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196 | 2025. 4. 17
벗은 뭐 타고 다녀? 버스? 지하철? 경기 파주 사는 2호😎는 최근 개통된 GTX를 타.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니, 신세계가 열린 느낌.  

행복해졌는데, 무서워지기도 했어. GTX를 타러 지하 8층까지 하염없이 내려갈 땐 두근두근 대. 땅을 이렇게 깊이 파도 괜찮나 해서. 환승역이 3개, 4개인 곳은 땅속이 얼마나 복잡할까도 싶고.

그래서 그런가, 도심 한복판에 땅이 꺼졌다는 뉴스를 챙겨보게 되더라고. 지하철 공사장 옆 싱크홀이 많던데, 혹시나 철도 공사를 막 끝낸 우리 동네도 위험한가 싶어서. 걸을 때마다 자꾸 땅 밑을 내려보게 되는 거 있지.  
  
이번 주 휘클리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 보려고 해. 왜 매일 여기저기에 싱크홀이 생기는지, 막을 방법은 없는지 공부해보려고. 한때 서울 싱크홀 조사단장을 맡았던 전문가가 명쾌한 대답을 들려줄 테니, 혼자 올라가면 안 돼~ 그럼, 내려간다.🔦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자꾸 꺼지는 도시
  2. 한 번 물어봤다: 우리 동네 땅속 안전할까?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4. 휘클리심화반: 한밭 가득 피어날 민주주의🌹
  5.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연합뉴스
📂싱크홀의 도시

매년 318번 꺼진다
    • 요즘 매일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일어나. 그제(15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앞 횡단보도에서 지름 5m, 깊이 10cm 규모 땅꺼짐이 발생했어. 같은 날 서울 중랑구와 광주 동구에서도. 지난 월요일(13일)엔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부산 사상구 지하철 공사장 옆 땅이 푹 꺼졌지.
    • 사망한 시민도 있어. 지난 11일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장이 붕괴되면서 50대 노동자 1명이 실종됐다 어제 숨진 채 발견됐어. 지난달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대형 싱크홀에 오토바이 타던 30대 배달노동자가 빠져 희생됐고.
    •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일어난 싱크홀 사고는 모두 3188건이나 돼. 하루에 한 번꼴로 땅이 꺼졌단 얘기. 경기도가 45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272), 서울(233건), 광주(188건), 부산(174건) 순. 그러는 동안 다섯명이 숨졌고.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싱크홀 신고도 3년간 1700건 넘게 들어왔대.

