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만화다반사 (2023.10.25)
왜 갑자기 그 이야기가 생각났을까.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행운이 온다기에 하루종일 나무 밑을 뛰어다니다가 지쳐 포기하고 집에 돌아갔더니 어깨 위에 꽃잎이 떨어져 있더라는 얘기.
(난다, 『도토리 문화센터1』 중)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조용한 사무실에는 코 훌쩍,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에 진심을 가득 담게 되는데요. 10월의 만화다반사를 읽고 계신 모든 분들! 무탈하게 한 계절을 넘기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어떤 웹툰 속 캐릭터의 생일에 소설가 천선란 작가님께서 남겨주신 아름다운 글귀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어떤 작품이, 그리고 그 작품의 인물이 내게 침투시키는 긍정적 영향과 눈부신 감동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천선란 작가님과 유종의 미를 거둔 화제의 농구웹툰 <가비지 타임>, 만화다반사에서만 읽을 수 있는 리뷰글을 실었습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개봉이 눈에 띄지요? 11월의 첫날, 『만화다반사』에선 처음으로 만나는 '애니메이션 감독'님의 특별한 인터뷰가 발송됩니다. 메일함을 살펴봐주세요:D
*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10월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 10월 30일 출간
지난 호에 살짝 스포한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의 세번째 이야기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이 출간됩니다. 웹툰 <순정 히포크라테스>의 골드키위새, 『연옥당』의 산호 작가님처럼 반가운 얼굴부터 얼마 전 『허무의 기록』으로 첫 책을 출간한 민지환, SNS를 통해 화제중인 이공공구 작가님까지 새로운 분들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연애소설 읽는 교수』의 안그람 작가님이 그린 눈물나는 레즈비언 드라마가… (와 이거는 진짜…😭)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이 홈 히어로』 대체 이 만화는 어디로 가는가?!
『마이 홈 히어로』 15·16권이 조만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진심 산 넘어 산 그 자체) 볼수록 가관, 엎친 데 덮친 격, 고구마와 사이다가 들숨과 날숨처럼 서빙되는 미친 마라맛 전개! 17·18권에서는 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텐데요, 올해가 가기 전에 서둘러 출간하겠습니다!
👀『효게모노』 대망의 완결권 출간 예정
일본 역사만화계의 명물, 『효게모노』의 완결권이 11월 출간됩니다! 70여 년의 역사, 25권에 달하는 대단원의 마무리를 기념하여 하성호 번역가, 손지상 평론가의 작품 리뷰와 플레이리스트를 담은 특별부록 「Tribute to Hyouge Mono」가 함께 찾아갑니다(대박). 20대 여성 편집자마저도 전국시대에 과몰입하게 만든 유일무이한 만화, 지금이야말로 정주행할 기회입니다😎
📖마츠모토 타이요 신작 『동경일일』 출간 예정
출판만화에 의한, 출판만화를 위한 만화, 『동경일일』이 11월 중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교정 보면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는 만화로(만화편집부 안에서) 소문이 자자한데요^^; 만화를 만드는 분, 나아가 창작에 관여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감독 봉준호,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가 사랑하는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을 아직 읽어본 적 없다면, 이 작품으로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가비지타임 _천선란 작가의 웹툰 <가비지 타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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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하는 건 전혀 즐겁지 않다.”

대학에 가기 위해 농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실적을 위해 한 게임 한 게임이 살얼음판 같은데 시합만 했다 하면 지고, 오합지졸 팀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토록 좋아하고 재밌었던 농구가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순간, 벌써 패배가 정해진 것 같은 가비지타임의 순간.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가비지타임>을 읽으며 천선란 작가가 포착한, ‘그럼에도 함께 경기장에 오르는 마음’에 대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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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단어가 유독 떠오른 한 해였다. 삶이 언제 각자도생이 아니었던 적 있나 싶다가도 한 해, 한 해 유독 글자가 선명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이전까지 각자도생의 맞은편에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속담이 쓰여 있던 기분이다. 가끔 그 둘은 하나의 문장이 되기도 한다. 풀어쓰면 이런 느낌이겠다. 각자 잘 살다가, 죽을 것 같을 때 뭉칩시다. 그런데 요즘은 각자 살기만 한다. 뭉쳐도 죽고, 흩어져도 죽기 때문에 선뜻 타인과 닿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인 것만 같아, 쉽사리 매정함을 비난할 수도 없다.


