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매거진 8호가 도착했어요💌 Vol. 8 2021. 7. 7. Wed ⏪ 레코드판을 클릭하면 gem 8호에 소개되는 모든 곡을 차례로 들어보실 수 있어요💘 1. Buddy Holly의 ‘Everyday’ 2. The Chordettes의 ‘Mr. Sandman’ 3. Mr. Sandman rock ver 4. 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 5. Diane Reeves & David Peaston 의 ‘Stormy Mondays’ 6. Eva Cassidy의 ‘Stormy Mondays’ 7. Thelonious Monk의 'Straight no chaser' 8. Charlie Parker의 'Blues for Alice' 9. BTS(방탄소년단) 'Life Goes On’ 10. 이적의 ‘당연한 것들’ 11. Live Lounge Allstars의 ‘Times Like These’ 12. Ariza, David Ryan Harris의 ‘Alive’(feat. Emily C. Browning) 13. Yo-Yo Ma와 Wu Tong의 ‘Rain Falling From Roof’ 14. 혁오의 ‘Tomboy’ 15. The Millennial Club의 ‘like I do’ 16. Charlie Puth의 ‘If You Leave Me Now’(feat. Boyz II Men) ☘️🌹☘️🌹☘️🌹☘️🌹☘️🌹☘️🌹☘️ ☘️🌹☘️🌹☘️🌹☘️🌹☘️🌹☘️🌹☘️ 선택하지 않으면 누구도 될 수 없어, <미스터 노바디> *거대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비가 올 거 같더라니, 우산 챙길 걸 그랬네’, ‘내가 그때 그 사람에게 인사를 했으면 친구가 되었을 텐데 인사를 해볼 걸’, ‘비가 올 것 같기도 안 올 것 같기도 한데 우산을 챙길까 말까?’, ‘친해지고 싶은데 어색하기도 하고, 인사를 해볼까 말까?’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고 가능성으로 남겨둔 것이 후회로 남기도, 때로는 자신 있게 선택했던 일에 뒤통수를 맞아 얼얼하기도 하지요. 만약 우리가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까요? <미스터 노바디>는 선택에 대한 결과, 즉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2046>이 떠오르는 미래도시, 인류가 화성에서 살아가고 무한하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정에서, 마지막으로 노화하는 인간인 니모는 죽음을 곧 앞두고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의문의 남자와 독대합니다. 그는 니모에게 최면을 걸어 무언가를 기억해 내라고 하고, 니모는 자신의 과거를 더듬더듬 기억해 내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어요. 생전세계로 추정되는 곳에서 망각의 천사는 태어나기 전 아이들의 인중에 표시를 남겨 미래에 대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해 줍니다. 그러나 망각의 천사는 니모를 망각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죠. 덕분에 니모는 자신의 미래를 모두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미스터 노바디>에서는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한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기억이라는 단어가 과거의 일과 미래의 일을 아우르는 표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니모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영화의 독특한 설정을 납득시키는 과정이에요. 어린 니모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아이는 “보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요? 아기는 자신의 손을 볼 수 있지만 스스로의 모습은 볼 수 없어요. 그렇다면 아기는 존재하는 것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인생 100회차라 해도 믿을 발언이지만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이, 앞서 말했듯 아기 니모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중요한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미래를 미리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스터 노바디>는 선택, 시간, 존재 등 듣기만 해도 근엄한 소재들을 사랑스럽고 키치한 색 조합과 나른하고 유머러스한 올드팝,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저세상 구도의 360도 카메라 워킹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요소들을 이용해 풀어나갑니다.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에서 주인공의 중요한 변화들을 머리 색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 판타지가 가미된 요소들의 비현실성을 극대화하는 연출 등이 떠오르기도 해요. 