    사람이 만든 싱크홀 
    • 싱크홀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오래된 상·하수관이야. 지하 상수도관💡과 하수도관💡이 낡으면 외부 충격에 쉽게 손상되면서 물이 새거든. 흙이 물과 함께 쓸려나가면 땅 밑에 빈 공간, 동공이 생기고. 그게 점점 커지면 땅이 주저앉는 거지. 현재 전국 상·하수관의 40%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대. 
    • 대형 땅꺼짐의 원인은 좀 달라. 땅속 터널을 뚫는 지하철 공사 때문이래. 서울시는 배달노동자가 숨진 가로 18m, 세로 20m의 싱크홀이 지하철 9호선 연장 과정에서 생겼다고 국토교통부에 신고했어. 산 지하철 사상역에서 하단역을 잇는 지하철 공사현장 주변에서만 최근 3년간 8건의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강남이 위험한 이유
    •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땅을 깊게 파서 지하철이나 지하차도를 늘리잖아? 그러려면 수도·전기·통신·가스관도 넣어야 하고. 구조물 위에 구조물이 쌓이면 충격을 완화해주는 땅속 공간이 줄어들어.
    • 거기다가 위에선 건물과 차량, 사람이 엄청난 무게로 짓누르니 지반💡이 약해지지. 땅이 무너지기 쉬운 구조. 근데, 공사 중 땅을 단단하게 하는 과정을 대충하기도 해. 11년 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앞에서 지하철 9호선 공사를 할 때도 강관 다단 그라우팅💡 작업을 제대로 안 해서 땅이 꺼졌어.  
    • 최근 3년간 서울 싱크홀 사고 63건 중 30%가 강남 3구💡에 집중됐단 조사 결과도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밀집된 대도시가 싱크홀에 가장 취약한 것.
      💡  Hi-light
    싱크홀: sink hole.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표면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
    신안산선: 서울 여의도와 경기 안산·시흥을 연결하는 복선전철로
    상수도관: 수돗물 공급을 위한 지하 수도 배관
    하수도관: 생활 오수나 빗물을 배출하기 위한 지하 배관
    지반: 지표면과 그 아래 흙·암반으로 이루어진 전체 구조. 구조물을 지탱하는 땅의 몸통
    강관 다단 그라우팅: 강철관으로 시멘트 등을 넣어 연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공법
    강남3구: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지난달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가 숨진 싱크홀 근처. 연합뉴스
    안전평가 하면 뭐하나
    • 싱크홀을 미리 발견해 막을 순 없었을까? 땅이 오토바이를 삼키기 한 달 전쯤 도로가 움푹 파였단 신고가 두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서울시는 현장 점검조차 하지 않았지. 서울시가 보낸 감리단💡과 시공사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 원래부터 문제가 있는 곳이었어. 2023년 지하 굴착공사를 할 때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침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거든. 하지만 평가단에 공사를 멈출 권한은 없다 보니 공사는 계속됐고.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는 제도도 ‘권고’다 보니 시행되지 않았고. 11년 전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지하안전법💡은 있으나마나.
    • 탐사 장비의 한계도 있어. 서울시는 매년 GPR(지표 투과 레이더)💡로 7200㎞의 지반을 훑어 싱크홀을 탐지하는데, 지하 2m까지만 볼 수 있어. 대형 싱크홀은 대부분 지하 10m 아래 생기는데 말야. 

    개인적 사고다?
    • 갑자기 발밑이 꺼진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지. 시민에겐 재앙인 싱크홀이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받진 못하고 있어.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을 사회적 재난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붕괴’는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만을 뜻해.
    • 싱크홀은 법적 재난이 아니다 보니, 생명·재산피해를 입은 시민은 보상을 잘 못 받아.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라면 사회재난 피해를 입을 경우 자동가입된 시민안전보험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싱크홀은 예외야. 사망한 배달노동자 보상도 “원칙적으로는 대상이 아니지만 확대 적용할지 검토 중”이래.
    • 만약 보상을 거부하잖아? 그럼 피해자 가족이 시공사나 감리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지.
    • 사고에 책임있는 사람이 처벌받지도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려면 시민이 다치거나 숨진 장소가 지하철·쇼핑몰·학교 같은 공중이용시설이어야 해. 일반 도로는 포함되지 않아.

    위험지도 공개 거부
    • 싱크홀을 막으려면 낡은 상·하수관부터 바꿔야 해. 서울시가 매년 약 2000억원을 써서 노후 하수관로 100㎞를 손보고는 있어. 근데 서울시에 50년 넘은 하수관로 길이가 3300㎞니까, 이 속도라면 다 교체하기까지 33년이 걸려. 
    • 지하철이나 지하차도 공사는? 일단 땅을 잘 살펴야 해. 충적층💡처럼 푸석한 지반에 지하수가 풍부한 곳은 위험해. 이런 지역의 땅을 꼭 파야겠다면, 안전평가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거나 설계를 변경하도록 강제해야 해.
    • 정보 공개도 중요해.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도를 5등급으로 평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지난해 완성했는데, 공개 거부 중. 집값에 영향을 준다나.
    • 미국 플로리다주나 일본 도쿄처럼 위험지도를 공개해 주민의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사고 책임자 처벌 규정을 둬서 안전을 더 신경 쓰게 하려면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도로 사고를 포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고.
      💡  Hi-light
    감리단: 공사 과정에서 설계·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감독하는 기관이나 사람
    침하: 지표면이 서서히 내려앉는 현상. 싱크홀 사고와 함께 통칭해 사용됨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 지하공사 중 싱크홀 위험을 집중적으로 관리·감시하는 책임 감리자
    지하안전법: 지반 침하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
    지표투과레이더(GPR): 지표면에 레이더파를 쏴 지하 구조를 탐지하는 장비
    민사소송: 개인이나 단체 간의 돈이나 권리 다툼을 법원이 판결해주는 절차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자·시민이 중대사고로 숨질 때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법
    충적층: 하천 활동으로 자갈·모래·진흙이 쌓여 굳지 않은 퇴적층
    지반침하 안전지도: 서울 시내 땅꺼짐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예측해둔 자료
    중대시민재해: 기업·공공기관 운영 시설이나 제품 때문에 시민이 다치거나 숨진 사고
    지난 11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사고 현장. 연합뉴스