이런 시대의 창작물은 어떠한가. 모든 창작물이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최근 흥행한 웹툰과 드라마를 보면 살기 위해 남을 짓밟아야만 하는 고군분투기가 많다. 나와 함께 달려온 동료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에서, 기꺼이 짓밞음을 행하는 인물들을 보면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와 동시에 인물들이 밟아온 처절한 삶을 생각하면 그 행동을 수긍하게 된다. 공생共生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허황일까. 타인에게 등을 내어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거리가 멀어져 더는 닿지 않는 이야기일까. 하지만 그런 시대 속에서 내 손의 공을 다른 이에게 넘겨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승리하기 위해 동료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동료의 이름을 불러야만 하는, 그를 믿어야만 하는 이야기. 장르의 서사 법칙이 그렇게 정해져버린 스포츠 만화 속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한동안 스포츠 만화에 대한 공급이 미미하던 찰나, 네이버웹툰 <가비지타임>이 등장했다.


‘스포츠 만화’. 그중에서도 ‘농구’의 열풍은 2023년을 설명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임은 자명하다. 2023년 1월 4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적 관객 수만 476만 명. 반년 넘도록 상영관에 걸리며 대거 팬을 양성해갈 때 한국에서는 웹툰 <가비지타임>이 떠오르고 있었다. 2017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 8강에 오르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한국형 고교 스포츠 만화로,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일화를 모티브로 했다. 거기에 한국적 정서를 가미해 단순히 우승을 위해 전진하는 것이 아닌 ‘대학교 입시’가 걸린 피의 승부를 겨루는 내용이다. 일단 입시다. 그들에겐 입시가 걸렸다. 4강에 올라야만 대학 원서를 넣을 수 있는 한국형 설정. 농구공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공중회전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간절함이 보인다. 아니, 매 순간이 그 어느 장면보다 숨막히고 여타의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인물들에게 이입하게 된다.


작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팀은 지상고등학교. 스포츠 만화라면 예상할 수 있듯이 꼴등인 팀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메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기상호’.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팀에서 별 존재감 없는 주인공이다. 농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매번 지기만 하는 결과에 자신의 특기도, 장점도, 농구에 대한 흥미도 없는 상태. 늘 벤치에 앉아 경기 구경만 하는 벤치 워머. 분명 주인공인데 19번 덩크를 던지면 꼴랑 2번쯤 성공하는, 그런 주인공. 딱히 낯설진 않다. 스포츠물의 주인공이란 원래 비범한 능력을 꺼내지 못한 채 밑바닥에 있어야 그 성장이 눈부시지 않은가.

기상호의 특별한 점은 그가 가진 특기와 장점에서 빛을 낸다. 기상호의 잠재 능력은 팀의 선배이자 우수한 포인트 가드인 ‘진재유’와 같은 능력, 혹은 던지기만 하면 슛을 넣는 ‘조재석’ 같은 능력이 아니라, 상대의 능력을 관찰하는 것에 있다. 상대 팀뿐만 아니라 자신의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과 패턴을 분석하여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본인이 슛을 넣지 못하더라도 상대팀의 슛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에게 넘어온 공을 동료에게 넘겨 팀을 승리로 이끈다. 스포츠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주인공 포지션일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창작물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주인공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관찰하고, 내게 넘어온 기회를 기꺼이 동료에게 넘길 줄 아는. 그리하여 모든 것을 승리로 이끄는.