💿Buddy Holly의 ‘Everyday’ ‘Every day-it’s a gettin’ closer’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Buddy Holly의 ‘Everyday’는 기상 캐스터가 화창함을 예고한 날에 소나기가 쏟아지는 등, 인생이 예측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영화의 시작을 담당해요. 영화는 작은 선택이 불러올 수 있는 경우의 수들을 날씨와 같이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로 풀어내거나, ‘Everyday’와 같은 발랄한 배경음악을 사용해 다소 철학적인 내용을 일상적인 삶의 차원으로 가져옵니다. 💿 The Chordettes의 ‘Mr. Sandman’ ‘밤밤밤밤밤밤밤밤 밤밤밤밤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도입부가 인상적인 The Chordettes의 ‘Mr. Sandman’은 영화의 시작과 중간, 끝을 모두 담당하는 테마 곡입니다. 영화의 시작에서는 심각하고도 귀여운(?) 영화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 톡톡히 도움을 주고, 중반에는 주인공 니모가 선택의 결과로 행복을 맛볼 때마다 자주 등장해요. 니모가 질풍노도 사춘기를 지날 때는 원래 재즈 아카펠라인 Mr. Sandman를 록으로 편곡해 깨알 같은 웃음을 줍니다. 💿 Mr. Sandman rock ver. 00:20부터 영화는 아기 니모가 할아버지 니모가 되기까지 맞이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아홉 가지 경우의 수를 보여줍니다. 니모는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를 따라갈 것인지, 아버지를 따라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고 동네 친구였던 안나, 앨리스, 진 중 결혼할 상대를 선택해야 하죠. Mr. Sandman, bring me a dream 샌드맨 씨, 제가 꿈꿔 왔던 그분을 데려다 주세요. Make him the cutest that I've ever seen 그를 제가 본 것 중 가장 멋지게 만들어 주시고 Give him two lips like roses and clover 장미와 클로버 같은 입술을 주세요 Then tell him 그리곤 그에게 말해 주세요 that his lonesome nights are over 그의 외로운 밤들은 이제 끝났다고. The Chordettes의 ‘Mr. Sandman’ 中 할아버지가 된 니모가 꿈을 꾸듯 회상하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중요한 선택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인생은 마치 꿈과 같이 표현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래가 조각조각 나 개연성 없이 이어지기에 선택으로 인한 인물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아야 해요. 아기 니모가 미래를 미리 볼 수 있고, 그 미래의 끝에서 할아버지가 된 니모가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인생을 꿈을 더듬어가듯 보여주는 영화의 설정이 ‘Mr. Sandman’의 가사와 일부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by 행다 계속해서 최면에 걸렸다 꿈을 꿨다, 정신없는 말을 반복하는 노인 니모의 시점에서, 어머니를 따라갔을 때의 삶, 아버지를 따라갔을 때의 삶, 그리고 그 삶에서 세 명의 동네 친구를 각각 선택했을 때의 삶,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삶 등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이 조각난 상태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니모는 안정적인 삶을 위해 본인의 의지를 배제하고 살아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해 결혼에 성공하지만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고, 운명이라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사고로 죽기도 하죠. 그리고 아홉 개의 갈래로 펼쳐진 각기 다른 인생 중 어느 인생이 옳았냐는 질문에 모든 인생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모든 인생이 나열된 후, 노인 니모는 죽기 전 그를 인터뷰하러 온 기자와 대화하면서 “이제 모든 것을 알았으니 선택을 한 것이겠군”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습니다. 이윽고 영화 내내 현실이라 굳게 믿었던 미래의 도시가 부서지기 시작하죠. 할아버지 니모 역시 꼬마 니모가 내다본 아홉 가지 미래의 끝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겁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니모가 태어나는 시점으로 소급되기 시작합니다. 방금 죽은 노인 니모는 살아나고, 니모가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하나의 인생을 되감기로 보여줍니다. The Chordettes의 ‘Mr. Sandman’이 흘러나오며 모든 인생에서 노인 니모, 중년 니모, 청년 니모는 미소를 짓습니다. 정방향으로 흐르던 시간이 역으로 흐르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취한 결과가 단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지요. 