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는 글, 읽을 수 없는 글

읽을 수 있는 글, 읽을 수 없는 글

Readability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57), 2022.9.7,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웹에서 보기 Web link

키워드: 쉬운 글, 어려운 글, 글쓰기, 칼럼, 독해

1.머리말

2.‘쉬운’ 글이란 무엇인가?

3.왜 읽을 수 없는가, 왜 읽지 못하는가?

4.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글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사흘’ ‘금일’ 뜻이 중요한 것이 아니예요. 재미난 글을 모험하듯 읽읍시다”

지난 6월 ‘리터러시’에 대한 편지에서 저는 이렇게 권했습니다.(💌링크) 어려운 단어 뜻을 아는 것보다도,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홀가분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부담을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글들을 찾아 ‘모험’하다보면 저절로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꽤 들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를 쓰면서 마음 한 구석에는 계속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고민입니다.

“만약 즐겁게 읽고 싶어서 책을 펴들었는데, 너무 읽기 어려운 글들만 한가득이라면 어떡하지?”1)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고 즐거운 일이었구나!’라고 생각한 독자가 신나서 도시락을 챙겨서 소풍을 나갔는데, 불똥 튀는 어려운 책들만 가득하다면 곧 주눅이 들어서 영영 밖에 나갈 생각 따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fig.1> 신나서 소풍을 나온 마리오씨가 불 돌돌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소풍이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 같습니다.(왼쪽) 이런저런 글을 읽다보면 가끔 나는 무슨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참 쉽죠?'라는 표정으로 시침떼고 말하는 글들이 아주 많습니다. 전문서적이 아니라 칼럼, 대중서인데도요.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쓰고 읽는 것은 공을 주고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 만의 문제가 아닌 두 사람의 일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데 받는 사람이 뒤돌아서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하고 있으면 안되고, 반대로 투수는 초보를 향해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져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초보를 향해서도 강속구2)를 마구 던지는 글들이 많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못 받으면 받지 못한 사람의 책임일 뿐이죠. - 그것이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 리터러시라는 말이 거론되어 온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어려운 글을 잘 읽지 못합니다.

그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칼럼이나 입문서 등 대중을 상대로 한 글에도 주눅드는 표현들이 잔뜩이라 골머리를 자주 붙잡곤 했습니다. 이럴 때면 “역시 나는 멍청해”라고 슬퍼하다가도, 그나마 직업적으로 다양한 글을 계속 읽어야하는 사람마저 읽기 버거운 글이 많다면 과연 이런 글들은 ‘누가’ 술술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내 탓일까요? ‘쉬운’ 글과 ‘어려운’ 글이란 무엇일까요? 못 읽는 글들이 잔뜩 있는 사회는 그대로도 괜찮은 걸까요?

이런 물음에 대해 해찰해보기 위해 이런저런 책들을 지팡이 삼아 보았습니다.

1)눈치 채셨던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 레터에서 전체적인 흐름에 벗어나는 좀 엉뚱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정보 제공자의 책임'을 다룬 부분(2챕터 하단)이었는데요. 저는 그 당시에도 리터러시를 단지 '독자'의 문제로만 두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짧게 '필자(언론)의 책임'을 끼워넣었습니다. 정확한 정보의 '수용(독자-리터러시)'이 소통에 있어 중요하다면, 당연히 신뢰할만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필자/정보제공자)'할 책임도 큰 것입니다. 오늘은 이중 후자(신뢰성Credibility 말고 가독성Readability 쪽)에 초점을 맞추어보려고 합니다.

2)속도만 문제가 아니라, 심지어 방향조차 안보고 던지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2.‘쉬운 글’이란 무엇인가?】

‘쉬운 글’에 앞서 일단 ‘어려운 글이란 무엇일까’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어려운 글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저는 매주 편지를 쓸 때마다 ‘어려워!’라는 반응이 제일 겁납니다. 간혹 그런 반응을 주위에서 들을 때마다 ‘어려운 글이란 무엇인가’ 많이 궁리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결국 어렵다는 건 단어가 어렵다든지 등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단 ‘나랑 무슨 상관인지 도통 모르겠다’ ‘나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가 핵심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아무리 내게 낯설다 해도,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내용엔 욕심이 납니다. 예를 들어 ‘하이프 머신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라든지 이름만 들어도 왠지 대가같은 외국인 저자를 거론하면 잠이 올 뿐이지만, ‘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더 나은 소통을 하지 못할까?’라고 하면 관심이 반짝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나와 ‘상관’이 있는 이야기라면 알쏭달쏭하더라도 ‘뭔 말 하는지나 들어보자’는 마음가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역으로 나와 ‘상관’이 없으면 어떤 글이든 왜 내가 읽는 수고를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어 ‘나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는’ 글도 글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을 떨어뜨려 놓습니다. 만약 누군가 연구자님께 예쁜 봉투에 담긴 연애편지를 보냈는데, 열어보니 기획재정부 예산안 보도자료같은 문체로 적혀있으면 화가 날 것입니다.

