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지하의 OO 침투?! 💌
띵동.
행운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언니단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반지하의 OO 침투』📚 사전 연재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함께 읽어볼 두번째 글은
⭐이달의 존재⭐ 이반지하 작가가
(왜 이달의 '존재'인지는 지난 레터를 참고해주세요!)
헤테로 결혼식에 사회자로
침투한 이야기예요.
여기서 잠깐, 헤테로란 무엇인지
이반지하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헤테로란?
남잔데 여자 좋아하고
여잔데 남자 좋아하는 일, 성질, 지향, 버릇."
벌써부터 ♨️잼얘♨️ 냄새
솔솔 나지요?
퀴어적 존재가 바라보는
결혼식 풍경은 어떨까요?
오늘도 님의 일상에 침투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이반지하 작가의 이야기, 함께 읽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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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
가부장제와 퀴어성, 젠더와 매체의 경계를 가지고 놀며 작업하는 다매체 예술가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겨우 졸업했다. 2004년부터 퀴어적 존재이자 현대미술가로서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오가며 꾸준히 작업 해왔다. 특유의 ‘생존자 유머’를 구사하며 기존의 질서 위에 아무렇지 않게 퀴어적 공간을 창조해내는 작업들을 통해 독자적인 퀴어미학을 발전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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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결혼식에서 | 진짜 사회를 보다
결혼식 섭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이삼년의 일이다.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동성결혼식에 하객으로, 초대 가수로, 사회자로, 무엇보다 ‘이반지하’로서 참석해주길 요청받곤 했다. 하지만 나는 논리⓵ 더이상 성소수 사회의 쌍쌍 문화와 사랑 타령에 감동받지 않는 차가운 심장과 마른 눈을 가졌기에 웬만한 사랑 이야기에는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또한 논리⓶ 최저임금 문제나 성별정정 이슈와 달리 동성결혼 같은 건 성소수 중에서도 좀 살 만한 애들의 이슈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논리⓷ 성소수 결혼식은 노동의 대가를 돈보다 마음으로 주려는 경향성을 띄었다. 그러므로 결론 대부분 거절했다.
하지만 지난 겨울, 네다섯달 뒤에 있을 결혼식 사회를 봐달라는 팬의 메일을 받았을 때는, 시간을 오래 끌지도 않고 바로 하겠다는 답을 보냈다. 날짜와 돈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곧바로 감사와 영광 같은 말이 절절히 담긴 헤테로 예비 신부의 답장을 받았고, 내가 저지른 이 신속한 일 처리에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나, 혹시 지금 차별 같은 거 했나.
나에게 헤테로 결혼식이란 뭘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연말마다 뒤엎이는 보도블록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 너무 오랜 전통과 반복 속에 왜? 라는 의문은 의미가 없다 못해 공허. 그냥 할 만한가보지, 하는 생각. 대놓고 만연한 헤테로 결혼식은 무관심한 만큼 가볍게, 행사나 뛰자, 하는 마음으로 제시된 숫자에 집중할 수 있다. 끝.
그에 반해 성소수 결혼식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냥저냥한 행사라기보다 입장을 표명하는 일같이 느껴진다. 지금 이 결혼식을 하는 게 왜 중요한지 무고한 당사자들이 나를 설득해주길 바라게 된다. 여러 성소수 이슈들이 똑똑 끊어낼 수 있는 개별적인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중 내게 더 와닿거나 와닿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근데 생각해보니! 왜 그냥 오롯이 숫자만 봐주질 않았는가?!
아, 좀 부당한가. 나는 아마도 부당하게 성소수를 차별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와버린 헤테로 결혼식 사회에 일단 집중해보자. 성소수들은, 음, 일단 기다려보라. 일단 돈을 벌고 있어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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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테로 결혼식이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무렵에야 장소가 부산이란 걸 알게 되었다. 오전에 기차를 타고 내려가 오후에 행사, 그후 맛집 한두군데를 들리고 올라오면 딱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새삼 결혼식 장소가 웨딩홀이라는 게 낯설었다. 그러니까 어느 시민단체의 몇번 회의실이나 홍대나 이태원 어느 바, 그런 게 아니라 웨딩홀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나는 좀 정신을 차렸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차릴 정신의 원형 자체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가본 헤테로 결혼식은 발레학원 선생님의 결혼이었던 것 같다. 최소 15년 전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헤테로 결혼식에 안 다닐 수가 있었나, 부산으로 가는 KTX에서 잠시 생각해보니, 나는 일적으로 아는 누구의 결혼식에 가야 할 만큼 친분이 쌓일 만한 정규직에 고용된 적이 거의 없었다. 또 그랬다 한들 ‘결혼주의에 반대합니다’ 같은 모호한 말을 당돌하게 하는 20대를 보냈으며, 가족이 없으니 그쪽으로 초대될 결혼식도 없었던 셈이었다. 내 주변엔 정상사회가 온 힘으로 반대하는 동성결혼에 심드렁한 호모들이 헤테로보다 더 많았고, 주변 헤테로들은 섹스는 어찌어찌 하는 모양이었지만 결혼은 잘 하지 않았다. 그러면 좀 대안적이게 되는 모양이었다.