    🎙️싱크홀을 많이 봤을 텐데, 가장 기억남는 사고는?

    💬2014년 8월5일 서울 송파 석촌지하차도 근처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이야. 사고 당일 서울시에서 연락이 와서 싱크홀 조사단장을 맡게 됐거든. 현장에 도착했더니 길이 8m, 깊이 20m의 구멍이 뚫려 있었어. 


    🎙️️엄청 크네. 원인은? 

    💬당시 싱크홀 밑에서 진행된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공사였어. 콘크리트를 주입해 땅을 단단하게 하는 강관 그라우팅 작업이 제대로 안 된 게 문제였지. 9호선 지하철이 지나가는 선로 아래를 따라가면서 보니, 80m에 이르는 대형 동공 8개 정도가 추가로 발견됐어. 그중 규모가 제일 큰 것은 길이 80m, 높이 4.2m, 넓이 평균 6m 정도였어. 엄청나게 큰 동공이었지.


    🎙️️그라우팅? 그게 뭐야? 

    💬강철관을 땅에 심은 다음에 철관 안에 고압으로 시멘트 풀을 넣어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야. 근데 열어 보니 강관의 개수가 부족했어. 그러다 보니 땅이 덜 단단해져서 지하수가 터널 공사장 안으로 들어왔지. 공사 과정에서 터널 인근에 있던 흙이 빠져나가서 거대한 동공이 생겼고


    🎙️️순살철근이었네. 지난달 명일동 싱크홀은 원인이 뭐 같아?

    💬명일동 사고 지점도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 근처잖아. 명일동 사고는 직접 조사하진 않았지만, 드론으로 찍은 현장을 봤거든. 여기도 강관 그라우팅 기법으로 터널 공사를 한 것 같은데. 2014년이랑 비슷했지만, 시멘트 풀이 보이지 않았어.

    장담할 순 없지만, 부실 공사를 의심해볼 수 있지. 


    🎙️️11년 동안 안 바뀐 거야? 9호선 공사가 제일 문제네. 

    💬정확히는 땅을 파는 공사 때문이지. 먼저, 땅에 대한 설명을 해줄게. 하천이 운반한 모래나 흙이 쌓인 지층을 충적층이라고 해. 딱딱한 암반으로 구성된 지반과 달리 이런 지형을 연약지반이라고 해. 여기에 지하수가 풍부하면 싱크홀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지.


    🎙️️그런데?

    💬이 곳을 가만히 두면, 싱크홀이 생길까? 땅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싱크홀은 생기지 않아. 땅을 파는 공사를 하니까 생기는 거지. 터파기 공사라고 들어 봤어?


    🎙️️터를 판다는 뜻이야?

    💬응. 땅속에 터널이나 지하차도, 아파트 단지, 큰 빌딩을 지을 때 10~20m 이상 터파기 공사를 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예로 들어볼게. 한 층에 보통 4m 정도를 파면, 지하 4층이면 대략 16m 정도를 파는 거지. 그럼 어떻게 되겠어? 


    🎙️️거대한 빈 공간이 생기지.

    💬그렇지. 거기에 지하수, 물이 차겠지. 물은 흙이나 모래를 같이 끌고 오고. 그럼 이것들이 빠져나온 곳에 빈 공간, 동공이 생기는 거고. 싱크홀은 대부분 ‘사람이 건드려서’ 생긴다고 보면 돼.


