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모으는 방법들
밑줄일기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드리는 사소한 편지

#006.무슨 주제로 쓸지 모르겠을때
오늘 편지는 문득 생각해보면 재밌을 것 같은 주제라 골라보았습니다.
저도 요즘 글을 써보려 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것에 대한 이런저런 글을 읽어봤는데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고 해요. 무언가 생각 꼬리가 일어날 주제나 사건이 있으면 곧잘 써내려 가는 것 같은데, 문제는 그날에 쓸만한 내용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 하다 보면 고통스럽기만 하고요... 소얀님은 이런 경우에 보통 어디서 글감을 얻으시나요?
    독자님, 안녕하세요. 지금 밀린 글감은 많은데 9월만큼 에세이가 잘 안 나와서 고민입니다. 이 사연을 골라보면 내가 어쩌다 이렇게 글감이 모였나, 복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골라보았습니다.

   아, 일단 사실 매일 글을쓰는 건 사실 굉장히 밀도높은 일이 맞습니다. 저도 못해요.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일한 뒤면, 목까지 피곤이 치밀어올라요. 그래서 평일에는 도저히 글이 나오지 않습니다. 책도 안 읽히고요. 이번에 백일동안 사진을 찍어 올리는 소얀의ㅎ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진이랑 함께 "한문단만 쓰자"라고 다짐했어요. 30일이 지난 지금은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데 의의를 두고 있고요, 글은 주말에 블로그에 아카이브 할 때 몰아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써둔 한 문장이 한 문단이 되고, 또 글이 되기도 하니까요. 일단 가볍게 열 문장 정도 써본다고 생각할래요? 아니면 오늘의 일기처럼 세 문장이라도요. 매일 일정량 이상을 쓰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알려주는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에서도, 처음 글을 쓸 때는 여섯 줄 부터 시작하라고 합니다.

   루나파크 작가님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시를 쓰기까지 퍼석거리는 마음을 워밍업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매일 쓰고싶은데,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환기하는 마음으로 한 바퀴 돌다 오면 어때요? 정 안되면 글쓰기에 뛰어들기 주저하는 마음 자체를 써 내려가도 좋고요.

    고민으로 돌아가 볼까요? 글감이 어디서 모였나 돌이켜보면, 주로 그날 본 것들이나 대화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롤러코스터라는 글은, 팀장님하고 티타임을 하다 글감이 나왔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의 글이 시작점이 되어줍니다.

    예컨대 제가 9월에 쓴 글 두 개를 볼까요. 글쓰기 동료 김상천님의 이름이란 글에서 흔한 이름, 흔하지 않은 별명이란 글이 나왔습니다. 조르바님이 자유를 쫓아가는 길, 이라는 글에서 가지 않았던 꿈에 대해 생각했을 때 반대로 저는 밥벌이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좋은 글을 꾸준히 읽고, 그 글의 주제에 대해 나라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짤막하게 써두는 것도 추천합니다. 

   진짜 글감이 생각 안 나면 뉴스레터용으로 쌓아둔 문장 아카이브를 보거나, 글쓰기 주제를 모은 책들을 뒤적거려보기도 합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는 픽션도 쓸 수 있을 질문들이 나오고,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는 나에 대해 4주간 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네요. 좋은 생각에서 펴낸 쓰기의 계절도 좋아보입니다. 생각 소스라는 책과, 이를 바탕으로 글쓰기 챌린지를 운영하는 경우도 보았어요. 저도 생각 소스, 쓰기의 계절은 조만간 사두려 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에게 사연을 받는 것도 글감을 모으는 방법이지요. 예컨대 저는 연애는 별 관심이 없는데요, 사연 답장을 하면서 자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답장을 드릴 사연은 예민함, 행복에 대한 고민인데요. 이 사연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천천히 생각하고 글을 쓰는것도 좋아요.

   마침 10월 8일 토요일이 글쓰기 모임이라 다른 분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출퇴근길의 단상을 짧게 문장으로 적어두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떠올랐던 단상을 적어두고 메모를 건져 올린다고요.

   언젠가 돌아다니다 본 트윗같은 글들을 보고 싶어요. "친구들이 블로그에 써주었으면 하는 것: 가방 안에 뭐 넣고 다니는지 공개, 다이어리 친필(?) 공개, 본인 최애그룹의 알려지지 않은 명곡 추천, 최근 인상깊었던 글귀나 인터뷰나 책, 요즘 보고 있는 넷플 왓챠 시리즈, 최근 새로 시작한 일은 뭔지, 요즘 뭘 먹는지, 최애 아이스크림 공개(...) 좋아하는 컵이나 그릇 공개,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은 뭔지, 최근 걸으면서 본 예쁜 풍경은 뭐였는지 등등!"라는 말이 있어요. 이처럼 친구에게 소소하게 오늘 일어난 일, 좋아하는 것을 친구한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오늘 독자님에게 보내드릴 문장도 나에 대해 차근차근 쓰면서 글감을 모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라보았습니다. 혹시나 그렇게 글을 쓰신다음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으시다면 저에게도 귀뜸해주시겠어요? 저는 글쓴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에세이라면 무척 좋아하거든요.