무언가 선택할 때 느끼는 근원적인 두려움은 그로 인해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한들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 해도 선택의 기로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기 니모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 이유는, 자신의 의지로 한 선택들과 그 선택으로 인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가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어떠한 선택에도 스스로의 의지나 기호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노바디’이겠지요. 노인 니모가 남긴 “모든 것을 알았으니 선택을 했다”라는 말은, 모든 경우의 수 중 최적의 삶을 찾아냈다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찾았다는 의미이겠지요. 아홉 가지가 아니라 천 가지의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어도, 그 중에서 완벽한 삶을 고를 수 있을까요? 천 가지의 미래 중 우리는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겁니다. 그 중 하나를 고심해서 고르더라도, 후회를 반복하겠지요. 그런가 하면 실패한 선택이라 여겼던 일에서 의외의 행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 때 불행은 시작됩니다. 알 수 없는 인생이 즐거운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답을 알 수 없지만, 답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2009 개봉 | 2013. 10. 24 국가 | 캐나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장르 | 드라마, 판타지 감독 | 자코 반 도마엘(Jaco Van Dormael) 주연 | 자레드 레토(Jared Leto): 니모 노바디 역⛓️⛓️⛓️⛓️⛓️⛓️⛓️⛓️⛓️⛓️⛓️⛓️⛓️ ⛓️⛓️⛓️⛓️⛓️⛓️⛓️⛓️⛓️⛓️⛓️⛓️⛓️ 미국에도 있어요! 한이 담긴 노래, 블루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엄쥐.. 한 호 건너뛰고 돌아왔습니다. 여름학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7호에서는 힙합보이께 기고를 부탁드렸었죠. 새로운 글은 어떠셨나요? 브룩햄턴이라는 그룹의 힙합 앨범 소개였는데 흥미롭게 읽으셨기를 바라요! 그리고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에서 서바이벌 중인 저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번 호에서 저는 블루스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블루스는 미국에 노예 제도가 있었을 당시, 흑인 노예들이 부르던 노래에서 시작됐어요. 17세기부터 미국에 끌려 오기 시작했던 그들은 노예 신분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노래로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노예 제도 초반에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유명한 ‘Strange Fruit’가 그것을 표현한 예입니다. 빌리 할리데이의 Strange Fruit 앨범 표지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리네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남부의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가 매달린 채 흔들리네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멋진 남부 풍경에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튀어나온 눈과 찌그러진 입술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달콤하고 상쾌한 목련의 향기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그리고 어디선가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Here is a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까마귀가 뜯어먹고 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비를 맞고 바람을 빨아들이고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 to drop 해가 썩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여기 이상하고 슬픈 열매가 있네 🎧 빌리 할리데이의 ‘Strange Fruit’의 가사 해석 이 곡은 전형적인 블루스 형식은 아니지만(블루지한 재즈곡) 블루스의 정서를 담고 있으며 블루스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 곡의 제목, 즉 이상한 열매라는 것은 나무에 매달린 흑인들의 주검을 의미해요. 당시 백인들 사이에서는 흑인 노예들을 대상으로, 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적인 폭력, 린치가 유행했는데요. 그 결과로 목이 매달려 죽은 흑인들을 사진 한 장을 보고 고등학교 교사였던 에이블 미어로폴(Abel Meeropol)이 충격을 받아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간 것이, 후에 빌리 홀리데이를 만나 가사가 되었습니다. 