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3호 
화폐를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목차]
  • 서익진의 1) Q&A 2) 용어해설
  • 김민정의 해외리포트 소식
  • 회원발언대 : 김영식 캐나다 회원, 장경운 영국 회원
  • 이동근의 지역공공은행 소식
  • 현영애의 무비~톡 : 인 타임과 엔데의 유언
  • 화폐민주주의 연대 활동 및 공지사항
서익진의 화폐민주주의 Q&A-3


은행은 없는 돈을 새로 만들어 대출한다구요?

지난 호에서 제시한 ‘은행은 누구의 돈을 대출할까요’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셨나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지는 않았나요? 정답을 말하기 전에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일상의 돈 거래(즉 대차거래)와 은행과의 돈 거래가 어떻게 다른 지 그리고 이 두 가지 거래가 거래자 각각에게 그리고 경제 전체(특히 통화량)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부터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정답은 저절로 드러날 겁니다.

 

비은행 주체들 간의 대차거래

예를 들어 개인이든 기업이든 ‘갑’과 ‘을’ 두 명의 비은행 민간주체가 있고, 갑이 을에게 100만 원을 빌리기로 합의했다고 합시다. 논의의 편의상 이자는 없다고 가정합니다(이자 문제는 추후 다룰 예정입니다). 을은 갑에게서 차용증서(법적 효력이 있는 상환 약속)를 받고 (이때 어음이나 주식 또는 부동산 등 담보를 설정할 수 있고 보증인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수중의 현금을 양도하거나 은행 계좌이체 서비스를 통해 예금통화를 송금하는 것으로 거래는 완결됩니다.


이 대차거래로 갑과 을 각각에게 어떤 경제적 변화가 일어날까요? 먼저, 돈을 빌려준 을은 가진 돈(즉 화폐자산으로서 현금 또는 예금)이 100만 원 감소하는 대신 다른 자산(차용증서 즉 받을채권)을 갖게 됩니다. 자산의 형태가 현금 또는 예금에서 (받을)채권으로 바뀐 거지요. 다음, 돈을 빌린 갑은 화폐자산(돈)이 100만 원 증가하는 대신 갚아야 할 채무가 생깁니다. 대차거래를 통해 갑은 채무자가 되고 을은 채권자로 변신합니다.


이제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갑과 을의 경제적 변화를 합쳐보면, 현금(또는 예금)은 (+100)+(-100)=0이 되어 상쇄되고 채권(받을채권)과 채무(차입금)만 남지요. ‘을의 자산 감소와 갑의 자산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 100만 원이라는 돈의 소유자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일반적인 대차거래를 통해서는 신규 통화가 창조되지 않으며, 시중 통화량도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만기가 되어 갑이 을에게 100만 원을 상환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상기와 반대 방향의 과정이 시행되겠죠. 결국 ‘을의 자산(현금 또는 예금) 증가와 갑의 자산 감소(현금 또는 예금)’가 동시에 일어나며, 을의 채권(받을채권)과 갑의 채무(차입금)도 소멸합니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의 상환에도 불구하고 상환된 돈은 소멸하지 않으며, 당연히 시중 통화량도 감소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돈의 소유자만 바뀔 뿐이죠.

 

은행과 고객 간의 대차거래

이제 앞선 사례의 ‘갑’이 다른 비은행 주체인 ‘을’이 아니라 ‘은행’에서 100만 원을 대출받는다고 합시다. 여기서도 이자는 없다고 가정합니다. 과연 앞선 사례에서와 동일한 과정이 시행되고 또 그 결과도 동일할까요?


이 경우에도 갑은 은행에게 차용증서를 써주고 담보를 설정하거나 보증인을 세워야 할 겁니다. 이제 원래 우리의 질문이 나옵니다. 은행은 누구의 돈을 빌려줄까요? ‘을’처럼 자신이 소유한 돈을 빌려줄까요? ‘No!’ 대출로 인해 은행의 자본금(즉 자신의 돈)이 차감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럼, 은행은 다른 고객들이 자신에게 예치한 예금을 빌려주는 걸까요? 그렇지. 이게 정답이야! 이건 일반상식이고 경제학 교과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잖아!


그런데 어쩝니까? 현실에서 은행은 대출을 하면서 수많은 예금자 중 어느 누구의 예금에서도 해당 금액을 차감하지 않습니다. 애석하게도 역시 ‘No!’ 아, 그렇다면 혹시 중앙은행에서 빌린 돈은 아닐까요? 이 답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또 틀렸습니다. 은행은 대출을 한 후 사후적으로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오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한 대출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전에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 다 좋아요. 그럼 도대체 은행은 누구의 돈을 빌려주는 겁니까?


사진 출처 : 알라딘

자, 놀라지 마세요. 은행은 자신을 비롯한 그 어느 누군가의 소유로 되어 있는 돈, 즉 이미 존재하고 있는 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새 돈을 만들어 빌려줍니다. 은행의 대출담당 직원은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컴퓨터 속에 있는 갑의 계좌를 열고 100만 원이라는 수치를 치고 엔터키를 두드립니다. 그 순간 갑의 계좌에 100만 원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로써 끝입니다. 은행직원은 뒤이어 어느 누구의 계좌에서도 100만 원을 차감하는 절차를 시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돈은 엔터키를 치기 직전까지도 존재하지 않던 그야말로 빳빳한 새로 만든 돈입니다. 물론 디지털 통화죠.