결국 이처럼 많은 경우 ‘글이 어렵다’는 것은 필자가 TPO(Time시간· Place장소·Occasion상황)를 고려한 ‘다리 놓기’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즉,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요.

일본 철학자 노야 시게키가 쓴 <어른을 위한 국어수업>(개정판)의 원제는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입니다. 제목처럼 그는 책의 서두부터 선언합니다. 좋은 글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글이라는 거죠.

얼핏 듣기엔 하나 마나 당연한 얘기 같습니다만, 그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글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습니다. 그는 고등학생에게 밥 짓는 법을 가르치는 글을 예로 듭니다.

쌀을 반합 속뚜껑에 평미레질해서 담으면 두 홉, 겉뚜껑에 평미레질해 담으면 세홉이다. 그런 다음 쌀과 같은 양의 물을 부어 30분정도 그대로 둔다[...]'처음에 부글부글 끓이다가 중간에 불을 낮춘다'고 하는데, 이게 핵심이다.

-노야 시게키, <어른을 위한 국어수업>(이하 동일)

연구자님은 이 인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평생 햇반 데워먹기 말곤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안내문을 주면 깜짝 놀라고 당황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만약 글의 목표가 “고등학생이 스스로 밥을 해먹게 하자!”라면 이런 글은 오히려 역효과인 것입니다.

밥 짓는 것으로 설명해서 그렇지 우리 주변엔 이런 글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런 글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평미레질’ ‘홉’의 뜻을 모르는 독자가 나쁘다고 되레 꾸짖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fig.2> <어른을 위한 국어수업>의 저자 노야 시게키 릿쇼대학 철학과 교수는 중학 교과서를 집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학 철학 등을 대중의 눈높이로 풀어 설명하는 책들을 많이 집필해왔습니다.(왼쪽) 만화책은 아닙니다만, 이 책엔 네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와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Wedge / 메멘토 출판사

‘밥 짓기 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이어가 봅니다.

대부분의 글은 사실 독자가 읽을 마음이 들게 하는 것부터가 가장 큰 일입니다.(‘읽어!’라고 억지로 앉혀놓거나 ‘이거 모르면 너 뒤쳐진다!’ 등 권위로 겁주지 이상은요) 만약 제가 이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면 가장 먼저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밥을 해먹어야 한다”라는 전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부터 생각했을 것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전제가 옳다면, 학생들이 밥 해먹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떠올려보는 게 다음 순서겠죠. 독자가 굳이 아까운 나의 시간과 관심을 글쓴이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에게 잘 보여서 용돈을 탈 확률이 올라간다(!)” 등입니다. 그 위에 그들이 편하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로 밥 짓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손가락 두마디 높이의 물”) 　

이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건 꼭 단어를 평이하게 풀어쓰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또한 노야 시게키는 11년간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쉬운 설명으로 정평이 나있는 아나운서 이케가미 아키라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합니다.

그가 잔재주를 부린 것이 아니다. 오직 어린이처럼 생각하려고 했을 뿐이다. ‘상대방의 자리에서 생각한다’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내 말에 힘을 실으려면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라는데 좀처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이해시키고 싶다’하고 절실해봐야 한다.

노야 시게키 역시 과거 중학생용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요. 이 책 역시 어찌보면 교과서를 쓰는 과정에서, 어떻게해서든 상대를 이해시키고 싶다!라고 골똘히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 때문인지 이 책은 ‘글쓰기 교과서’같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요. 저는 ‘집필 스킬’ 차원에서 주목하며 이 책을 읽어내려가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비결을 짚어보았습니다.

첫째, 챕터마다 반드시 이 내용을 왜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짚고 있다.

둘째, 예문이나 인용구 역시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다.

