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지구생명보고서'를 발간했어요. 핵심은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73% 줄었음>이에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로 야생동물들이 사라지고 있단 얘기.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는 멸종 위험 증가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라면서, '티핑 포인트'가 가까워졌다고 우려했어요. 티핑 포인트는 아시다시피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란 얘기.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버리면 복구할 수 없단 거예요.   

관련해서 WWF 코리아가 전문가님들과 함께 보고서를 소개했는데요.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서 레터에 담아봤어요.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님 "습지는 자연의 스폰지"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 감소가 가장 심한 생태계는 담수 생태계(85% 감소)였는데요. 담수생태계라고 하면 대체로 습지(+지하수)예요.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장님은 인간의 개발, 무분별한 남획, 생활·농업 오폐수 때문에 습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습지가 중요한 이유는 뭐다? 홍수가 나면 물을 머금고 가뭄에는 반대로 물을 공급하는 자연의 스폰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숲의 2~7배.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282종 중 90종이 습지에 사는 녀석들이기도 하죠. 습지..반드시 지켜...!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님 "탄소배출 27%는 식량"  
식량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게 또 문제예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 식량 시스템(농축수산물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서 나오거든요.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은 "안타까운 건 많은 자원을 쓰고 탄소를 배출하면서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은 손실된다"고 지적하셨어요. 특히 저개발국에선 냉장 유통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제대로 가공·저장되지 않는다고 해요. 선진국에선 재고 폐기, 먹고 남기기 때문에 손실되는 경향이 강하고요. 
여기서 더 고구마 답답이인 건 전 세계 인구 7억명 가량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단 사실. 윤 교수님은 "식량 시스템 자체가 논리적이지 못하다"면서 "더 많은 연구자금, 투자금들이 지속가능한 식량시스템 전환에 투입돼야 한다"고 하셨어요. 

💰조대현 AIGCC 한국담당 매니저님 "생물다양성 관심 갖는 금융 늘어야"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기억하시나요? AIGCC에서 한국을 담당하고 계신 조대현 매니저님은 우리나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생물다양성이 멀쩡히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녹색채권 발행 사례가 별로 없다고 하셨어요.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친환경 운송 같은 분야에 더 투자하고 신경을 쓰고 있어서겠죠. 
다행히 조 매니저님이 꽤 괜찮은 사례가 있다며 소개해주셨어요(솔깃). 한국중부발전이 동백정 해수욕장 복원공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93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사례인데요. 이 해수욕장 인근의 화력발전소 문을 닫으면서 해안선을 복원하고 동백나무를 심어서 숲도 복원했어요. 생태계 복원은 곧 생물다양성 강화라는 의미죠. 더 이상의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 파괴를 막고 이미 파괴된 부분들을 복원하려면 이런 사례가 많이 늘어나야 할 거예요.   

동백정 해수욕장 복원 전(왼쪽)과 후(이미지 사진). /한국중부발전, 한국신용평가, AIGCC  

🏆박민혜 WWF코리아 사무총장님 "호랑이, 판다 살린 사례 있음!" 
박민혜 WWF코리아 사무총장님은 생물다양성의 위기 속에서 희망적인 사례 두 가지를 전해주셨어요. 하나는 호랑이. 우리나라 호랑이는 멸종됐고(미안...) 전 세계적으로 감소중...이었는데! 1980년대 이후 WWF와 여러 국가 정부들이 힘을 합쳐서 노력한 끝에 3200여 마리(2010년)에서 5574마리(2023년)로 늘어났어요. "호랑이는 최상위 포식자라서, 호랑이 개체수가 늘었다는 건 그 아래의 생태계 먹이사슬도 회복됐단 이야기"라는 박 총장님 설명. 
그리고 판다. 보호구역을 늘린 덕분에, 1980년에 1114마리 정도였던 야생 판다가 2014년엔 1864마리로 증가했대요.   

레터 마무리는 그래도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맺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사실. WWF의 2024 지구생명보고서에 더 많은 내용 담겨있으니까 꼬옥 시간 내서 읽어보고 주위에도 알려주면 좋겠죠? 

🏛️학교 공기 맑게 바꿔요 
11월 10일까지 '맑은학교' 사업에 참가할 초등학교를 모집 중이에요. 맑은학교는 태양광 발전 설비, 창문형 환기시스템, 스마트 에어샤워, 에어클린 매트 등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숨쉬며 생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사업으로 환경재단과 한화그룹이 2022년부터 진행해 왔어요. 실제 지원을 받은 창원 반송초등학교 체육관에 창문형 환기시스템을 가동했더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3327ppm->693ppm으로 확 줄었다고. 지금까지 15개 초등학교가 맑은학교로 달라졌어요.

🛠️지구를 지키는 수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고장난 제품을 수리하러 갔는데 수리 대신 아예 새 제품으로 받은 경험 있으신 분? 에디터는 있어요. 그럼 고장난 제품은 통째로 폐기되는 거겠구나 싶어서 씁쓸했던 기억. 지금 서울환경연합에서 수리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모으는 중이에요! 전체 교체 정책 때문에 비용이 비싸서 수리를 포기했다거나,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못 받았다거나 했던 이야기들 있음 다 풀어봐요.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댓글로 참여하는 방법은 링크 참고해 주세요.

💢1시간 만에 쓰레기 4만7000개 쏟아낸 축제 
다회용기를 쓰고 재활용을 늘리겠다며 친환경 축제를 표방했던 전주비빔밥축제.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배출됐대요. 참가자들에게 일회용 모자, 앞치마, 장갑, 비닐봉지, 일회용 수저, 물티슈, 페트병 생수 등이 지급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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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4us@sedaily.com

  

1시간 만에 쓰레기 4만7000개 쏟아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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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를 쓰고 재활용을 늘리겠다며 친환경 축제를 표방했던 전주비빔밥축제.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배출됐대요. 참가자들에게 일회용 모자, 앞치마, 장갑, 비닐봉지, 일회용 수저, 물티슈, 페트병 생수 등이 지급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