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현녕입니다.

일이 있어 오랜만에 번화가에 나갔습니다. 친구를 만나 지난 밤 있었던 일과 요즘 연일 일어나는 무서운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칼부림이 예고 되어있다는 글까지 접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에서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두려움의 눈초리로 쳐다봤습니다. 여기 어디에도 혹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같은 두려움을 느끼며 불편해하고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살폈습니다. 독자님 계신 곳은 안전하신지요, 대중교통을 타거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다닐 때의 그 겁나는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부디 어떤 사고도 없으시길. 언제나 안전과 평온 속에 머무르시길 바랍니다.

살다보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버거운 날이 온다. 세상에 둘도 없던 오랜 친구와 몇날 며칠을 붙어 여행을 떠나보면 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어느 잡지에서 읽었다. 가족과 지내거나 혹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더라도 꼭 자기만의 공간은 마련해두어야 한다는 것. 인간은 대체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영원히 혼자일 수도 없는 존재다. 모순적이게도 혼자일 수 있는 사람만이 또 누군가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다.

그렇다면 혼자란 어떤 상황을 말하는가. 다만 물리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 하나 없는 공간에 나만이 존재하면 그것은 혼자라고 할 수 있는가. 군중 속에서 혼자라는 말은 역설로만 존재하는 문장일까. 우리는 혼자여도 혼자인 것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방안에 누워 혼자 시간을 보내는 당신, 어느 날 큰 결심을 한다. ‘스마트 폰을 없애야겠어!’ 이 결심은 나 홀로 덩그러니 누운 침대에서도 몇 십 명, 몇 백 명의 시끄러운 사람과 정보 속에서 고통스러운, 그래서 혼자이길 바라는 내가 외치는 외마디 비명일 것이다.

2. 시기 그리고 질투

누군가를 질투해 본 경험이 있는가. 뒤이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군가를 시기해 본 적이 있는가. 분명 '질투'와 '시기'는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살다보면 나와 같은 출발선에 있거나, 나보다 더 뒤에 있었던 친구가 더 빨리 나보다 앞서가는 경우가 있다. 속상할 수 있다. 배가 아플 수도 있고 또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할 수도 있다. 그 가운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질투를 하고 있는가. 시기를 하고 있는가. 또는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고 있는가. 

여러 해를 거치고 수많은 사람과 사건을 겪고 보니 사실 이 세상에 부러워할 사람도 동정할 사람도 없다는 쉰소리를 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걸어가다 기회를 만나는 타이밍 역시 제각기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라 때마다 나보다 앞서는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을 느끼는데, 그나마 ‘시기’와 ‘질투’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그것은 ‘질투’였으면 좋겠다.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는 ‘시기’보다 하루 정도 배가 아프고 마는 ‘질투’가 제법 귀여운 느낌이니까.

끊임없는 비교와 소중한 대상으로부터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욕구는 아마 관 뚜껑이 닫힐 때 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기'보다는 '귀여운 질투'를 하며 살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가끔은 질투에 토라져도, 시기하는 삶보다 행복할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