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했는데(‘이성계 낙마’는 조선 개국 국면에서 이성계파와 반이성계파의 명운이 갈리는 계기가 된 역사적 사건)

✔어떻게: 드라마 제작진이 말의 발목에 밧줄을 감은 채 말을 달리게 한 뒤, 밧줄을 잡아당겨 달리는 말을 넘어뜨려(※촬영 당시 영상이 공개됐는데, 잔혹한 장면이라 주의가 필요해. 영상을 볼 사람은 기사를 참조해줘). 까미는 촬영 일주일 뒤 사망

👉👉KBS는 ‘사고’라 주장하면서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어.

⚡⚡죽음이 드러낸 현실 1: 미디어 동물학대 실태

지은 요원: 동물 배우도 대역을 쓰는 건 사실이야. 2014년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주인공의 반려견으로 나온 ‘달봉’이는 목욕 장면에서 대역을 썼어. 달봉이가 나이가 많아서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그런데 사실 동물 배우는 대역 개념보다는 각자의 장기에 맞는 장면에 투입된다는 표현이 맞아. 같은 종의 말이라도 달리는 모습이 역동적인 말,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훈련이 잘된 말, 수레를 잘 끄는 말 등 특화된 부분이 다른 거지. 하지만, <태종 이방원>에서 까미가 대역이었을까? 난 그건 아니라고 봐.

지은 요원: 응. 사극에서 낙마씬에 쓰는 말을 대역 배우라 부르는 건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서 그러고 싶지 않아. 낙마 연기를 잘하는 말이 있을 순 없잖아. 낙마씬에 동원되는 말은 낙마 연기에 특출난 말이 아니라, “당장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말”을 사용한다는 게 이쪽 사람들 얘기야. 그래서 말 업체에서도 원래 데리고 있는 말이 아닌, ‘폐마’를 구입해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이번에 문제가 됐을 뿐, 지금껏 낙마 촬영하며 죽은 말이 많을 거야.

지은 요원: 기본적으로 감수성의 문제지. KBS와 대하사극을 같이 작업하는 말 업체들이 대부분 30~40년 운영되어온 곳인데, 그들 입장에선 오래전부터 낙마씬을 그렇게 촬영해왔고,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을 거야. 그리고 이런 문제는 대하사극에서 대부분 일어나는데, KBS가 한동안 제작비 문제로 못 만들다가 5년 만에 <태종 이방원>으로 어렵게 다시 시작했지. 그 5년 동안 성폭력, 아동·청소년 배우 인권 관련해서는 바뀌었는데 동물권은 아직 인지하지 못한 거지. 또 예전엔 말 다리에 전기를 흐르게 해서 낙마신을 촬영했다고 하니까, 사람이 밧줄을 당기는 게 그들 입장에선 발전된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지은 요원: 2014년 드라마 <삼총사>에서는 말이 난동부리는 장면을 사람이 타고 촬영한 뒤 CG로 사람을 없앤 적이 있지. 그런데 낙마씬은 말과 사람이 함께 넘어져야 하는 모습 전체를 담아야 하니까 CG에도 공을 들여야 할 거야. 제작비 문제도 있지만, 한 방송사 피디의 말로는 예전에 그런 방식으로 했더니 “어설프다”며 시청자들에게 엄청 욕을 먹었대. 그런데 그때는 시청자들도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했을 수 있잖아. 이제는 사회 인식이 달라졌지. 한편으론 굳이 낙마신을 원테이크로 다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

지은 요원: 일단 말 업체와 제작사 간 계약서에 동물복지 관련 항목을 꼭 넣어야지. 업체 쪽 말로는, 업체에서 동물 배우 보호 조항을 먼저 요구해야 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는대. 그런데 업체는 ‘을’이잖아. 업체 요구에만 맡기지 않고 제작사, 방송사들이 바뀌는 게 필요하지. 동물단체들과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 될 거야. 동물이 많이 나오는 촬영 현장에는 동물단체 관계자가 방문해서 촬영법, 현장 복지 등을 체크하면서 함께 논의해나가는 거지.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 배우의 권리가 자리잡힌다면, 지금껏 희생된 수많은 ‘까미’들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지지 않을까?

 

😀 금리와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앞으로 경제 뉴스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약간 생겼습니다.

 

😄 이번 레터는 읽는 내내 공짜로 경제 수업 듣는 기분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 12월27일에 보내주셨던 ‘휘클리 잊지 않았지...?’라는 제목의 메일을 이제서야 봐서 꽤나 다급하게 의견 아닌 사죄를 남기러 찾아와요 흑흑.(중략) 이제 곧 입시가 끝나요! 휘클리를 읽으려고 아주 단단히 벼르고 있었으니 걱정 마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