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일을 병행하다보니, 대학원 수업에 결석하는 일이 많았다. 출판사 원고도 쓰고 카피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느라, 밤을 많이 샜다. 나는 뭘하는 놈인가. 늦게 대학원에 갔는데, 뭐하나 집중하지 못하네. 자아 비판까지 하느라 에너지를 끌어 쓰던 어느날, 지도 감독님과 면담이 잡혔다. 감독님이 뭐가 제일 걱정인가? 물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려니,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일도 같이 하고 있고요.’ 걱정을 쏟아냈다. 감독님의 답변은 하나였다.
- 자의식을 버려야해.
그가 말하는 자의식이란 무엇인가. 나이, 직업, 성별, 바쁜 일상과 그에 대한 투정과 걱정, 스스로를 옥죄는 목표와 기준. 나를 둘러싼 ‘추상적인’ 모든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물론이고,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서 조차 벗어나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만 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며칠전 전 회사 동료들을 만났다. 동료는 내게 ‘목표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목표를 생각하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나를 규정할 수 있는 모든 정의를 멀리하고, 그냥 행동하는 하루 하루가 더 달콤한 요즘이다.
오복이의 이름이 계속 ‘에고’였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하나가 된 마음으로 동거할 수 있었을까. 친해지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