애석한 사실은 그는 이 지역을 남부 지역으로 착각했지만 이 사진은 인디애나주 북부 마리온시에서 찍힌 것이라는 겁니다. 인디애나주는 미국의 전체 위치로 봤을 때 중동부 지역이며 남부라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그만큼 미국 전역에 성행했던 것이지요. 블루스라는 명칭은 19세기 말부터 쓰이기 시작했어요. 그 어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답니다. 그중 가장 지지를 받는 것은 블루 데빌스(Blue Deviles)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콜먼(George Colman)의 원맨 광대쇼에서 〈Blue Devils〉 (1798)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17세기 영국의 표현 중 "강렬한 시각적 환각을 동반한 심한 알코올 금단 증상(intense visual hallucinations that can accompany severe alcohol withdrawal)"이란 용어를 줄여 블루 데빌스라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블루스라는 명칭은 19세기 말부터 쓰이기 시작했어요. 그 어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답니다. 그중 가장 지지를 받는 것은 블루 데빌스(Blue Deviles)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콜먼(George Colman)의 원맨 광대쇼에서 〈Blue Devils〉 (1798)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17세기 영국의 표현 중 "강렬한 시각적 환각을 동반한 심한 알코올 금단 증상(intense visual hallucinations that can accompany severe alcohol withdrawal)"이란 용어를 줄여 블루 데빌스라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블루스는 미국에 끌려와 남부지방에서 노동하던 아프리카 흑인들이 밭에서 일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필드 할러(Field holler)로 시작해서 상호 간에 노래를 주고받는 형식의 콜 앤 리스판스(Call and response)로 발전했답니다. 필드 할러는 남북 전쟁 이후 농장제가 없어지며 자연스럽게 소멸되었지만 아프리카적 음악 요소들은 민스트럴쇼(Minstrel Show, 남북 전쟁 이후 유행한 미국의 예능 쇼 중 하나. 백인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연출된 춤과 음악, 촌극 등을 공연한 것)나 교회의 복음 성가 등과 합쳐지며 렉타임(Ragtime, 1880년대부터 흑인 피아니스트를 위주로 유행한 피아노 음악. 재즈의 초반 모습으로 언급이 된다), 부기우기(Boogie-woogie, 피아노 기반의 블루스 형태 음악) 등으로 발전되었어요. 당시 블루스는 지금처럼 12마디가 아니라 8마디가 2번 반복되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블루스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명칭도 얻고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됐는데 이 또한 농장제가 와해된 시기와 맞물립니다. 흔히 블루스의 시초처럼 논해지는 ‘델타 블루스’도 20세기 초에야 그 명칭이 갖추어졌지만 사실 원조 블루스는 그 이전부터 있었을 거예요. 구전되어 오는 것들의 시작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요. 하지만 19세기 말보다 이전에 이미 그 형태는 만들어졌을 거예요. 그리고 블루스도 다른 장르들처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지역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델타 블루스’처럼 주로 지역명을 앞에 붙여 부르는데, 이번 글에서는 지역별 차이보다는 보편적 특징에 집중해 볼게요. 블루스는 주로 4/4박자에 12마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해진 코드 진행도 있으며 모두 도미넌트 세븐스 코드(Dominant 7th Chord)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대부분 블루스는 그 진행을 따르지만 조금씩 변화를 준 곡들도 있어요. 또 이 장르는 ‘블루스 스케일(Blues Scale)’이라는 고유의 스케일(음악에 쓰이는 음을 높이의 차례대로 배열한 음의 층계, 예를 들면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요(블루스 스케일), ‘블루 노트(Blue Note)’로 구성된 독특한 음계랍니다. 블루 노트란 장음계(메이저 스케일로,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에서 제3음, 5음, 그리고 7음을 반음 낮추는 것을 의미해요. 사실 블루스 스케일도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코드 진행과 블루스 스케일의 종류를 쉽게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길어질 것 같아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블루스 스케일 블루스는 주로 4/4박자에 12마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해진 코드 진행도 있으며 모두 도미넌트 세븐스 코드(Dominant 7th Chord)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대부분 블루스는 그 진행을 따르지만 조금씩 변화를 준 곡들도 있어요. 