2022년 10월 9일,
글감은 잔뜩 밀려있는
소얀 드림
이번주의 밑줄
첫 번째 문장
글을 완성하는 것보다 내게 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과 가까워질 수 있다. 잊고 있던 추억이나 외면해 온 상처와 마주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 주제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좋다. 쉰다섯 편의 주제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글쓰기의 기쁨을 누려 보자.
두 번째 문장

글의 소재야 말로 생각이 아닌 감정으로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것을 권한다. (...)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장소, 사람, 물건, 음식도 좋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 관심있는 주제, 어떤 고민에 하는지에 대해서 써도 좋다.


떨리면 떨려요, 라고 말하면 된다. 두려우면 두렵습니다, 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고 나서는 글로도 써본다. 그렇게 지금 내가 지금 여기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세 번째 문장

그 모든 복잡한 시간 속에서 뇌 한 부분은 새로 쓸 글의 소재를 끊임없이 찾는다. 찰나의 단상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틈날때마다 메모를 한다. 나에게 카톡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낸다. (...) 그리고 쓰기 지옥에 입장하거나 춤추듯 신명나게 써 내려갈 시간을 기다릴테지.

출처: 이랑 외 공저, 쓰고싶다 쓰고 싶지 않다
네 번째 문장

바라본 풍경들, 만난 사람들, 느낀 마음들, 경험해본 삶들. 그런 것들을 성실하게 쓰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작게 빛나는 나의 자리가 있었음을, 머물렀던 자리마다 사랑이 있었음을, 사람은 고유하고 아름다운 존재임을.

다섯 번째 문장

영감은 하염없이 기다린다고 오지 않습니다. 올 생각이 없거든요.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언제나 이쪽입니다. 영감은 일상으로부터 받아적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일상의 디테일을 ‘받아쓰기’ 한다는 기분으로 기록해보세요.

독자님이 건네준 편지
여행에 대한 호인지라, 여행 추억이 폭발적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도 부산으로, 일본으로, 세계여행을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네요. 사연자분도 무사히 잘 다녀오셨고 추억을 쌓으셨다 합니다. 여행 한 조각의 추억을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혼자 여행 좋아해요! .. 밥 먹는 대신 바다도 실컷 보고, 길도 잃어봤으니(?) 만족합니다. 지난 여행을 곱씹고 있으려니 진짜 바다 보러 가고 싶어지네요."

"몇 년 전, 혼자 일본으로 여행을 가겠다며 덜컥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한 적이 있어요. 혼자 밥도 못 먹고, 카페도 못 가던 저라 주위에서 많이 놀랐어요. (...) 제 인생의 여행 중(몇 번 안되지만)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어요!"

"혼자가 주는 자유로움도 있고, 그래서 외로움도 있고 하지만 친구도 많이 사귀고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여행이라 저는 그게 참 좋더라고요."

"제 첫 혼자 여행은 2018년도, 25살이었어요.(...) 혼자라서 제가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걷고 싶을 때 걷는 저의 내 맘대로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여행에서 뭘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를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번 주 사연자입니다. (...) 여행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계획과 틀어지기도 하고, 틀어진 덕분에 예상치 못한 더 큰 즐거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 여행은 여행 준비에서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 여행지를 추억하기까지도 여행이라고 하던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은 없을 것 같아요."
못다 쓴 한마디
-오늘의 마감송은 Honne-Smile more, smile more, smile more, Lil Nas X-STAR WALKIN'입니다. 혼네 노래는 어제 글쓰기 모임에서 추천받은 노래인데, 평소 보컬스타일과 다르지만 가사가 예뻐서 조용히 보게 되어요. 릴나스엑스 노래는 롤드컵 주제가치고는 심심하단 평이지만, 저는 평소에 릴나스엑스 노래를 좋아해서 취향에 맞나봅니다.
-저도 한번 독자님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은데, 매주 혹은 격주에 한 번씩 네 번 정도 모이고 싶어요. 구체적인 글감과 진행 방식이 고민이에요. 연말연시를 빼는게 좋을 테니까, 늦어도 내년 초엔 할 수 있게 준비해봐야겠어요. 이렇게 운을 띄우면 제가 뭐라도 하겠죠?
오늘의 밑줄일기는 어땠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소감도 좋고, 받고싶은 편지 주제가 있다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