비유하자면 은행직원은 엔터키를 치면서 마치 ‘천지창조’에서처럼 ‘허공’에 대고 “있어라, 돈이여!” 하고 말하자 바로 돈이 생겨난 거나 다를 바 없습니다. (참고로 이 장면은 볼크만 감독의 2019년 영화 <더 룸>에도 나옵니다. 영화에서 돈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말하는 대로 생겨나지만 그 집밖으로 나가는 순간 사라집니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의 창조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마법 또는 마술’이라며 비꼬았지만, 경제학은 고상하게 이런 은행의 행위를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차입자의 상환 약속과 이에 대한 믿음, 즉 신용을 바탕으로 새 돈을 만든다는 의미겠죠.


이렇게 새로 창조된 돈은 맨 먼저 갑의 은행계좌에 예금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를 ‘예금창조’라고도 부르는 거지요. 창조의 결과가 예금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제 ‘갑’은 대출받은 돈을 당장 또는 향후 언제든지 지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습니다. 이 돈은 갑이 뭔가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는 순간 경제 속에서 유통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시중 통화량은 그만큼 늘어납니다. 이것이 앞선 사례와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요컨대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빌리면 통화량이 변하지 않지만, 은행에게서 빌리면 통화량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무에서 돈을 창조하긴 했지만 자신의 계좌가 아니라 고객인 갑의 예금계좌에서 창조했기 때문에 이 새 돈은 은행의 부채가 됩니다. 이런! 그렇다면 은행은 바보든가 아니면 자선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나요? 조금 더 보시죠. 은행은 당연히 그 반대급부를 가집니다. 허공에서 창조한 돈을 갑에게 대출하고 갑이 작성한 차용증(갚겠다는 약속)을 자산(받을채권)으로 확보하죠. 이를 장부에 대출자산으로 기입해 둡니다. 이 대출자산은 대출로 발생한 부채를 상쇄시킬 뿐만 아니라 은행에게 무엇보다 이자라는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은행은 이를 담보로 다른 이득이 생기는 거래를 할 수도 있죠.


역시 돈의 창조주, 은행은 바보도 자선가도 아니었군요. 아니,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닐까요? 이런 기막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다니... 그리고는 다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업상의 기밀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은행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직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도 2014년 영국의 중앙은행이 내부문건을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독자께서는 이제 이 은행의 영업기밀이란 게 “없는 돈을 만들어 대출해주고 이자를 챙긴다”는 사실임을 짐작하셨겠지요.


여기서 생각거리 하나. 은행은 이 대출자산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노동을 했을까요? 비은행 경제주체인 여러분이 돈을 벌기 위해 해야만 하는 노동과 이에 동반되는 귀한 시간과 고통을 생각할 때, 은행은 과연 자신이 창조한 돈의 가치에 상응하는 노동과 시간을 투하했을까요? 만약 대출액이 여기서처럼 100만 원이 아니라 가령 10억 원이라고 해봅시다. 이 상황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것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여기서 더 나아가 국내의 모든 은행이 이런 식으로 대출하고 연간 걷어 들이는 이자수입만 무려 60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참, 이자 문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했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이제 이 대출계약의 상환 만기가 도래해 갑이 채무원금을 상환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대출이 이루어질 때와는 정반대의 과정이 시행됩니다. 은행직원은 갑의 계좌를 열고 해당 수치를 삭제하고 은행의 대출자산 항목의 수치도 삭제합니다. 이제 이 돈은 소멸하고, 즉 ‘허공’으로 사라지고, 을의 예금이 줄어든 만큼 시중 통화량도 줄어듭니다. 여기서 또 앞선 사례와 비교해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나타납니다. 앞선 경우에는 갑이 빌린 돈을 상환해도 돈은 사라지지 않고 을의 소유로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의 경우에는 상환과 더불어 돈 자체가 소멸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와 동시에 은행의 채권과 을의 채무도 사라지겠죠.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출과 관련해 창조되었던 모든 항목의 수치가 모조리 사라지고 대출 발생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모든 게 원상복구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 허망한(?) 과정에서 은행도 갑도 각자 뭔가 좋은 일이 있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마치 땅을 팠다가 그냥 다시 묻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을 애써 해야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끝으로 앞선 일반적인 대차거래와 비교해 은행대출 거래가 갖는 특징을 요약해 봅시다.


  1. 은행대출이 시행될 때마다 그 액수만큼 새 돈이 창조되고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다.
  2. 은행대출이 상환될 때마다 그 액수만큼 기존 돈이 소멸하고 시중 통화량은 줄어든다.


은행대출 시스템은 바로 현행 통화 발행 및 배분 시스템의 핵심을 이룹니다. 그것이 갖는 핵심 특징이 여러분의 경제생활에 그리고 나아가 전체 경제의 작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앞으로 차차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모든 분에게 ‘미스터리한 돈의 세상’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익진의 용어해설 - 3

 

기축통화란 무엇인가?

출처 : 한진수, "기축통화...돈에도 '대장'이 있다", 한겨레, 2022.03.14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화폐 용어로 ‘기축통화(key currency)’가 있음은 잘 알고 계시죠? 이재명 후보가 TV토론에서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다른 후보들이 기축통화의 의미조차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고 반박하는 일이 있었지요. 뒤이어 여당후보 측에서 그 근거로 원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owing Rights) 통화바스켓 편입통화(현재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 가능성을 검토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를 제시하자, 전경련은 해명기사를 내고 언론은 친절하게도 기축통화 관련 해설 기사를 내면서 이재명 후보의 오류 내지 실수를 까발리는 해프닝이 일어났었지요.


