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한 잔과 칵테일 한 편, 강남 <사이드바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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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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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에디터 | 무니 @ehyunmoon

쨍하게 차가운 진토닉과 진득한 스타우트를 사랑하는 ESFJ 컨설턴트.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맛있는 술을 오래오래 마시기 위함이라 믿는다.

유독 바쁘게 흘러가는 여름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감사한 존재들이 있다. 이런 소중한 존재들은 대개 소소해 보이지만 나름의 힘이 있는데 최근에는 차가운 맥주 한 잔과 함께 보는 영화에서 위로를 받고는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태산처럼 커 보이고 심각했던 일들도 꽤나 작아져 있는 것을 느끼고 잠깐이나마 다른 세상들을 여행하며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찾은 영화 <중경삼림>의 매력적인 색감과 ost “California dreamin”을 마주했을 때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영화 한 편이 나의 하루를 이렇게나 다채롭게 만들어 줄 수 있구나! (영화를 보며 함께 마신 차가운 기네스가 한몫 했을 수도 있지만)

영화의 매력을 그렇게 차차 알아가던 중 마침 친한 지인이 바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만날 때마다 항상 자신만의 바를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당차게 말하던 형이었는데 술에 진심인 그라면 정말 멋진 공간을 운영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현재 가오픈한 바의 이름은 <사이드바인시네마>. 8월 말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이곳은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나에게 큰 힘을 주는 술과 영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다. 바쁘고 지칠 수 있는 일상을 살짝 뒤로하고 영화 한 잔과 칵테일 한 편을 즐기러 발걸음을 옮겨보자.

항상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사이드바인시네마>. 건물 4층에 위치해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커튼이 공간의 시작을 알리고 어두운 복도를 조금 지나 바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바닥의 붉은색 카펫, 바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영화 포스터들과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스크린까지. 가오픈한 바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작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간 기분이다.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면서 술을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한 소파 좌석부터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룸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취향껏 자리를 잡아보면 될 것 같다. 다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칵테일들과 다양한 위스키들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바텐더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바 자리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의 메뉴는 주로 칵테일과 위스키로 이루어져 있다. 가오픈 기간 중에는 음식 메뉴가 2종(트러플짜파게티, 브리치즈구이) 밖에 없다보니 식사를 하고 바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식 메뉴가 많이 없어서 아주 잠깐 서운했다면 <사이드바인시네바>가 직접 큐레이션하는 칵테일 메뉴를 살펴보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의 명대사를 보여준 영화 ‘카사블랑카’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문득 떠오르는 ‘위대한 개츠비’까지 총 6종의 큐레이션 칵테일이 영화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정식 오픈 전까지 시그니처 칵테일을 계속해서 준비중이라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더 멋진 큐레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달큼쌉쌀 / 베스퍼 / 007

🍸 007 카지노로얄(베스퍼 마티니)

🍸 도수 : 약 30%

🍸 가격 : 17,000원

007 시리즈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제임스 본드의 칵테일. 영화 <007: 카지노로얄>에서 본드가 긴장감 넘치는 포커를 치며 주문한 ‘베스퍼 마티니’는 주로 진으로만 만드는 드라이 마티니와는 다르게 진과 보드카 그리고 달달한 식전주인 릴레 블랑*을 배합해서 만든 칵테일이다. 본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인인 베스퍼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칵테일은 부드러운 진의 향과 릴레의 쌉사름하면서도 달콤한 오렌지의 끝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여전히 높은 도수이지만 진과 보드카를 릴레가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어서 마티니를 평소에 시도하고 싶었던 분들에게 더욱 추천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칵테일을 마시고 싶으면 릴레를 조금 더 넣어달라고 바텐더에게 부탁할 수 있다.

본드는 포커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면서 베스퍼에게 칵테일의 이름을 ‘베스퍼’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베스퍼는 살짝 당황하며 그 칵테일의 쓴맛을 떠올리면서 조심스럽게 본드와 대화를 나눈다.

베스퍼: “Because of the bitter aftertaste?”(씁쓸한 뒷맛 때문인가요?)
본드: “No, because you′ve once tasted it, that′s all you want to drink.”(아니. 한번 마시면 이것만 마시게 되거든)

한 편의 영화를 담은 칵테일인만큼 더 진하고 달큼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감도는 기분이다.

