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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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유령이는 배움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데?!
👻: 오늘은 배움의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을 소개해드릴게령~

▲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출처: goodreads
하나의 가족, 두 가지 생각 👬 
화사한 햇볕이 내리쬐고 푸르른 풀잎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봄날. 여기 선량하고 평범한 부르주아*인 크리잘이 있어요. 그의 가족은 얼핏 보면 풍요로운 일상을 보내는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완전히 둘로 쪼개진 콩가루 집안이었죠. 지나치게 겉치레를 중시하며 타인에게 과시하는 것을 즐겼던 사람들과, 내면이나 본질에 집중했던 사람들로 말이에요. 우선 크리잘의 아내인 필라맹트는 대단한 과시욕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스스로를 유식하다 생각하며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고자 애쓰는가 하면, 유명한 현학자*들을 떠받들기까지 했죠. 심지어 그녀는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구사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일하던 하녀를 쫓아내기까지 한다고! 
 
*부르주아: 자본가 계급에 속해 재산이 많은 부자를 이르는 말.
*현학자: 학문이나 지식을 자랑하여 뽐내는 사람.

하지만 크리잘과 둘째 딸인 앙리에트, 그리고 그녀의 삼촌 아리스트는 달랐어요. 그들은 지식을 뽐내는 것에 취해 현학자들의 이야기만 맹신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한 삶을 더욱 사랑했죠. 그러나 필라맹트의 성격이 워낙 고집스럽고 집요했기 때문에 집안은 항상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필라맹트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던 이들은 늘 그녀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고.
 
👻: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하녀를 쫓아냈다니 너무해령! 이렇게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지냈다면 한 번쯤은 큰 충돌이 있었을 것 같은데령?

▲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삽화, Moreau Le Jeune
난 이 결혼은 반댈세! ❌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관점이 조금씩 갈등하다가 결국 크게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바로 앙리에트의 결혼 상대는 누가 되느냐에 대한 문제였죠. 앙리에트에게는 원래 클리탕드르라는 연인이 있었는데요, 그녀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클리탕드르와의 결혼을 간절히 원했어요. 그녀의 아버지인 크리잘과 삼촌인 아리스트는 이러한 앙리에트의 결정을 존중했죠. 온전히 감정에 충실했던 선택을 지지했던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필라맹트는 이 결혼을 강력히 반대하는데요, 학문적 지식을 뽐내기를 좋아했던 그녀였기에 딸이 현학자인 트리소탱과 결혼하기를 원했거든요. 게다가 트리소탱과 가족이 되기만 한다면, 집안 전체에 학문적 분위기가 풍길 거라 기대했다고.  
 
그러나 놀랍게도 트리소탱은 필라맹트가 기대했던 똑똑한 현학자가 아니었어요. 그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며 유식한 척하는 허풍쟁이일 뿐이었죠. 또 그가 앙리에트에게 매일 사랑을 속삭인 것은 가문의 재산을 갖기 위한 감쪽같은 연기였다고! 다행스럽게도 결혼의 당사자였던 앙리에트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버지와 삼촌도 트리소탱의 본 모습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어머니 필라맹트의 주장이 너무나도 강하고 완고했던 나머지, 누구도 그녀의 의견에 저항할 수 없었죠. 앙리에트 본인조차도요. 결국 트리소탱이 앙리에트의 혼인 상대로 확정되고 결혼 계약서를 쓰는 일만 남은 상황. 이때 보다 못한 삼촌 아리스트가 이 결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과연 앙리에트는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요?
 
👻:결혼 상대도 마음대로 못 정하게 하다니! 과연 앙리에트가 누구와 결혼하게 될지 너무나도 궁금해령! 

▲ <살롱에서 몰리에르를 읽는 사람들>, Jean François de Troy, 1728
형식보다는 내용 📝 
여기까지가 바로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의 줄거리에요. 이는 1672년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배우인 몰리에르가 발표한 작품이죠. 그는 희곡 속에서 현학주의*가 팽배했던 17세기 프랑스의 사회상을 담아 비판하려 했어요. 당시 프랑스는 프롱드의 난*, 30년 전쟁* 등의 반란, 전쟁으로 거칠고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죠. 

