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60 I 2022.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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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안녕. 팀휘클리 정리몬👾이야. 이번 휘클리의 내용을 정리하고 마지막 순서로 휘클러들에게 인사말을 쓰려고 하는데, 좀처럼 안 써지더라고. ‘너무 무겁게 썼나?’ ‘이건 흥미를 끌지 못하는 거 같은데?’ ‘이 이야긴 적절하나?’🤔 이런 고민 속에 버려지는 글만 늘어났어.
생각해보니 글을 시작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번 주제가 임신중지이기 때문이었어. 남성인 정리몬👾으로선 내 몸 안에서 생명이 자란다는 감각이나, 그걸 지우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상상도 잘 안 되거든. 다만 아이가 돌도 안 되었을 때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전쟁’을 치르면서, ‘낳을 생각이나 키울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아이를 낳으면 안 되겠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정도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내용의 미 연방대법원 판결문 초고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지난 2일(현지시간) 나오고 미국이 발칵 뒤집혔어. 보도 당일 저녁부터 대법원🏛️ 건물 앞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지. 그 시위를 보도하는 사진을 보다가 여러 시위자의 팻말에 그려진 옷걸이가 눈에 들어왔어. 낙태 시술이 불법이라 임신부들이 옷걸이로 직접 낙태를 해야 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였지. 임신이 뭔지, 임신중지가 뭔지 막연한 나로선 불법 임신중지는 무엇일지 더 아득하게만 느껴졌어.
이번 휘클리는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뒤집으려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논리는 무엇인지 알아봤어. 더불어 이 판례 변경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따져봤고. 항상 그렇지만, 이번 휘클리는 더욱 배우는 자세로 접근하려했으니, 이번에도 잘 따라와 주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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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_weekly, quickly
- 한 번 물어봤다: 임신중지의 위기, 자기결정권의 위기 + 이벤트 알림
- 안 읽으면 손해다: ‘예의 있는 반말’로 부장님을 부르면? 外
- 톡톡, 휘클러: 지난 이벤트 당첨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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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기 전에_‘로 대 웨이드’ 판례 변경 임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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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대 웨이드’ 역사적 재판의 시작
- 1969년,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노마 매코비란 여성이 셋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어. 당시 그는 21살이었는데, 이미 16살 때 결혼해 첫째를 낳고 이혼한 상태였어.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가진 둘째도 입양을 보냈었지. 그는 어머니 집에 얹혀살면서 식당일을 하는 등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를 키울 상황이 아니었어.
- 당시 텍사스주는 임신부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가 아니면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어. 불법 낙태라도 하려 했지만, 찾아간 낙태시술소는 운영이 정지된 상태였어. 매코비는 낙태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변호사를 찾다가, 사라 웨딩턴이란 변호사와 연결이 됐어.
- 웨딩턴은 당시 26살로 텍사스 주립대 로스쿨을 막 졸업한 상태였어. 법률 사무소에서 여성을 잘 받아주지 않아, 같은 로스쿨 졸업생인 린다 커피와 낙태금지법을 바꾸기 위한 공익 소송을 준비하며 고소인을 찾던 중이었지. 이들은 매코비를 고소인으로 1970년 헨리 웨이드 텍사스주 댈러스 카운티 지방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 매코비는 ‘제인 로’(Jane Roe, 모씨)라는 익명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로 대 웨이드’ 재판으로 불리게 됐어.
✔️1973년 “임신중지권은 여성의 프라이버시 권리”
-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은 7 대 2로 매코비의, 더 나아가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권을 인정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어. 법원은 여성이 임신을 중지할 권리는 수정헌법 14조에서 보장하는 자유권의 일종인 ‘프라이버시’로서, 이를 금지하는 모든 주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거야. 구체적으로 임신 후 첫 3개월은 임신부의 독자적인 선택에 따라, 다음 3개월은 임신부의 건강에 대한 의사들의 판단을 반영해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어. 다만 6개월 이후론 태아가 자체적인 생존 능력을 갖추기 때문에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주정부가 나서서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명시했어.