    🎙️️서울 싱크홀의 30%가 강남3구에서 나왔다며. 땅을 많이 파서 그래?

    💬강남3구는 원래 하천이 흐르던 지역이야. 현대자동차그룹에 팔린 한전부지는 옛날에 한강이었어. 석촌호수도 한강 물결이었고, 봉은사는 배 타고 들어갔다니까? 충적층, 푸석한 땅 위에 도시가 지어진 거지. 여기에 계속 지하 공사를 하니 지반이 버티질 못하는 거고.


    🎙️️버티질 못한다고?

    💬강남3구에 교통 수요가 많잖아. 땅값이 비싸니 지상에 교통 시설을 만들 수 없고, 결국 지하 공사를 할 수밖에 없지. 지하철 노선도 많고, 영동대로는 복합환승센터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공사 중이잖아. 계속 땅을 파고 건드리니, 땅이 버티겠어?

     

    🎙️️강남 가기 무섭네. 땅 안 파도, 낡은 상·하수도관도 문제지?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원인 중에 상·하수도관 문제가 제일 많긴 해. 근데, 대형 싱크홀의 원인은 아냐. 


    🎙️️작은 땅꺼짐만? 

    💬일단 상수도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이 나오는 곳이잖아. 상수도관으로 흙이나 모래가 들어간다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되겠어. 주민들이 난리가 나겠지. 그래서 상수도관 안으론 토사나 진흙 입자가 못 들어가. 


    🎙️️하수도관은?

    💬동결심도란 게 있어. 겨울에 땅이 얼어붙는 가장 깊은 지점을 말해. 상수도관이나 하수도관을 묻을 때 동파되면 안 되니까, 이 지점보다 깊이 묻어야 하거든. 서울은 약 지하 1m 정도 돼. 그럼 하수도 관로는 깊어 봤자 지하 3~4m 정도 지점에 있겠지.


    🎙️️생각보다 안 깊네. 

    💬응. 근데 대형 싱크홀은 지하 10~20m까지 깊잖아. 그 깊은 곳의 흙과 지하수가 역류해서 하수도관 위치까지 올라온다? 그건 공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난 상·하수도관이 제일 문제인 줄 알았어. 통계도 다 그렇게 나오고.

    💬그건 작은 싱크홀 통계야. 하수도 때문에 발생하는 싱크홀의 깊이는 보통 50cm~1m, 어른 상반신 크기 정도야. 빠져 봤자 가벼운 찰과상 정도고, 도로도 10~20분이면 복구할 수 있지. 문제가 되는 대형 싱크홀과는 상관이 없단 거야. 


    🎙️️땅 파는 공사가 핵심이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일어난 싱크홀 기억나? 도로 한가운데가 푹 꺼지면서, 그 안에 흰색 SUV 차량이 완전히 빠져버렸던 사건 말야.


    🎙️️기억나. 그 주변에 지하철 공사는 없지 않았어? 

    💬당시 사고 보고서를 보진 못했는데 서울시 발표와 기사를 보면 ‘지형이 울퉁불퉁하다’ ‘홍수철이다’ ‘노후 상·하수도관이 문제다’란 얘기가 나오더라고. 사실 그 밑에선 배수장으로 들어가는 배수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거든. 당시에 그걸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 


    🎙️️왜 그랬지?

    💬원인을 명확히 조사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던 것 같아. 서울시가 싱크홀 원인으로 배수 터널 공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지난해 9월 1차 조사에서 밝혔어야 한다고 봐. 근데 노후 수도관이 파손되지 않았단 결론만 내렸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 거야. 2012년 인천에서도 명일동과 비슷한 사고가 있었거든.


    🎙️️어떤?

    💬오토바이가 싱크홀에 빠져서 운전자가 숨졌는데, 몇 년 뒤 법원에서 사고 현장 시공사에 무죄를 선고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 2014년 석촌 지하차도 사고 때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희생자만 억울하네.

    💬 싱크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하잖아. 근데 인재를, 수도관 파손이나 폭우 같은 천재로 바꿔버리는 거지. 경제는 선진국인데, 안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싱크홀이 나오는 영화 ‘특별시민’. 씨네21

    🎙️️공사를 다 안 해야 해? 지하철이 많이 생기면 좋긴 한데.

