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타이틀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 강렬한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전쟁'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전쟁을 만나고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 설탕과의 전쟁, 도룡뇽과의 전쟁, 무관심과의 전쟁, 비만과의 전쟁, 기후재난과의 전쟁, 저출산과의 전쟁,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전쟁'이라는 말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는 바람에 이제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을 깃털만큼 가볍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현실의 처참한 전쟁마저 가볍게 치부하는 병폐로 이어집니다.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만 하더라도 곳곳에서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문제와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심정적 동조는 있을 뿐 직접 겪지 않은 문제이다 보니 이내 외면하게 됩니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니까요. 만일 지금처럼 전쟁이라는 단어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고 조금만 더 위중하게 다가왔다면 받아들이는 자세가 지금과는 달랐을 겁니다.
전쟁에서는 일상의 비상식이 상식화됩니다. 폭력, 살인, 강간, 방화, 약탈 등 힘의 논리로 자행되는 수많은 중범죄가 생존이라는 미명 하에 당연시됩니다. 법과 절차와 상식을 무시하고 육체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힘 있는 이들이 무자비하게 투사하더라도 제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종래에는 그들만의 세상으로 재편되면서 보편적인 가치와 목소리는 사라지고 맙니다. 역사와 기록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우리가 외치는 'No War'는 그저 평화만을 바라는 단순한 외침이 아닙니다. 불편부당함 없는 안온한 곳에서 저마다의 공평한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희망이자 소망입니다. 이것이 No War에 담긴 진정성입니다.
우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폐허가 되었던 반세기 전 전쟁의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상식으로 세우자는 노력이자 마음가짐일 겁니다. 그 마음을 책으로 되새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