혹시 ‘트리핀 딜레마’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세심한 언론이 이것까지 알려주고 있더군요. 1959년 당시 달러 위기 대응책에 고심하던 미국 의회가 예일대의 트리핀 교수를 불러다 청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트리핀 교수가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라고 처음으로 지칭하면서 미국이 기축통화의 지위 유지와 원활한 기능 수행을 원한다면 자국통화를 해외로 내보내 풍부한 국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역적자 내지 경상적자를 볼 수밖에 없어 국내경제 불황이 조장된다는 식으로 설명했어요. 이러한 기축통화국의 딜레마를 후세 경제학자들이 ‘트리핀 딜레마’라고 불렀지요.


어쨌든 대선에서의 기축통화 에피소드는 지난 1987년 외환위기 때처럼 뜻하지 않게 국제통화 분야에 관한 유권자 대중의 지식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기축통화에 관한 주요 사항이 모두 거론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의견을 보태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기축통화는 학계에서조차 합의된 정의나 선정기준이 없으며, 각자 자기 입맛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구는 1) ‘국제통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다른 누구는 2) 국제통화들 중 가장 대장 역할을 하는 통화를 지칭하며, 또 다른 누구는 3) IMF의 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 편입통화를 지칭합니다. 이번 대선에서의 기축통화 해프닝은 SDR 편입통화를 기축통화라고 한 것은 틀렸다며 꾸짖은 것인데, 정답도 합의된 것도 없는데 틀렸다고 단정지우는 게 합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고, 게다가 본래적 의미의 기축통화는 현재의 세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이번 해프닝은 ‘도긴개긴’이고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기’ 아닌가 합니다.


기축통화를 제대로 알려면 ‘트리핀 딜레마’의 이전과 이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그 이전의 역사가 더 중요합니다. 대공황(1929년 시작) 이전까지 주요 선진국 화폐는 모두 금본위제 하의 태환화폐였습니다. 모두 금과의 태환이 보장되고 있기에 국제무역에서 어느 나라 통화를 사용하느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어요. 물론 영국의 스털링 파운드 화가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 일종의 기축통화처럼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대영제국의 경제력이 담보하는 통화 안전성과 런던시티가 제공하는 국제결제시스템의 편의성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의 전비 마련과 대공황에 대응할 재정자금 조달 과정에서 결국 1930년대 초반에 선진국들은 하나둘 공식적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금본위제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때 오늘날과 같은 무(無)본위 법정 신용통화 제도로 이행했고, 그 핵심에는 태환지폐의 불환지폐로의 전환이 있습니다. 이제 국가(중앙은행)가 발행하는 지폐는 더 이상 금과 무관한, 특수 인쇄된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게 된 거죠. 이러한 화폐제도 개혁은 국내 및 국제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어요. 돈도 명목금액에 해당하는 실물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적어도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상품화폐관이 무너졌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았을까요?


국내적으로는 불환지폐에 대한 불신이 다양한 지역화폐 도입 시도로 이어졌고, 이는 나름의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캐나다의 LETS처럼 말이죠. 법정통화의 위기를 느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지역화폐의 발행을 금지하자 지역화폐들은 대부분 사라져버렸습니다. 문제는 국제무대에서도 불거졌어요. 각국의 금본위제가 무너지자 국제거래의 지불수단도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죠. 대공황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식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제무역의 붕괴는 각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보호주의 무역으로 되돌아간 탓도 있지만 국제통화의 부재도 한몫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으로 치닫던 1944년 겨울에 개최된 브레턴우즈 국제회의에서 전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질서가 합의되었습니다. 이른바 브레턴우즈 체제입니다. 그 두 개의 중심축 중 하나는 자유무역 질서를 관장하는 GATT(1995년에 WTO로 확대개편)이고, 다른 하나는 금환본위제와 이를 관장할 유명한 국제통화기금(IMF)이죠. 금환본위제의 핵심은 ‘금=미국 달러≅각국 통화’라는 통화 위계 내지 피라미드의 확립입니다. 미국 달러를 국제 결제수단이자 준비수단으로 사용하되 미국 정부가 35달러를 가져오면 금 1온스와 교환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대신 각국은 자국통화의 가치를 달러에 고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금과의 연계를 확보하는 방식이었죠. 이 통화 피라미드에서 달러가 금과 각국 통화를 연계하는 기축 역할을 한다는 게 분명하게 드러나지요. 트리핀의 기축통화는 바로 이러한 금환본위제 하에서 미국 달러의 지위와 역할을 지칭한 것이었어요. 따라서 기축통화라는 용어는 금환본위제 시대의 산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처럼 본래적 금본위제와는 달리 브레턴우즈 체제의 금환본위제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국제통화제도였어요. 각국의 금본위제는 이미 1930년대에 폐지된 후 복원된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1971년에 폐지된 국제적 금환본위제 역시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화폐의 지위를 박탈당한 금과 같은 귀금속이 아마 이 지위를 다시 회복하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으로 판단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귀금속 특히 금이야말로 진짜 돈이라는 사람들의 생각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리핀 딜레마에 따른 부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미국은 1971년 닉슨독트린을 통해 달러의 금 태환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립니다. 이 조치는 기축통화의 소멸, 나아가 금환본위제, 즉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를 의미했어요.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세계는 즉각 혼돈에 빠졌습니다. 기축통화가 사라졌으니 이제 어떤 통화로 국제무역을 결제하고 대외 비상금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가 갑자기 펼쳐졌기 때문이지요.


