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에 방문했을 때, ‘나도 이런 공간을 가지고 싶다’거나 ‘내 감성과 너무 잘 맞는 공간이다’하는 기분을 느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감흥을 주는 공간들은 보통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장소만이 가진 특유의 감성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간을 기획하고 채운 사람의 의도와 나의 취향이 합치할 때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때로는 어떤 공간을 방문했을 때 그동안 스스로 정의하지 못했던 취향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 소개 드리는 대구의 공간들은 만든 이들의 개성과 아이덴티티가 꾹꾹 눌러 담긴 작지만 알찬 숍들입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며 나와 잘 맞는 공간, 내가 추구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모남희

@mo.nam.hee
대구 중구 동덕로 84-6
화 - 토 12:00 - 19:00, 매주 일·월요일 휴무

지역을 막론하고 곳곳에 와인과 간단한 핑거 푸드, 일상용품을 파는 곳들이 부쩍 많이 보입니다.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비중에 따라 라이프스타일 숍이라고도 하고, 그로서리 스토어라고도 하는 곳들 말이죠. 이런 공간에 와인까지 판매한다면 주로 와인이 메인이 되어 보틀 숍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귀여운 이름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식료품 숍 ‘모남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나미 카레’를 만드신 사장님의 취향이 구석구석 깃든 공간입니다. 모남희 또한 다른 그로서리스토어, 보틀 숍들과 같이 내추럴 와인과 굿즈,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모아둔 숍이지만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함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 항목은 다르지만 모나미 카레를 운영하셨던 사장님의 실력 발휘를 엿볼 수 있는 주먹밥 도시락입니다. 가장 빨리 품절이 되는 품목으로 이른 시간 매장에 방문해야만 만날 수 있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둘, 모남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굿즈입니다. 외관이나 인테리어에 핑크색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모남희하면 분홍색이 떠오르는 이유도 이 굿즈들 때문이겠죠? 녹색 바탕에 흰 무늬로 중국집이나 분식집에서 봤을 법한 접시들에 모남희의 로고가 박힌 채 분홍색으로 탈바꿈해 자리를 지키고, 핑크색 휴지, 핑크색 수세미, 핑크 솔트까지 곳곳에 포인트로 놓인 핑크 아이템들이 모남희의 아이덴티티를 견고히 합니다. 셋, 특별 세트 패키지입니다. 선물이 필요한 각종 기념일, 명절에 모남희만의 감성을 담은 선물세트가 발매됩니다. 크리스마스엔 베이커리 카페 어니언과의 콜라보로 슈톨렌과 모남희표 무화과 잼, 내추럴 와인을 묶어 판매하였고, 명절에는 논알콜 와인에 파스타 소스와 파스타면을, 밸런타인데이엔 초콜렛과 귀여운 병에 담긴 맥주를 패키지로 만들어 누구에게 선물해도 센스만점의 선물이 되는 세트를 제공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숍이기도, 그로서리 숍이기도, 보틀 숍이기도 한 모남희는 어떤 이유로 이 공간을 찾은 사람이든 작은 행복감을 안고 갈 제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비늘

@mulbineul_
대구 중구 중앙대로 455-2 2F
운영시간 및 일정 인스타그램 참조

빈티지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찬, 어쩌면 대구에서 아이덴티티가 가장 강한 이곳은 아트 & 빈티지 소품 숍 ‘물비늘’입니다. 작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2층에 위치해 쉽게 찾기 어려운 점도, 생경한 단어인 가게 이름 물비늘이 하늘빛의 진지한 궁서체로 떡하니 시트지로 붙어있는 점도 레트로한 을지로 곳곳의 숨은 공간들을 연상시킵니다.