택시기사님이 이름만 듣고도 내려준 웨딩홀은 부산 시내 번화가의 아주 큰 건물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앞에 서서, 오오 이런 곳에서 결혼이란 걸 하는구나, 잠시 배움의 시간을 가진 뒤 투명 유리문을 자신있게 열어젖히려고 했으나 자동으로 열렸다. 중앙 엘리베이터가 있는 홀 쪽으로 착착 걸어가자 거대한 알림판 같은 것이 우뚝 서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리는 결혼식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각양각색의 신부, 신랑의 이름이 군, 양, 군, 양으로 써 있었고, 어디에 필요한 정보인진 모르겠지만 장녀인지 차녀인지도 적혀 있었다. 외동의 경우는 쓸 말이 없어서인지 그냥 아랫도리로만 아들, 딸로 분류하여 표기하는 듯했다. ‘군’ 자 옆의 두칸에는 부와 모의 이름, ‘양’ 자의 옆 칸에도 부와 모의 이름이 꽉 차게 정리되어 들어가 있었다. 빈칸이 한두개 있을 법도 한데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결혼식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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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버튼을 비장하게 눌렀다. 맨 꼭대기 층을 누르자 더이상 버튼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이 시간에 오는 건가 생각하며 나는 디뎌본 적 없는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에 탑승한 마음으로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려 그 행성에 당도한 순간 나는 즉각적으로 압도되고 말았다. 한눈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내가 알던, 혹은 경험해왔던 그런 저런 성소수스러운 행사가 당연히, 전혀 아니었다. 눈부신 샹들리에가 그득히 걸린 홀에 가득한 일반적인 사람들,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고 손을 잡았다 놨다하는 인파를 직면하니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건 진짜, 진짜 결혼식이었던 것이다!
일단 사람들 자체가 압도적이었다. 아니 나도 퀴어퍼레이드, 여의도 불꽃지옥 다 가봤지만, 그런 행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가 그곳엔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은 것은 여느 행사와 다를 바 없었으나 내가 느끼고 있는 이(異)세계의 생경함은 언뜻 봐도 까마득해 봬는 으르신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데에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중심으로 주변이 조각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공간에서 완전히 오려져 있는 듯했다. 포토샵에서 내 형체의 라인만 정교하게 떼어 잘라내기 후 엉뚱한 레이어에 붙여넣기 되어 있는 셈이었다. 분명 나도 네이비색 리넨 재킷에 초록색 주름바지까지, 넘들 보기에도 잘 차려입고 온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에 있는 하객들과 나의 차려입음은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았다. 넘들이 실컷 볼일 보고 있는 화장실 문을 나도 모르게 벌컥 열어버린 듯한 난처하고 곤란한 마음이 올라오려는 것을 얼른 떨쳐냈다.
나는 사회, 사회를 보러 온 것이다! 넘들과는 다른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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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7월 26일 출간될
✨『이반지하의 OO 침투』✨에서
전문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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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아티스트 이반지하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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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정상가족 만들기MAKING A NORMAL FAMILY〉의 일부 ©이반지하
"오케이. 너희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어. 퀴어 얘기 안 할게. 젠더 얘기도 안 해줄게. 동성애 빼줄게. 근데 내가 어마어마한 강연은 해줄게. 니네가 듣고 싶다는 그 강연."
- 김주은 「불온하고 탱탱하신 우리 아버지」, 웹진 『K-Arts』 (2023 가을)
2023년 7월 15일 울산 남목도서관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던 작가 이반지하의 강연은 갑작스레 취소되었습니다. 일부 울산 시민사회단체가 ‘퀴어’가 부적절한 소재라며 도서관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죠. 이반지하를 지지하는 이들이 이에 항의한 결과 강연은 예정대로 다시 열리게 되었으나 도서관 측은 이반지하에게 ‘퀴어, 젠더, 동성애’를 뺀 강연을, 마치 중립적인 타협안처럼 요구했습니다. 이반지하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뒤, 애초에 요청받았던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의 저자 특별 강연을 「정상 가족 만들기」라는 퍼포먼스로 재창조해 열연을 펼쳤습니다.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을 넘나들며
미술관을 넘어 세상 밖으로
탱탱볼처럼 튀어나가는 작가
이반지하의 예술세계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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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 어떻게 읽으셨나요?
긴장을 숨기며 헤테로 결혼식에 침투😎한
이반지하 작가는 무사히
사회자의 소임을 마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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