1930년대의 불환지폐 도입 못지않은 충격적인 조치였어요. 각국 대표들이 모여 고민했지만 특정국의 국민통화가 아닌 제3의 통화를 도입하는 이른바 브레턴우즈 회담에서 영국 대표 케인스가 제안했던 세계단일화폐 ‘방코르(Bancor)’의 도입과 ‘세계중앙은행’ 설립 안이 재론되었지만, 여전히 사실상의 기축통화가 주는 기득권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미국의 반대로 관철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결국 나머지 세계는 그때까지 사용해오던 미국 달러를 사실상의 기축통화처럼 계속 사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실 달러는 더 이상 태환통화도 기축통화도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계속 사용한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 대신 유사시 달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 특별인출권(SDR) 제도의 도입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인출권이란 단어로 짐작할 수 있듯이 바스켓 구성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는 하나의 청구권에 불과한데다가 IMF와 회원국 그리고 회원국 정부들 사이에서만 거래되는 지불 및 준비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국제통화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죠.


미국은 아마 그러한 충격적인 조치가 어떤 결과로 귀착될 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했을 겁니다. 달러의 위력은 오히려 더 커지고 달러패권을 확립할 호기임을 알아챘을 것이 확실합니다. 미국은 달러를 금에 결박함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금의 족쇄로부터 해방함으로써 더 큰 이득을 누릴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겁니다. 미국은 달러를 원하는 만큼 발행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고, 나머지 세계는 불환통화인 달러를 계속해서 기축통화처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말이죠.


그리고 실제 역사는 그대로 전개되었습니다. 미국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겁니다. 이후 미국은 국제적 시뇨리지(통화발행차익)를 마음대로 추구했고, 달러 리사이클링 메커니즘을 통해 무역(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솝 우화 ‘베짱이와 개미’의 현대적 실사판입니다. 한편으로, 미국은 베짱이처럼 노래 부르며 놀면서 자판을 두들겨 만든 달러를 건네주고는 개미처럼 일하는 아시아(일본, 한국, 대만, 중국) 나라들이 땀 흘려 만든 공산품을 사다 씁니다.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 나라들은 이렇게 땀 흘려 일해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고채를 구매함으로써 달러가 미국으로 되돌아가 대외적자 보전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찌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1970년대 이후로 세계경제에 이토록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메커니즘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었을까요.


어쨌든 브레턴우즈의 고정환율제(환율수준의 국가 결정)가 폐지되고 변동환율제(환율수준의 시장 즉 수급에 의한 결정)로 이행하자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1971년 미국의 금 태환 정지 조치는 사실상 ‘주목받지 못한 혁명’이었던 겁니다. 지금 와서 보면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세상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세상입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라 불리는 포드주의 체제(국가독점자본주의, 복지국가, 생산성 연동 임금제 등)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쉴 새 없이 재발하는 금융위기, 국경 없는 무차별 무한 경쟁, 불평등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등)로 바뀐 것입니다.


미국 달러가 금환본위제 하에서의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라 부르거나 국제통화를 기축통화라 부르는 것도 그냥 잘못된 관행일 뿐입니다. 이러한 국제통화 역사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에도 굳이 기축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국제통화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통화이자 중심통화, 즉 현재로서는 미국 달러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적절한 용어법이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제도상의 기축통화가 아닌 미국 달러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사실상의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또 많은 페이지를 필요로 합니다. 다른 기회를 기다리면서 참고로 ‘국제통화’의 기능에는 무역 및 채무 결제 수단, 외환 등 대외준비 수단, 상품 가치와 채무액 등의 표현단위 기능 등이 있음을 지적해 둡니다. 이렇게 보면 원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국제화폐들 중의 하나가 되거나 SDR 통화바스켓 편입통화가 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김민정의 해외 소식 - 3


안녕하세요, 화폐 민주주의 관련 해외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3호에는 국제화폐개혁운동 (International Movement for Monetary Reform, IMMR)에서 진행한 2개 세미나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화폐민주주의연대도 한국을 대표하여 해당 행사에 참여를 하였고, 해외에서 진행 중인 화폐개혁 활동에 대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1. 국제화폐개혁운동 국제세미나: UN 인권 (UN Human rights Roundtable)

 

2022322일 국제화폐개혁운동(IMMR)에서 화폐개혁과 UN 인권 규약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의 주요 내용은 민간은행에 의한 현행 화폐 공급 시스템의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ICESCR) 위반 여부였는데요, 간략하게 ICESCR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19661216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다자간 조약으로서 약 160개국이 가입해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보다 종합적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좋은 환경에서 일할 권리,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권리,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이용 가능한 최대한의 보호를 받을 권리, 모든 사람이 교육받을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내용이 있습니다.

 

ICESCR 규약 당사국 중 한 국가를 선정하여 UN 인권 ICESCR 조약 위반을 근거한 소송을 제기 하는 방안도 논의되었습니다. 아직은 논의 내용이 추상적이었지만 화폐개혁과 인권의 연결고리에 대해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1. 국제화폐개혁운동 국제세미나: 공공은행 (Public Banking)

 

324일 진행된 공공은행 관련 세미나에서는 국제화폐개혁운동의 말레이시아 회원 Monetari (Movement for Monetary Justice)의 대표이자 전직 은행가 출신인 Zahid Aziz씨가 공공은행에 대해 강의를 하였습니다.

