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사 주년 자체 기념호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이사를 마쳤고, 24일 금요일이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사 주년을 맞아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집에 와인 반 잔 쪼르륵 따라 마셨답니다. 사실 휴일인게 매우! 좋았습니다. 오늘은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며 제가 모은 문장들을 가져왔습니다. 올해 초부터 모았던 문장들을 한번에 꾹꾹 눌러담았습니다. 첫 번째 문장 우린 너무 다른 0촌이라서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었다. 생활 패턴,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지?'로 변해갔지만.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우리는 같이 살기 위해서 더 시끄럽게 서로의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더 요란하게 서로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반려인과 저는 취향이 딱히 안 맞습니다. 제가 그를 처음 만났을때 "저 선배는 함께 무에타이를 할 수 있는 여친을 만나야 할 것 같네"라고 했는데 그게 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무에타이를 배우진 않았고요. 그냥 둘이서 나란히 누워서 각자 놉니다. 위 문장이 결혼에 대한 직접적인 고백을 다룬 책이라면, 아래 문장은 꼭 결혼에 대한 문장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럼에도 같이 살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더 이해해야 한다는 문장이 좋아 건져두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 최선을 다하고 사랑을 돌려받을 때 가장 즐거운 대화 상대,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 빈손으로도 서로 함께하 기에 충분한 동반자, 격려하고 북돋우는 응원 부대, 정서적 안정제, 일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조력자. 일할 때의 고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외로움이라는 태풍을 맞을 때 곁에서 묵묵히 바람을 막아주는 버팀목. (....) 좋은 관계를 맺어 최선을 다하고 사랑을 돌려받는 경험을 할 때, 누구든 안정된 파트너십과 지원을 누리며 더 나 답게 잘 일할 수 있다. 제가 즐겁게 읽었던 웹툰인 에보니 원작자 자야님을 인터뷰하면서, 황선우 인터뷰어가 남긴 소결입니다. 인터뷰를 읽으며 작가님은 남편과 꽤나 좋은 동반자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를 적확하게 정리해주었어요. 저도 원래는 창작자 하나 키운다 생각했는데 저는 좋은 파트너십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악덕 편집자에 가까운데요. 자못 반성하게 됩니다. 세 번째 문장 갑자기 분위기 생활동반자법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즐거움'의 값이 너무 비싸다. 함 께 살기 위한 방법은 협소하고 책임은 크다.(....) 생활동반자법이 있는데도 결혼을 한다면 그 사랑은 정말 강고한 것이고, 그 결혼은 더욱 튼튼할 것이다. 더 이상 나이가 차서, 혼자 살 수는 없으니, 남들이 다 하니까, 안 할 이유가 딱히 없어서 하는 것이 되진 않을 것이다. 즉 결혼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행복의 방식이 된다. 생활동반자법은 결혼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도 있다. 동거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함께 사는 즐거움을 느 낄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 결혼을 통해 좀 더 긴 미래를 바라볼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결혼에 대해 말하면서, 역설적으로 결혼의 대체제가 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혼의 무게가 너무 무겁단 생각을 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도, 결혼이 일생일대의 과업처럼 느껴져서 우리는 너무 과도한 무게를 결혼에 부여하는듯 합니다. 결혼이 좀더 따뜻하고 가벼운 말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이 책의 문장도 골라봅니다. 네 번째 문장 약속을 지켜나가겠단 선언 내 생각에 결혼의 핵심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있었다. 그 선언을 더 넓은 세상에 할수록 우리의 사랑은 더 굳건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식은 거부하되 혼인신고는 했다. 우리는 국가를 향해 선언했다. 이 약속을 어기게 되면 그 상처가 반드시 어느 국가 서류에 흔적을 남기게 만들었다. UN이 혼인신고를 접수했다면 UN에 했을것이다. 이것이 허구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생활동반자법 책을 인상깊게 불렀을때, 반려인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을때 그럼 우리가 조금 더 일찍 같이 살았겠지만, 그럼에도 혼인신고를 했으리라 하네요.(진짜로?) 5년 만의 신혼여행은 원래 좋아하는 작품인데, 보라카이는 안 가고 싶은데 그냥 이 두분의 이야기가 재밌었어요. 다섯 번째 문장 그저 지극히 평범해지고 싶은 결혼식 그렇지만 애초에 결혼은 효용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비효용적인 부분이 많은 계약이다. 그냥 우리의 결혼이 여느 결혼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면 했다. 가족들이 서약식의 순간을 직접 눈으로 봤으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약속에 쏟는 진심을 나와 언니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김규진 작가는 오픈리 유부레즈입니다.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일부러 가장 한국식 공장형 웨딩을 골라 했고, 모든 업체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적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도 많은 결혼입니다. 그럼에도 인터뷰를 하고, 신혼여행 휴가를 받아내고, 혼인신고를 시도해보고 거부당합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내가 더 편하기 위해" 소소한 투쟁을 이어가는 김규진 부부를 응원합니다. 아, 여기 소개된 결혼 서약도 인상깊었어요. 발행인의 문장 결혼이라는 이상한 제도 우리가 서로에게 끈끈한 존재구나 느꼈던 사례가 두 개 있다. (...) 부모님에게조차 보일 수 없는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게 남편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결혼 직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이 주 동안 입원해있었는데, 주말마다 내가 돌보러 가면서 이제 내가 이 사람의 가족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 주년을 보내며17호에서 제 결혼서약을 소개했던 적이 있는데, 사주년 기념으로 글을 한번 써보았습니다. 이십년 차 결혼러에 비하면 저는 아직 초급 수준이겠지만, 이 이상한 제도를 함께 헤쳐가는 동반자이자 반려인인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 남편이 나오는 글은 한번씩 꼭 검수를 받습니다. 일반적인 제 입장만 드러내면 억울하니 말입니다. 이번엔 무사통과했네요. 마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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