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발표 총정리 해놨어

안녕, ! 오늘은 까탈로그 담당자인 에디터B가 아니라 리뷰요정 에디터H야. 원래 금요일마다 배달되는 까탈로그가 갑자기 화요일에 와서 당황했지? 오늘은 긴급하게 특집 까탈로그를 준비했어. 혹시 아이폰 써? 맥북은? 그게 아니라도 전자 제품에 관심이 많다면 솔깃할 만한 애플 소식이야. 지난 새벽에 WWDC 2020 키노트가 있었거든.
🤔근데 WWDC가 대체 뭐야?

WWDC가 뭔지 아는 까탈로거라면 이번 문단은 스킵해도 좋아. WWDC는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야. 이름만 들으면 딱딱한 행사일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축제 분위기에 가까워. 주로 모니터 앞에서 활동하던 전세계 개발자들이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모여 비타민D를 합성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풍경을 상상해봐. 참고로 입장료만 백만 원이 넘어. 그런데도 71초 만에 티켓이 마감된 적도 있어. 사진 속의 사람들은 모두 앱등이… 아니아니 개발자인데, 등에 각기 다른 번호가 적힌 거 보이지? 참가자에게는 매년 기념 굿즈를 나눠주는데 넘버를 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참가했다는 뜻이지. 다들 매년 받은 배지나 목걸이 같은 굿즈를 통해 짬바를 뽐내곤 해.
😳그럼 아이폰 나오는 거야?

실망스럽겠지만 절대 아니야. 가끔 하드웨어가 곁다리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메인은 언제나 소프트웨어야. 그럼 개발자 행사 따위가 우리랑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애플 기기들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발표되는 자리이기도 하거든.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이벤트로 전환됐어. 나 역시 2015년부터 5년 동안 매년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WWDC를 관람해왔던 터라 못내 섭섭하긴 해. 어쩌면 이제 우리의 사는 모습이 이렇게 바뀌어가는 걸지도 모르겠어.

올해 WWDC 2020 키노트의 첫 화두는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아닌 인종차별주의와 불평등에 대한 거였어. 팀 쿡이 최근에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 부당함을 타파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지. 과연 애플 답지 않아? 자, 이제 시작해보자. 내가 WWDC 2020 키노트에서 발표된 내용 중 제일 중요한 것만 말해줄게.
📱그래서 내 아이폰은 뭐가 달라져?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스마트폰 앱을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쓰는 사람과 내 스마트폰에 무슨 앱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 나는 물론 후자에 속해. 대체 무슨 앱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려 15페이지가 펼쳐져 있더라고. 그래서 애플이 iOS 14에서 앱 보관함이라는 기능을 마련해줬어. 앱을 종류별로 자동 분류해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이야. 자주 쓰는 기능은 최상단에 모아서 제안해주고, 최근에 다운로드받은 앱도 따로 모아서 보여주고. 소셜 미디어 앱, 애플 아케이드 앱... 모든 카테고리가 사용 빈도 순서로 정렬된다는 것도 포인트. 검색 필드를 탭하면 모든 앱이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보이기 때문에 편리해. 이제 굳이 15페이지의 앱 목록을 표시할 필요 없겠지? 필요하지 않은 페이지는 임의로 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어.

두 번째는 iOS 14에 위젯 기능이 재설계되었다는 소식이야. 이제 홈 화면 어디든 필요한 위젯을 자유롭게 다양한 크기로 고정할 수 있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위젯을 이제서야?” 하면서 의아해하겠지. 하지만 이게 iOS 스타일. 자유는 천천히 조금씩 주는 편. 특히 스마트 스택이라는 위젯이 재밌어. 시간, 위치, 사용자의 활동을 토대로 인공 지능이 그 상황에 적절한 위젯을 알아서 표시해주는 기능이야. 아침에는 뉴스 브리핑을 보여주고, 오후에는 스케줄을 표시해주고 뭐 이런 식으로.

이제 아이폰도 화면 속 화면(PiP) 기능을 지원한대. 하아…. 그래. 이 역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지원했던 기능이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거나 페이스타임을 하다가 다른 앱을 열어도 계속 팝업 창으로 영상이 재생되는 거야. 영상이 거슬릴 땐 팝업 창을 살짝 옆으로 밀어두면 소리만 계속 재생되고, 다시 꺼내올 수도 있고. 다들 알지?

App Clips라는 새로운 기능도 재밌어. 커피를 한 잔 사거나, 주차 요금을 내거나, 전동 스쿠터를 대여할 때 필요한 앱이 없어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기능이야. NFC 태그나 QR 코드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애플페이와 통합되어 쉽게 결제할 수 있어. 앱을 다운 받지 않고도 딱 필요한 기능만 가져다 쓰고 빠진다고 생각하면 될까? 문제는 애플페이가 안 되는 한국에서 쓸모가 있을지…. 눈물나네.