또 이 장르는 ‘블루스 스케일(Blues Scale)’이라는 고유의 스케일(음악에 쓰이는 음을 높이의 차례대로 배열한 음의 층계, 예를 들면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요(블루스 스케일), ‘블루 노트(Blue Note)’로 구성된 독특한 음계랍니다. 블루 노트란 장음계(메이저 스케일로,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에서 제3음, 5음, 그리고 7음을 반음 낮추는 것을 의미해요. 사실 블루스 스케일도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코드 진행과 블루스 스케일의 종류를 쉽게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길어질 것 같아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흔히 블루스 스케일 하면 떠올리는 스케일은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Minor Pentatonic Scale)에서 5도를 반음 낮춘 것이랍니다. 펜타토닉 스케일은 세계적으로 전통 민요에 자주 등장하는 다섯 개의 음으로 구성된 스케일이에요. 이 스케일 역시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가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인 것이죠. 우리나라 민요에는 유독 한이 서린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뿌리를 둔 블루스의 가사에도 설움과 한의 정서가 비슷하게 담겨 있어요.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기쁠 때나 힘들 때 노래로 그것을 풀어낸다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블루스에는 노예제도 하에서 겪은 고난에 대한 가사가 많으며 사적인 고통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들도 담겨 있습니다. The eagle flies on Friday, Saturday I go out to play. 독수리들이 날아다니는 금요일이다, 토요일에는 놀러 나가지 The eagle flies on Friday, but Saturday I go out to play. 독수리들이 날아다니는 금요일이다, 토요일에는 놀러 나가지 Sunday I go to church where I kneel down and pray.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And I say, "Lord have mercy, Lord have mercy on me. 하나님 자비를, 자비를 제게 베푸세요 Lord have mercy, Lord have mercy on me. 하나님 자비를, 제게 자비를 베푸세요 Just trying to find my baby, won't you please send her on back to me." 제발 제 아이를 찾게 해주세요, 아이를 제게 돌려주세요 🎧 Diane Reeves와 David Peaston가 함께 부른 ‘Stormy Mondays’ 이 노래의 가사는 요일별로 진행되는데 폭풍 같은 월요일, 비슷한 화요일, 더 좋지 않은 수요일… 이런 식으로 전개됩니다. 가사를 보면 화자는 현재 자신의 아이를 잃은 것 같지요. 아마 작사가의 주인 노릇을 하던 백인이 아이를 노예 인력으로 팔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 Eva Cassidy가 부른 ‘Stormy Mondays’ 저는 이 버전도 좋습니다. 초기 블루스는 대부분 슬픈 곡조와 가사를 지녔고 하모니카나 어쿠스틱 기타가 악기의 전부였습니다. 이때의 블루스를 컨트리 블루스라고 불러요. 하지만 1931년 일렉트릭 기타가 발명되었고, 1940년대쯤에는 블루스 뮤지션들도 이 악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악기의 변화만이 아니었어요. 전기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일렉트릭 기타로 과거 어쿠스틱 기타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효과와 주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리듬감이 더해졌어요. 스윙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요. 그러면서 슬픈 기조의 블루스는 점점 밝고 활기차게 변해갔어요. 이렇게 변화한 형태를 1940년대부터 ‘리듬 앤 블루스(Rhythm & Blues)'라고 일컬어 썼어요. 알앤비(R&B)는 이것의 약칭이에요. 여기에서 더 템포가 빨라지면서 로큰롤이 탄생하게 되지요. 미국의 로큰롤 가수 리틀 리처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네가 앉아서 로큰롤이 정말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질문을 (리듬 앤 블루스를 어떠한 빠르기로 치면 로큰롤이 되는지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보통의 속도로 연주하면 블루스라 부를 것이고, 빠른 속도로 연주하면 로큰롤이라 부른다. When you sit down and think about what rock ‘n’ roll music really is, then you have to change that question. Played up-tempo, you call it rock ‘n’ roll; at a regular tempo, you call it blues." 