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빅뱅, WKF에 등장한 3대 테크 트렌드
2023.9.15 | 652호 | 구독하기 | 지난호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전, 세계지식포럼 (World Knowledge Forum)이 열리고 있는 장충체육관과 신라호텔을 분주히 누비는 한주를 보냈는데요. 덕분에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님을 인터뷰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이덕주 원호섭 기자님이 보내드린 편지를 읽으신 분은 아실 텐데요.


WKF는 매경미디어그룹이 주관하는 글로벌 트렌드 인사이트 포럼입니다. 경제부터 테크, 그리고 정치까지 수 많은 세션이 열리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전달 드릴까 곰곰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라클레터와 핏이 딱 맞는 테크&휴먼에 관련된 트렌드만 콕콕집어내기로 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우주산업, 인공지능 CEO, 탄소포집을 넘어선 재활용 테크입니다. 이번 WKF 주제는 바로 테크노 빅뱅인데요. 글로벌 연사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짧고 굵게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에디션

  • 우주 산업에 들뜬 제약업계

  • 암 치료제 물질을 찾다
  • AI CEO 찬성 VS 반대?
  • 후끈한 탄소 재활용 산업
  • 테크늄을 아시나요?

액시엄스페이스가 추진하는 민간 우주정거장


우주 산업에 열광한 제약업계...R&D 판이 바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다들 아실텐데요? 하지만 액시엄스페이스는? 잘 못 들어 보셨을 것 같아요. 우주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인 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가 둥둥 떠 있습니다. ISS는 다국적 우주정거장인데요. 무려 무게 420톤에 길이 108미터에 달하는 엄청나게 큰 우주 구조물입니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보니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해 만들었고요. 한 번에 조립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로켓으로 귀환선, 태양전지판, 방열판 등을 쏘아 올려 조립!

 

진정한 우주 실험실

 

지금도 독자님 머리 위를 시속 7.5km라는 빠른 속도로 돌고 있어요. 한데, 도대체 뭐에 쓰는 물체냐고요? 오늘날 우주에서는 정말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대요. 인류가 만든 우주 연구실?


  • 암 등 기초 질병 연구
  • 단백질결정 활용 약물개발
  • 근육 위축 및 뼈 손실 대처법
  • 몸의 미세중력 변화 이해
  • 미세중력에서 성장하는 식물에 대한 연구개발 진행
  • 저궤도에서의 지구 관찰

 

지금껏 108개국에서 총 300개에 달하는 우주실험을 진행하면서 인류 진보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다 보니, 트럼프 정부에서 민영화를 선언했습니다. 딱 2030년까지만 ISS를 운영하고, 퇴역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네 그렇습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퇴역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을 대체할 인류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Axiom Station)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사로 무대에 오른 액시엄스페이스의 마이클 서프레디니 CEO님의 말을 듣다보니, 우주 산업이 성큼 다가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부의 영역 아닌가요.

👨‍🦳국가가 나서서 신대륙을 발견한 뒤 민간이 무역을 한 것처럼, 우주 탐사도 정부가 이끌다가 이제는 민간이 주도하기 시작한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흠. 무엇이 가능할까요?

👨‍🦳20년 30년 후에는 우주에 공장이 세워져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는 실험만 하지만 앞으로는 생산까지 할 수 있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개척 정신을 가지고 우주로 진출하면?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가족들을 위한 정착 공간까지 마련될 것으로 믿어요.

 

🤔흠. SF 같은데요.

🧔테지파울 바티아 최고수익책임자: 결코 아닙니다. 1990년대 구글과 아마존이 해저 케이블에 투자했죠?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린 것처럼, 지금은 우주정거장 플랫폼이 열리고 있고, 이후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우주에도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 나오면 인류 역사가 뒤바뀔 거고요.

