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8, 2023
LETTER

국밥충을 아시나요?


여러분, 혹시 국밥충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전 최근에 이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국밥충은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국밥 가격에 비교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래요. 예를 들면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그 가격이면 국밥이 두 그릇이야. 국밥은 밥에 고기에, 김치도 나오잖아.“ 혹시 이런 말, 어디서 들어보셨나요? 주로 과장님, 부장님들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죠.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야기할 때 부장님이라고 칭하지 않고 카톡에서 국밥충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내가! 국밥충이라고 불리고 있지 않은지 잘 살펴보세요.     
개인적으로 단어에 충이라는 어미를 붙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현상을 좋게 바라보지는 않아요. 이 단어 안에 혐오의 의미가 너무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이상 이런 단어 자체가 안 생기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충이라는 단어가 지치지도 않고 생기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죠.     
저는 저 국밥충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뒤 저자와 미팅을 할 일이 있었어요. 저자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메뉴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심값이 책 한 권 가격하고 같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 후에 든 생각은, ‘아, 이것은 국밥충이 생각하는 방식과 뭔가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면, 대략 14000원에서 비싼 것은 16000원 정도 하더라고요. 제가 최근에 낸 신간의 가격이 16800원이었으니 아주 비싼 점심값과 같은 것이지요. 저는 거의 재택근무라서 주로 점심은 냉장고 털이를 하는 편이라 평소에는 점심값이 들지 않지만, 간만에 서울로 행차를 하면 대부분 밥값이 15000원이 넘더라고요. 저자 분에게 뭔가 제 성의를 표시를 해야 하는 자리에서 저는 굳이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긴 한데요.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점심은 먹고 끝이 나지만, 같은 가격으로 책을 산다면 일주일은 행복할 텐데…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이 일주일의 행복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릿속이 복잡했답니다. 마케팅은 참으로 어려운 것…!
이렇게 되면 저는 책충인 걸까요? 여러분, 오늘의 점심값이다, 생각하고 오늘은 서점에 가보세요. 이런 말은 진부하지만 마음의 양식인 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임금님의 간택을 기다리는 누군가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책들의 얼굴을 오늘 한 번, 살펴봐주세요. 


(사실 저는 집에서 진지충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반려인이나 아이들이 장난으로 말한 것에도 아주 진지하게 대답을 한다고 해서 진지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이 진지충아, 라고 저를 부르길래, 단어 어미에 충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아, 차라리 진지한 사람이라고 불러줘. 라고 답해서 완전히 진지충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국문과를 나온 한 사람으로… @@충이라는 단어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쓸데없이 진지했나요? 아무래도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는 바람에 더 진지해졌나 봅니다.😂)

 

이 레터를 받으시는 분들 중, 혹시 성미산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책방 그리고>에 주말에 가보세요.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책방이에요.

근처에 맛집도 많으니, 주말엔 성미산 나들이를...! 

책방지기님이 미인이라는 것도...!


방학에는 역시 그림책 아닐까요? 그림책 활동가 현정님의 그림책 큐레이션!😉 


안녕하세요? 《그냥, 좋다는 말》의 저자, 그림책 활동가 이현정입니다. 느린서재의 찐팬으로 뉴스레터를 받아오며 언젠가 나에게도 차례가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는데요, 막상 대표님으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무엇에 관해 써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려고 하는 새도 없이, 대표님께서 덧붙이셨죠. ‘그림책 소개와 함께’라고. 아, 맞다. 내게는 든든한 지원군인 그림책이 있지!

 

《그냥, 좋다는 말》을 출간하고 많은 독자 분을 직접 만나고 싶어 이곳저곳에서 북토크를 열었어요. 정겨운 서점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책 이야기 시간이란 제가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거든요. 하지만 첫 북토크를 준비할 때 저는 무척이나 긴장되었어요.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와주신 분들께 과연 내가 무엇을 드릴 수 있겠느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감히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구렁텅이에 빠져들어 가려고 할 때쯤, 역시 저를 건져 올려 준 건 그림책이었습니다.

 

『너의 특별한 점』(이달 글, 이고은 그림, 김성미 꾸밈/달달북스)에는 목에 점이 있는 아이가 있어요. 친구들이 점을 지적하자 그때부터 점만 보이고 괜스레 움츠러들게 되죠. 그런 아이를 보며 엄마는 ‘비밀스러운 점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 첫 숨을 내쉬고 들이쉬면서 ‘숨’을 쉬기 시작하는데요, 아기의 첫 숨은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몸에 달라붙어 특별한 ‘점’이 된다고요.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는 비밀을 말해주지요. 모두에게 있지만 그 점이 특별한 이유는 그 점에는 ‘꿈’씨가 살기 때문이래요. 어릴 적 우리는 꿈씨와 함께 이야기하고 밤마다 특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 너무 바빠서 꿈씨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다시 꿈씨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만났는지는 그림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하여튼 이 그림책이 저를 또 살짝 밀어주더라고요. 너에게도 너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고, 너의 꿈씨를 소개해 보라고요. 그렇게 저의 꿈씨에게 기대어, 그림책에 기대어 북토크에서 진심을 전했고, 후끈한 열기 속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 이후, 세 번의 북토크에서도 늘 그림책이 있어서 든든했고요. 그림책은 신기하게도 처음 만난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내 마음 구석에 창을 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그 창을 열어젖히고 같은 정취를 느끼고 있다는 공감을 간직하게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느린서재의 편지를 받는 분들과 은근한 연결을 원하니까요. 야단스럽지 않고 꾸준한 연결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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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은 여름방학이 즐거운 분들보다는 두려운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부모가 되고 나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방학이 두렵다는 것과 월요일이 더 기다려진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겨울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배달이 되었든 밀키트가 되었든 온전히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해서 지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큐레이션 해 보았어요.😉

 

 

*여름날 아련했던 추억 속으로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티코테 드 퐁벨 글, 이렌 보나시나 그림/길벗어린이)

여름방학, 삼촌 마을로 향한 소년이 한적한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며 들판을 달리고 밤늦도록 책을 읽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바다를 마주하고, 그 바다를 찾아온 소녀 에스더 앤더슨과 만나게 됩니다. 육아하고 살림하느라 고이 접어 넣어두었던 사랑의 두근거림을 깨워 줄 그림책입니다.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고민은 잠시 제쳐두고,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던 그 여름의 추억 속으로 푹 빠져보시기를.

 

*더울수록, 힘들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하니까

『밥 먹자!』(한지선 글, 그림/낮은산)

매일 외치는 ‘밥 먹자’는 그 말을 누가 나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싶은 날,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직접 기른 작물을 장터에 팔러 나온 농부들, 뜨거운 태양 아래 빨간 고추가 흐물흐물 녹아 고추장이 되어버리죠. 이때 한 할머니가 ‘밥 먹자’를 외치는데요, 모두 일사불란하게 밥을 짓고, 열무, 파, 마늘, 양파를 송송 썰어 참기름을 쭈욱~ 넣고, 고추 녹아서 만들어진 고추장에 요리조리 비벼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지요. 입맛 없는 여름 식욕을 돋우는, 제철 밥상에 감사하게 된답니다. 자, 책을 펼치고, 밥을 비비고 매콤달콤한 맛을 즐겨보세요.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것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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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최아영  | calmdown.library@gmail.com | https://linktr.ee/calmdown.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