노야 시게키는 이 책에 실을 한줄의 예문을 떠올리는데 꼬박 한시간을 쏟기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고백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에선 인용문 그 자체로 지적 만족감을 주는 참신한 글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인용입니다.

“최근 젊은이들이 '열받는다'는 말을 많이 쓴다. 누가 자기 자랑만 늘어놓아 열받는다. 친구가 냉정해서 열받는다[...]화를 내는 것은 상대를 향하며 상대와 대립한다는 뜻이다. 한편 '열받는다'는 말은 원래 '화가 나거나 흥분해 몸이 달아오른다'는 뜻이다. 곧 '열받는다'는 말은 자기 자신의 생리적 감각이지, 상대를 향한 태도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립을 무엇보다도 꺼리는 친절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화를 내는 식으로 외부에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을 자기 내부에 담아둔다. 이렇게 가슴이 메는 불쾌감이 '열받는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다.”

저는 이 예문을 읽다가 너무 좋아서 순간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에 벗어나 한참 해찰하고 말았는데요. 단지 독자는 책에서 ‘지식’을 얻는 게 목적일 뿐인데 이처럼 흥미로운 예문에 대해 궁리한다는 것은 영 쓸모 없는 짓에 불과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 남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떻게든 나의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고민합니다. 만약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쓴다고 한다면 예쁘게 말린 꽃도 오려 붙이고, 색색깔 펜으로 못 그리는 그림도 그려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은 상대에게도 전달이 됩니다. 이 때문에 노야 시게키는 상대를 생각하는 글쓰기를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한편 저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신영복의 ‘청구회 추억’이라는 에세이가 떠올랐습니다.

신영복 선생은 1966년 서오릉에 소풍을 갔다가 놀러온 어린이들을 만납니다. 이 어린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그는 사려깊게 어떤 질문으로 말을 건넬지 한참 고민합니다. 듣는 사람을 얕잡아보거나 바보 취급하지 않고(“얘 너 이름이 뭐니?”), 어린이들이 동등한 대화 주체로서 대답을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질문을 건네기 위해섭니다. 결국 그는 고민끝에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라고 묻습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기쁘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 만남은 몇 년이나 계속됩니다.

이런 종류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독자를 바보 취급, 혹은 없는 취급하는 말걸기와는 정반대인 것입니다.

ⓒ돌베개, <청구회 추억> 표지 일러스트

【3.왜 읽을 수 없는가, 왜 읽지 못하는가?】

“단일 토지세론보다 현대 사회에 더 묵직한 한방을 날리는 것은 그(헨리 조지)의 정치경제학 밑바탕에 흐르는 자연정의론적 세계관이다. 그가 정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경제학에 있는 자유방임론적 요소를 상당부분 포기했을 것이다.”

“슈미트주의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예 보편성과 일관성 자체를 포기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른바 '원칙이성Grundsatzvernunft'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다...”

위의 인용은 어느 전공서적에서 발췌한 글이 아닙니다. 신문에 실린 글들의 일부입니다.

연구자님은 신문기사를 종종 읽으시나요? 저는 입사 전엔 특히 신문을 많이 읽었습니다. 몇 개의 신문에서 흥미로운 칼럼, 글을 오려내서 모아두고 읽곤 했습니다.

하지만 간혹 펜을 꺼내어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지 않으면 독해가 어려운 글들이 있었습니다. 신문을 잘 읽기 위해 시사상식 책을 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순서가 거꾸로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문이 만약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대중매체’라면 신문을 보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신문을 보며 새로운 걸 즐겁게 배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비원의 <왜 읽을 수 없는가>는 제목이 곧 내용을 압축한 외침입니다. 모두가 마음 속으로는 품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물음이기도 합니다. 통상 글이 어려운 건 읽지 못하는 독자 탓으로 치부되어 왔기 때문이죠(“왜 읽지 못하는가!”). “왜 읽을 수 없는가(왜 읽을 수 없는 글을 쓰는가!)”는 분명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방향의 질문입니다.

저자는 “왜 읽을 수 없는가!”라고 외칩니다. 그는 10년 넘게 매일 신문을 읽으며 하루에도 몇편씩 칼럼, 서평 등을 스크랩해왔는데 그 중 ‘읽을 수 없는 글’들이 너무도 많았다고 말합니다.

어려운 용어와 표현에 더하여 마법사가 드래곤을 부리듯이 듣도 보도 못한 학자들을 소환하는 이런 칼럼을 쓰는 사람은 비단 전문적인 연구자뿐만이 아니다[…]마치 서로 짠듯한 형식의 글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칼럼이나 기사가 말하려는 바에 공감하다가도 읽을 사람보다 읽지 않는 사람, 읽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어두워진다.

