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걷는 "희망의 닻, 젊은 순례자들"

제6회 살레시오청년대회에 참가한 젊은 순례자들

제6회 한국살레시오청년대회(제주, 6월 27~29일)


글/사진: 강봉묵 신부
6월 27일(금), 뙤약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화창한 여름날, 전국에서 65명의 남녀 청년(20세 ~35세)들이 한국살레시오청년대회(이하 KSYD)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에 모였다. 6회째를 맞는 올해의 KSYD의 주제는 “희망의 닻, 젊은 순례자들”이다. 살레시오회와 살레시오 수녀회는 첫 선교사 파견 150주년과 희망의 희년을 맞아 희망의 닻을 올리고 바다를 건너 미지의 땅에 복음의 씨를 뿌린 선교사들의 그 숭고한 여정을 오늘의 청년들이 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대회를 기획했다. 

이번 대회의 중심은 ’도보 순례‘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젊은 영혼들이 함께 어울려 걷는 가운데 우리의 삶과 믿음을 돌아보고,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이를 확고히 하기 위한 용기와 힘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다.

그 첫 날인 27일, 개별적으로 공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곧바로 제주의 관덕정(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중 하나이자, 보물 제322호)에 함께 모여 조 배정을 마친 후 걷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빛은 청년 참가자들과 이들을 동반하는 기획팀의 청년, 수도자들의 발걸음을 제촉했다. 이들이 첫 날 걸었던 순례는 제주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더 나아가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되새기고자 천주교 제주교구에서 조성한 “신축화해“라는 순례길의 일부다.

참가자들은 순례 중 “주정공장 4.3 역사관”을 들러 4.3 당시 무고한 제주의 주민들이 희생된 장소의 역사를 살펴보며 4·3 사건의 아픔을 기억하고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주정공장 4.3 역사관”을 살펴본 다음 그늘이 드리워진 숲으로 들어가 사라봉과 별도봉을 탐방한 후 첫 날 도보 순례의 종착지인 화북성당까지 걸었다. 첫 날 청년들이 걸었던 시간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정도였지만, 화북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첫 만남의 서먹함과 어색함은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도보순례를 마무리하고 KSYD의 베이스캠프인 “이시돌젊음의집”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새미 은총의 동산”에 있는 성모 동굴에서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산간의 초저녁 공기는 습했지만, 성령이 깃들어 계신 듯 시원한 바람이 분위기를 휘감아 주니, 주례 사제였던 SYM 담당 이현진 바오로 신부는 하루 동안 이어진 은총을 되새기며 감동의 눈물을 흘려 말을 잊지 못했고, 성찬 전례 내내 모든 참가자들의 마음을 같은 감동 속으로 감겨들게 했다. 

미사 후 살레시오 수녀회 한국 관구장인 김은경 세실리아 수녀가 오는 10월 19일에 시성될 복녀 트론카티 수녀에 대해 소개하는 “보나노떼”를 했다. 선교지에서 목숨을 건 영웅적 행동으로 절대절명의 위기를 극복한 트론카티 수녀의 일화를 들려준 김은경 수녀는 도움이신 마리아와 성녀 마리아 도미니카 마자렐로가 새겨진 메달을 참가한 모든 청년들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하여 29일(일)까지 진행되는 '희망의 닻, 젊은 순례자들'의 첫날이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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