 

액시엄스페이스의 두번째 우주 비행 프로젝트인 AX-2 미션에 파일럿으로 참여한 존 쇼프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주 인프라가 착착 갖춰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술적인 장벽은 없습니다. 더 다양한 것을 우주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이미 우주 관광 티켓도 팔고 있대요. 액시엄스페이스는 스페이스X와 제휴를 맺고 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실어나르고 있는데요. 내년에 세 번째 로켓을 발사합니다. 벌써 티켓은 이탈리아, 튀르키예, 스웨덴 3개국이 샀고요. 가격은 얼마냐고요? 5500만달러니까, 729억원 정도 됩니다.









(왼쪽부터) 김정균 보령 대표, 마이클 서프레디니 액시엄스페이스 대표, 테지파울 바티아 최고수익책임자, 우주인 존 쇼프너 <사진 이충우기자>


유방암과 난소암 후보물질은 찾아내다

 

민간 우주정거장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곳은 제약 기업들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바이오 스타트업인 마이크로퀸은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특히 후보 물질을 암세포에 적용하면 96시간 만에 암세포 100%를 사멸 유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ISS에서 실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동안 난소암 유방암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후보물질로 단백질 TMBIM을 업계는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결정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요.

 

📚용어사전: 결정화 결정화는 단백질 분자구조를 구조화하고, 정렬된 격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즉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 신약 개발의 필수 과정!


미세중력의 힘!

 

하지만 지구에서는 중력이 있다 보니, 밀도 차이가 발생하고, 결정이 균일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입니다. 그만큼 매우 고른 결정을 얻어내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대요. 그 결과 개발 시간을 8년 앞당겼다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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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옛 보령제약)은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액시엄스페이스에 6000만달러 투자 했고, 합작사 설립을 위한 계약도 맺었어요. 우주인 쇼프너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연구원들이 암 치료제를 찾아내고 뇌 혈류를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우주로 향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우주를 옆 집 가듯 오가는 시대가 틀림없이 올 거예요.”







인류 첫 인공지능 CEO 탕유


AICEO면 어때? 찬성 VS 반대

 

오늘날은 인공지능 시대죠. 특히 인공지능이 만능이 되다보니 기업의 의사결정과정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무슨 뜻? 지난해 중국에선 인류 역사 처음으로 인공지능 CEO가 탄생했어요.

 

가상, 가상, 가상...

 

중국의 메타버스 기업인 넷드래곤웹소프트는 인공지능 챗봇 탕유를 CEO로 임명했는데요. 넷드래곤은 탕유에게 자회사 중 하나인 푸젠을 맡겼습니다. 무려 100억달러 기업 가치 회사를 인공지능에 맡긴 것인데요.

 

탕유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업무도 맡았다고 합니다. 6년 전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은 이런 말을 했어요. “30년 안에 로봇이 ‘최고의 CEO’ 모델로 타임지 커버 모델로 등장할 겁니다.” 예언이 실현된 것이죠. 이뿐일까요.

 

국내에서는 네오엔터디엑스의 가상인간 리아를 마케팅 팀장으로 임명했고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완커그룹은 최우수신인사원상을 가상인간 추이샤오판에게 수여했습니다. 물론? 마케팅 요소가 너무 강하지만요.

 

인공지능 선을 넘은 걸까

 

WKF에선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아버지라고 불리는 모셰 벤바사트 플래테인 창업자가 등장해 이렇게 말을 했어요.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인공지능은 아직까진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공지능은 CEO가 함께 일하는 코워커 정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클라우디아 나겔 암스테르담자유대 교수 역시 “인공지능은 절대 절대 CEO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 “인공지능은 감성이 없는데, 어떻게 CEO가 될 수 있냐”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미시에크 피스코르스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님은 생각이 달랐어요. “인공지능은 조직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다”면서 “충분히 CEO 후보”라고 엄지 척했어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사무직 직원만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CEO자리까지 위태로워지려는 시대입니다.

