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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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열다섯 번째 책한조각 레터입니다.

정말 날씨가 살인적이네요. 농담 1도 하지 않고 말씀드리면, 제가 부에 대한 욕심이 큰 이유 중 하나로 '여름에 도망 다니고 싶어서'가 있습니다. 그만큼 더위를 많이 타고 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사실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건 아주 많이 순화한 표현입니다. 저는 더위로 인해 기분, 생산성, 의욕 모든 게 다 영향을 받는 나약한 인간이에요.

오늘은 제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를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실존'에 대한 건데요. 단어는 무서워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생각할 내용을 가득 안겨주니 도망가지 마세요.

저는 철학을 좋아합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학문이거든요. 그중에서도 '실존주의 철학'을 아주 좋아합니다.

실존주의?

제가 이런저런 책, 글, 영상 등을 찾아보며 배우고 고민한 바에 의하면, 실존주의는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입니다.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다루는 철학입니다. 제가 이전 레터에서 고백한 바와 같이 참으로 중2병스러운 철학이죠.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Existence precedes essence.)

장 폴 사르트르라는 철학자가 한 유명한 말입니다. 자, 여기서 삐끗하면 무분별한 철학 용어의 지옥에 빠질 수 있으니, 매우 쉽게(허술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펜'이 만들어진 목적은 글씨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펜의 본질입니다.

예를 들어, '의자'가 만들어진 목적은 사람이 그 위에 앉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의자의 본질입니다.

예를 들어, '책한조각 뉴스레터'가 만들어진 목적은 제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만들어진 목적은..? 본질은..? 뭘까요?

네, 인간은 태어난 목적이 없습니다.

인간은 그냥 존재할 뿐입니다. 이를 두고 인간은 그저 실존하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즉, 실존이 본질(목적)에 앞서는 것이죠. 만들어진 목적이 없이 일단 존재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겁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겁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도 열심히 살아가시나요?

한 번 아는 척을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피투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피범벅의 피투성이를 말하는 게 아니구요, '던져졌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Thrownness[th로운-니스]라고 한대요. 뭐가 던져졌냐구요? 인간이죠.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좀 감이 오시나요?

애초에 아무런 목적(본질)이 없이 태어나졌기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 인간에게는 지켜야 할 의무도, 규범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법과 도덕은 우리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치일 뿐이죠.

인간에게는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역할 역시 없습니다. 학생, 회사원, 정치인, 작가, 자원봉사자, 종교인 등 사회 내에서의 특정 역할들도 결국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쥔 채 나오지는 않습니다.

결국,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는 존재입니다. 나는 만들어진 목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게 좋은 걸까요? 그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설명하면 레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 주에 이어서 다루도록 하죠.

맛만 잠시 보여드리면, 위에서 언급드린 장 폴 사르트르라는 철학자는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라고 얘기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인간의 자유를 찬양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 사르트르는 왜 '자유'라는 좋은 단어에 '선고받았다'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쓴 걸까요.

제 아는 척을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 이번 주에 기록한 책 속 문장들 ✍

📖 "흔히들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는지 알려면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라고 한다."

🤔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행위의 중요성.

📖 "방법을 알아서 꿈을 꾸는 게 아니다."

🤔 무엇을 하든 내가 가진 꿈의 맥락 위에 서있기.

📖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바로 자살이다."

🤔 지금 당장 자살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의견/응원은 늘 저에게 가장 소중합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레터인지는 처음 알았네요. 후원이나, 클릭 가능한 광고 같은거라도 하나 같이 하시는게 어떠하신지?

책한조각은 광고를 달 만큼 사이즈가 크지도 않거니와, 굳이 배너 광고를 달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ㅠ 후원도 생각해봤는데 그건 제가 낯뜨거워서 못하겠더라구요. 하지만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으악 정말 속상하시겠어요ㅠㅠ 오늘은 무거운 주제였지만 저도 동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ㅎㅎ 만나는 사람 한명한명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백업 작업 화이팅입니당!!!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런 응원 받으면 데이터가 전부 날라가도 저는 그저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와우네.... 힘내십쇼 형님... 멘탈잡고.. 오늘같은 날은 기름지고 맛난거 먹어야 함

힘내 브로....

데이터 날린거 넘나 맴찢이네요...힘내세요 ㅠㅠ

모두 감사합니다. 이 기회에 지금까지 올렸던 것들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어서 좋...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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