* 릴레 블랑(Lillet Blanc): 소비뇽 블랑, 세미용 품종으로 만든 보르도 화이트 와인 85%에 오렌지 껍질 등을 추출한 시트러스 리큐르 15%를 블렌딩해서 만든 식전주

스모키 스캇 / 상쾌한 / 후추

🥃 피트 하이볼

🥃 도수 : 약 20%

🥃 가격 : 16,000원

한 편의 영화를 즐긴 것만 같았던 첫 번째 잔을 뒤로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하이볼을 마시고 싶어서 바로 피트* 하이볼을 주문했다. 피트 위스키인 스모키 스캇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하이볼로 피트와 잘 어울리는 후추를 얼음 위에 뿌려서 마무리했다. 피트 위스키 특유의 향 중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요오드 향보다는 스모키함과 짠맛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기분 좋은 자극들을 두루 갖춘 하이볼이다.

피트 위스키를 시도해 보고 싶으나 아직은 그 향과 맛이 부담스럽다면 하이볼로 천천히 친해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피트 위스키와 이제 막 친해졌다면 토닉워터나 진저에일보다는 탄산수를 섞어 피트향을 온전히 즐겨보도록 하자.

*피트(peat): 석탄의 한 종류. 위스키 제조 과정 중 석탄을 활용하여 건조하는 단계가 있는데, 이때 피트 향이 위스키에 스며든다.

셰리피트 / 캠프파이어 / 복합미

🥃 아드벡 우거다일 / 아드벡 코리브레칸

🥃 도수 : 54% / 57%

🥃 가격 : 24,000원 / 27,000원

하이볼로 예고편을 잘 보았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즐겨볼 차례다. 게일어로 ‘어둡고 신비한 곳’의 뜻을 가진 우거다일은 이탄을 함유한 물로 만들어 스모키한 맛이 나면서도 버번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이 되어 풍부한 풍미와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향을 맡았을 때는 장작불이 연상되는 스파이시한 향이 지배적이지만 맛을 보면 꽤나 달달하고 레드와인의 부드러운 맛이 희미하지만 분명히 느껴진다.

바텐더에 따르면 피트 위스키 증류소로 유명한 아드벡의 위스키 시리즈 중에서도 우거다일은 피트와 셰리의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위스키에 속한다고 한다. 우거다일의 복합적인 맛과 향 덕분에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입안의 근육들을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피트 하이볼에 아드벡 우거다일까지. 바텐더가 보시기에 에디터를 피트 위스키 덕후로 충분히 오해하실 만했다. 그래서 추천 받은 위스키 아드벡 코리브레칸과 그의 잊히지 않는 강렬한 추천사.

“성난 난쟁이들의 바베큐 파티맛이 느껴지실 거예요”

바로 시음해 본 결과 난쟁이들의 바베큐 파티가 아닌 난쟁이들의 캠프 파이어 수준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우거다일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바다의 짠 향과 강렬한 매운맛이 코와 혀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아드벡 증류소가 위치해있는 아일라 해변의 위험한 소용돌이인 ‘코리브레칸’의 이름을 따온 위스키라고 하는데 너무나 공감이 가는 맛. 아직 피트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려면 갈 길이 멀고도 험할 뿐이다.

🍽️ 브리치즈 구이

🍽️ 가격 : 15,000원

위스키와 함께 즐기기에 좋은 가벼운 안주. 구운 브리치즈에 건조한 크랜베리와 아몬드가 올려져 단단한 식감을 더했다. 달콤한 메이플 시럽과 고소한 견과류 덕분에 개성 강한 피트 위스키와 함께 먹을 때 더 안성맞춤이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작은 영화관의 사이드바에서 마신 칵테일과 매력적인 피트 위스키들 덕분에 어제보다 조금은 더 다채로운 하루를 선물받을 수 있었다. 영화와 술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야기를 담고 그 이야기에 조금만 집중해도 더욱 빛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에 누구보다도 진심인 사장님과 멋진 위스키 추천을 건네주신 센스 있는 바텐더들이 함께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이 공간은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ditor_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