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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활기가 더해진 꽃집의 낭만적 풍경, 하늘 위로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과 분주히 놀러 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엿보이는 봄의 흔적들.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를 둘러싼 공기에 부드러운 지각 변동을 일으켜 보는 것. 


저마다의 시그니처 향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계절의 바뀜에 따라 변하는 분위기와 옷차림에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 병의 보틀에는 제작자가 특정 계절에서 느낀 추억과 경험이 집약되어 있죠.

브랜드 바이레도, 끌로에, 그리고 미우미우까지. 낭만주의 향기 제작자들이 뿌려놓은 봄의 조각들. 그렇게 흩어진 봄 내음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취향에 맞는 봄꽃(Floral fragrance) 향을 찾아서 분위기 전환을 꾀해보길.

FLORAL fragrance

겨울에 뿌리던 무거운 향은 넣어두고, 이제는 올봄을 더욱 산뜻하게 보내게 해줄 플로럴(floral)향수에 주목할 때. 플로럴 계열의 향수라 하면 많은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텐데요. 그만큼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향이에요. 베이스 향료로 애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계열의 향료로는 장미, 재스민, 라일락, 카네이션, 바이올렛, 히아신스, 네롤리, 일랑일랑 등이 있죠.


플로럴 향은 크게 ‘싱글 플로럴(single floral)’, ‘플로럴 부케(floral bouquet)’로 나뉘는데요. 싱글 플로럴은 한 종류의 꽃 향만을 표현한 계열입니다. 꽃의 여왕인 장미, 행운의 꽃인 뮈게, 감미로운 재스민 등 한 가지 꽃을 주인공 삼고 향을 배합하죠. 반대로 플로럴 부케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마치 부케를 든 것처럼 여러 가지 꽃 향을 배합해 만듭니다. 보다 풍성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

1. BYREDO Mojave Ghost EDP

이제야 허영 없는 모습으로 걸어든다

어둠이 익숙했던 그 시절

어스름한 물안개 속으로

2006년, 속칭 ‘노잼’이던 향수 업계. 이때 등장한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Byredo)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죠. 바이레도는 ‘향기에 의한’이라는 뜻인 ‘바이 레도런스(By Redolence)’의 줄임말.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고급 향수 브랜드입니다. 향기를 맡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추억, 기억들을 표현하고자 해요. 창립자 벤 고햄(Ben Gorham)이 세계적인 조향사 올리비아 지아코베티, 제롬 에피넷과 함께 기술과 품질에 명확한 초점을 두고 독특한 향을 창조해요.


바이레도는 ‘명확성’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로 유명합니다. 여기서 명확성이란 향을 맡았을 때 어떤 향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 이를 위해 최소한의 고급 천연재료만을 활용합니다.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여 일관성을 망치기보다는 본연의 향을 최대한으로 표현하겠다는 건데요. 외관 디자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원통 모양의 투명한 유리병과 검은색 반구 모양의 뚜껑이 전부인 심플 담백한 디자인이지만, ‘향수병보다는 내용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면서 강렬한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듯 직관적이죠.

현재의 바이레도는 향수 브랜드를 넘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바이레도는 2020 SS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첫 어패럴 라인 ‘바이 프로덕트(Byeproduct)’를 선보였습니다. 바이프로덕트는 2000년대 초 활약하던 NBA 스타에서 영감을 받은 오버사이즈 핏의 컬렉션으로, 40년대 뉴욕의 갱스터, 80년대 월스트리트 브로커의 스타일이 담겨 있는 바이레도의 첫 패션 라인입니다. 


시그니처는 이 클래식한 하이탑 스니커즈. 과거 농구 선수였던 벤 고햄이 100년 전 출시됐던 최초의 판매용 용구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아이템이죠. 이뿐만 아니라 오프 화이트(Offwhite)와의 콜라보, 안경 브랜드 올리버 피플스(Oliver Peoples),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Ikea)와의 콜라보 등 다양한 회사들과 협업하고 있으니 바이레도의 팬이시라면 끊임없는 그들의 새로운 시도를 지켜보는 재미를 누려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모하비 사막의 건조하고 황량함을 이겨내고 피어난 고스트 플라워(Ghost Flower). 바이레도는 이 낭만적인 단어에서 매혹적인 생존과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적막함 외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거친 황야에서 피어난 정신적 아름다움. 아주 깊고 촉촉한 꽃과 우드 계열의 짙은 느낌이 어우러져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자메이칸 네스베리의 신선한 향에 바이올렛, 샌달우드를 더한 깔끔한 마무리. 청초한 플라워 원료에 톡 쏘는 시더우드가 무게를 잡아줘 적당한 보디감을 자랑해요.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기호에 따라 부릴 수 있는 중성적인 향.