- 후일담도 흥미로운데, 매코비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했다고 이야기했지만, 판결 14년 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에서 생긴 아이였다고 털어놨어. 다만, 성폭행 문제가 재판의 쟁점이 되거나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그는 1990년대 중반엔 낙태 반대 운동가로 변신했어. 자신의 판례를 변경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 하지만 사망 직전 인터뷰에서 낙태 반대 운동은 “모두 연기”고 단체로부터 받은 돈 때문에 한 것이란 발언을 했어. 그는 2017년 70살에 사망했어.
- 소송을 대리한 웨딩턴 변호사는 로스쿨 3학년 때 임신을 했지만, 텍사스는 임신 중절이 불법이라 멕시코까지 가서 낙태를 해야 했어. 이런 경험이 낙태금지법과 싸우는 동기가 됐다고 해. 그는 이후 텍사스주 하원의원, 지미 카터 행정부 백악관 정무국장 등을 지냈고, 얼마 전인 지난해 12월, 76살 나이로 사망했어.
✔️49년 뒤 “임신중지는 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 판결이 내려진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난 2일(현지시각) 한 기사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놨어. 미국 언론 <폴리티코>가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는 내용의 98쪽짜리 연방대법관 다수의견 판결문 초안 전문을 공개한 거야. 현재 미 대법원에선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2018년 제정)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이거든. 미시시피 주처럼 보수 성향의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은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며 공공연히 연방대법원 판례에 도전해왔어.
-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집필한 초안은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고 비판했어. 핵심 판단 근거는 임신중지는 헌법과 관련이 없다는 거야. 애초부터 연방대법원이 심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거지. “헌법은 임신중지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임신중지권은 헌법 조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했어. 다수의견은 “이제는 헌법에 충실하면서 임신중지 문제를 선출된 대표들에게 돌려보내야 한다”고 결론 내렸어.
- 이 초고가 유지돼서 이르면 오는 6월 말께 정식 판결로 내려진다면, 임신중지를 허락하지 않는 일부 주의 법들이 효력을 인정받게 돼. 그러면 전체 50개 주 중 약 20개 주에서 임신 중지가 완전히 금지되거나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돼. 실제로 텍사스주는 지난해 9월부터 태아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부터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일명 ‘심장박동법’을 시행했어. 성폭행이나 근친상간 등으로 임신한 경우일지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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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동성혼·피임도 줄줄이 위기
- 초고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2020년부터 연방대법원이 ‘보수 6 대 진보 3’의 구도로 재편됐기 때문이야. 이렇게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 상황이 되자, 법률을 제정했던 미시시피 주는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갔어. 지난해 12월 구두변론에서 나온 대법관들의 발언으로도 판례 변경 조짐이 보였지.
-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 뒤집기가 임신중지 권리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이 동성 간 성행위·결혼과 피임 등에 대해서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어. 피임에 관해선 주별로 사후피임약 처방이나 자궁 내 피임기구 시술을 금지하는 법이 나올 수 있단 거지.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 사건의 구두 변론을 진행할 때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이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어.
✔️“어찌 그들이 여성에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지시한단 말이냐”
- 바이든 대통령은 보도 다음 날 “여성들의 선택권은 기본적인 것이며, 이 판례는 거의 50년간 이 땅에서 법으로 작동했다”며 “법의 기본적 공평함과 안정성 측면에서 (판결은)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어찌 그들이 여성한테 몸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지시한단 말이냐”고 비판했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4일 트위터에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이 생명을 구한다”며 임신중지권 축소가 “여성과 소녀들을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몰아넣는다”고 썼어.