 

Zahid 대표는 궁극적인 화폐개혁의 해결 방안 중 하나인 주권화폐(Sovereign Money)에 앞서 공공은행은 그 중간단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출을 통해 화폐의 93-95%를 창출하는 민간은행들은 화폐를 공급하는 특권을 이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생산을 늘리는 실물경제에 돈을 풀기보다는, 영리기업으로 개인대출, 신용카드, 주택 등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돈을 대출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집값 상승, 빈부 격차, 실업 등 일반 대중들의 삶의 고통을 받고 있음을 설명하며, 공공은행은 이러한 문제를 즉시 해결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공은행에 대한 개념 및 화폐개혁과의 연관성은 이동근 선생님의 “지역공공은행 소식”을 통해 지식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향후 국제화폐운동(IMMR)에서 진행되는 해외 소식에 대해 꾸준히 업데이트 드릴 예정이오니, 뉴스레터 구독을 널리 부탁드리며 다음호에서는 1호 때 소개드린 오마로바 논문에 대해 상세히 소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원발언대 ※이 란은 화폐민주주의연대 회원들의 자유로운 기고의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화폐민주주의연대의 주장과 온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민생안정을 위한 긴급특별제안


김영식 캐나다 회원

이 글은 지난달 화폐민주주의연대 뉴스레터 제2호에 실린 경제위기 극복 특별국채발행을 제안함에 대한 후속 보완자료이면서 최근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통화금융 시스템 개편 논의에서 거론되는 몇 가지 옵션들에 대해서도 그 맥을 짚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민생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화폐금융 제도의 개편과 발전방향 설정에 영감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이 3년차에 들었으나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2년 전(2020.3.22)에 저는 “긴급제안: 재난기본소득 자금마련 방안”을 제 SNS를 통해 발표하였는데 그 핵심내용은 “재난지원금을 기본소득 형태로 보편지급(세대주에겐 100만 원씩, 세대원에겐 50만 원씩) 하는데 필요한 총 36조 8천억 원의 필요자금은 1차로 한 달 간 특별성금 모금 캠페인을 하고, 부족한 만큼은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려서, 즉 돈 찍어서 충당하자”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youme41_368/221866078657)


2년 전의 긴급제안과 지난달의 특별제안은 현행 화폐금융 제도 하에서 곧바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여지껏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무지와 불안 때문이지요. 돈과 은행제도 개편에 관한 본격 논의는 2014년 영란은행 내부자료가 “예금화폐는 은행들이 맘대로 만들고 없애고 한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시작되어 2018년 스위스에선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폐나 동전만이 아니라 예금화폐도 중앙은행이 직접 관장케 하자”는 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기까지 했지만 지지율 미달로 부결되었습니다.


또한 지금 사회전반의 풍조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전쟁, 산불 등등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변들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시들어버린, 암울한 시대, 극단적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는 좀처럼 어렵고 발목잡고 딴지 거는 사보타지만이 성행합니다. 정치권에서 논의된 각종 재난지원 시책들이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새 대통령 집무실 선정 문제 역시 ‘그럴 돈이 어딨냐’가 실질적인 난관입니다.


이하에선 특별제안과 긴급제안의 세부내용들을 비교분석하면서 어떤 것이 더 현실적이고 더 좋은지 깊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늘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보편지원’과 ‘선별집중지원’입니다. 저는 선별보다 보편을 지지합니다. 왜냐면 지원을 상전이 하인에게 베푸는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 주권자인 국민의 생존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국민의 기본권, 국가의 기본책무로 인식하는 것이 제 생각의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현실적인 실무편의 면에서도 선별의 기준이 뭐냐와 선별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누락의 후폭풍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1. 은행의 신용창조와 지준율 제도에서 주권화폐로의 이행

     

    돈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권능을 사적이윤 추구기업인 은행에게 더 이상 맡겨둘 수 없다는 명제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그 해법에는 아직 뚜렷이 부각되는 그림이 보이질 않습니다.

     

    오늘 이 시간 우리 경제에 유통 중인 돈이 현찰로 얼마, 금융기관에 잠시 맡겨둔 것으로 얼마, 이렇게 정리되어서 그 합계가 돈의 총량이 되고, 현찰과 현금성예금 사이에는 100% 맞교환이 언제든 보장되도록 통화관리 체제가 정비되어야 합니다. 이 맞교환 보장이 확실하다는 믿음이 있으면 현찰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고 디지털화폐로 바꿔서 보유하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

     

    100% 맞교환보장은 곧 지급준비금비율 100%를 의미합니다. 현행 쥐꼬리 지준율 제도에서 100% 지준율로 이행하려면 지준금 차액만큼 디지털화폐를 발행하여 각 은행들에게 한국은행이 빌려준 것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이 한은 특별대출금에 대해서는 원만한 시스템 이행정비를 위해 무이자로 함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이미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 돈에 대한 정상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면 그 다음 과제는 추가적인 돈이 더 필요할 때에 누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 어떻게 배포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추가로 새로 더 만드는 돈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포하든가 전 국민이 다 같이 혜택을 받게 될 사업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아울러 거액의 현찰이 지하금고로 숨어들어 불법자금 세탁과 금융시장 교란 음모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생산적 경제활동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그리고 혁신적 기술발전의 성과도 반영하여, 한국은행권을 최첨단의 신권으로 새로 디자인/발행하여 기존의 화폐발행액 전량을 ‘새 돈’으로 교환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할 것을 건의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에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구권은 전부 무효처리하고 무효가 된 금액은 교환비용에 충당하고도 남으면 한국은행 자본금으로 편입.)