*현학주의: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경향.
*프롱드의 난: 1648년~1653년에 발생한 왕권에 대한 귀족세력의 반란
*30년 전쟁: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일어난 신교와 구교 사이의 종교 전쟁.

이와 같은 어지러운 분위기를 바꾸고자 상류층 여성들은 재치 있는 문화를 하나 만들어가기 시작해요. 바로 취향과 감정의 섬세함을 과시하는 표현 방식인 '프레시오지테'를 정착시키려 한 것! 프레시오지테는 ‘값비싼’, ‘귀중함’을 뜻하는 프랑스 형용사 Précieuse에서 파생된 단어인데요. 프레시오지테가 프랑스 문화 전반에 널리 확산되어 세련된 언어 습관과 문화를 향유하려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죠. 또, 정기적으로 모여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모임인 살롱도 이때 만들어졌다고! 

▲ 잠깐! 아직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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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풍속과 예절을 지향하는 프레시오지테는 전반적인 프랑스의 문화를 화려하게 바꾸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했어요. 오로지 세련됨 하나만을 추구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전통적인 가치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하기 시작했거든요. 게다가 학문 자체를 자신의 체면을 세우고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꾸어버리기도 했죠. 

실제로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에 등장하는 인물인 트래소탱과 필라맹트는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요. 몰리에르는 이처럼 진정한 배움을 목적으로 두지 않는 사회로부터 심각성을 느꼈죠. 그래서 그는 내용과 실속은 갖추지 못한 채 학문의 형식만을 고집하는 프랑스 사교계를 무대 위에서 공개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고!
 
👻: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라는 메시지가 유령이에게도 크게 와 닿아령~ 줄거리만 들어도 흥미진진한 이 작품을 쓴 작가, 몰리에르는 어떤 사람인가령?

▲ <카이사르 분장을 한 몰리에르>, Nicolas Mignard
 출처: 파리시립박물관협회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프랑스에는 몰리에르 🥖 
셰익스피어가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라면, 프랑스에는 몰리에르가 있어요. 그는 셰익스피어만큼이나 프랑스 근현대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극작가이자 배우였어요. 그가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그의 외할아버지는 파리의 여러 극장에 몰리에르를 데리고 다니며 연극을 접하게 했거든요. 이는 훗날 몰리에르가 연극에 애정을 갖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됐죠. 

그러던 어느 날, 20대 초반이 된 몰리에르는 파리의 유명 배우 가문의 자제들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그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적 영감을 공유하다가, 문득 함께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약속을 하게 되죠. 이후 몰리에르는 직접 극단을 창단해 공연을 올리기까지 해요. 하지만 파리 공연의 장벽이 그에게 너무나도 높았던 걸까요? 몰리에르의 극단은 파리의 인기 극단들에 밀려 완전히 파산하고 말죠. 심지어 그는 높은 제작비로 인해 발생한 어마어마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감옥에 수감되기까지 한다고!

▲ 몰리에르, 출처: educalingo
아버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감옥에서 빠져나온 몰리에르는 극단의 단원들을 데리고 파리를 떠나요. 지방을 돌아다니며 유랑 공연을 시작한 거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탈리아 희곡을 접했던 몰리에르는 꼬메디아 델 아르떼라는 장르에 푹 빠져요. 꼬메디아 델 아르떼는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희극*의 형식으로,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즉흥적으로 해내는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뜻하죠. (👻: 유령이도 이전에 꼬메디아 델 아르떼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궁금한 플로터는 여기를 클릭하세령!) 

*희극: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에 존재하는 모순과 부조리 같은 약점을 익살스럽게 묘사하여 즐거움을 주는 극의 양식.
 
👻: 꼬메디아 델 아르떼를 접한 뒤 몰리에르의 작품은 어떻게 변하게 됐어령?

