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필요한 건 영감만이 아니야 ⁾
지난 한 달 동안, '자기만의 방'을 만드신 김보희 편집자님의 기획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편집자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서랍을 만들어두세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뭐에 관심이 있는지, 키워드를 정리하세요.
서랍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해도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서랍이 있으면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서랍을 열어보고, 정보를 제대로 수집할 수 있게 돼죠."
이 말씀을 듣고 아차 싶었어요. 뉴스레터와 각종 칼럼, 영화와 유튜브 영상... 저는 일단 정보를 이것저것 많이 접하고 모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기획으로 쉽게 발전되지는 못했어요. 기획을 조금 더 많이, 잘해보고 싶기에 이리저리 찾아다녔지만 사냥을 하러 나가는 거리만 멀어질 뿐 실제로 손에 들고 돌아오는 건 거의 없어요.
가장 큰 문제는, 제 관심사가 너무 넓다는 거였어요. 다시 말할게요, 제 관심사가 원래 넓은 게 아니라, 나는 기획자고 편집자라는 생각에 취향의 넓음을 스스로 만들어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원래 좋아하는 것'을 밀어두고 그 자리를 다른 것들,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만 채운 거 같아요. 내 취향이, 내 좋음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주목했다간 팀과 회사에 필요한 책, 내가 생각하는 '잘 팔릴 수 있는 책, 도움이 되는 책'에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다시 말하면 저는 팀에 필요한 책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큰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제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네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길을 잃기 쉬워요. 기본적으로 내가 관심이 있는 곳이 아니면, 취향과 영감 그리고 소재 찾기가 시작되기가 어렵잖아요. 정보를 접하더라도 내 안에서 기획의 연쇄가 일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불안하니 무작정 정보를 모으기만 했어요. 양으로 승부한달까요.
이제는 저만의 서랍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의 중심에 여전히 저의 취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끌리는 부분이 있을 거거든요. 그 키워드를 찾고 저만의 서랍을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11월의 어느 레터에서, 이 서랍 만들기 후기를 들고 올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레터는 여기서 마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