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5월 6일 아침 서울 구로구 1호선 구일역 승강장에서 큰 소리가 울렸습니다. 한 남성이 비둘기 두 마리를 새총으로 쏘아 살해한 것입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비둘기를 집어 들고 목을 비틀어 숨지게 한 뒤 사체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지켜보는 한 가운데에서 말이죠. 학대범은 용역 업체에서 고용한 청소직원이었고, 이후 수건으로 비둘기의 혈흔을 닦은 뒤 현장을 떠났습니다. 

비둘기는 현재  '유해야생동물' 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유해야생동물은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존재라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해당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허가 없이 이루어질 경우 명백한 불법이며 처벌 대상입니다. 이번 사건은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편견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동물구조센터에는 간혹 '고라니도 구조하나요?'와 같은 질문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고라니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생명은 구조를 요청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됩니다. 게다가 한 번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그 지위가 해제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때문에 유해야생동물 지정 제도를 ‘일시 지정’과 같은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구일역 사건 직후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는 유해야생동물이라는 이유로 생명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