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과 [성공한 사람]의 차이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혹시 2019년 위워크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만한 경영사정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면서 상장계획이 틀어지게 된 사건인데요. 특히 이 과정에서 창업자 아담 노이만이 투자자들에게 받은 회삿돈으로 ▲전용제트기를 타고 ▲초호화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자신 소유의 빌딩에 위워크를 입점시켜 개인적으로 돈을 버는 등 방만하게 경영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했죠. 그는 결국 CEO 자리에서 축출됐고,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5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었던 사건이에요. ❓혹시 2015년 테라노스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혈액 한 방울로 250가지의 다양한 질병들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든다고 했던 테라노스라는 회사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한 제보자가 회사 내부 자료를 들고 언론사에 들고나와 테라노스가 만든 키트는 실제로 10개 정도의 질병 밖에는 검사해 내지 못한다고 폭로를 해요.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실리콘밸리에서 진행 중이죠. ❓ 혹시 오지 미디어(Ozy Media)라고 들어보셨나요? 테라노스 위워크를 연상시키는 스타트업 사기극이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회사인데요. 미국 유명 방송국의 아나운서 출신 창업자와, 미국 유명 프로농구 구단 소유주가 투자한 언론사에요. 그런데, 이 회사가 최근 사기혐의로 고소를 당했네요. 그러면서 이 모든 사건들을 연결하여 방만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뉘앙스의 미국 언론 보도와 여론들이 형성되고 있어요.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는 저와 유사한 보도들을 보면서 "이런 방종한 곳들이 있다니! 이건 열심히 하는 다른 기업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나쁜 미꾸라지들이 아닌가!" 라며 속으로 화가 났던 적도 있었는데요. 과연 이런 사기극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오늘의 뉴스 스토리
오지 미디어 사건 "정신질환?" 오지미디어의 CEO 카를로스 왓슨(우) 올해 2월 이었어요.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명한 미디어 회사 오지(OZY)에 대한 4000만 달러 (약 450억원)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었어요.
골드만삭스 내부에서는 이런 평가들이 나왔어요. 그리고 투자계약을 마무리 하기 위해 화상회의로 오지 측과 회의를 하던 중이었어요. 오지 측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전달을 위해 상당 부분 각색된 내용입니다)
골드만삭스 측의 투자담당자 4명은 유튜브 임원이라는 파이퍼 씨의 말을 듣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골드만삭스의 투자담당자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유튜브에 연락을 하죠. 오지미디어 측에서 알렉스 파이퍼 씨의 이메일이라면서 gmail 계정을 줬는데, 거기로 메일을 보내지 않고, 인터넷에서 알렉스 파이퍼 씨의 비서 이메일을 찾아서 직접 편지를 썼어요.
그런데, 이 메일에 대한 알렉스 파이퍼 씨의 응답은 이랬어요.
알렉스 파이퍼 씨는 오지 미디어는 물론 골드만삭스와 위와 같은 통화를 절대로 한 적이 없다며 황당해 했어요. 유튜브 측은 골드만삭스에 이렇게 이야기하죠.
'APPULSA!' 😳 골드만삭스의 투자담당자 4명은 오지미디어를 추궁했어요.
오지미디어의 CEO인 카를로스 왓슨은 이렇게 해명을 해요.
이미지를 클릭하여 골드만삭스 투자자 입장에서 했을 법한 이야기를 댓글로 들려주세요! 위 사건의 전말은 골드만삭스의 투자자들이 뉴욕타임즈에 제보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났어요. (기사) 이후 오지미디어의 CEO 카를로스 왓슨은 거짓말을 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회사 문을 닫겠다고 선언하죠. 그런데, 직원들이 "왜 우리 한테는 상의도 안하고 회사 문을 닫냐"라며 여기에 또 반발하면서 사태가 커지자 이를 다시 철회했어요. 현재 오지 미디어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과정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 절차도 쉬울 것 같지는 않아요. 많은 해외 미디어들이 오지 미디어 사태를 보고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들에게 성공할 때까지 사기를 치라고 Fake it until Make it 가르친다. 그 문화가 만든 적폐의 한 갈래가 오지 미디어다. 테라노스를 봐라. 위워크를 봐라. 다 똑같은 곳들이다." 투자를 놓친 어떤 교수님 이야기 "여보, 당신이 투자하지 마세요" (미라클레터의 의견) 저는 실리콘밸리, 그리고 미국 전역의 스타트업 문화에 "Fake it Until Make it" 이라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여러분들에게 그런 사례들을 강조하는 것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려 볼게요. 아담 그랜트 교수(우) 부부 2009년의 어느 날이었어요. 미국의 명문대학교인 펜실배니아 대학의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 교수인 아담 그랜트 씨는 교정을 거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학생 3명이 그를 보더니 달려 왔어요.