    1. 금리정책과 인플레이션 대책

     

    전통적 통화정책은 기준금리와 지준율 조정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준율 제도는 주요 선진경제권에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금리조정과 양적완화 혹은 긴축이라는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원래 최종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말하는데 지난 금융위기 이후 그 사정이 바뀌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일시적으로 자금을 예탁함에 적용하는 금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1.25%는 7일물 RP 매각에 적용되는 금리이며 미국은 목표금리 0.25~0.5%에서 하루짜리 RP매각 금리는 0.3%입니다.


    근래 수 십 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경기 사이클에 따른 금리변동의 폭이 상당히 컸으며, 그 결과 누구는 큰 낭패를, 또 누구는 떼돈을 벌어서 빈부 양극화가 극심해졌습니다. 금리수준의 조정 여부와 그 폭을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인데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도록 처신해 왔음이 저들의 부끄러운 자랑입니다.


    이제는 금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손들의 담합이 의심되고 우려되는 금융시장을 가격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자유시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 금융소비자의 보호가 필요하므로 금리의 안정적 관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 요구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장단기 금리 커브의 관리목표를 제시하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서 과도하게 이탈하면 한국은행과 공적 연기금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도록 관계법령의 정비도 필요합니다. 물가관리의 목표가 2%라면 국채의 수익율도 그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특별국채는 그 가격안정을 담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에서는 액면 그대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음을 발행근거 법령 및 발행 공고문에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금리 문제는 이자제한법의 실효성 제고입니다. 최고이율만 규제하지 말고, 금리 종류별로 최고 가산금리를 규제하는 겁니다. 예컨대 수신금리는 기준금리보다 5% 포인트 이내, 여신금리는 수신금리에서 4% 포인트 이내, 연체이율은 여신금리에서 5%포인트 이내로 가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결론

     

    국가예산은 정기국회에서 심의 승인하는 본예산과 몇 차례의 추경예산이 있죠. 어느 쪽이든 국회의 의결로 확정된 예산은 그 성격이 '법률'과 동급입니다. 예산에 포함된 세입세출 항목에는 회계연도 중에 갚아야 할 국채의 원리금 내역과 이 원리금의 지급을 위한 통상의 국채발행 계획이 포함되죠.

     

    재난지원 혹은 위기극복을 위한 대책이 전국적 범위의 것이면 당연히 추경이나 입법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여야 극한대립의 정쟁으로 의회의 입법 기능이 마비되어 꼭 필요한 긴급 대응이 불가할 경우에는 헌법 제76조가 부여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습니다.


    재난에 시달리고 위기의 공포에 떨고 있는 민생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 - 위기극복 특별국채/특별대출 제도가 여/야와 전문가/일반인 모두에게 소생의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영감으로 작동하기를 소망합니다. (뱀발: 이 특별국채는 결코 적자국채가 아닙니다).

      빚진 사람의 책임만 강요하는 사회

      장경운 영국회원*
      출처 : 이희진, "취약채무자 채무 탕감후 전원 성실 상환중", 세계일보, 2020.03.08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경제적 선입견 중에서 사회경제적 책임을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주주보다는 노동자, 생산자보다는 소비자, 채권자보다는 채무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강요하는 사례를 자주 발견합니다.

       

      생산 부문에서는 국경 간 자본이동이 자유롭고 강력한 경영권을 가진 주주가 평소에 노동자를 압도하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 노동자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쌍용자동차 사례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소비 부문에서는 제한된 선택권만 소비자에게 부여되는 상황이 생산자에 의해 교묘하게 은폐되고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에 노출됩니다. 금융 부문에서도 은행 등의 채권자는 개인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집요하게 추심하는 반면, 개인 투자자가 투자손실을 보는 경우에는 대부분 각자가 감당해야할 몫으로 남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은 노동자, 소비자, 채무자로서 살아가지만 일상생활 곳곳에서 경제적 힘의 균형을 상실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은 우리 눈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사회 지배층이 정치경제적 힘의 우위를 토대로 이러한 체제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강력한 경제적 선입견의 힘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돈을 빌린 채무자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생각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왜곡된 선입견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돈을 빌린 사람이 잘못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죠. 최근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이 모두 빚진 사람의 책임일까요? 돈을 빌려준 채권자나 크게 늘어나는 빚을 통제하지 못한 정부는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사실 ‘남의 돈을 썼으면 갚아야한다’라는 명제는 매우 당연해 보입니다. 도덕적인 책임으로까지 생각됩니다. 또한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채권채무 관계에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사회적 신뢰를 헤쳐서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탕감 논의가 있을 때마다 대부분의 언론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하고 많은 사람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찬찬히 생각해보죠. 일단 돈을 빌리면 그 돈과 이자를 모두 갚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윤리적인 이야기는 접어두고 경제적으로만 따져 보아도 이러한 주장에는 불합리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은행 등의 채권자가 제대로 신용평가를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소득을 통해 나중에 빚을 갚을 수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대출을 했다면 그 책임을 채권자도 분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과도하게 대출을 하고 추심을 통해 채무자를 강탈하는 행태를 약탈적 대출이라고 해서 강력한 제제를 받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대출을 심사할 때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게 됩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아직도 소득에 의한 상환능력보다는 담보물만 평가해서 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채무자의 빚이 담보물을 초과하면 법으로 정한 5년이라는 기한도 무시하고 채권추심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자가 당초 신용평가를 제대로 했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에도 채무자 책임만을 강요하면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초 채무자에 대한 신용을 평가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발생했다면 이를 감안해서 상환계획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달라진 채무자의 재무상황을 감안해서 원리금 감면이나 상환기일 연장 등을 해주면 채무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고 채권자도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채무자 책임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주택가격이 폭락하면 그 책임을 대출받은 사람이 온전히 져야 합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취업이 안되어도 학생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거품, 경제 불황, 일자리 감소 등이 모두 개인이 책임져야만 하는 위험인가요? 그리고 금융위기가 닥치면 은행 등의 채권자는 구제해 주면서 채무자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요?