- 유명인사들도 항의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어. 배우 우피 골드버그, 배우 앰버 탬블린,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 등이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밝히면서 대법원의 판례 변경 가능성을 강도 높게 성토했어. 영화 <킬 빌>로 유명한 배우 우마 서먼도 지난해 텍사스주의 ‘심장박동법’이 시행된 직후에 <워싱턴 포스트>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자신이 10대일 때 낙태한 경험을 밝히며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고, 지금까지 나를 슬프고 괴롭게 하지만, 어린 나이에 임신을 유지하지 않기로 선택한 덕분에 내가 원했고, 또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모습의 엄마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어.
👉미 연방대법원이 각 주의 임신중지법을 인정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판결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이제부터 알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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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물어봤다
미국 워싱턴에서 이 사안을 취재하고 있는 이본영 특파원에게 물어봤어.
휘클리: 직접 대법원 앞에서 열린 항의 시위를 취재하기도 했던데, 요즘에도 시위를 하고 있어?
본영 요원: 요즘엔 대법원 앞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임신중지 불법화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집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 미국에선 대법관 집 앞까지 가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잘 없어서, 꽤 뉴스가 될 정도. 연방대법관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회다 보니 ‘선을 넘은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정도야. 바이든 대통령도 집 앞 시위는 자제하라고 메시지를 냈고. 그런데도 집 앞 시위를 한다는 건 이번 판결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거지.
휘클리: 보도 직후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초안 유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던데 밝혀진 게 있어?
본영 요원: 아직 별 단서가 안 잡히는 걸 보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여. 하지만 누가, 왜 유출했는가에 대해선 많은 추측이 나왔어. 애초엔 임신중지 불법화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강력한 사회적 저항을 불러일으켜 대법관들이 의견을 바꾸려고 유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반드시 그렇게 볼 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어.
<월 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타협을 추구하고 있다고 썼어. 그는 1973년 판례를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선 임신중지가 가능한 기간을 지금보다 단축할 수 있게 자율권을 주는 타협안을 도출하려고 한다는 거지. 특히 신참인 브렛 캐버노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어.
대법관 9명 중에서 5명이 다수 의견을 형성했는데, 만약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다수 의견이 깨지는 거잖아. 그래서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쪽에서 초고를 언론에 유출해, 대법관들이 의견을 바꾸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거지. 만약 입장을 바꾸면 ‘여론 눈치를 봤다’는 비난을 받고, 권위에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휘클리: 실제 선고에서 대법원 초고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을까?
본영 요원: 원론적으론 가능하지. 로버츠 대법원장이 “언론에 유출된 초안은 진본이 맞지만, 대법원의 결정 혹은 대법관들의 최종 입장은 아니다”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어. 하지만 낙태 문제가 미국에서 수십년간 가장 첨예하게 논쟁해온 문제잖아. 연방대법관 정도면 낙태에 대한 태도가 명확할 거고. 한두 달 더 심리한다고 해서, 그런 신념이 바뀌기는 어렵지 않을까. 초고 유출로도 뒤집힐 가능성이 줄어든 거로 보이고.
휘클리: 바이든 대통령이 판결 유출을 계기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찍어달라고 독려하던데, 민주당이 승리하면 판례를 다시 뒤집는 게 가능한가?
본영 요원: 바이든 이야기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인 상하원 국회를 국민들이 만들어주면, 임신중지 권리를 명문화한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거지. 현재 미 상원 의석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확히 50석씩 반분하고 있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100명 중 60명이 동의해야 해. 하지만 이전부터 중간선거 패배 전망이 짙은 상황이라 바이든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아 보여.
휘클리: 미 연방대법원이 이번에 임신중지 권리를 제한하고 나서, 동성결혼이나 동성 간 성행위, 피임에 대한 권리도 연이어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던데, 실제로 그렇게 될까?
본영 요원: 시민권이나 소수자에 대한 진보적 판례들이 위험에 처한 건 사실이야. 임신중지에 대한 태도는 각 대법관의 여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기본적 태도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거야. ‘로 대 웨이드’는 49년째 유지되어온,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판례잖아. 이를 뒤집었다는 건 더 최근에 내려진 동성혼 같은 판례들은 더 쉽게 뒤집을 수도 있다는 거야.
