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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4] 2022/06/06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지털 테크놀로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많은 뮤지엄에서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오고 있어요.

오늘 레터에서는 여러가지 시도들을 살펴보는 한편,

이러한 시도가 진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바른 방향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술: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해답

  기술,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지속가능성을 이끌어 낼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많은 뮤지엄에서 이를 활용한 다채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죠. 오늘은 관람객 경험과 뮤지엄 운영,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역할을 살펴볼게요.

1️⃣ 더욱 생생한 간접경험을 가능케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후위기를 기존의 관점으로만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예술과 예술가, 그리고 예술기관에 이르기까지 예술계 전반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어요. 예술은 기후위기라는 추상적이고 조금은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때 다양한 기술들이 큰 힘을 발휘하곤 해요. 예술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적인 기제로 활용된다는 것이죠!

👉🏻아르코 미술관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nothingmakeasitself.art

  지난해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는 다양한 매체와 기술을 활용해 기후문제를 다루고, 경험하게 한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로 큰 호평을 받았어요. 인간과 자연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인간과 기술, 그리고 환경이 서로 관계하고 공존하는 확장적이고 선순환적인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보고자 했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전하기 위해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듣고, 만지고, 체험하는 방식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기술이 인간과 환경과 함께 미래를 구성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3D프린팅, 로봇기술, 영상 및 애니메이션, 데이터 시각화, 실시간 렌더링, 사운드 인터랙션 등 정말 다양한 기술이 직접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등장하였어요.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어요. 다양한 아트앤테크 작품에 관심있다면 ART&TECH플랫폼 방문을 추천드려요.😊

<수리솔: POVCR>, 김아영, 2021 ©nothingmakesitself.art

  김아영 작가의 <수리솔: POVCR>은 가까운 미래, 부산 앞바다에서 다시마 발효 연료를 생산해내는 해저연구소를 배경으로 한 인터렉티브 VR작품입니다. 관람은 VR을 통해 순식간에 미래의 가상세계로 이동하여 생경한 감각과 함께 이상 기후 등의 문제를 행위의 주체로서 경험하였다고 해요. 또한 완성도 높은 기술력으로 가상과 실재를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어요.

©nothingmakesitself.art

  <뉴보통 게임>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관객이 직접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형식의 작품이에요. 기후위기 관련 카드들을 보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한 후, 2채널 플레이 영상을 통해 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체감할 수 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의 일,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기후위기에 대해,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하였죠.

  이렇듯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전시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는 한편, 오감을 자극하며 관람객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특히 VR, AR 등의 기술은 특유의 높은 ‘몰입성’으로 관람객에게 행위의 주체성을 부여하였죠. 예술작품의 주어는 ‘나’라는 개인이 아닌, ‘우리’ 즉 집단적 주체라고 말했던 아도르노 미학이론의 완벽한 실현이 아닐까 해요. 나아가, 전시를 통해 ‘기술 진보’와 ‘환경 보호’라는 이념적 대립을 넘어 다양한 가치가 유기적으로 관계맺고 공생하는 선순환적 미래를 그리며, 기후위기 시대 속 다양한 사유와 목소리를 예술적으로 전하였답니다.

2️⃣ 운영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전시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운영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하고 있어요. 앞선 레터들을 통해 전세계 곳곳의 뮤지엄들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실천들을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그중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가장 쉬운 대안으로 여겨지곤 하죠.

🔃폐기물은 DOWN, 경험은 UP

 ©Unsplash

  요즘 많은 뮤지엄에서는 종이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전시 팜플렛을 들어 훑어보곤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곤 하죠. 대규모 뮤지엄일 수록 이러한 폐기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해요. 그 대안으로 종이 팜플렛 대신, QR코드를 스캔하여 스마트폰 등 개인 전자기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뮤지엄이 늘고 있어요. QR코드에는 사진이나 글뿐만 아니라 영상, 링크 등 다양한 동적 자료를 담을 수 있으며, 다른 관람객과의 소통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애용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관람객의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존재해요. QR코드 활용이 어려운 노년층이나 장애인 관람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빼앗는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뮤지엄이 복합적인 목표를 지닌 공간인 만큼 지속가능성, 포용성 등 다양한 가치를 함께 지켜내는 것에 대한 고려 또한 큰 과제가 되고 있어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이면

©Unsplash

  그런데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이 환경에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고 해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는 클릭 한 번만으로도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남겨요.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wifi나 LTE등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게 되는데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적정 온습도를 유지하려면 서버를 냉각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방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해요. 이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 낮은 기기를 활용하거나, 잦은 작동으로 부가적인 전력이 소비되지 않도록 작품 운용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전시 조명과 미디어 장비 운용 시, 전기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어요. 일례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전시,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에서는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의 배경색을 어둡게 설정하였으며, 시스템 폰트**를 사용했다고 해요. 이렇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폐기물을 줄이는 등의 지속가능한 시도를 측정하는 곳도 있어요. Arts:Earth Partnership(AEP)***은 뮤지엄, 극장,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시설에 대한 공식 녹색 비즈니스 인증인 AEP 인증을 부여하고 있답니다.

*디지털 탄소발자국(Digital Carbon Footprint)이란 사람의 디지털기기 활동 흔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징화한 개념으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해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어요.

**시스템 폰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자에 의하여 별도의 형식으로 정의되지 않은 경우, 문자 정 보를 출력하기 위해 기본으로 사용하는 글꼴

***AEP는 예술 단체, 문화 기관 및 개별 예술가에게 실용적이고 달성 가능한 녹색 행정, 운영 및 유지 관리 관행을 식별하고 구현하기 위한 간결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예요.

🍃디지털 전환에 앞서 가치의 전환이 필요해요

Ecology of an Exhibition 메인화면

  결국 디지털 기술은 수단이에요.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요. 무작정 ‘디지털로 옮겨가면 친환경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는 거죠. ‘디지털 기술과 뮤지엄’을 주제로 진행되었던 먼뮤 시즌 1 마지막 레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디지털 기술은 적절한 방법으로 적합한 상황에 활용되었을 때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 뿐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었죠. 기후위기의 맥락에서도 이는 완벽히 상통해요. 단순히 디지털로 대체하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뮤지엄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2019년 프린스턴대학 미술관에서 제작한 웹사이트 Ecology of an Exhibition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순기능을 보여줘요. 보다 지속가능한 선택과 결정을 쉽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인데요, 전시를 만드는 모든 단계에서 생긴 탄소발자국을 추적하고 공유하는 사이트예요.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선택을 재고하고, 나아가 다른 뮤지엄들의 지속가능한 선택을 돕겠다는 명확한 가치를 달성하기위해 만들어졌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선택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선택을 위한 기준은 정말 다양할 것이에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은 그 기준에 맞춰 활용될 것이고요.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고 어떤 가치를 위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REFERENCES
남선우(2021.7.21.). 선택과 결정: 미술 작품과 전시의 생태적 실천. 인천문화통신 3.0
민경선(2017). 지속가능한 사회와 문화예술-지속가능한 사회발전에서 뮤지엄의 역할. 도시연구
박민우(2021).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전시 콘텐츠 기획운영 방안에 관한 연구. 
유현주(2021). 예술과 기술 융합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아트앤테크플랫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조시승(2021.1.21.). ‘디지털 탄소발자국’ 줄이자…일상 속 작은 실천 5. 내 손안에 서울
AAM(2021). Museums,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and Our Future.
Caorlina A.(2022.1.22). NewsNewsletter: QR codes in museums can be a blessing. They are also a curse. 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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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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