       

      1998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등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회사를 구제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투입된 것은 물론입니다. 2008년 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2,737억달러(333조원으로 전체의 75%)를 금융회사 구제에 사용했지만, 가계채무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단지 73억달러(2%)만 사용했습니다.


      <빚으로 지은 집>을 지은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는 이렇게 가계 채무조정을 상대적으로 경시한 것이 민간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초래해 미국의 경제위기를 유발했다고 분석합니다. 돈을 빌린 수많은 사람이 사회적 위기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이들이 경제활동에서 배제됨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뿐만 아니라 민간소비 위축이라는 경로를 통해 전체 경제활동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금융위기의 정도에 따라 가계 채무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생각해보죠.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죠. 경제학 책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야기여서 생소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돈은 은행이 대출하는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집니다.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돈, 즉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돈은 전체 돈의 양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돈인 예금통화는 대출받는 사람의 예금통장에 은행이 대출액을 적어주는 순간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해당 은행의 부채(신규 예금)와 자산(신규 대출)에 이 돈이 새로 기재되고, 그 다음에 채무자가 이 돈을 인출해서 쓰면 은행 시스템 전체적으로 유통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돈을 허공에서 만들어내는 셈이죠. 물론 나중에 자산부채를 맞추는 과정에서 조달비용이 발생하고 예금액의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지만 돈을 처음 생산할 때는 신용평가 비용 등 소액의 비용만 발생합니다. 이처럼 돈을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보다 과도한 양의 돈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이에 따라 끊임없는 경제성장의 압박에 시달리고 주기적으로 금융위기가 반복됩니다.

       

      이러한 돈의 특성을 생각하면 돈을 빌리는 채무자 보다는 돈을 만드는 채권자가 과다부채 문제에 있어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부채로부터 발생하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의 건전성이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채무조정 등을 통해 빚의 총량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채권채무 관계에서 채무자가 빚을 성실히 상환하는 것은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책무입니다. 그러나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면밀히 심사하고, 상환능력에 변화가 발생하면 채무조정을 통해 상환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채권자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나 경기불황 등 사회적 위기가 발생하면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여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유효수효가 위축되지 않게 노력하는 것,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과도한 부채가 발생하지 않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이처럼 채권채무 관계에 있어서 채무자의 책임만 강요하기 보다는 채권자와 정부가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시장경제와 사회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일 것입니다.

       

      지금도 온 세상이 빚 천지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불어났습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실물 경제는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돈이 늘어나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북새통입니다. 빚이 늘어나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가계 빚입니다. 실물경제는 좋지 않은데 가계대출만 크게 늘어나서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소상공인과 영끌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막다른 절벽 끝에 설 것이며 경제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유럽처럼 시민활동가, 자원봉사자, 은행 퇴직자 등이 참여하는 민간 신용상담기구가 많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누구에게나 자격 제한이나 조건 없이 1:1 재무상담을 받고 사적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일정한 제도적 인센티브와 의무사항을 도입해서 금융기관이 스스로 개인 채무조정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정책도 중요합니다.


      영국 사례처럼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소상공인과 실업자에게 매월 생계유지를 위한 현금을 지급하고 세제감면과 특별융자 등을 통해 빚의 구조를 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아이슬란드 사례처럼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의 직접 개입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탕감을 실시함으로써 가계 빚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과 경제 불황 확대를 막아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더 근본적으로는 중앙은행에 의한 대국민 양적완화와 주권화폐 도입도 중요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방법들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치권에 요구하고 제대로 실행에 옮김으로써 채무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경운 회원은 금융권에서 30년간 신용평가,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길담서원 경제공부모임에서 경제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있다.
      이동근의 지역공공은행 소식

      아래의 글은 The Northeast-Midwest Institute에서 펴낸 <White Paper: Public Banking in the Northeast and Midwest States, 2019년 9월>라는 연구보고서의 일부를 편역한 것으로서,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공은행 사례로 알려진 노스다코타 주립은행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노스다코타 주립은행(BND)

        


      예금은 은행이 대출할 수 있도록 준비금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을 통해 준비금 비율을 엄격히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예금이 주정부에서 유입되기 때문에 BND는 민간영리은행이 갖고 있지 않은 고유한 이점이 있다. 즉, BND는 대부분의 예금이 인출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또한 언제 주정부에서 인출할 지 예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주정부의 지출에 대비하여 충분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금의 인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대출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는 BND가 노스다코타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 즉 BND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신용을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대출활동을 통한 BND의 주된 역할은 은행가의 은행이라는 점이다. 즉, BND는 노스다코타 내 커뮤니티은행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BND 헌장에는 지역은행을 지원해야 하며, 지역은행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BND가 지역은행을 돕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파트너십 대출이다. BND는 대출의 대부분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노스다코타 경제와 지역금융기관 모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한다.