로큰롤은 이후 록(Rock)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초기 알앤비는 다른 여러 장르와 결합하며 지금의 알앤비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 로큰롤에 대한 정보를 더 얻고 싶다면 gem 4호의 ‘엄쥐의 장르 연구실’을 읽어 보세요! 블루스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해 드리고 싶었는데, 이번 호는 어떠셨나요? 블루스가 왜 여러 장르의 뿌리인지 알게 되셨기를 바라요.😊 아 참, 블루스는 보컬 없이 악기만으로도 많이 연주되어요. 악기로만 연주된 블루스를 감상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몇 곡 추천하고 가겠습니다. 악기로만 구성된 노래들은 밝고 발랄해요. 12마디 패턴만 익숙해져 보세요. 귀에 쏙쏙 들어올 거예요! 🎧 Thelonious Monk의 Straight no chaser 🎧 Charlie Parker의 Blues for Alice 💊🧬🔬🧪⚗️💉🦠🧼🧴🚰📍💧🌏 💊🧬🔬🧪⚗️💉🦠🧼🧴🚰📍💧🌏 코로나 시대, 만지지 않아도 피부에 와닿는 음악이라는 존재!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Life goes on’의 첫 구절을 들으면 눈치 빠른 이는 이게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린다. 뮤직비디오가 마스크를 벗는 것으로 시작해,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자전거에 뽀얗게 앉은 먼지를 손가락으로 훔쳐 공중에 훅 불어버리는 것으로 이어지니 이건 2020년과 2021년을 살아 본 자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혹시 모른다면 그는 하필 이럴 때 태어난 우리 조카 같은 갓난아기이거나 무인도에 표류해 모래 위에 SOS를 그려대는 김 씨이거나, 저 멀리 어느 오지의 부족민일 것이다.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발발해, 지난해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말 그대로 ‘팬데믹’에 빠졌다. 모든 가게와 회사가 문을 닫는 ‘셧다운’을 용케도 피해간 한국에 살고 있었음에도 내 일상 역시 단번에 모조리 바뀌었다. 다른 이들처럼 나도 부랴부랴 허둥지둥 적응해갔다. 많은 이가 재택근무에 익숙해졌고 온라인 수업이란 것에 선생도, 학생도 적응해갔다. 할 수 없이 가게를 휴업하다가 폐업하고, 더러 직장을 잃고, 목숨을 잃었다. 프리랜서 에디터인 나에겐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했다. 어차피 출근은 안 했던 거였고, 출판사들에선 책 판매량이 줄었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 BTS(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 자주 가던 카페나 도서관에 갈 수 없게 되자, 별수 없이 집에 콕 박혀 일이며, 잠이며, 시간 보내기며, 밥 따위를 해결해야 했는데, 그때 하필 당분간 중단되었던 집 앞 아파트 공사가 재개되었다. 꼼짝없이 집에서 종일 그 잔인한 소음과 먼지를 고스란히 겪으며 잠을 설치고 예민해지는 일을 매일 반복하다가 결국 병을 얻었다. 그 덕에 체중은 불었고, 얼마간 있던 미모(?)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며 그로 인해 한시적으로(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소음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워 일도 늦어졌고 병원비도 들었다. 드디어 나란 사람도 유행과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며 대세에 속하게 된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무력감과 불안감이라는 주류의 흐름에. BTS의 Life Goes On M/V 장면 ‘Life goes on’ 뮤직비디오에서 BTS 멤버들은 공연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한 채 집안에서 비디오게임을 하며 피자를 시켜 먹으며(“on the tabla”) 각자 널브러져 쉬기도(“on the pollow”) 한다. 화면이 전환되며, 멤버 뷔가 운전하다가 터널로 접어드는데 거기서 빠져나올 때쯤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언제 끝날까?”는 너무도 많이 했던 질문이다.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다고 하니 여름에는 괜찮아질 거래.”, “가을에는 만날 수 있겠지”, “설마 겨울까지는 안 가지 않겠어?” 그날을 가까이에서 먼 때로 연장하면서, 점차 희망이 없어지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또 한 번 꽃이 피고 지고 비가 내리고 가물고 바람이 불고 멈추고 눈이 쌓이고 녹았다. 대체 끝나기는 할까. 한숨을 쉬며 이 말을 수없이 되뇌었기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적이 노래한 ‘당연한 것들’에서처럼 우리가 바라는 것은 “마주 보며 같이 노래를 하”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 평범한 나날“들일 것이다. 정말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버렸“다. 의도치 않게 박탈되면서 “간절히 기다리”게 된 것일 게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그러면서 “잊지는 않았잖아요”라고 말한다. 