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테크니션 #아트테크니션 #미디어아트
[Vol. 3] 2022/10/03
《니 내 누군지 아니?》

바야흐로 미디어아트의 시대! 현대미술에서는 영상을 넘어 빛, 소리, 움직임을 활용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고있죠.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뉴미디어를 활용한 작가들의 작품을 뮤지엄에 가장 알맞게 구현해내기 위해 점점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직업이 바로 "뮤지엄 테크니션(Museum Technician)"입니다.

😎뮤지엄 테크니션, 나 이런사람이야~

ⓒTATE

  해외에서는 아트 테크니션, 갤러리 테크니션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수복·보존전문가(conservator)랑 같은 직업군으로 분류된다고 해요. 고미술품이 많은 뮤지엄에서는 테크니션이 주로 뮤지엄이 보유하고있는 작품의 수복·보존이나 작품관리를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하는 현대미술 작품이 늘어남에 따라 미디어아트를 구동하고 관리하는 역할로서의 테크니션이 부각되고 있어요.

*수복: 미술품, 건축물, 고고학적 유품의 결손이나 오염을 보수 또는 제거하는 일.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것들의 노후화를 방지하는 ‘보존’(conservation)의 관점에서 수복이 인식되고 있어, 수복보존을 통합하여 칭하기도한다.

  테크니션은 뮤지엄의 전시공간에 미디어 작품을 설치하고 작동하도록 함과 동시에 소장품을 유지·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현재 일부 뮤지엄에서도 테크니션을 정식 직원으로 임용해 근무하고 있어요. 작품들이 뮤지엄의 전시공간에서 가장 빛날 수 있도록 공간의 특성과 작품의 기술적 특성을 모두 파악한 사람이 작품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죠.

  뮤지엄 테크니션은 하나의 기술만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에서 이용되는 전반적인 기술을 다룰 수 있어야 해요.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흥미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기술에는 독창성, 탁월한 협업 기술, 비판적 사고 및 많은 상식이 필요하거든요.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벗어난 아이디어와 예술가의 마음 속에 창조된 장면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테크니션의 일이니까요. 

  해외에서는 뮤지엄 테크니션이 되기 위해 전문적인 공부와 견습을 거치는데 약 2년에서 5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뮤지엄 테크니션이 되기 위한 공식적인 과정이 있는건 아니에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C 전문인력 아카데미에서 진행해온 "전시테크니션 프로그램" 외에는 뮤지엄 테크니션을 위한 교육이라던지 전문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에요.

💪작품은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지킨다!

  뮤지엄 테크니션은 큐레이터나 전시코디네이터, 운송설치전문가와는 조금 다르게 전시 기간 중에 빛을 발해요. 전시 작품의 원활한 구동을 위해 작가나 설치전문가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해야 하죠. 작품관리뿐 아니라 뮤지엄 내부의 전반적인 구조적 특성에 따라 작품이 온전히 재생될 수 있도록 뮤지엄의 조명, 공간의 안전수칙 등과 같은 내용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해요. 

  한 예로 런던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의 뮤지엄 테크니션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았던 기간동안 뮤지엄의 재운영시에 필요한 안전스크린을 설계하고 설치하기도 했다고 하니, 작품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뮤지엄의 운영에 필요한 기술도 익혀야 하겠죠? 

ⓒThe Gatsby Charitable Foundation

  뉴미디어 아트 전시를 위한 테크니션은 특히 더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데요, 프로젝션 맵핑의 제어경험, 미디어 콘텐츠의 설계 경력과 같은 전문기술 뿐아니라, 미디어 전시의 전체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반적인 계획과 현장업무 수행경험도 필요해요. 미디어아트를 전시할 경우, 전시기간동안 매일매일 작품이 가동되기 때문에 미디어 기기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매일 작동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을 진행해야하죠. 또 갑자기 생긴 오류나 현장에서 운영중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매우 다양해 현장업무 수행능력이 중요해요! 방 전체가 미디어아트로 이루어진 전시공간에 미디어아트가 재생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일이죠! 따라서 이런일이 없도록 뮤지엄이 운영되는 기간은 작품이 무리 없이 가동되도록 주말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뮤지엄의 보이지 않는 손

  하지만 이렇게 뮤지엄 테크니션의 필요성이 명확해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주요 몇몇 뮤지엄외에는 테크니션을 채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보통의 뮤지엄은 뉴미디어아트 전시를 상시로 진행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뉴미디어아트를 진행할 경우, 미디어아트를 기획한 전시 기획사에서 파견된 테크니션들이 일시적으로 전시기간만 근무하거나, 전시장의 운영인력들이 기본적인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파악해 전시기간 내 미디어 작품의 구동을 맡기도 해요. 작품의 구동에 문제가 생길 때에만 전문 테크니션이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운영하기도 하구요. 해외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어 뮤지엄 테크니션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전시장의 전반적인 구조에 알맞는 현장대응이 어렵기도 해요. 예를 들어, 당장 작품이 가동 되지 않아 전원부 교체가 필요하거나, 위치를 변경해야할 때 외부 테크니션은 뮤지엄 내부의 공간 특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원활한 현장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겠죠!

  미디어아트의 등장에 따라 테크니션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미술관들이 주로 테크니션을 필수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부산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의 공립미술관들이 테크니션을 일부 채용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디어아트가 중점인 백남준아트센터는 테크니션의 존재가 필수적이랍니다. 

