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촌] 혼자만의 기억들, 함께하면 추억으로

EDITOR'S LETTER

저는 본래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누구와 상의할 필요 없이, 오로지 제가 좋아하는 걸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방식이 그때는 ‘효율적’이고 ‘편하다’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는 여럿이 하면 더 즐거운 일이 많다는 것을. 계획에서 벗어난 일들을 끌고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비로소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함께 보낸 시간들은 만날 때마다 매번 다른 이야기로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하니까요.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으로 남지만, 함께 할 때는 ‘추억’이 되는 이유.

오늘 소개해 드릴 동네, 서촌의 묘미는 역시 ‘함께 해야 즐겁다’는 것. 역사라는 테마 위로 예술가들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서촌에서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 지난 ‘연남동’ 편에 이어, 이번에는 여러분의 점심부터 저녁까지 책임져줄 서촌 편을 소개합니다. 멋지게 차려입은 우리 이고진 구독자들이 방문해 봐야 할 분위기 좋은 공간들로만 선별했어요. 여러분의 상상력을 무한히 뽐내면서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1. ofr 서울

(@ofrseoul)

“마치 파리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도록 인테리어 했습니다"

-박지수 대표-

한옥이 즐비한 거리, 깊숙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소품샵 ‘ofr서울’이 등장합니다. 오래된 전원주택을 개조하여 탄생한 빈지티한 공간이 매력적인. ‘ofr서울’은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북샵 ‘오에프알 파리’를 모티브로 한 매장입니다. 알록달록한 내부는 마치 파리의 풍경의 한 장면을 잘라 놓은 듯한 느낌을 선사하죠.

단순한 샵의 개념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ofr 서울. 국내에서 성행한 이유는 다들 아실테죠. 오에프알 파리의 로고가 담긴 자체 제작 에코백 때문인데요. 이 에코백뿐만 아니라, 예술 서적을 비롯해 의류, 캔들 등 다채로운 소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멈춰 서게 됩니다. 높게 쌓인 예술 서적과 잡지를 읽으며 내 취향에 딱 맞는 숨은 보석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 모든 제품의 가격이 파리 현지가와 같다 하니, 얼마나 재밌나요!

Ofr 서울 지점만의 특징은 2층 편집숍 미라벨(Mirablle)이 함께하고 있다는 거예요. 식기류, 커스터리 등 독점 수입한 제품이나 각종 빈티지 아이템에 없던 취향도 단번에 생길 겁니다. 정면의 통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그 속에 비치는 고즈넉한 기와집 풍경,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고소한 냄새는 더욱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서촌에 들리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2. 스펙터

(@specter)

서촌에 들리시면 하얀 커튼이 있는 붉은 벽돌집을 찾아보세요. 간판 없는 카페이니, 유리에 자그맣게 적힌 ‘spectre’글귀를 발견하셔야 될 겁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식물보다, 조그마한 공간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그림자들이 더욱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공간. 서울의 근현대적인 모습을 고즈넉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

시그니처인 달콤한 스펙터 커피에 달콤한 레드벨벳 산도!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을 넘어 수려한 비주얼에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겁니다. 묻지 않아도 먼저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는 직원의 작은 배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머물 수 있죠. 아, 촉촉함을 자랑하는 레드벨벳 산도는 딸기 시즌 한정이니 미리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가도록.

3. 체부동 잔치집

만 원이 안 되는 메뉴덕에, 인기 메뉴인 ‘들깨 칼국수’만 먹고 가기 아쉬운 곳. 여러 메뉴를 주문하고 나도 모르게 막걸리까지 주문하게 된다는 마법의 장소입니다. 칼국수, 전, 수제비 등 흔히 접하는 음식들에게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싶으면 꼭 들려야 할 것.

오랜 시간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죠. 뜨거운 들깨 칼국수 한 모금이면 10년 묵은 체증이 가시듯 속이 시원하게 풀릴 것.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 시끌벅적하지만 오랜 정취가 느껴지는 분위기는 재방문을 기약하는 데 큰 역할을 다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방문할 소중한 공간. 막걸리를 좋아하는 왁자지껄한 친구와 함께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서촌을 방문하실 여러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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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GOT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이상하게 귓가에 맴돌던 노래가 있습니다.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드라마 ‘도깨비’. 당시 그 파장이 어마어마했으니, 분명 기억나실 겁니다. 오늘 전해드리는 ‘Hush’는 드라마 ‘도깨비’의 ost 이자, 스웨덴 뮤지션 라쎄 린느(Lasse Lindh)가 부른 곡이죠.

겨울을 머금고 있는 듯한 라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서촌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요. 개인적으로는 추천드린 카페 스펙터에 앉아 있을 때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내 주변은 전부 네 빛으로 가득 차 있다’는 가사가, 작은 공간을 메우는 황금 태양빛과 닮아 있으니까요.

EDITOR: 허아란

DESIGNER: 황예인, 유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