-지비원, <왜 읽을 수 없는가>

이 책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은 ‘언어 내 번역(로만 야콥슨)’입니다. 한국어도 한국어 번역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알쏭달쏭할 수 있는데, 요는 있는 말을 다른 모양으로 말해보는 것도 엄연한 번역이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아이스크림을 하드라고 하거나, 정치를 밥 그릇에 비유하는 등의 ‘다시 쓰기’가 모두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죠. 이리저리 이야기를 굴려보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더 많은 이해의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 아마네는 아래처럼 ‘연역’을 글자 풀이, 비유 등을 통해 다르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역演繹이란 글자의 뜻을 보면 ‘연’은 늘리다, ‘역’은 실뭉치에서 실을 뽑아내다라는 뜻으로, 무언가 겹치는 부분이 있어 거기서 뽑아낸 것이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미침을 말한다. 이를 고양이가 쥐를 먹을 때에 비유해보자. 고양이가 쥐를 먹을 때는 먼저 가장 중요한 머리부터 시작하여 차츰 몸통, 네 발, 꼬리에 이른다…”

-야마모토 다카미쓰, <「백학연환」을 읽다>(위의 책에서 재인용)

처음 연역이란 글자를 봤을 땐 알쏭달쏭했지만, 이처럼 단어 뜻을 풀이해주고 비유도 해주니 훨씬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이런 ‘다르게 말하기’는 저자가 자신이 말하려는 내용을 뼛속까지 파악해 자유자재로 굴려낼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과거 헤이뉴스(JTBC)의 <1분 보카>(링크)가 떠올랐습니다. 1분 안에 기자가 직접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주는 코너인데요. 맘 놓고 있던 기자들에게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궁금한 것을 마구 물어봅니다.(“탄소중립이 뭐예요?” “트래블 버블이 뭐예요?”) 그러면 당황한 기자들은 구체적 대상을 향해, 그것도 1분 안에 복잡한 개념을 입말로 설명해내야 했습니다.

<fig.3> 다양한 개념을 1분 안에 갑자기 설명해야 한다는 컨셉의 헤이뉴스 '1분 보카'. 간혹 버벅임도 있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예시를 통해 설명하기 때문에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꼭 단어나 표현이 평이하다의 차원이 아니라, 이 역시 적극적으로 '다르게 말하기'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헤이뉴스 화면 갈무리

이런 상황에선 느긋하게 보도자료라든지 위키피디아 설명을 고를 여유가 없습니다. 순전히 내 머릿 속에서 나의 말로 완벽하게 소화해낸 개념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보통 이런 설명이 독자에게도 훨씬 와닿습니다. 쓰는 사람이 완전히 이해해서 ‘다시 쓰기’가 안 된다면 이런 설명은 불가능합니다.

개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단어로 독자를 겁주지 않습니다. 저자는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교수 오사와 마사치가 쓴 사회학 입문서 <사회학사>의 아래와 같은 대목들을 예로 듭니다.

아래와 같은 대목을 읽다보면, 분명 ‘우유’라곤 맛있는 밀크 밖에 몰랐던 상태에서도 ‘오호, 꽤 재미난 얘기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더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일단 저자 스스로 자기가 하려는 것이 어려운 얘기라는 걸 짚어주고 있으므로 주눅들어 쫓겨나는 대신, 마음놓고 모른 채로 더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감각을 사회학에서는 ‘우유성contigency’이라는 중요한 용어로 부릅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용어지만 어려운 말이지요. 일상 용어로는 전혀 쓸 수 없는 말이니까요.”

“예전에는 어려운 말로 이를 ‘잔기’라고 번역했지만 이러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비논리적인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오사와 마사치, <사회학사>(위의 책에서 재인용)

이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글쓰기를 바라보며 독자의 공부하고 싶은 의지만큼이나, 친절하게 손을 붙잡아 끌어주는 저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해답’ 대신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이제까지 없었던 한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습니다.

【4.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글】

이상 저자들은 독자에게 친절하게 말거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해 그의 입장에서 ‘다르게 써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꼭 평이하게 읽히는, 그냥저냥 ‘쉽고 땡인 글’을 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설령 어렵더라도 읽히는 글, 읽고 싶은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듯한 절박함’과 독자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우치다 다쓰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이런 ‘살아남는 글의 힘’에 대해 궁리한 강연집입니다.