💿 이적의 ‘당연한 것들’ BTS도 뮤비에서 자신이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끝이 있을 거고, 가사처럼 “아무 일도 없단(다는) 듯이” “하루가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Life goes on”(삶은 계속되니) “I remember”(그것을 기억하겠다)라는 메시지는 이적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각기 저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은 적잖은 위로를 받았나 보다. 이 노래는 가사가 한국어임에도 지난해 11월 30일, ‘Billboard HOT 100’에서 정상에 올랐다. 영국에서는 ‘셧다운’ 상태였던 지난해 4월, 스무 명 넘는 가수들이 BBC Radio에서 온라인 라이브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Times like these’를 함께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자가 격리(‘Stay Home’) 캠페인의 일환으로 뮤지션들은 각자의 집에서 노래했고 이것인 하나로 합쳐졌다. 원작자 푸 파이터스 외에 두아 리파(Dua Lipa), 앤 마리(Anne-Marie) 등이 참여했고 이는 영상과 음원으로도 제작되었다. 또 이 곡으로 인한 영국 내 수익은 영국의 Child in Need, Comic Relief라든 단체에 기부하고, 전 세계적 수익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 연대 기금(Covid 19 Response Fund)에 전액 기부한다고 했다. 영국의 뮤지션들이 이 의미 있는 일에 이 곡을 선택한 이유도 역시 희망을 주고, 함께 견디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사에서 힘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It's times like these you learn to live again.(이런 때는 다시 사는 법을 배우지) It's times like these you give and give again.(이런 때는 나누고 또 나누지) It's times like these you learn to love again.(이런 때는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It's times like these time and time again.(이런 때는 다시 반복돼)” 뮤지션들의 연합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섰는데 지난해 4월에 데이비드 라이언 해리스, 에밀리 C. 브라우닝 등 13명의 뮤지션은 'Alone Together'(따로 또 같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냈다. 여기에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이자 키보디스트인 한인 나에스더 씨도 참여했다. 이 수익 역시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대응 연대 기금으로 전달된다고 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Alive’는 제목처럼 ‘살아 있는’ 느낌으로 충만하다. 심심할 틈 없이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음악들 위에 몽환적인 화음이 펼쳐진다. 몽글몽글 발가락을 움직이다가 일어서고 싶게 만든달까. 올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버크셔 커뮤니티 칼리지 체육관에서 노란색 재킷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나이 많은 한 남성이 백신을 맞고 대기하는 시간에 벽에 간이의자에 놓고 앉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했는데, 너무 아름다워 끝난 후 모두가 박수를 쳤고, 알고 보니 그가 세계적인 첼리스트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 요요마는 그 일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이미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Songs Of Comfort(위로의 노래)라는 프로젝트로 여러 연주곡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다. 집에서 혼자 연주하거나, 온라인으로 다른 연주자와 함께 연주한 영상인데. 공연장을 안 가도 쉽게 들을 수 있다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그들의 표정을 가까이 볼 수 있으니 이들 손끝에서 울린 선율이 더 가까이 닿는 것 같고 현악기 특유의 떨림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듯하다. 이 거장은 ‘지금같이 어려울 때 음악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몸에 돋았던 소름을 가라앉히지 못하게 한다. 💿 Live Lounge Allstars의 ‘Times Like These’ 💿 Ariza, David Ryan Harris의 ‘Alive’(feat. Emily C. Browning) 💿 Yo-Yo Ma와 Wu Tong의 ‘Rain Falling From Roof’ “우리는 (지금) 만질 수도, 포옹할 수도, 악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하는 일은 소리가 공기 분자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공기가 피부를 가로질러 떠다니고 그것이 피부에 닿을 때, 그것은 마음을 움직입니다.” 