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는 마늘이 집사 선영이에요. 😚 지난달 뉴스레터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거법을 다뤘습니다. 그 선거법은 결국 2023년 8월 24일,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그 어떤 위헌성도 해소하지 못한 채 소폭 개정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 <월간국감> 지난 호 보기

국회가 국정을 감시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감시하지!

우리는 월.간.국.감.

열여섯 번째 뉴스레터는 이렇게 구성되었다오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선거제 논의의 방향키를 가진 두 정당의 원내대표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누구냐 너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선거제 퇴행을 막기 위한 원칙 3가지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 선거제 논의의 방향키를 가진 두 정당의 원내대표

4년 기간제 노동자인 국회의원. 신입직이든 경력직이든 그들은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통해 채용이 결정됩니다.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회사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지원자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거제도는 그동안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거로 심판받아야 할 국회의원이 직접 그 제도를 마련해 왔거든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게 선거제 합의를 이루겠다며 ‘2+2 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 두 정당에서 각각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민)과 이양수 의원(국), 그리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두 간사인 김영배 의원(민)과 김상훈 의원(국)이 참여하고 있죠. 그런데 마늘이와 저는 다른 인물에 주목해 보려합니다 👀

그동안 선거제 논의의 흐름을 보면 ‘2+2 협의체’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보다, 국회의장보다 더 강한 결정 권한을 가진 인물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원내대표들입니다 👑 정당의 당헌, 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을 가지며, 원내 업무를 통할한다는 점에서 큰 권한을 가집니다. 각 정당은 주기적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현안을 검토하고 전략을 짜는 자리를 가지는데 이 회의를 주재하는 인물도 원내대표입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기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오전 10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되어 세세한 발언을 알기는 어렵지만, 끝나고 진행된 백브리핑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는데요 🗯️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수는 유지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반대하는데 수도권, 중부, 남부(영호남 통합)로 세 권역을 나누는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좋다는 의견 많았어”
•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수는 줄이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기본 입장 유지할게”

그런데 약 2주가 지난 지금, 국회 안에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9월 21일에 예정된 본회의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합의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 소식을 듣고 바로 비판했고요. 듣도 보도 못한 이 기이한 선거제에 대한 우려는 왜 자꾸 커지기만 할까요? 🧨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누구냐 너

결론부터 말하자면,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거대양당에 의석수를 몰아줄 수 있는 선거제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월간국감에서 배웠던 선거제 개념을 다시 꺼내와 살펴보죠.

• 병립형 비례대표제 정당별로 지역구에서 몇 석을 얻었는지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함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조합은 전국적 지지를 얻는 거대양당에 굉장히 유리한 제도입니다. 1등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 따르는 지역구 의석 253개는 더불어민주당 아니면 국민의힘이 대부분 가져가는데,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에 정당 득표만큼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300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만큼 나눠놓고, 각 정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을 반영(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결정하라고 주장해 왔던 겁니다.

• 권역별 비례대표제 전국을 하나로 보지 않고 권역별로 쪼갠 뒤,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함

여기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더하면 그야말로 최악 중에 최악이 됩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수도권, 중부, 남부(영호남 통합)로 세 등분하는 건데요. 인구비례와 상관 없이 단순하게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3개 권역으로 나누면 한 권역당 비례대표 의석이 약 15~16석이 됩니다.

중부권 의석수가 15석이라 했을 때, 최소 약 4.7% 이상 득표해야 안정적으로 1석을 얻을 수 있죠. 이 수치는 최소 3% 이상 정당득표를 얻으면 1석을 배분한다는 법의 실제 기준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퇴행에 더해 권역별 비례대표제까지 접목하자니. 그야말로 거대양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에는 단 한 석의 비례 의원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꼴과 다름이 없습니다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을 또 창당하면 어떡하느냐고요? 몇 번이고 말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못된 제도인 것은 아닙니다. 선거제 개혁 취지를 알면서도 당장의 의석 하나라도 더 얻겠다며 편법을 쓰겠다고 나서는 그 정당이 문제입니다.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 선거제 퇴행을 막기 위한 원칙 3가지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는 극 중 자신의 이름 뜻이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고 해서 오대수’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국회가 하는 꼴이 딱 그렇습니다. 당장 다음 선거만 대충 수습하며 살아갑니다 💦

하지만, 선거가 올 때마다 매번 선거제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합의를 위한 국회의 진통은 너무나 크고, 매번 새로운 선거제를 우리가 모두 이해하고 적응하기엔 어려울 테니까요. 제대로 선거제를 만들 수 있었던 기회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특히 마늘이와 저는 2023년에 일어난 헌정 사상 최초인 두 가지 사건을 잊을 수가 없어요 💥 첫째는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정당의 규모와 상관 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선거제를 두고 토론했던 것, 둘째는 지역과 연령과 성별을 고루 분배하여 구성된 국민 500명이 참여한 숙의형 공론조사를 진행했던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공론조사 참여자 469명 중 58%가 비례대표 선거구를 권역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전국단위를 유지하는 편이 좋다고 응답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 ·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과반수인 52%에 이르렀고요.

그런데도 또 다시 선거제 논의는 전원위원회에서 제기된 고민도, 국민 공론조사의 결과도 무시한 채 거대양당의 손에서 놀아나게 생겼습니다 🤲 이쯤되면 저는 두 정당이 1석이라도 챙기려고 원칙 없이 선거제를 바꾸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니 더 이상 정치판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도대체가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라’는 선거제 개혁의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냔 말이에요 💢

그래서 오늘은 선거제 논의에 퇴행에 퇴행을 더하고 있는 거대양당에게 세 마디만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는 절대 안 돼!
•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마찬가지야, 선거구는 전국 단위로 유지해!
• 이럴 거면 국민 공론조사 왜 했어, 공론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선거제 개혁해!
  

📖 최근에 저는 <법 짓는 마음>(저자 이보라)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의제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을 때, 생뚱맞은 의제로 질의하는 의원을 향하는 싸한 시선. 법 하나 제정하기 위해 당사자를 만나려고 세차게 굴렸던 다리.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판례 하나하나 뜯어봤던 수많은 새벽들. 10년 동안 다양한 법을 만들고 만들지 못했던 한 보좌관의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이번 추석 연휴 때 친구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21대 국회는 마지막 정기회를 시작했습니다. 100일 동안 대정부질의를 마무리하자마자 국정감사를, 국정감사를 마무리하자마자 예산안 심사를 해야 하죠. 또다시 국회 담장을 넘나드는 큰 소리들이 예상됩니다. 그래도 추석 연휴 때는 근심과 걱정 모두 버리고 평안하게 보내셔요! 🌝

🧄 마늘이와 친구들

 - 친구의 생각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