우치다는 독자를 상대로 절실하게 쓰지 않는 것은 곧 “독자를 얕잡아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우리 주변의 덜렁대는 사람에 대해 써보라’는 글쓰기 숙제를 내주는데요. 학생들 중 무려 20명 정도가 사전적 의미로 시작했다고 합니다.(“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덜렁이란...”) 저자는 이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내가 써봤자 넌 내말을 골똘히 들어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대충 쓸거야!”라는 식이죠. 우리 일상에서 굉장히 많은 글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평소에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 외에도 전문 저자가 쓴 글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글은 당연히 읽는 사람도 대충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분좋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 '술술 읽기 쉬운 글쓰기'가 '독자에게 영합하는 글쓰기'는 아닙니다. 이 점을 착각하면 안됩니다.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의 '머리말'같은 곳에 억지로 갖다 붙이듯 탤런트나 스포츠 선수 이야기를 예로 드는 저자가 종종 있습니다. 난 그런 것을 보면 정말 등골이 서늘해져요[...]내심으로 짐짓 '이만큼 친근한 예를 끌어오면 잘 먹힐 거야. (독자들은) 단순하니까'하고 생각합니다[....]독자를 우습게 여기거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이하 동일)

저는 이 대목에서 예전에 한 잡지책에 재미난 특집이 실렸길래 읽어 보았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곧 덮어야했습니다. 다섯편의 글 중 세편이 똑같이 그 주제에 대한 밍숭맹숭한 사전적 뜻 풀이부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 사전적 의미가 필자가 다루려는 글의 취지와 전혀 연관이 되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포털만 검색하면 튀어나올 사전적 의미에서, 글의 흐름은 곧바로 이름도 생소한 외국인 저자들의 이름들로 튀어갑니다. 저는 실망해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그 글에서 조금 낯설고 거칠더라도 저자의 뜨거운 마음이 전해졌더라면, 생소한 저자들의 이름은 아무런 문제가 못됩니다. 간절하게 궁금증이 나면 내가 직접 찾아서 공부하며 읽어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글들은 정말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편 아무리 어려워도 정말로 독자에게 자신의 말이 닿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독창적인 글은 기어코 읽게 됩니다. 우치다 다쓰루는 레비나스의 <곤란한 자유>를 처음 읽었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뜻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표층적인 차원에서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내 말을 들어달라’고 간청하는 저자의 뜨거운 마음만은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내 멱살을 움켜쥐고 ‘제발 부탁이야. 내 말 좀 이해해줘’하고 몸을 흔들어대는 느낌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외국인이 불러세워 낯선 말로 말을 거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이것이 바로 ‘전해지는 언어’에 대한 원체험입니다.

<fig.4> 일본의 불문학자,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왼쪽) <저잣거리 문체론>의 일본어판 표지.

또한 이 책에는 인상적인 사례가 등장합니다. 불문학회 교수 채용 심사에서 프랑스어로 발표를 한 참가자의 사례입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불같이 화를 내며 불문학회를 탈퇴하게 됩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 청중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독자로 상정하느냐가 열쇠라고 말했습니다[...]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가능하면 좁은 범위의 독자에게만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싸매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학술 연구가 본질적으로 증여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정밀도가 높은 심사와 그에 따른 대가입니다. 이것은 수험공부의 모델과 똑같습니다[...]학술적인 앎은 집단적인 지성입니다. 험한 산에 올라갈 때 앞장서서 길을 내는 일과 같습니다.

저자는 지식이 동시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때, 과연 독자를 계속 좁히기만 하는 글쓰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덮으며 곰곰 생각했습니다.

물론 모든 책이 초보 독자들을 위해 연필 깎는 법부터 알려줄 필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나의 울타리 바깥에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글, 그들을 전혀 독자로도 상상하지 않는 글들로만 가득한 세상은 비단 ‘대중’에게만 안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엔 누구나 자기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도 문외한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

”알고보면 가장 독창적이고 복잡하다고 칭송된 사상가들은 많은 경우 더 폭넓은 대중을 지향했다. 심지어 난해하기로 이름난 아도르노도 자신의 라디오 강연을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진땀을 뻈다. 궁극적으로, 지식인이 내부로 침잠하여 그들만의 심오함을 물신화할 때 사라지는 건 비단 폭넓은 대중 뿐 아니다. 바로 지식인 자신이다.”-러셀 저코비, <마지막 지식인>