💎💎💎💎💎💎💎💎💎💎💎💎💎💎 💎💎💎💎💎💎💎💎💎💎💎💎💎💎 ‘아쿠아마린’님이 보내준, 홀로 들어가는 ‘비밀의 화원’ 이별 후 침체기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의 끄트머리에서 ‘비밀의 화원’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즈음, 나는 (가사처럼) “초라한 내 마음을 받아주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 든든한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 새로운 희망감과 활력이 생겼다. 이상은이 나 대신 내 마음을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라니. 어쩌다 데이트가 없는 주말에도 나는 홀로 산책을 즐겼다. 이전에는 마음이 시려 혼자서는 엄두도 안 나던 길이었는데, 더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 “난 다시 꿈을 꾸게” 된 것 같았다. 지금 같은 초여름의 어느 주말, 홀로 정동길을 걸으며 ‘비밀의 화원’을 듣고 있었다. 나무들의 푸르름, 돌담길과 빨간 벽돌 건물의 정겨움을 사진에 담았다. 그때의 충만했던 행복감을 간직하고 싶어 블로그에 사진들을 올리고 ‘비밀의 화원’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이상은의 담백한 음색이 가볍고 상쾌한 반주와 잘 어우러지고, 중간, 중간 노랫말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 두었던 마음”이나 “아침 하늘빛의 민트향”이 나는 샴푸와 같은 표현들 말이다. 이상은은 그 ‘비밀의 화원’에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절로 흥얼거리고, 비가 와도 옷 젖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새로 연 가게에서 점심을 먹거나 새로운 샴푸를 사는 소소한 계획에도 행복해하는데, 그것은 ‘그대’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묘사들이 낯설지 않은 걸 보니, 그 화원은 나도 아는 곳이 분명하다. 그때 나는 의미 있는 연인과 함께 있어 행복함을 느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고, 얼마 전 나는 누군가와 헤어졌다. 우연처럼, 그때와 같은 계절에 이별한 나는, 그때처럼 ‘비밀의 화원’을 꺼내 들었다. 같은 계절에, 같은 노래를 듣는데, 듣는 나는 문득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전에는 곁에 누가 없는 게 그토록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제 ‘실수투성이에 외로운 나’로도 괜찮아진 것이다. 그런 나를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키워보려고 한다.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또 다른 그대가 없어도 나로도 충만하고 충분한 느낌이다. 둘이 아닌 혼자서도 ‘비밀의 화원’에 들어가는 법을 발견한 것 같다. 이런 내가 낯설고 또 자연스레 느껴진다. 그게 또 벅차서 이 노래를 다시 듣는다. 충만함으로 벅찰 때, 희망적일 때, 일상적인 것이 의미 있게 다가올 때 들었던 이 노래를. ![]() 친구가 노래방에서 ‘Tomboy’를 부를 때 멍하니 가사를 지켜보다 그대로 이 곡에 꽂혀 버렸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라는 가사가 있었다는 것도, 그 가사가 이렇게 와닿을 줄도 몰랐다. 작은 희망도 눈부실 만큼의 불안들을 딛고 일어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만들고 부르는 노래인 것 같다. ‘아아아아아’라고 울부짖듯 부르는 후렴이 어쩐지 후련하다. 천 마디의 위로보다 끝 없는 터널을 홀로 걷는 듯한 이 시기가 진절머리난다는 듯 절규하는 목소리가 더욱 와닿는다. 언젠가 지금을 나이테 세듯 아무렇지 않게 돌아볼 날이 오기를. 제목이 같은 다른 노래를 눌렀다가 땡잡았다. 호불호가 별로 나뉘지 않을 곡인 것 같다. 아주 개성 넘치는 곡은 아니지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곡. 앨범 커버가 노을 질 무렵인데 딱 그 시간대 풍경을 바라보며 들으면 좋을 것 같다. 템포가 느리고 나른한 그루브가 좋다. 처음 보는 밴드이길래 검색해 봤더니 이 밴드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그룹이 The 1975, Coldplay, U2였다. The 1975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반가웠고 역시 취향은 이어지구나, 하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다. 이 곡을 듣고 오랜만에 The 1975의 ‘Be my mistake’를 들었는데 보컬인 매튜 힐리(Matthew Healy)의 목소리를 듣자 결이 비슷했다. 그들을 사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미안해. 정말 며칠을 고민했는데 내가 널 떠남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속삭이는 듯한 화음을 들을 수 있다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너를 떠나야만 해. 나를 미워하지 마. 이 모든 건 너 때문이야. 부드럽고 고운 네 목소리를 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