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릴스식으로 나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될까
밑줄일기
-아침 출근길을 앞둔 당신에게 문득 찾아오는 사소한 편지
#076. 나는 왜 내 글에서 자꾸 숨을까 싶을 때
릴스식 자기소개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때 참 어렵더군요. 전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잘 하지만 정작 제가 "누구인지" 특정되는 것이 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꾸 글에서 저를 숨기는데 익숙해진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은이를 잠시 생각해봤던 편지입니다.

6년째 편지를 쓰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출근하기 싫어 죽겠어서 라떼 겨우 사마셨단 이야기도 늘어놓지만 여기서도 다 드러내지 않는 내 모습이 있고, 그렇기에 나는 한 줄로 명료하게 나를 정의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종종 두렵다.


게다가 그 한 마디로 보여주고 싶던 내 모습과,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스스로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 망설여졌다. (...)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 한 줄의 자기소개를 내가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것도 나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나를 보여주고 싶은 방향으로 영리하게 편집해서 보여줄 수 있는 거니까. 굳이 내가 하기 버거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잘 편집해서 보여주다보면, 내가 살고싶은 방향대로 나를 이끌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 밑줄
첫 번째 문장

위선의 지구력을 높이기. 가능하다면 생애 마지막까지 벗겨지지 않는 위선은 결국 선으로 남을 테니까.

-출처: 김혼비, 다정소감

*쓰고 쓰다보면 제 가면도 벗겨지지 않고 제가 될까요?

두 번째 문장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편집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세상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이 기록이니까,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할 자유를 누린다. (...) 뭐 어때, 나는 내가 인생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는 게 마음에 든다.

세 번째 문장

꼭 잘 짜이는 광고를 보는 것 같은데

내가 찍는 건 1인칭의 끝없는 CCTV일 뿐.

(...) 정직하게 흐르는 건 여기 내 시간일 뿐

*위 문장과 같은 편지에서 보내드렸던 문장입니다. 제가 보는 1인칭의 저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많기 때문에 글과 제 거리감이 느껴지는 걸까요
PS. 사실 이 고민을 하고있다는 건 저도 독자들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로 나가고 싶기 때문인데요, 잠들어버린 뉴스레터 계정도 살리고요.
눈팅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인스타/스레드 못하는 저도 계정을 만들 수 있을지. 욕심만 많은듯 합니다. 한 주가 야속하게 늘 짧은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