휘클리: 왜 미국에선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걸까?
본영 요원: 그동안 낙태에 보수적이었던 남미의 가톨릭 국가들도 점점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등 세계적 흐름이 임신중지 합법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이 문제에서 선도적이었던 미국이 거꾸로 가려는 상황이지.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사회·정치의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걸 들 수 있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도 이 점을 잘 보여주지.
미국의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영향력 확대와도 관계가 있어. 이들은 생명은 인간이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라는 근본주의적 신앙을 가지고 있어. 여론 조사를 보면, 기독교 성서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어느 나라보다 높을 정도.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세력이기도 하고.
휘클리: 미국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제한되면 여성들의 피해가 클 것 같아.
본영 요원: 이번에 판례가 바뀌면 남부나 중서부 주들에선 곧바로 임신중지를 제한·금지하는 법률들이 발동될 거야. 그러면 이 주에 사는 이들, 특히 유색인종 등 저소득층 여성들은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져. 워낙 땅이 넓으니까 임신중지가 가능한 동부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로 며칠씩 가야 하거든. 시술을 받으려면 입원도 해야 하고. 또 미국이 의료비 부담이 크잖아.
휘클리: 미국 대법관은 임기가 있는 게 아니라 종신직이잖아. 지명권한도 모두 대통령이 가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트럼프가 4년 임기 중에 3명을 모두 지명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건데, 제도 자체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걸로 보여.
본영 요원: 미국 대법관이나 연방법원 판사들을 종신직으로 둔 건 여론이나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공정하게 판단하라는 취지야. 하지만 부작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대법관의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 대통령도 보수 우위 대법원이 자꾸 발목을 잡으니까 대법관 숫자를 확 늘리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지. 과거엔 대통령들이 자신과 성향이 다르더라도 대법관의 자질이 훌륭하면 지명하는 일도 있고 그랬는데, 요즘엔 정파에 충성할 것 같은 사람만 앉히니 사법 분야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중이야. 법원은 갈등을 조정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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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물어봤다
국내 영향에 대해서 법원을 취재하는 신민정 기자에게 더 물어봤어.
휘클리: 미국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히면,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민정 요원: 변호사들한테도 물어봤는데,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해. 한국에선 2019년에서야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거든. 아직 3년 정도밖에 안 지났고, 법관 구성에도 별 변화가 없는 상태야. 그래서 당장 국내에 영향을 미칠 상황은 아니라는 거지.
휘클리: 헌재가 결정문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는데, 그럼 영향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민정 요원: 헌재는 이 판결을 외국의 입법례로 제한적으로 언급했어. 특히 헌재는 임신·출산·육아로 여성들이 사회경제적 불이익을 겪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는 등 한국 사회의 특성을 중요하게 언급했거든. 한국 사회가 가부장제의 위세가 강하기 때문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강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자체적인 논리를 구성했어.
휘클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대선 후보 시절에 “태내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 존속과 관련된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더라고. 여성의 임신중지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이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민정 요원: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형법 269조·270조가 사라졌어. 문재인 정부가 25주부터는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대체 입법안을 냈지만, 국회서 통과되지 않았어.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대체 입법안을 다시 내면서, 여기에 임신중지 권리를 더 제한하는 방향으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
여성계에선 대체 입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야. 여성계는 임신 주수에 제한 없는 전면적인 임신중지 ‘비범죄화’가 답이라고 말해. 여성계에선 경구용 사후피임약 ‘미프진’ 도입이나 임신중절 수술의 건강보험 적용 등은 입법 없이 식약처나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지금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해.
휘클리: 미국에선 임신 6개월이 지나면 임신부의 건강 위협이 아닌 경우엔 임신중지를 금지하던데, 비범죄화는 그것보다 한 발 더 나간 거네.