       

      커뮤니티은행, 신용조합과 같은 지역은행들은 종종 대출 신청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은행들은 규모가 작고 광범위한 대출을 하는 데 필요한 준비금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소규모 은행은 대규모 금융기관과 공동대출을 도모한다. 이 경우에 BND와 같은 더 큰 은행이 공동대출에 참여함으로써 대출 신청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대출위험을 줄이면서 잠재적 대출 이용자와 미래 비즈니스를 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BND는 작은 은행들과 경쟁하지 않고, 대신에 노스다코타주 전체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추가 신용을 제공하는 상위의 파트너십 대출기관의 역할을 담당한다.

       

      BND는 소규모 지역은행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BND는 소규모 지역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거래 청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작은 은행들은 연방준비은행 계좌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BND는 소규모 지역은행이 필요로 하는 지폐와 동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은행의 은행 역할 외에도, BND는 보다 직접적인 공공개발에도 참여한다. BND가 참여하는 파트너십 대출의 많은 부분은 농민, 소기업, 지역개발 프로젝트 지원에 목적을 두고 있다. 18가지의 우대금리 대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수질 개선, 소규모 기업의 자본 확장, 농장의 소득원 다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예시적인 프로그램은 2015년에 시작된 BND의 기반시설 대출기금이다. 이 기금은 상수처리공장, 하수도, 교통기반시설 등에 투자되고 있다. 초기 자본금으로 1억 5천만 달러(약 1,800억 원)를 모은 이 기금은 저렴한 대출을 통해 주에 필수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대 대출 규모는 1천 5백만 달러(약 180억 원)이며, 대출에 부과되는 이자는 2% 고정이자율로 제한하고 있다. 이 비율은 민간은행으로부터 유사한 대출로 얻는 것보다 1% 낮다. 더욱이 BND는 채권발행을 지원하여 대출비용을 낮추기도 한다. 이 기금은 노스다코타 주의 중요한 개발프로젝트에 저렴하게 신용을 제공하고자 하는 BND의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BND는 또한 소비자 대출 프로그램을 일부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거와 학자금이라는 두 가지 대출을 하고 있다. BND는 모기지 2차 시장에 참여하여, 주거용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가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BND는 노스다코타 주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직접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이는 노스다코타 주에서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이자율을 통해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BND는 주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광범위하게 관계하고 있다. 주정부가 BND로부터 직접 받는 가장 중요한 혜택은 BND의 연간 이익에서 나오는 배당금이다. 이 이익은 종종 상당히 많다. 일반적으로 매년 이익의 약 절반을 주 일반기금에 기부하고 있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연간 약 3천만 달러(약 360억 원)에 달한다. 2009년에 BND의 이익은 5천8백만 달러였다. 1945년 이후, BND는 수익의 일부를 주에 돌려주기 시작했는데, 그 금액은 총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를 넘는다.

       

      (다음호에 계속)

       

      현영애의 무비~톡

      커피 한 잔에 4분, 버스 요금 2시간

      돈으로 거래되는 인간 수명, 시간이 화폐인 충격적 미래

       

      미래 사회에서 펼쳐지는 자본과 계급을 둘러싼 갈등을 소재로 주로 영화를 만든 앤드류 니콜감독의 2011년 작 <인 타임>은 SF이지만 자본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말하는 시간은 바로 돈이다. 영화 속 사람들의 팔에는 시간이 초 단위로 새겨져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임금을 시간으로 받고 물건을 구입하고 시간으로 계산을 한다. 거주지도 각자 소유한 시간으로 얻기 때문에 당연히 부자와 빈자들이 사는 지역은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빈자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매순간 순간 시간을 벌기 위해 뛰어다니고 싸운다.

       

      편리한 생활 조건이 갖춰진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빈자들은 자신의 구역 안에서만 평생 살아가게 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때문이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들의 영생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고, 시스템은 바로 시간은행이다. 영화 장면에 시간을 거래하는 은행 건물이 나올 때는 이게 단순히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란 생각에 아찔해진다.

      돈을 시간에 은유해 화폐 문제를 비판한 작품은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독일 작가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는 여유 없이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평가받지만, 사실 <모모>는 현대화폐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그는 돈이 이자가 붙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시간이 시간을 낳는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했으며, 이자를 통해 손쉽게 살아가는 이자 생활자를 회색신사로 표현했다. 영화 속에서는 자본가의 하수인 타임키퍼들이 등장한다.

       

      엔데는 돈에 대한 인문학적ㆍ문학적 성찰을 통해 미래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현대 사회가 돈이라는 질병에 걸려 있다고 주장하며, 자연파괴, 전쟁, 빈곤, 실업 등의 문제가 ‘화폐의 기괴한 자기증식’과 ‘상품으로 매매되는 돈’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풍부한 지식과 혜안을 갖춘 문명 비평가이자 사상가로서의 엔데는 <엔데의 유언>이라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일본의 미하일 엔데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하여 일본인 프로듀서 카와무라 아츠노리와 그룹 현대가 제작한 책이다.

       

      가상의 세계를 그리는 소설과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 실제 삶을 볼 때가 있다. <인 타임>과 <모모>가 바로 그런 작품들이다.

      화폐민주주의연대 활동 및 공지사항


      1. 뉴스레터2호를 발행하고 발송했습니다.


      2. 공공은행을 주제로 한 IMMR국제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3. 매주 월요일 저녁 11시 대외협력연구모임을 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국, 캐나다에 계시는 회원들도 참여하여 열띤 토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4. 4월에 외부인사 초청강연회를 줌으로 개최 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며 차후 일정과 강사가 정해지면 공지하겠습니다.


      5. 5월에는 무비~톡 영화로 말하는 화폐금융 이야기를 개최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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