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을 많이 봤을 텐데, 가장 기억남는 사고는?
💬2014년 8월5일 서울 송파 석촌지하차도 근처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이야. 사고 당일 서울시에서 연락이 와서 싱크홀 조사단장을 맡게 됐거든. 현장에 도착했더니 길이 8m, 깊이 20m의 구멍이 뚫려 있었어.
🎙️️엄청 크네. 원인은?
💬당시 싱크홀 밑에서 진행된 지하철 9호선 3단계 연장 공사였어. 콘크리트를 주입해 땅을 단단하게 하는 강관 그라우팅 작업이 제대로 안 된 게 문제였지. 9호선 지하철이 지나가는 선로 아래를 따라가면서 보니, 80m에 이르는 대형 동공 8개 정도가 추가로 발견됐어. 그중 규모가 제일 큰 것은 길이 80m, 높이 4.2m, 넓이 평균 6m 정도였어. 엄청나게 큰 동공이었지.
🎙️️그라우팅? 그게 뭐야?
💬강철관을 땅에 심은 다음에 철관 안에 고압으로 시멘트 풀을 넣어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야. 근데 열어 보니 강관의 개수가 부족했어. 그러다 보니 땅이 덜 단단해져서 지하수가 터널 공사장 안으로 들어왔지. 공사 과정에서 터널 인근에 있던 흙이 빠져나가서 거대한 동공이 생겼고
🎙️️순살철근이었네. 지난달 명일동 싱크홀은 원인이 뭐 같아?
💬명일동 사고 지점도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 근처잖아. 명일동 사고는 직접 조사하진 않았지만, 드론으로 찍은 현장을 봤거든. 여기도 강관 그라우팅 기법으로 터널 공사를 한 것 같은데. 2014년이랑 비슷했지만, 시멘트 풀이 보이지 않았어.
장담할 순 없지만, 부실 공사를 의심해볼 수 있지.
🎙️️11년 동안 안 바뀐 거야? 9호선 공사가 제일 문제네.
💬정확히는 땅을 파는 공사 때문이지. 먼저, 땅에 대한 설명을 해줄게. 하천이 운반한 모래나 흙이 쌓인 지층을 충적층이라고 해. 딱딱한 암반으로 구성된 지반과 달리 이런 지형을 연약지반이라고 해. 여기에 지하수가 풍부하면 싱크홀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지.
🎙️️그런데?
💬이 곳을 가만히 두면, 싱크홀이 생길까? 땅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싱크홀은 생기지 않아. 땅을 파는 공사를 하니까 생기는 거지. 터파기 공사라고 들어 봤어?
🎙️️터를 판다는 뜻이야?
💬응. 땅속에 터널이나 지하차도, 아파트 단지, 큰 빌딩을 지을 때 10~20m 이상 터파기 공사를 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예로 들어볼게. 한 층에 보통 4m 정도를 파면, 지하 4층이면 대략 16m 정도를 파는 거지. 그럼 어떻게 되겠어?
🎙️️거대한 빈 공간이 생기지.
💬그렇지. 거기에 지하수, 물이 차겠지. 물은 흙이나 모래를 같이 끌고 오고. 그럼 이것들이 빠져나온 곳에 빈 공간, 동공이 생기는 거고. 싱크홀은 대부분 ‘사람이 건드려서’ 생긴다고 보면 돼.
🎙️️서울 싱크홀의 30%가 강남3구에서 나왔다며. 땅을 많이 파서 그래?
💬강남3구는 원래 하천이 흐르던 지역이야. 현대자동차그룹에 팔린 한전부지는 옛날에 한강이었어. 석촌호수도 한강 물결이었고, 봉은사는 배 타고 들어갔다니까? 충적층, 푸석한 땅 위에 도시가 지어진 거지. 여기에 계속 지하 공사를 하니 지반이 버티질 못하는 거고.
🎙️️버티질 못한다고?
💬강남3구에 교통 수요가 많잖아. 땅값이 비싸니 지상에 교통 시설을 만들 수 없고, 결국 지하 공사를 할 수밖에 없지. 지하철 노선도 많고, 영동대로는 복합환승센터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공사 중이잖아. 계속 땅을 파고 건드리니, 땅이 버티겠어?
🎙️️강남 가기 무섭네. 땅 안 파도, 낡은 상·하수도관도 문제지?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원인 중에 상·하수도관 문제가 제일 많긴 해. 근데, 대형 싱크홀의 원인은 아냐.
🎙️️작은 땅꺼짐만?
💬일단 상수도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돗물이 나오는 곳이잖아. 상수도관으로 흙이나 모래가 들어간다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되겠어. 주민들이 난리가 나겠지. 그래서 상수도관 안으론 토사나 진흙 입자가 못 들어가.
🎙️️하수도관은?
💬동결심도란 게 있어. 겨울에 땅이 얼어붙는 가장 깊은 지점을 말해. 상수도관이나 하수도관을 묻을 때 동파되면 안 되니까, 이 지점보다 깊이 묻어야 하거든. 서울은 약 지하 1m 정도 돼. 그럼 하수도 관로는 깊어 봤자 지하 3~4m 정도 지점에 있겠지.
🎙️️생각보다 안 깊네.
💬응. 근데 대형 싱크홀은 지하 10~20m까지 깊잖아. 그 깊은 곳의 흙과 지하수가 역류해서 하수도관 위치까지 올라온다? 그건 공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난 상·하수도관이 제일 문제인 줄 알았어. 통계도 다 그렇게 나오고.
💬그건 작은 싱크홀 통계야. 하수도 때문에 발생하는 싱크홀의 깊이는 보통 50cm~1m, 어른 상반신 크기 정도야. 빠져 봤자 가벼운 찰과상 정도고, 도로도 10~20분이면 복구할 수 있지. 문제가 되는 대형 싱크홀과는 상관이 없단 거야.
🎙️️땅 파는 공사가 핵심이네.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일어난 싱크홀 기억나? 도로 한가운데가 푹 꺼지면서, 그 안에 흰색 SUV 차량이 완전히 빠져버렸던 사건 말야.
🎙️️기억나. 그 주변에 지하철 공사는 없지 않았어?
💬당시 사고 보고서를 보진 못했는데 서울시 발표와 기사를 보면 ‘지형이 울퉁불퉁하다’ ‘홍수철이다’ ‘노후 상·하수도관이 문제다’란 얘기가 나오더라고. 사실 그 밑에선 배수장으로 들어가는 배수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거든. 당시에 그걸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
🎙️️왜 그랬지?
💬원인을 명확히 조사하지 않고 넘어가려 했던 것 같아. 서울시가 싱크홀 원인으로 배수 터널 공사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지난해 9월 1차 조사에서 밝혔어야 한다고 봐. 근데 노후 수도관이 파손되지 않았단 결론만 내렸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간 거야. 2012년 인천에서도 명일동과 비슷한 사고가 있었거든.
🎙️️어떤?
💬오토바이가 싱크홀에 빠져서 운전자가 숨졌는데, 몇 년 뒤 법원에서 사고 현장 시공사에 무죄를 선고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 2014년 석촌 지하차도 사고 때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희생자만 억울하네.
💬 싱크홀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제도를 개선해야 하잖아. 근데 인재를, 수도관 파손이나 폭우 같은 천재로 바꿔버리는 거지. 경제는 선진국인데, 안전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