민정 요원: 캐나다는 34년 전인 1988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는 ‘비범죄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합법적인 주수나 사유 제한, 숙려 기간, 제3자 동의 등 어떠한 법적 규제도 두지 않은 거지. 그런데도 캐나다는 임신중지율이 2018년 기준 15~44살 인구 중 11.7%로 15%인 우리나라보다 낮아. 늦은 임신중지가 임부의 건강에 좋지 않은 면도 있어서, 이런 것들은 임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봐.
휘클리: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에 헌재 재판관 9명이 모두 바뀔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면 언젠간 임신중지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진 않을까?
민정 요원: 현재 재판관 구도를 보면 진보 5명, 중보·보수 4명이야. 다만 보수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보수적인 결정만 내리는 건 아냐. 이선애 재판관(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과 서기석 전 재판관(박근혜 전 대통령 지명)은 중도·보수로 분류되는데도, 낙태죄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거든. 국내선 미국만큼 낙태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서, 헌재가 다시 나서서 판단해야 할만큼 첨예한 갈등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힘들 것이고. 어쨌든 현재로선 정부의 대체 입법이 아닌, 사후피임약 도입과 건보 적용 같은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공적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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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와 이어지는 임신중지 관련 그래픽노블 두 가지를 휘클러와 나누려고 해. 그동안 너무 글자만 가득한 책 나눔만 했었지?😅 그래서 이번 휘클리에선 그림과 함께 좀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래픽노블을 준비해봤어. 둘 다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인데, 작가 본인의 임신중지 경험을 다룬 오드 메르미오의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프랑스 시민들이 어떻게 임신중지 합법화를 이뤄냈는지를 다룬 데지레 프라피에, 알랭 프라피에의 <선택-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야. 두 종 모두 각 4명에게 주려고 해. 관심 있는 휘클러는 레터 하단 💎 휘클리에 내 의견 남기기 버튼 누르고 신청해줘. 참여는 다음주 화요일(5월17일) 정오까지! 두 가지 책 중 더 읽고 싶은 책 이름,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이메일 주소 꼭 남겨줘!😁
1)나의 임신중지 이야기(오드 메르미오)
2)선택-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데지레 프라피에, 알랭 프라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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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모르겠지만…” 5월10일 74년만에 청와대가 시민에 개방됐어. 곳곳을 둘러보며 즐거워하던 시민들도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이유만큼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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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성 따르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직도 우리 법은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아빠 성을 따라야 해. 시민의 지지 속에 지난해 폐기하기로 한 이 원칙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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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편내편 저널리즘’을 넘어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엔 날카롭던 보수언론의 펜 끝은 무뎌질 가능성이 커. 권력의 폭주를 비판하는 기능은 결국 진보언론의 몫이 될 거야. 하지만 그전에 진보언론이 해결하고 가야 할 숙제가 하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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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휘클리 vol.59: 김건희 ‘사전 답사’가 문제인 이유를 보고 휘클러들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왔어. 고마워💌
😉최근에 뉴스를 꾸준하게 보지 못해서 이슈를 따라가기 어려웠는데, 차근차근 다 설명해줘서 너무 고마웠어(고마워요 정리몬!) 또 미나 요원의 얘기에 공감이 많이 되더라. 미나 요원의 얘기와 살짝 뉘앙스는 다르지만, 나도 최근에 검수완박, 집무실과 같은 이슈에만 집중되어 상대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도외시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하얀 배경에 글씨가 밝은 에메랄드빛이라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용... 휘클리가 친구한테 말하는 것 같이 밝은 분위기로 뉴스를 전달하는 취지에 맞게 밝은 글자색을 쓰는 것은 정말 정말 찬성이나, 대부분 폰이나 pc환경을 화이트모드로 쓸 것을 생각하면 조금 다른 색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조언대로 반영했어. 고마워!
책 이벤트에 응모한 벗들도 모두 고마워! 당첨된 벗들에겐 오늘 연락할게.🙋
1)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4709 💎2583 💎0774 💎8940
2)정치가 우선한다 💎3652 💎4771 💎7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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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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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지훈(정리몬)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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