👬백남준과 테크니션 이정성

백남준의 테크니션 이정성 ⓒ동아사이언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엄 테크니션으로는 이정성 선생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1988년 <다다익선(多多益善)> 작품을 시작으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백남준과 함께했고, 사실 아무래도 뮤지엄 테크니션이라기보다 ‘백남준 전문 테크니션’ 으로 알려져있는 분이죠! 지난 시간동안 전세계에 전시되었던 백남준의 작품들을 가동하고 구현하는데 이정성 테크니션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 할 정도예요.

  이정성 테크니션은 백남준 작가가 고안하고 구상해낸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어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다다익선(多多益善)> 이라는 작품이 이정성 테크니션과 백남준 작가의 인연의 시작점이라고 합니다. 당시 수 백대의 TV에 여러 영상들이 동시에 재생되기 위해서는 ‘분배기’라는 부품이 필요했는데, 당시 국내에는 분배기가 없어 부품을 구해 분배기 85개를 직접 만들어 작품 구현에 성공했어요. 테크니션의 활약이 없었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백남준의 작품을 만나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하죠?

1993년 작 <프랙털 거북선> 제공 ⓒ이정성

  백남준은 과거의 기술을 현대의 기술로 대체하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갖고 이정성 테크니션에게 그 ‘대체’에 대한 업무를 모두 일임했어요. 미디어아트의 시초라 불리는 만큼 백남준 작품은 미디어매체의 역사를 담고 있어서, 현재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부품이 많다고해요. 하지만 현대의 기술로 대체하기엔 작품 자체가 갖는 특수성을 잘드러내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서 작품을 제작하고 구현한 이정성 테크니션의 존재가 필수적이에요. 그러다보니 백남준 작고 이후에도 전세계에 마련된 작품을 현재까지도 무리 없이 구동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유지보수를 하러 분주히 다니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들어보니 백남준과 함께 세계적인 작품을 구현해낸 이정성 테크니션 또한 또 다른 예술가라고도 봐도 무방하겠죠?

👟뮤지엄 테크니션, 앞으로 나아갈 길

  현대의 뮤지엄은 관람객에게 다가가고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뮤지엄이 원하는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기술은 단순히 표현만을 위한 도구를 넘어,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해요. 최근들어 메타버스 전시관, NFT작품 등의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전시가 등장하고, 뉴미디어가 현대미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죠. 앞으로 예술을 위한 기술을 구현해내기 위해 뮤지엄 테크니션이 뮤지엄을 구성하는 데에 필수인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앞에서도 언급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전시 테크니션 교육은 변화하는 문화예술 환경에 적합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개설되었다고 해요. 이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장르를 반영하여 장르별 특성에 따라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작품의 포장부터 운송, 해포 그리고 작품이 설치되고 철거되는 과정까지 교육을 진행해요. (우리는 지난주 레터인 작품운송의 달인 편에서 작품의 설치와 해포에 대해 다뤘었죠!)

©ACC

  최근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사운드 테크니션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광주시립미술관의 전승보 관장은 "다양한 과학기술을 매체로 소통하는 미디어아트에서 음향 제작 기술은 작품과 관람자 간의 직관적·감성적 소통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고, 기존의 음향 관련 전문인력을 뮤지엄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매개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요.

   최근의 뮤지엄은 뮤지엄의 역할을 다양화 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뮤지엄에서 뮤지엄테크니션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뮤지엄에 특화된 전문 테크놀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졌죠. 테크니션은 작품의 예술적 표현과 기술적 구동을 위해 점차 그 입지가 중요해지고 있어요.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테크니션은 뮤지엄에서 대중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예술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어요.

REFERENCES
김인선. (2012.06.28.). 현대미술의 직업, THE ARTRO, https://www.theartro.kr/kor/features/features_view.asp?idx=1231&b_code=61e
최권범. (2022.05.08). ACC, 문화예술 전문가 교육과정 운영, 전남일보, https://www.jnilbo.com/view/media/view?code=2022042010114264147
한세화. (2022.07.07). 이정성 아트마스터 “모니터 아직 절망적 수준 아냐”... 백남준 ‘프렉탈거북선’ 30년만에 복원,중도일보,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20707010002031
・NOBLESSE. (2018.08.31). 어떤 작품은 소멸하지 않는다, NOBLESSE, http://www.noblesse.com/home/news/magazine/detail.php?no=7617
Philippa Hobson. (2012.06.07).How to be a gallery technician,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culture-professionals-network/culture-professionals-blog/2012/jun/07/gallery-technician-arts-advice-career
Stephen Barrett. (2021.05.05). Museums and Galleries Technician (Level 3), ApprenticeTips,com, https://www.apprenticetips.com/museums-and-galleries-technician-apprenticeship-level-3/
GATSBY. (2021.05.17). Magic of the Museum: Technicians Make it Happen - part 1, Technicians make it happen, https://www.technicians.org.uk/news/quick-reads/magic-of-the-museum-technicians-make-it-happen-p1
GATSBY. (2021.05.17). Magic of the Museum: Technicians Make it Happen - part 2, Technicians make it happen, https://www.technicians.org.uk/news/quick-reads/magic-of-the-museum-technicians-make-it-happen-p2
GATSBY. (2021.05.17). Magic of the Museum: Technicians Make it Happen - part 3, Technicians make it happen, https://www.technicians.org.uk/news/quick-reads/magic-of-the-museum-technicians-make-it-happen-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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