▲ 영화 <타르튀프>, 출처: 네이버
프랑스 희극의 대가 🎭 
몰리에르는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꼬메디아 델 아르떼의 매력에 흠뻑 취했는지, 이후에도 꼬메디아 델 아르떼를 활용한 다양한 희극을 통해 날카롭게 사회 현상을 풍자하는 작품을 만들어요. 대표적으로는 희곡 <타르튀프>가 있는데요,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가장 유명한 프랑스 연극 중 하나로 알려져 있죠. <타르튀프>에서는 주인공인 수도사 타르튀프가 가족들의 사생활을 낱낱이 단속하고, 사회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위선을 떨치는 모습이 나타나요. 이는 당시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했던 수도사들의 태도를 꼬집기 위함이었다고. 

그래서인지 희곡 <타르튀프>가 발표되자마자, 교회와 성직자들은 한낱 연극이 성스러운 종교를 비판했다며 몰리에르를 강하게 비난했다는데. 게다가 <타르튀프>는 종교 문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상연을 금지당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타르튀프가 '위선자'를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 연극 <스카팽>, 출처: 국립극단
또 다른 작품인 <스카팽의 간계>에서는 익살스러운 하인인 스카팽을 전면에 내세워, 장난스럽지만 뼈가 있는 유머를 구사하죠. 이 작품에서는 어리숙하고 무능한 지배 계층을 시원하게 조롱하며 그들을 풍자하고 있어요. 이에 더해 <우스꽝스러운 재녀들>,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을 통해서도 프랑스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프레시오지테에 숨겨진 이면을 재치 있게 들춰냈어죠. 이처럼 몰리에르는 희극을 통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사회상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고 유머스럽게 풀어내며, 지금까지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평가받고 있어요. 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프랑스 국립극장은 지금까지도 몰리에르의 집이라고도 불린다고!
 
👻: 역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답게 신랄한 비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군령! 이번에도 지만지드라마 편집자님께서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에 대한 칼럼을 남겨주셨어령!

💁‍♀️: 몰리에르는 단막극 <웃음거리 재녀들>의 흥행으로, 극작가로서 화려한 출발을 시작합니다. 이후 13년 만에 이 작품의 확장판인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을 발표하죠. 둘 다 프랑스 사교계의 허위와 위선을 풍자하고 있는데, 특히 ‘프레시오지테’라는 당대 파리 사교계의 풍속을 조롱거리로 삼고 있어요. 이는 바로 지나치게 점잖은 척, 잘난 척하는 경향을 말하는데요.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에서는 필라맹트를 필두로 아르망드, 벨리즈가 바로 프레시오지테 경향에 심취한 인물들입니다. 현학자 트리소탱은 이들 앞에서 얕은 지식을 뽐내며 기생하는 사기꾼이고요.

역사와 철학, 문학을 공부하고 공부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언뜻 건전해 보이는 사교 문화가 몰리에르의 눈엔 왜 그토록 거슬렸던 걸까요. 배움에는 저마다의 목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사교계는 그저 스스로를 뽐내기 위해, 남보다 잘났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학문의 내용이 아닌 형식만을 좇고 있었죠. 

곧 수능입니다. 40만 수험생이 ‘수능’이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꽤 길고 지루한 걸음을 놓았습니다. 그간 갈고닦은 학식을 뽐내고 겨루는 시간이 될 겁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삶과 건강한 자아를 위한 공부의 길은 수능과 상관없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과제처럼 놓여 있습니다. 형식보단 내용을 살피는 공부의 길을 가라고 인생 선배 몰리에르가 조언하는 것 같습니다.
💁 : 오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몰리에르는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을 통해서 학문의 형식보다 내용을 추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느꼈던 진정한 배움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학창 시절에 배웠던 내용들이 실제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을까요?

👻 :  유령이 플로터의 생각을 듣고 싶어령!
문화인들 집중 💎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내용과 실속은 갖추지 못한 채 학문의 형식만을 고집하는 프랑스 사교계의 위선을 꼬집는 몰리에르의 희곡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 몰리에르가 풍자하려 했던 그들의 모습은 희곡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요? 또, 앙리에트는 누구와 결혼하게 될까요? 희곡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지만지드라마 희곡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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