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움츠릴 때마다 언제쯤 날씨가 풀릴지 하늘을 쳐다보다가, 문득 새봄에 할 일을 생각합니다.
'새봄에는 운동하러 가야지', '친구들도 조금 더 자주 만나야지', '부족했던 공부도 시작해야지', '꽃이 피면 예쁘게 차려입고 꽃맞이 하러 가야지', ……. 해가 바뀔 때마다 세웠던 계획을 재점검하고 조금 더 바삐 움직일 것을 다짐하고 약속해봅니다.
이렇듯 봄은 희망의 계절입니다. 햇살 좋은 날 가만히 있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어서 괜히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고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전에도 때 되면 변함없이 찾아오건만, 봄은 늘 새로운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 그래서 24절기의 첫 번째 날에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써 붙였습니다. 우리의 삶에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과 경사로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소망하는 마음, 봄은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과 더불어 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인생의 봄날'이라는 말처럼 맑고 쾌청한 시절을 꿈꾸어 봅니다.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기를 말입니다.
봄이 아장아장 아이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대략 450km, 제주와 서울의 봄꽃 개화 시기 차이는 보름, 계산해보면 시속 1.25km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의 기운 넘치면서도 바쁜 걸음 속도입니다. 물론 그사이에 비가 촉촉하게 땅을 적시고, 몇 번은 더 추웠다가 풀리기를 반복한 후에는 완연한 봄이 될 겁니다.
투명한 창으로 비친 따사로운 햇살 아래 책을 덮고 누워있는 행복한 나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달콤한 꿈을 꿀 수 있는 봄날이 코앞입니다. 읽어도 좋고 머리로 베거나 얼굴 이불 삼아도 좋을 책과 함께 이 봄을 조금 더 즐기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