사실 아트 & 소품 숍이라고 소개했지만 이 공간은 하나의 전시장이기도 합니다. ‘이뽈’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시는 작가분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편집숍들이 그 숍의 분위기와 맞게 선별된 제품들을 사입하여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물비늘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 대부분은 사장님의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그려진 제품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콘셉트가 됩니다. 레진으로 만든 그립 톡, 직접 자수를 놓은 캡 모자, 비즈를 엮어 만든 액세서리들과 손수 그린 그림으로 만든 포스터, 엽서, 스티커들까지 어느 하나 사장님의 손길이 가지 않은 제품이 없습니다. 공간에 있는 아이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장님의 일상과 취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부처상과 들판에 서있는 말, 귀엽게 얼굴을 내민 돌고래,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 그리고 수많은 꽃들까지 통일감이 없는 듯한 피사체들이지만 모두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혹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들은 같은 결의 그림, 사진, 오브제가 되어 공간 안에서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룹니다. 이 공간을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여 방문한 사람들 안에서도 각자 취향이 달라 원하는 소품, 원하는 공간을 각자 둘러보고 있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SNS 계정의 공지에 ‘물비늘 제품들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한번 품절된 제품이나 작업물은 다시 입고가 되기 힘듭니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한답니다.’라고 올려 두신 사장님의 말이 다른 곳들과 다른 물비늘만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잔잔한 물결이 햇살 따위에 비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인 가게의 이름처럼 작은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사장님만의 커다란 세계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잔타

@cojanta.official
대구 중구 공평로 79 4필지 2F
운영시간 및 일정 인스타그램 참조

‘Consist of Jants taste’, 잔츠의 취향 모음집이라는 뜻을 가진 코잔타는 분기별로 콘셉트가 바뀌는 편집숍입니다. 잔츠 비즈라는 이름으로 비즈 액세서리 브랜드로 활동하던 이들은 지난 2021년 2월 프로젝트별 주제에 맞는 아이템을 모아 소개하는 숍을 오픈했습니다. 

패션 브랜드부터 키친웨어, 라이프스타일 소품까지 이들이 취급하는 제품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주제에 맞는 상품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코잔타의 공간은 크지 않지만 그 확장성은 무한합니다. 프로젝트 때마다 색, 집기, 가구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바꾸어 가며 같은 공간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어부들이 그물에 물고기를 담듯 잔츠가 사랑하는 것들을 담았낸 첫 콘셉트 ‘fisher woman’을 시작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 ‘to put life force into a net’에서는 여러 작가의 사진을 기반으로 만든 자체 제작 패브릭으로 공간에 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고, 세 번째 주제였던 ‘amazing autumn, around play’에서는 농구게임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기획된 플레이를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뜻의 'around play'를 모티브로 공간을 꾸밉니다. 투명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던 이전 주제들과 달리 에메럴드빛으로 칠해진 벽에 컬러풀하고 키치한 컬러감이 매력적인 아이템들이 가득 차 매번 새로운 플레이를 하는 활동적인 코잔타를 공간에 담아냈습니다. 가장 최근, 네 번째로 진행했던 ‘soji’s room’에서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주어 모노톤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심플하고 미니멀한 도시 라이프를 꿈꾸는 가상인물 ‘soji’를 만들어 공간 한가운데에 침대를 두고 soji네 방에 놀러 온 듯한 연출을 해 방문하는 이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어느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 없는 코잔타는 카멜레온처럼 주제에 맞는 새로운 색으로 계속해서 공간을 채워갈 예정입니다.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다섯 번째 프로젝트는 오는 3월 10일 오픈이라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죠?

1. 위치의 틀을 깬 사이니지

코이요 스시 | 대구광역시 북구 태암로5길 16-7

콘라트 | 대구 중구 동덕로14길 37

스시고본 | 대구 중구 동덕로14길 29

영원아카이브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631

2. 거대한 오브제 사이니지

삼송빵집 본점 | 대구 중구 중앙대로 397

만재네 | 대구 중구 중앙대로79길 24

3. 개성있는 그래픽 사이니지

리빙플라워 | 대구광역시 중구 공평로 79

포도 동성로점 |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6길 48

버닝 레스토랑 | 대구 중구 공평로 79

플랜트휴먼 | 대구 중구 중앙대로 347 1층

4. 아이코닉 사이니지

베이크드인스테인 |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5길 41

이공 (0lO) | 대구 중구 대봉동 8-19

유랑 |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445길 33

가식 |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445길 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