2. CHLOE Roses De Chloe EDT

봄의 정원 초입부터

실크처럼 나부끼는 핑크빛 장미들

밀려드는 꽃향기는 더욱더 선명해지며

파리의 자유분방한 보헤미안과 페미닌한 감성을 상징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끌로에(Chloe)'. 이집트 태생의 파리지엥 가방 아기옹(Gaby Aghion)에 의해 1952년에 창립되었어요. 끌로에의 우아하고 섬세한 이미지와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향수’라인 또한 인기가 많은데요.


끌로에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는 싱그러운 장미 향을 표현하는 ‘세 자매’. 시그니처 ‘끌로에 오드 퍼퓸(Chloe Eau de Parfum)’, ‘로즈 드 끌로에(Roses de Chloe)’와 ‘로 드 끌로에(Leau de Chloe)’입니다. 그중 로즈 드 끌로에는 로즈 세계를 더욱 슬기롭게 탐험하기 위해 제작된, 가장 풍성한 장미 향을 지니고 있는 향이에요. 클래식한 로즈 향을 투명하고 따뜻한, 그리고 명쾌하면서도 매혹적인 향으로 재해석하였어요.


끌로에의 블라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상징적인 시그니처 바틀과 볼이 발그스레 상기된 듯한 사랑스러운 핑크 리본은 정성스럽게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장미의 어여쁨을 뽐내고 있습니다. 은은한 머스크 향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

싱그럽고 그린한 느낌이 먼저 문을 열고 뒤이어 꽃봉오리를 천천히 틔우는 장미 향이 기분 좋게 코끝을 스칩니다. 푸르른 잎사귀와 핑크빛 신선한 장미가 어우러진 꽃 한 다발을 손에 쥐고 있는 느낌. 장미가 주인공이지만 싱그러움을 머금고 있어 달콤하지만 또한 청량하기도.사랑스러운 장미와 파우더리한 머스크가 부드럽게 어우러질 때면, 괜히 장미 한 송이 사서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집니다.


향이 단순하다, 선형적이다라고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질리지 않고 오래 가볍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엔 더욱더.

3. MIUMIU MiuMiu EDP

미처 겪지 못한 이에겐 

기적이란 이름으로 기억될 이야기

설설히 피어난 얼굴 위로

새하얀 꽃비가 내리는 순간

향수는 패션 브랜드에 요긴하게 쓰입니다. 브랜드를 표현하는 매개체로 사용되곤 하죠. 가령 영화배우 마를린 먼로는 ‘잠옷 대신 샤넬 No.5를 입고 잔다’는 말을 한바 있는데요. 덕분에 샤넬은 그들의 우아하고 섹시한 무드를 대중에게 강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패션 사업인 만큼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기에 ‘향수’가 적절한 아이템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의 브랜드 미우미우’ 역시 2014년 10월, 향수 전문 기업 코티(Coty Inc.)와 미우미우 향수 라인 개발을 위한 배타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바 있는데요. 지금 소개해 드리는 향수는 미우미우가 출시한 첫 번째 공식 향수입니다. 브랜드 미우미우의 상징인 ‘마틀라쎄’ 백을 닮은 패키징부터 흙냄새를 베이스로 백합, 장미, 재스민, 그리고 초록 새싹을 더한 향취로 미우미우 특유의 세련미를 표현했어요. 브랜드 특유의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이 가득한 담겨 있죠.

청명하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새하얀 구름을 소중히 주워 담아 공병 안에 옮겨 놓은 듯. 뽀얗게 물들던 공병 안에는 이내 백합 꽃잎 하나가 사뿐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레몬과 베르가못을 더해 경쾌하면서도 산뜻하기도. 순백의 백합 아름다움 속에 기품있게 고개를 드는 화이트 머스크. 주변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강인함이란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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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허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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