아담 그랜트 교수는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푸념처럼 자신의 아내에게 말했다고 해요.
(가수 이무진 님의 "교수님 죄송합니다"라는 노래가 자꾸 더오르네요) 모르긴 해도 그랜트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다고 느꼈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결국 그랜트 교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죠.
그랜트 교수가 투자를 거절한 이 학생들은 결국 회사를 만들어요. 그리고 그 이름은 '와비 파커' 라고 정하죠. 와비 파커. 개인화된 안경을 판매하는 회사에요.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됐고요. 2021년 상반기 매출은 2억 7050만 달러를 기록했고요. 아직 이익을 내지는 못하는 상태이지만,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태죠.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가 지금은 급격히 올라온 상태에요. 아담 그랜트 교수가 "얘들 사기꾼 아냐?" 라며 투자를 하지 않은 이 회사는 지금 기업가치 54억 달러 (약 6조 원)의 회사가 됐어요. 그리고,,,, 그랜트 교수 집안의 투자결정은 모두 그의 아내가 담당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영상) Fake it until Make it? 가상현실 창작자의 이야기 게리 요스트 씨 저는 최근 실리콘밸리를 조금 벗어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가상현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게리 요스트 (Gary Yost) 라는 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담당했던 의사와 환자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이를 가상현실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에미(Emmy) 상 후보에 까지 오르는 작품을 만든 인물인데요. 1980년대부터 실리콘밸리에서 3차원 그래픽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매각하기도 했던 분이에요. 그래서 비교적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험이 있으신 분이죠. 이 분에게 여쭤봤어요.
이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선택을 해야 할 차례라는 거에요. 아래 1종 오류와 2종 오류 사이에서 뭐가 더 큰지 말이에요. #1. 1종 오류 = 건강한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아 돈을 못 벌 오류 (와비파커) #2. 2종 오류 = 사기를 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돈을 잃는 오류 (오지미디어) 요스트 씨는 말을 이어갔어요.
그는 또 말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성공하면 [역사]가 되고, 실패하면 [사기]로 규정되는 문화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축구선수 메시나 호나우도가 공을 멀리 뻥! 차 놓고 열심히 달려간다고 해서 모두 다 골을 넣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공이 앞으로 뻥! 차여져 있는 상태라면 골을 넣기 위해 달려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반칙이 있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 반칙을 잘 가려내는 심판도 필요할 거에요. 또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닌 상대 편 선수가 그 공을 잘 넣으면 화가 나고 욕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어느 상황에서도 욕해선 안되는 것이, 골을 넣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가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피땀이라고 생각해요. (번외편!) 지난편 연속 "당신이 하우겐이었다면?" 지난 10월 5일 드린 미라클레터 "페이스북 사태가 커질 것 같아요" 를 읽어보셨나요?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없애기 위해 페이스북에 입사한 하우겐 씨가 회사에 실망하는 과정을 말씀드렸었는데요. 잠시 다시 소개해 볼게요. =========================== (음모론을 없애겠다는 일념으로 페이스북에 입사한) 그녀는 악의적인 음모론을 만들어 내는 커뮤니티를 포착하여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팀장을 맡았어요. 그런데, 그녀의 보스는 그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어요. (보스) "3개월 줄게 한번 해 봐" (하우겐) "헐. 너무 짧아요. 그 기간엔 어려워요." (보스) "페이스북에는 훨씬 작은 자원으로도 더 빨리 일을 해 내는 사람들이 많아." (하우겐) "......" ============================== 미라클레터는 "당신이 하우겐이었다면 어떻게 말하셨을 것 같아요?" 라는 질문을 드렸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여기에 대답을 해 주셨는데요. 아래에 응답해 주신 분들의 의견을 전부 소개 드립니다.
오늘은 오지 미디어 사건 때문에 나오고 있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들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보내드렸어요. [냉소]적 뉴스를 보도하여 드리는 것도 필요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언론인에게 주어진 강력한 사명 중 하나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린 일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늘 너무나 쉬운 일인 것 같아요.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냉소를 날릴 때 [희망]을 보도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미국의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링크) 냉소적 뉴스를 많이 읽으면서 냉소적인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희망적 뉴스를 많이 읽으면서 희망에 가득찬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스타트업들의 방만한 경영사례를 보고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Fake it until Make it 이라는 이름으로 사기를 칠 거라는 짐작과 냉소를 날리진 말아주세요.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에 따르면 그런 냉소 속에서는 현실을 이길 수 있는 아무런 힘이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냉소적 뉴스를 무덤덤하게 지나치며 친절하게 열심히 일한다면 좋은 일이 있을 거에요. 정말로요!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