    💬공사를 포기할 순 없지. 답은 명확해, 지하 공사를 잘하면 돼. 


    🎙️️어떻게 잘하면 돼?

    💬일단 공사 계획, 설계를 잘해야겠지. 지하철 공사를 예로 들면, 사전에 시추조사를 20m 간격으로 해. 그래서 어떤 지반인지를 살피지. 지하수가 발달했는지도 보고. 사실 이 단계는 우리나라가 잘해. 


    🎙️️설계는 문제없네.

    💬설계한대로 공사를 못 한다는 게 문제야. 실적공사비라고, 4~5년 전에 했던 공사비 기준을 가져와 적용하거든. 설계 단계에선 괜찮은데, 딱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엔 단가가 달라지는 거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데 현실적이지 않아. 공사장 자재비나 인건비는 생필품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거든. 


    🎙️️그래서?

    💬비용을 줄이는 거지. 자재비를 줄이니, 석촌 지하차도 때처럼 그라우팅 공법이 제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고, 인건비가 비싼 숙련된 기술자를 못 써. 건설 노동자들이 3D 직업으로 불리지만, 사실 현장에서 판단과 기술력이 필요하거든. 


    🎙️️숙련 기술자를 못 쓰면?

    💬요즘 공사장에 가보면 외국인 노동자가 엄청 많아.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 보니, 복잡한 상황에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하기 어렵겠지. 그건 숙련되지 않은 한국 노동자도 마찬가지고. 이런 문제들이 공사의 품질과 안정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해야 해?

    💬시공사에 제대로 공사비를 주고 공사 과정을 철저히 감시·감독해야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장 경험이 많고 노련한 소장을 뽑고 발주처는 꼼꼼히 감시해야 해. 내가 공사장 현장 소장이라고 해봐. 오늘 터널 10m를 파기로 했으면, 나오는 흙의 양도 대략 계산이 되거든. 덤프트럭 10대 분량이면 충분해야 하는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 12대가 나온다? 그럼 ‘추가로 나온 흙은 어디서 온 거지?’ 하고 따져봐야 해. 이런 게 품질 관리의 기본이야. 이걸 빨리 알아차리고 조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


    🎙️️그런 게 지금은 안 돼?

    💬2014년 석촌 싱크홀 조사 당시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어.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지하수 양이 너무 적게 보고된 거야.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훨씬 많은 지하수가 나왔는데도 하수도세를 줄이려고 일부러 적게 보고했던 거지.


    🎙️️하수도세가 대체 얼마길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터널 공사장 안으로 들어온 지하수를 하수도로 내보내면 1년에 3000만~4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이런 식의 조작이 눈에 안 띄게 넘어가는 거야. 그래서 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거고.


    🎙️️감리?

    💬공사를 감독하는 감리단이 진짜 중요해. 감리단장과 그 밑에 직원이 있잖아. 영국은 감리단장이 승인해도, 직원이 아닌 것 같으면 사인하지 않아.


    🎙️️영국은 훌륭하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 집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감리자의 책임을 무겁게 지우거든.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생길 때 영국 감리단이 오는 이유야. 유럽은 보험사들이 직접 나가서 감리하는데, 사고 나면 보상을 해줘야 하니 최고급 기술자들을 투입해. 


    🎙️️우리나라는 어떤데?

    💬감리가 허술한 부분이 있어. 다 그렇진 않지만 아주 옛날에 시공사가 아침에 출근하면, 감리단 사무실에 들러서 감리 일지를 써주고 가는 사례도 있어. 감리단이 현장도 안 가보고, 사무실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고.


    🎙️️안전 문젠데, 어떻게 그래. 

    💬보통 설계사가 감리를 맡는 경우가 많거든. 설계사들이 시공사에 종속돼 있으면 “감리단장 바꿔” 한 마디에 진짜 바뀔 수 있는 거지. 실제로 감리를 까다롭게 하면, ‘그런 사람 보내지 마’ 하고 다른 사람을 보내기도 한대. 