혹시 부르지도 않은 시리가 튀어나와서 짜증난 적 있어? 이제는 화면 전체를 차지하던 시리의 인터페이스가 완전 콤팩트해질 거야. 시리를 불러도 내가 보던 화면 전체를 가리지 않고 슬쩍 나와서 슬쩍 시키는 것만 하고 사라지는 거지. 땡큐, 시리!

이제 아이폰에 새로운 ‘번역’ 앱이 생긴대. 파파고도 있고, 구글 번역기도 있는데 애플 번역 앱이 왜 필요하냐고? 이건 번역을 위해 기기 밖으로 대화를 전송하지 않아서 보안이 훌륭하거든. 온디바이스, 그러니까 내 아이폰 안에서 모든 언어 인식과 번역 작업이 완료된다는 거야. 쉽게 말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번역 앱! 솔깃하지? 실시간 통역에도 유용해. 번역 앱을 가로로 돌리면 대화 모드로 바뀌는데 화면 왼쪽 오른쪽에 두 언어가 나란히 표시되게 디자인해서 굉장히 직관적이야.

메시지 앱에도 변화가 있어. 일단 자주 대화하는 상태를 핀으로 고정해두면 항상 상단에 먼저 표시되게 할 수 있어. 그리고 미모지 디자인도 많아졌다? 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표현해주고, 마스크도 낄 수 있게 됐어.
🥺새로운 에어팟은 안 나왔어?

에어팟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애플의 첫 오버이어 헤드폰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안 나왔어. 대신 더 좋은 소식이 있어. 이미 가지고 있는 에어팟을 훨-씬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들어준다는 소식이지. iOS 14 업데이트와 함께 에어팟에도 자동 기기 전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야.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다가 아이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땐 내가 사용하는 기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자동 전환해주는 거지. 마법처럼! 참고로 지원 기기는 에어팟 프로, 에어팟 2세대, 비츠 솔로 프로, 파워비츠 프로.

에어팟 프로 사용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어. 이제 첨단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춘 영화관처럼 공간감 오디오를 지원한다는 소식이야! 실제와 똑같은 입체 음향을 경험하려면, 소리의 필드가 고정되어야 해. 이어폰을 꽂은 사람의 머리는 계속 움직이니까 에어팟 프로의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서 머리의 움직임과 방향을 추적하고 사운드 필드를 실시간으로 리매핑해서 움직이더라도 같은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지게 고정하는 거지. 와우!
😊나 아이패드 살까 말까 고민 중인데…

애플펜슬 사기 전에는 이것만 있으면 이 세상 생산성은 다 내 것일 줄 알았는데, 요즘은 자꾸 머리끈 안 보일 때 비녀로 쓰더라고. 이런 나의 만행을 애플이 알았는지 애플펜슬의 손글씨 메모를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는 소식이야. 필기할 때 애플펜슬 써본 적 있어? 간단한 그림이나 형태를 그리면서 아이디어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이핑하는 것보다 직관적일 때도 있어. 근데 이렇게 손으로 정리해둔 내용은 파일로 변환하거나 수정하기도 어렵고 활용도가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iPadOS 14에는 스크리블 기능이 생겨. 손글씨를 쓰면, 내용을 인식해서 문자로 자동 전환되는 기능이야. 덕분에 손글씨도 마치 타이핑된 텍스트처럼 원하는 영역을 선택하고, 복사하고, 붙여 넣거나 이동할 수 있어. 전화번호나 주소도 자동으로 인식해서 터치하면 바로 전화를 걸 수도 있고.
😭애플워치는 뭐 없어?

애플워치를 얼마나 잘 쓰느냐는 시계 페이스의 구성에 달렸어. 나는 일주일 치 날씨와 계산기, 활동량, 배터리 컴플리케이션을 배치해두고 사용해. 이제 watchOS 7부터는 개발자는 물론이고 일반 사용자들이 페이스 구성과 디자인을 더 자유롭게 맞춤 설정할 수 있게 됐어. 특히 하나의 시계 페이스에 앱당 하나 이상의 컴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게 된 게 인상적이야. 예를 들어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자주 쓴다면 이전 달리기 속도와 최근 달성한 기록, 바로 시작 등 한 앱에서 내가 필요한 다수의 컴플리케이션을 표시할 수 있는 거지. 이렇게 설정해둔 페이스를 메시지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쉽게 공유할 수도 있고 말야.