‘가비지타임’은 이미 승세가 기운 경기의 막판 시간을 의미한다. 질 것을 알면서도 도전해야만 하는 시간인 것이다. 작중 인물들은 그 시간에 온 힘을 다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각자도생을 외치는 세상에서 등뒤의 동료를 믿는다는 것. 내 삶을 바꿀 이 공을, 다른 이의 손에 맡긴다는 것. 흩어지면 죽으니, 다시 뭉치자고 말하는 이 웹툰은 이 시대의 ‘가비지타임’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소설가 천선란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나 안양예고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작가적 상상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고민했지만, 언제나 지구의 마지막을 생각했고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꿈꿨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일들을 소설로 옮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시간 늘 상상하고, 늘 무언가를 쓰고 있다. 2019년 9월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썼고,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천 개의 파랑』으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그리고 뱀파이어 로맨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등을 썼다.

📝일의 기쁨과 슬픔_편집자의 업무일지
👩‍💻J 편집자 : 주말에 BIAF와 코엑스 한일축제한마당을 연일 다녀왔습니다. 코스어분들과 감독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늘어선 행렬을 보면서, 팬이란 사람들은 늘 좋아하는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한번 더 실감했어요. 요즘 만편부에선 책을 출간한 뒤의 프로모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하는데요, SNS의 홍보물 게재나 사은품 증정 등 기존의 방법에서 더 나아가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곤 합니다. 멍석을 잘 까는 만편부가 되고 싶네요~
그리고 어느덧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일곱번째 권을 출간했습니다. 예상했지만 이번 권에 특별판 기획이 빠져서 섭섭해하시는 목소리가 많네요. 하필이면 안 그래도 눈물버튼인 헬리 순서라… 최애가 누락되면 속상한 그 마음, 최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모르지 않습니다. 헬리 팬분들, 내년을 기대해주세요!
🙃B 편집자 : 저에게 10월은 단풍🍁의 계절인데, 코로나19 이후엔 ‘독감예방접종💉의 계절’이 추가되었습니다. 독감에 걸린 적이 없어서 그 아픔은 모르지만 코로나의 아픔은 너무 잘 알거든요… 아플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건강이 최곱니다!!! 이런 얘길 끄적이다보니 지금 편집하고 있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이라는 작품인데요, 제목 그대로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 모든 시민들과 그들을 돕는 공무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라 와닿고 울컥울컥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조만간 읽어보실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그날까지 여러분, 건강하세요!! 💪
🤗A 편집자 : 여러분, 연초에 계획하신 일들을 잘 진행하고 계신지요? 편집자 A씨는 괴롭습니다. 즐거운 추석과 한글날 연휴를 지내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바로 연말까지 끝내야 할 업무의 산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거이거 산맥 수준으로다가 남은 것 같은데 과연 가능할지… 『만화다반사』 다음 호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뿅!
😎H 편집자 :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으로  테마단편집이 벌써 세번째입니다. 그동안 열여섯 분의 작가님들과 함께했는데 사람 대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제가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3권이 목표였어요. 스러져가는 출판만화 시장에서 이런 기획이 3권까지 가능할지,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이 제게 원고를 맡겨주실지, 제가 다음해에 살아 있을지 등 아무래도 여러 상황이 있으니까요… 무사히 완성되어 『여자력』『그 길로 갈 바엔』과 함께 놓여 있는 책을 보니 기뻐서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생리적 각성이 좀 유별난 편).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자, 이제…… 4권도 나올 수 있을까요……
😘C 편집자 : 편집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담당 작품의 테마송을 점지해주게 되는데요. 이번에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를 편집하면서는 미나의 〈돌아〉를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지구는 돈다고 말했던 사람 코페르니쿠스♪” 한 줄의 가사에 이 만화의 모든 게 담겨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독자분들께도 이런 노래가 있다면 적극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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