
인간은 육체의 충동과 욕망의 노예 이상이다. 잘 산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임무를 발견하고, 그 임무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정교한 노력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의식주를 해결하면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단순히 생존과 견딤 그리고 자격 그 이상의 것이다. 인생은 단순히 생존과 견딤 그리고 자극 그 이상의 것이다.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인격의 완성이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소중한 자신이 되는 길이다.
자신만의 삶을 완성해가기 위해서는 일과 여가에서 자신의 유일한 임무를 발견해야할 것 같습니다. 성숙한 나 자신을 만들어가고,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멋진 모습으로 살아보고자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자기변모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를 확인하고 강화한다는 희망이 없다면 자기변모는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 시도는 대부분 수고와 노력 없이 습관적으로 행하던 쉬운 일들이며, 쾌락과 안정이라는 편함을 추구하는 넓은 일이다. 거기에는 일시적 쾌락의 자극과 타인의 환호가 잠시 머물 뿐이다. 그런 넓은 일은 한 사람의 개성을 말살하는 병이다.
어떤 임무는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보람차다. 그런 임무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온전히 헌신하게 만든다. 그 일은 언제나 도전적이며 어렵다. 그 임무는 자신도 아직 확인한 적 없는 잠재력을 일깨우는 일이며,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루 종일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이다.
자신이 가진 최대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일에 몰입하지 않는 한, 인간은 불행하다. 만일 그가 자기실현의 업무를 찾지 못했다면, 그래서 그저 그런 일을 수년간 지루하게 반복한다면 그는 자기파괴적이며, 언제나 변명을 일삼는 인간으로 전락할 것이다.
자기실현은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도전적인 일을 지속하는 인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철학자란 자신도 잘 모르는 외국 철학자의 난해한 이론을 소개하고 강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심오한 생각을 삶을 통해 실험하고 그 성공과 실패를 주위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철학자는 침묵을 실천하고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믿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삶을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취미
'취미'는 '나'라는 존재를 비교적 정확하게 정의하는 그 무엇이다. 취미는 도시 안에 거주하면서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위치를 찾으려는 독보적인 놀이다. 나의 직업은 생계를 보장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직업은 공동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순응과 충성이 미덕이며, 이 미덕은 종종 개성보다는 체면 지키기와 통일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미는 다르다. 내가 나를 위해 정기적으로 시간과 정성을 바쳐 즐기는 창조적인 행위다. 내가 자발적으로 자주 떠올리는 생각과 자주 하는 말, 무의식적으로 좋아해서 자주 하는 행위들이 나의 취미다. 취미는 가지각색이다. 취미는 자신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하고 자신이 의도적으로 선택하기도 하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누가 나에게 "당신은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나는 내가 자주 하는 그것, 취미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강요도, 방해도 받지 않고 나 스스로 선택한 그 일이 나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일 자체만으로 만족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가 생활에서도 내가 선택한 것으로 나를 표현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여가 생활이 언젠가 나의 일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