예전부터 기대하던 기능 중 하나인 수면 추적도 가능해졌어. 수면의 질이나 코골이, 뭐 이런 것까지 측정해주는 건 아니고 목표 수면 시간을 정하고 충분히 잠자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지. 워치를 통해 수면 중 호흡을 미세 운동 신호로 감지해서 수면 여부를 포착할 수 있대. 근데 이걸 착용하고 자면 좀 불편하지 않을까? 배터리도 걱정되고.

기가 막힌 기능이 하나 더 생겼어. 다들 코로나19 이후로 손씻기 열심히 하고 있지? 손을 최소 20초간 씻으면 질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더라고. 그래서 애플워치에 자동 손 씻기 감지 기능이 생긴 거지. 내가 손을 움직이는 모션과 물이 흐르는 소리, 손에 비누 짜는 소리 등을 파악해서 자동 감지하는 거래. 감지하고 나면 화면에 20초 타이머가 시작되는데 혹시 손 씻기를 20초보다 일찍 마치면 계속 씻으라는 표시가 떠.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기능이긴 한데 혼나는 것 같아서 초큼 무서워. 나만 무서워?

아! 워치 관련 소식 하나만 더. 이번에 애플워치가 인식할 수 있는 운동 유형이 몇 가지 추가됐어. 그 중 하나가 댄스! 사실 춤을 춘다는 게 달리기나 다른 운동처럼 일정한 동작을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운동량을 측정하기 쉽지 않거든. 그래서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에서 얻은 데이터를 합쳐서 댄스 동작의 차이를 감지하고 여기에 심박수 데이터까지 추가해서 열량을 계산해준대. 대단하지? 전문 댄서가 아니라 일반인의 서툰 몸짓도 인식한다고 하니 아무도 모르게 집에서 분노의 댄스를 춰보자.
🤭애플이랑 인텔이 갈라섰다며?

마지막은 자연스럽게 맥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 혹시 애플과 인텔의 결별설(?)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쪽 시장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될거야. 조금 어렵지만 그만큼 흥미로우니까 잘 들어 봐. 애플은 지난 2005년부터 맥북, 아이맥… 하여튼 모든 맥 제품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해왔어. 프로세서라고 하면 PC의 두뇌 역할을 맡고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지.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애플이 인텔을 버릴 것이라는 추측이 끊임없이 나왔거든. 그 이유를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인텔이 만드는 X86 아키텍처의 프로세서는 성능도 높고, 오랫동안 사용해온 만큼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뛰어나지만 값이 비싸고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게다가 맥 라인업의 프로세서를 전부 인텔에 기대고 있다보니, 인텔의 CPU 출시가 딜레이되거나 특정 프로세서가 단종될 때마다 애플의 제품 출시에도 문제가 생겼고 말야. 애플은 전부 자기네 입맛대로 맞춰주는 걸 좋아하는데 자꾸 인텔 때문에 차질이 생기니 헤어지고 싶었겠지?

결국 이번 키노트에서 팀 쿡이 “이제 Mac이 거대한 약진을 할 때다!”라며 엄청 밑밥을 깔더니 자체 프로세서 <애플 실리콘>을 발표했지. 이제 애플은 모바일에 이어 PC에도 자체 설계한 칩셋을 사용하는 무시무시한 회사가 된 거야.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은 전력 효율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 애플 말로는 그래. 실제로 키노트 현장에서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A12Z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한 맥으로 포토샵, 엑셀, 파이널컷 등의 프로그램을 구동하기도 했어. 깜짝놀랐지 뭐야.

그런데 프로세서를 바꾼다는 건 생각보다 큰일이야. 여태까지 macOS에서 구동되던 모든 앱은 인텔 프로세서 용으로 개발되어 있어. 그러니까 기존 앱을 애플 실리콘 기반의 맥에서 구동하기 위해서는 추가 작업이 필요한 거지. 애플은 호환성을 위해 로제타2라는 일종의 변환기를 제공할 예정이래.

이제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맥프로에 들어가는 모든 프로세서를 직접 만들게 됐어. 각 OS간의 허들이 더 낮아질 것 같아. 아이폰에서 돌아가던 프로그램이 맥북에서도 돌아가고, 뭐 이런 식으로 말야. 개발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일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더더욱 애플 생태계에 꽁꽁 갇혀서…😫

애플 키노트 내용이 방대해서 뉴스레터 치고는 너무 길었지? 그래도 특별판! 긴급! 뉴스레터니까. 좋은 정보를 전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너그럽게 봐줬으면 해. 세상엔 평소보다 한 뼘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거든. 그럼 이번 주 금요일에 오리지널 까탈로그로 또 만나. 그 때는 힙하고 트렌디한 소식 준비해서 다시 돌아올게.

the-edit.co.kr
newsletter@the-edit.co.kr
서울특별시 성동구 010-8294-6029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