    🎙️️깐깐하게 감독하기가 어렵겠네.

    💬맞아. 특히 지방은 더 심해. 퇴직한 70대 어르신을 값싸게 고용하는 경우가 있지. 그분들도 용돈벌이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그렇다 보니 젊은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못 얻고 있지. 


    🎙️️서울시가 탐사 장비 GPR로 탐지한다고 하잖아, 효과 있어?

    💬그걸로 대형 싱크홀을 잡는다는 건 환상에 가까워. GPR은 지하 2m 정도밖에 안 보이는데, 대부분 싱크홀은 지하 10m 아래에서 발생해. 장비가 좋아 보여서 쓰는 거지,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어.


    🎙️️더 좋은 장비를 사야 할까?

    💬아니, 공사를 제대로 하면 돼. 앞에서도 말했지만, 부실 공사를 안 하면 싱크홀도 안 생겨. 중요한 건 지하 공사 품질 관리야. 감리 시스템부터 바로잡고, 서울시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게 답이야.


    🎙️️서울시는 싱크홀 위험지도를 공개 안 하는 걸까?

    💬그건 딱 하나야. 지도 수준이 너무 허접해서 공개되면 서울시 망신당할까 봐. 한강 인근은 대부분 위험지역인데, 위험지도에 그런 곳들이 빠진다면 행정 무능이 드러나니까. 실제로 공개된 지도를 보니까 명일동은 빠져있었어.


    🎙️️위험지도를 공개하면 집값 떨어진다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위험지역이 예전에 하천이었단 건 다 알고 있어. 오히려 정보를 공개하면 주민들이 감시자로 나서게 돼. 공사 설명회 때 설계도 들고 와서 따지기도 하고. 그러면 시공사도 신경 쓰고, 사고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서울 말고 위험한 지역은 어디야?

    💬강원도, 경북 북부처럼 석회암 지대가 위험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동굴처럼 빈 공간이 생기거든? 수만 년에 걸쳐 동굴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석회암 동굴이라 하고 관광지대가 되지. 그 위에 도로나 건물을 지으면 어느 날 갑자기 꺼질 수 있어. 다행히 대부분 산간 지역이라 개발이 덜 돼서, 큰 사고는 안 나긴 해.


    🎙️️그나마 안전한 곳은?

    💬노량진처럼 서울 동작구 쪽은 지반이 단단한 화강암이나 편마암 지대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야. 다만, 지반이 단단하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순 없어. 결국 땅 밑을 얼마나 조심스럽고 제대로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거든.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 있어? 

    💬버스나 덤프트럭처럼 무거운 차량이 지나갈 때 도로가 출렁인다? 그럼 곧바로 신고하는 게 좋아. 또 싱크홀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잠깐이라도 힘을 모아 교통 통제를 해주는 것도 중요해. 누군가가 빠지는 걸 막을 수 있거든. 

      🖐️  Hi-five
    1. 서울부터 광주, 부산까지 전국에서 하루 한 번꼴로 땅이 꺼지고 있어.
    2. 낡은 상·하수도관도 문제지만, 부실한 지하 공사가 대형 싱크홀 주원인.
    3. 지하안전법과 GPR 장비론 대형 싱크홀 사고를 막을 수 없어. 
    4. 설계, 공사, 감리를 철저하게 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잘 감시해야 해.
    5. 무거운 차가 지나갈 때 도로가 출렁이면 신고부터 하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내란 극복기 듣는 자리를 마련했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밤부터 파면까지 123일간 국회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지? 두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건 어때? 오면 ‘윤석열 탄핵 기념 수건’를 굿즈도 받을 수 있어. 4월26일 대전에서 만나!

    휘클리 심화반_14강 

    🏘️1교시: 담을 넘은 사람들의 대화(70분)
    • 주제: 박범계·김예지 의원의 파면 후기

    🗞️2교시: 단전·단수 위기 앞 5월의 정신(40분)
    • 주제: 내란을 마주한 한겨레 뉴스룸국장의 다짐

    *이번엔 온라인 생중계는 없어. 질문 있으면 휘클리 인스타로 DM 보내줘!
    🌏플라스틱 지구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950년 200만t에서 2022년 4억t으로 늘어났대. 그중 기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생산한 건 9.5%(3796t)뿐.

