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명절, 오늘은 곡우에요! 햇차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즌이죠. 저는 며칠전 조태연가의 우전을 예약 주문해뒀어요. 전에 조태연가의 대작을 마셔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우전도 맛보고 싶었거든요.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언제 오려나... 언제 올까요? 언제 오십니까?(다급😃)

봄엔 햇차가 나와서 좋고, 여름 장마땐 차 향기가 짙어져 좋고, 더울땐 냉침차를 마실 수 있어 좋고, 겨울엔 따끈하게 차로 몸을 녹일 수 있어 좋죠. 여름엔 맥주가 땡기고(?) 겨울엔 군고구마와 붕어빵에 이끌리듯(??) 차 덕분에 하루하루의 날씨와 공기를 즐기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요.  팽주님은 올 봄과 차를 만끽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지난 시간에 이어 전해드리는 대만 차 여행 2편. 오늘은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타이중 지역으로 가볼거에요. 중국 홍차를 좋아하시는 팽주님들껜 꽤나 익숙한 이름, 일월담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일월담 호수의 풍경과 대만 차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타이중 지역으로 지금, 같이 가보시죠!

일월담(日月潭·르웨탄)은 대만 최대 크기의 담수호입니다. 일월은 말 그대로 해와 달이란 뜻인데요(그래서 영어 이름이 Sun Moon Lake). 이런 예쁜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일월담 가운데 있는 작은 섬(라루다오)를 중심으로 동쪽은 원형(해), 서쪽은 초승달 모양이기 때문이라고. 일월담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오래전부터 대만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여행지로 사랑받아 왔어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자전거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니 일월담을 방문하신다면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주변 풍경을 만끽하시길 추천합니다.

일월담 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바로 일월노차장입니다. 일월담 호수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되는 아주아주 가까운 곳. 대만관광청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부터 가동돼 온 일월노차장은 전성기엔 200명이 넘는 사람이 일할 정도로 흥했다고 해요. 하지만 1980년대 시장 환경이 바뀌며 차나무 대신 수익성이 더 높은 빈랑나무를 심는 농민들이 늘어나자 사실상 공장은 문을 닫게 됩니다. 이후 2004년 지방자치단체에서 홍차 산업을 살리기로 하면서 일월노차장의 오래된 공장을 차공장, 체험공간과 찻집이 공존하는 관광 포인트로 전환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고. 앤티크한 건물이 사진을 찍는 곳마다 '포토존'이고 숍에서는 예쁘게 포장된 홍차들을 판매하고 있어 기분좋게 쇼핑할 수 있습니다.

일월노차장이 유명한 또 한가지 이유는 2021년 대만에서 방영된 드라마 차금(茶金) 때문입니다. 대만 차의 황금기라 불렸던 1950년대를 그린 작품으로 신주현 베이푸에서 차 사업을 했던 실존 인물 장아신에게 영감을 받은 작품. 이 작품의 촬영을 바로 이곳, 일월노차장에서 했습니다. 차금을 미리 보시고 일월노차장을 찾는다면 방문하는 재미가 배가 되겠죠. (웨이브·왓챠·티빙에서 볼 수 있음)

끝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유산차방(遊山茶訪)문화관입니다. 유산차방은 우리나라의 오설록같은 대만의 대형 차 회사로 1990년대 시작됐습니다. 일월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남투현 죽산에는 유산차방의 본점인 유산차방문화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산차방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차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깔별로 소장하고 싶은 예쁜 틴케이스에 담긴 각종 차를 판매합니다. 영어 능통자가 상주 중이라서 영어로 박물관 투어 및 시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내부 시설도 넓고 쾌적하고요. 대기업인만큼 타이페이 융캉제 등 번화가마다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물론 본점처럼 박물관까지 잘 꾸며져있는 건 아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는다면 근처의 지점을 찾아보시길!

자 이렇게 대만 차여행 2편을 전해드렸습니다. 제가 위에 달아드린 링크 중에 중국어 링크가 많은데요. 요새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째로 번역해서 보는 기능이 아주 잘 돼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고 들어가보시길 바라요! 특히 차업개량장 홈페이지에는 대만차에 대한 공식 정보가 가득해 공부하시는 분들에겐 좋은 자료가 될듯 합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대만 아리산 지역을 방문한 얘기를 풀어놓을 계획입니다. 야생미 넘치는 아리산에서 고산차를 부어라 마셔라 한 이야기, 기대 많이 해주세요!

더티레터를 읽으며 올해는 꼭 차 산지 여행 떠야지, 마음 먹은 팽주님 있나요? 그래서 지금 차 산지 투어를 진행 중인 곳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주로 찻집에서 사람을 모아 출발하는 방식인데요. 먼저 무이산 차 산지 여행 그리고 봉황단총 차산지 여행, 라오상하이에서도 무이산 차산지 여행을 준비 중이네요. 라오상하이에는 대만 차산지 여행도 주기적으로 올라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오리엔티는 현재 당장 신청할 수 있는 일정은 없지만 꾸준히 산지 여행을 진행할 모양이에요. 마찬가지로 다른 차산지 투어 맛집을 알고 계신분께서는 제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