 

리더십이 다시 써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 올려줍니다. 영어로 된 이메일을 자동으로 작성해주고,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주고, 심지어 보고서도 척척 작성해 줍니다. 이러한 일들을 해내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생각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어요. “인공지능 시대에 리더십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사람이 집중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클라우디아 나겔 암스테르담자유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침투는 인지적 수준부터 정서적 수준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어떤 프로세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에 복잡성이 날로 커질 것으로 내다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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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겔 교수는 종전 리더십이 직원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였다면, 앞으로는 공감 능력자로 바뀔 거라고 진단했어요. “호기심과 용기를 부여하는 게 더 중요해질 거예요. 이런 것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거든요. 부하 직원의 감정에 공감하고 다독이고 함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바로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지능이라고 합니다.












텍사스에 있는 카본프리의 탄소포집 공장


후끈 달아오르려는 이산화탄소 재활용 산업


한 동안 ESG (환경 사회 거버넌스) 열풍이 불면서, 이산화탄소를 잡는 ‘포집’ 기술이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포집을 넘어 탄소 재활용 산업이 뜨고 있습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요.

 

탄소? 잡고 쓰고 없애고

 

그만큼 탄소를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감축하고 재활용 하는 단계에 접어들 타이밍인 것입니다. WKF 세션에 참석한 카본프리의 마틴 케일리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후변화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이제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탄소 재활용 산업이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어요.”

 

현재 카본프리는 철광 회사들과 함께 탄소 재활용 기술을 적극 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철강기업에서 나오는 탄소를 잡아서 이를 재활용하는 것이죠. 또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탄소를 잡아, 베이킹소다를 만드는데 쓴다고 해요. 이렇게 재활용되는 탄소양만 연간 약 5만톤!


베이킹소다로 변신한 탄소

 

한데, 케일리 CEO는 베이킹소다 수요가 크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해요. “생각보다 베이킹소다 시장이 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해요. 바로 칼슘 탄산염! 1만톤을 만들려면 탄소 5만톤을 더 잡아야 합니다.”

 

이런 기업은 또 있습니다. 바로 에어로베이션테크놀로지스인데요. 마라트 마얀 창업자겸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탄소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에요. 이를 잘 활용하면 수익을 창출하는 훌륭한 원료가 될 수 있어요.” 에어로베이션테크놀로지스는 탄소 포집, 광물화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기업으로 탄소를 포집해, 현재 황산기반 비료 솔루션을 구축하려고 한 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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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는 줄여야하는 물질로 인식을 했는데요. 이제는 가공해야할 원재료라는 시선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시장이 성장하면, 앞으로 탄소 재활용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글로벌탄소포집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 사례만 총 194개에 달한다고 해요. 만약 이들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했을 때는? 탄소 포집 용량만 연간 2억t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68억톤이니 0.5%에 불과한데요. 만약 2000개로 커지면 5%, 2만개로 커지면 50%에 달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기대를 해봅니다.




드리는 말씀

테크늄(technium)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실리콘밸리의 사상가 케빈 켈리는 그의 저서 기술의 충격에서 테크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는데요. 케빈 켈리는 시원세균, 세균, 원생생물, 곰팡이, 식물, 동물 등 여섯가지 생물계에 이은 일곱번째 생물계로 테크늄을 꼽았습니다.

 

테크늄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뻗어 나온 새로운 생물계입니다. 피아노 없는 모차르트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어느덧 인류는 테크의 존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기업이라는 존재 역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한, 즉 테크를 잉태하기 위한 존재입니다.

 

인공지능은 복잡성을 증폭시켰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동안 모니터 저 너머에 있는 디지털이라는 세상의 동작 원리를 어렴풋이 알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저런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테크늄이 인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테크늄에 종속되고 있는 것.

 

바로 케빈 켈리의 메시지인데요. 하지만 그는 테크늄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류가 300만년 전 처음으로 구석기를 접한 이래, 인류는 늘 테크늄과 함께 공생해왔기 때문입니다. 단 1%라도 선이 악을 이겼기 때문에 인류가 진보해 왔다는 메시지는 혜안입니다.

 

미래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인간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늘 독자님들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그럼 다음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진심을 다합니다

이상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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