    🌏최초의 탄소세 앞으로 5000t 이상 운송 선박은 탄소세 내야 해.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t당 100~380달러씩. 국내 해운 회사들 준비는 돼 있을까? 

    🌏트럼프의 가지가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해양대기연구국은 세계 최고 기후위기 감시 조직이야. 근데, 내년 예산이 절반 깎였대. 이러다 완전히 폐지될 거란 걱정도.
    연합뉴스
    🌏토론에서 한판 붙자 국내 기후환경단체들이 6·3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기후위기 단일 주제로 열자고 제안했어. 더는 뒷전으로 미루지 말고 최우선 과제로 다루잔 것.

    🌏불평등한 기후위기 쪽방촌 주민의 탄소배출량은 한국인 평균 배출량의 3분의 1 수준이래. 근데, 기후위기 피해는 훨씬 더 받지. 쪽방이 더위, 추위를 못 막아주니까.

    안녕, 나 4호야. 오랜만에 벗의 이름을 불러보는데, 어쩌지, 작별인사라서. 2022년 7월, 무려 68호(!) 휘클리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우리 129개의 휘클리를 함께했네. 처음엔 직접 휘클리를 썼고, 그다음엔 다듬었고, 중간엔 휘클리 심화반도 열었는데,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매주 뉴스레터를 열어주고, 정성스러운 의견 보내줘서 고마웠어.


    마지막으로, 지난주 휘클리 Vol.195: ‘장제원’ 피해자가 원하는 한 가지를 읽고 의견을 보내준 휘클러들도 고마워. 남은 팀휘클리를 향한 응원과 지지도 부탁할게. 앞으론 기사로 만나~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가해자가 사라짐으로써 기껏 용기를 낸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단 사실을 오늘 레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아. 지금까진 그냥 단순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고 말았던 것 같거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장제원의 사망 소식을 4월 1일에 접해서, 만우절 장난인가 싶었어. 왜 유독 성범죄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진실성을 요구하는 걸까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휘클리에서 요목조목 다뤄줘서 그런 마음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됐어. 성범죄를 저지른 걸 인정하고 죗값을 치르는 걸 죽기보다 어려워하다니.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떠올라. 더이상 이 세상이 용기 낸 피해자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장제원 의원 사망 소식을 듣고 또 박원순 사건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됐구나 하는 무력감이 들었어. 피해자는 여전히 살아서 계속 삶을 살아야 하는데 가해자는 속 편하게 죽음으로 도피하고 없던 일처럼 만들어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휘클리에서 이 내용을 자세하게 다뤄줘서 좋았어!

    😐성폭력 가해자가 죽은 후 피해자가 받는 2차 피해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 본인이 겪은 일에 대해 용기 내어 고소를 했는데, 가해자가 죽어 그 진상이 묻힌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론이 바뀌진 않더라도 그동안 확보된 자료들이 불송치 결정문에 담겼으면 좋겠네.


    🤔불송치 결정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어서 좋았어.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자세한 기록을 남기게끔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목소리를 내준 피해자가 인정받을 수 있게끔 더 많은 진실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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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벤트 알림  

    벌써 4월 중순인데 눈 오고 날은 흐리고, 영 봄 느낌이 안 나지? 이럴 땐 예쁜 🌷꽃병에 꽃을 꽂아두는 것 만으로 봄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어. 식탁에 툭 올려놓으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말이야. 5명에게 선물할게. 의견 많이 남겨줘!

    ✔️마감은 다음 주 수요일(4월23일) 낮 12시까지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도 함께 보내줘!
    팀 휘클리는 늘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 🙌
    📫 친구의 메일함에도 똑똑한 시사 뉴스레터 휘클리를 넣어주자! 💌
    📫 주소록에 weekly@hani.co.kr를 추가하고 휘클리를 스팸함에서 구해줘. 🙏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서보미(4호) |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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