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극단적 희망과 극단적 절망은 동등하지 않아요. 집을 지을 때는 땅을 어떻게 다지면 지반이 튼튼하고, 창을 어느 쪽으로 내면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들어서 여름에 에어컨 안 켜도 되고(망상), 배수관은 어떻게 빼고, 돈 생각 안 하고 제일 좋은 자재를 쓰면 단열이 잘 되고 등등 효과별로 망상할 게 많지만… 집이 부서질 때는 그냥 부서지는 겁니다. 지붕은 어떻게 부수고 기둥은 어떻게 무너뜨리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다이너마이트 터트리거나 지진이 나거나 해서 한순간에 왕장창! 인 거죠.

현실적인 절망편은 아마도 1국가 2체제로 분리가 됐음에도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생각만큼 투자가 들어오지 않아 남한이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써야 하는 동시에 거주이동 제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이 새어 나오는 사태일 거예요. 

그러면 그냥 독일이 초기에 겪은 혼란을 겪게 될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오고, 북한지역 실업률이 높아지고, 치안이 불안해지고,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가 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진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거죠. 

물론 독일처럼 잘 수습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어쨌든 우린 당시 서독보다 못 살고 북한은 동독보다 못 사는 데다, 주변국은 독일 주변국보다 야심만만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