【5.맺음말】

오늘 레터를 쓰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심심한 사과’ ‘사흘’이라든지 리터러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본질적 이유는 소통의 부재가 불러오는 답답함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우리 시대에는 의견만 서로 갈린 것이 아니라, 서로 사용하는 말들도 완전히 층위가 다릅니다. 서로 소통할 이유도, 마음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가 평소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가 우연히 가끔씩 이런 ‘어려운 단어’가 계기가 되어 불꽃이 튀다말다 하는 것입니다. 심심한 사과가 알고보니 이 글자였다는 걸 ‘아하’ 알게된다고 해서 소통이 원활한 사회가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통의 시대, 양극화 세태는 '의견차'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오늘 레터를 쓰며 골똘히 했습니다. 내 마음을 진실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들을 수 있는, 듣고 싶은 말투로 간절하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독자가 아주 밉고, 말 걸고 싶은 마음따윈 없는데 소통 가능한 언어가 오갈리 없습니다. 우치다 다쓰루의 말대로 글은 단순한 껍질이라든지 '스킬'이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소통이 사라진 시대에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해야 할 전문 필자들마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 거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읽을 수 없는가>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글'은 단지 지적 만족감을 주거나 효율성 차원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불통의 시대에 다시 소통의 물꼬를 트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단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는 외면하면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간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대중 매체인 신문과 방송 등에서도 점점 각각 매체의 ‘열혈 독자/시청자’만을 고려하는 듯한 뉴스가 나오는 것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이 우려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면 ‘내 울타리’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걸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와 의사소통할 일이 거의 없지만 그들이 정말 이해하기를 절실하게 바란다면, 말과 글, 특히 글이 어떻게 쓰여야 그 벽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싶을 따름이다.”

-지비원, <왜 읽을 수 없는가>

다른 의견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선 일단 소통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진심은 상대방을 생각하며, 절실하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옵니다. 읽히는 글쓰기입니다.

그렇다고 할 때 글쓰기를 위한 마음가짐은 이 시대에 리터러시(문해력)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능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는 ‘일반인’들에게만 필요한 소양은 아닌 것입니다.

🖍

“지금 우리 주위에 오고가는 언어의 대다수는 ‘전해지는 언어’가 아닙니다. ‘평가를 받으려는 언어’도 아닙니다. 단지 ‘나를 존경하라’고 명령하는 언어입니다. 정말입니다. 세상에는 일정한 비율로 ‘머리좋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내용은 다양하더라도 메타 메시지는 하나뿐입니다. 바로 ‘난 머리가 좋으니까 날 존경하도록 해’라는 것입니다.”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중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노야 시게키, 지비원 옮김, 『어른을 위한 국어수업』, 메멘토, 2022.

-개정판 이전의 제목은 <당신의 자리에서 생각합니다>인데요. 개정판의 제목이 이 책의 쓸모를 조금 더 명확히 보여주는 대신, 이전의 제목은 저자의 태도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노야 시게키는 일반 대중독자들을 위한 철학, 논리학, 글쓰기 등에 대한 책을 많이 내왔는데요. 아주 초보의 입장에서 어떻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른 뿐 아니라 청소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을만한 난도의 워크북입니다. '불통'의 시대에 제대로 된 '글쓰기'야말로 소통의 기본이 될 수 있다는 신조가 인상적입니다.

지비원, 『왜 읽을 수 없는가』, 메멘토, 2021.

-"왜 읽을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입니다. 통상 누군가 글을 못읽는 상황이라면, 글을 '못읽는 사람(독자)'에게만 지적이 갔던 것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요. 네가 문해력이 낮으니까 글을 못 읽는 거지!라면서요. 하지만 이 책은 그 화살표를 그대로 저자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모든 종류의 '어려운/전문 글쓰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적어도 '대중매체'에 실린 글이며, 대중과의 소통이 멀찍이 끊겨버린 상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레터에 썼듯 '해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인 책인데요. 다른 사람들의 서평이 궁금한 종류의 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 김경원 옮김,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원더박스, 2017.

