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포럼에서 주고받은 이야기 💬
뉴웨이브 뉴라이브러리 뉴스레터 21호 2021.2.5.

마을 포럼: 팬데믹 시대, 아픔과 살아간다는 것

지난 1월 13일, 온라인 마을 포럼을 열었습니다. 인류학자이자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백영경 님(가운데),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조한진희 님(오른쪽)이 레퍼런스 패널로 자리했습니다. 장소와 거리의 한계가 무색할 정도로 집중해 열띤 논의를 펼쳤던 저녁. 오고 간 이야기를  영상과 글로 공유합니다.
# 커먼즈(Commons)로서의 도서관
백영경
커먼즈는 공동영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어떤 공통적인 부분이다. 특히 커먼즈에서는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중요한 문제를 같이 의논하고 생각할 자리가 필요하다. 도시에서는 도서관이 커먼즈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도서관 같은 공간은 어떤 상황이든 가능하면 열어야 하지만, 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공동체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무엇을 강조하냐에 따라 결정되고 함께할 수 있는 범위도 마찬가지다. “이건 꼭 필요한 일이고, 위험이 있더라도 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못 하는 거다. 사회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픈 몸으로 산다는 것, 건강 중심 사회에서 배제되는 몸들 
조한진희 
아픔, 통증과 함께 사는 건 사회를 살아가는 몸 자체가 둔화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건강한 몸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건강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몸만을 표준과 정상으로 삼으며 사회가 설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픈 사람들은 계속 삶에서 배제된다. 
상대적 약자를 기준으로 세운 사회는 풍요롭다. 비장애인의 몸을 기준으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에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보편적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 버스를 만들어 휠체어 이용자들도 편히 탈 수 있도록 바꾸었다. 휠체어를 기준으로 설계했더니 유아차를 끄는 사람에게도 대중교통이 편리해졌다. 아픈 몸을 기준으로 우리 사회를 설계하면 삶이 훨씬 좋아진다.
# K-방역과 아파도 괜찮은 사회
백영경 
K-방역이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국내 코로나 상황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모두 바람직하진 않다. 불안의 정치에 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떤 정책이 방역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안 할 수도 있는 거다. 방역 수치에만 치중해 사회를 보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놓칠 수 있다.
조한진희
K-방역이 성공한 이유의 상당 부분이 불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면 모든 걸 잃는 사회이기 때문에 아프면 안 된다는 굉장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시민들이. 그 사람이 예방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살지 않아서 질병이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를 질병의 개인화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 있는 이 문화가 팬데믹 속에서 심화된 거다. “네가 조금 더 조심했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래서 저래서 감염되었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과 동시에 그런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레일 위에 같이 놓여 있다. 그래서 아픈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아프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 의료 커먼즈가 가능하려면? 
백영경 
커먼즈는 특정 공동체나 지역은 아니다. 여러 단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어떤 공통의 감각이 커먼즈의 핵심인데, 공통의 감각을 가지는 것이 커먼즈의 중요한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늘 아플 수 있는 몸이다. 누구나 아프며 살아간다는 게 사회를 조직할 때 기본이 되고 그 아픈 몸을 공통의 감각으로, 기반 삼아 만들어내는 여러 공통의 활동. 이런 게 커먼즈인 거다. 큰 경험도 있어야 하고 작은 경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하려면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거다.(웃음) 
# 코로나 이후의 돌봄과 돌봄의 윤리 
조한진희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돌봄받는 몸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돌봄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인정하면 인정할수록 중요해지는 일이다. 그것을 인정할 때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받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다들 본인이 돌봄의 대상이 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생각한 게 혈연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 돈을 매개로 하지 않으면서 돌봄을 주고받는 공동체인 돌봄두레다. 이를테면 사소하게는 보호자가 필요한 건강검진을 할 때 동행하는 것이다. 만약에 돌봄두레가 있다면 “제가 이런 게 필요한데 동행하실 분?” 하면서 나를 돌볼 누군가를 찾고 나 또한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가족 안에서 돌봄을 주고받거나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때는 돌봄의 윤리가 적절하게 작용하는 게 어렵다. 우리 사회 안에서 돌봄을 주고받는 윤리 같은 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돌보는 사람에게 윤리적으로 잘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걸 돌봄두레에서 훈련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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