-호쾌한 글쓰기로 유명한 일본 철학자, 불문학자 우치다 다쓰루의 강연집입니다. 국내에 나온 그의 번역본 책이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글쓰기 태도'와 '언어 소통'과 관련해서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그가 평소에 소통, 대중적 글쓰기, 교육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이 책은 그 정수라고 할만합니다. 사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을 뜯어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데, 이런 어려운 개념들을 이만큼 쉽게 풀어내는 것 자체가 이 강연집을 통해 스스로 '살아남는 글'의 조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문해력이 문제인가, 문장력이 문제인가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1500자

🖍글 속 한 문장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정확하게 글을 쓴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그 뜻을 이해한다. 그러나 취약한 문장력은 언제나 대중의 문해력을 핑계로 삼는다. 젊은 세대가 책을 안 읽는다거나 자기가 모르는 단어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는 식의 말 역시 고약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명징明澄'과 '직조織造'가 어려운 단어이기 이전에, 이 두 단어는 원뜻을 살펴본다면 과연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단어일까요? 정치인들이 쓰는 '천명' '잠룡' '역린' 등의 단어들은 과연 이 시대에 어울리는 단어일까요? 어쩌면 한자어 모른다며 꾸중하는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된 뜻을 모르고 쓰고 있진 않을까요?
(독자를 탓하는) 문해력보다는 (독자에게 전해지는) 문장력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짚고 있습니다.

대중서를 고민하는 사람들

(시리즈 기획)

🖍글 속 한 문장

그(김승섭)는 대중서 집필이 학자 본연의 일과도 별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중서 집필은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어떻게 한국 사회와 소통할 것인지를 놓고 탐구하며 정리하는 일이에요. 학계에서 대중서를 쓰는 작업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중서들을 만들어온 저자,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 기사(<저자와 편집자, 이 책을 말하다>)입니다.(2018~2019) 학자들의 고민, 궁리를 어떻게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시리즈 링크는 이쪽입니다(링크).

명쾌한 대중 강의와 학계 사이

독서시간: 약 15분 / 글자수: 약 5500자

🖍글 속 한 문장

“설민석 선생이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는 매력이 있다. 필자 같은 역사전공 교수ㆍ강사는 “설민석 선생님처럼 되세요.”하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 그것을 굴욕(?)이라 여겨서인지, 역사연구자 일부는 그의 강연을 평가절하 하지만, 필자는 그의 강연에서 연구자들이 배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설민석 선생은 언제나 청자의 눈높이에 맞게 명쾌하게 설명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역사학자 윤진석의 인문360 칼럼입니다. 설민석의 대중적인 강의 방식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대중적인 역사 교양 강의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서도 사려깊게 살펴보고 있는 글입니다.

"철학책 읽기 너무 어려운데 어떡해요?"

(일본어 텍스트/Web Genron)

🖍글 속 한 문장

“우선 철학책 속 모든 말의 일상적인 뜻을 일단 잊고[...]말과 말의 관계에만 주목하는 것입니다. 즉, 한 문장 한 문장의 의미를 직접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이 녀석은 이 단어는 좋은 의미로, 다른 말은 나쁜 뜻으로 사용하고 있구나‘ ‘이 말과 이 말을 대립 시키겠구나‘ ‘이 대립과 이 대립은 연결되구나‘라고, 마치 인간관계 가십을 보는 것처럼 개념과 개념의 관계만을 파악해 가는 것입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대중과 소통하는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가 운영하는 '겐론 카페'에서 "철학책이 읽기 어려워요!"라고 물은 한 30대 남성에게 한 대답입니다. 물론 어떤 벽돌책이라도 '머리를 싸매고 직접 혼자서' 읽으면 읽히겠지만, 이런식으로 전문가들이 끌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겐론 친구의 목소리' 코너에는 다양한 철학적 주제에 대한 일상적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본어 텍스트라서 공유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요새는 구글 번역이 잘 되는 편이니 관심있으신분은 한번 참고해보시라는 차원에서 링크합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적당한 책을 못 찾았을 때[8월의김스피]’)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및 피드백

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링크)를 참조해주세요.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변에 레터를 추천해주시면 창작에 큰 힘이 됩니다. 친구에게 레터를 소개해주시려면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나오는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다음 회차는 오늘 레터에 소개한 책 <왜 읽을 수 없는가>의 저자 지비원 선생님과의 인터뷰 회차로 꾸려질 예정입니다.

이제 추석 연휴네요. 즐겁게 몸도 마음도 충전하는 연휴 기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구독하기

💌편지 보내기

👥레터 소개 및 피드백 페이지

인스피아INSPIA

khnewsletterkh@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