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로 짚어본 <더퍼슬> 감상 포인트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지난 주에 다음 소스 예고가 없어 조금 의아하셨죠? 어떤 이야기를 전해드리면 좋을지 한참 고민했어요. 앞으로 2주간은 일본영화 가운데 학교에서 무언가 활동을 하는.. 청춘영화.. 에 대한 에디터들의 주접 감상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님: 뭐야, 묘하게 구구절절한데.. 😶) 정답입니다. 사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얘기 하고 싶어서 귤🍊님 졸랐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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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극장가 박스오피스는 지금이 몇 년도인지 의심케 하는 영화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타이타닉>, <아바타: 물의 길>,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많은 디핑러들도 그러실 텐데, 오늘 소스를 쓰고 있는 에디터는 사실 슬램덩크 세대는 아니에요. 주인공 이름이 강백호라는 것 정도만 알고, 중간에 머리를 밀었다거나 하는 스토리는 전혀 몰라서 영화를 보다 모 등장인물과 헷갈릴 정도였어요. (삭발을 하면서 염색도 하는건가..? 라고 생각을 😷 보신 분들, 누구랑 헷갈렸는지 아시겠지요?) 그래서 슬램덩크 새 극장판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도 '2023년에..?' 하며 좀 의아해했고, 동행인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으면서도 반신반의했었거든요. 볼 거 없으니까 가볍게 한번 봐준다는 마음으로 감상했는데.. 1회차를 보고 오자마자 외쳤습니다.
"귤🍊님, 저 다음주 슬램덩크 쓰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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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SMG, 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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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 여덟번씩 감상하는 분들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디핑🍟을 만드는 사람답게 <더퍼슬>의 매력을 몇 번이고 곱씹어 보았는데요. 식상하더라도 은은한 이 감동이 식기 전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소스는 그리하여 짧고 굵게 준비했습니다. 초심자, 중급자, 오타ㅋ 아니 마스터(..) 각 단계별로 짚어본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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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 지나가듯 언급했는데요. 슬램덩크 시리즈의 주인공은? 정답! 강백호.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서태웅, 채치수라는 사람 이름도 들어본 적 있고.. 뭔가 왼손은 거들고 포기를 모르는 남자도 있었던 것 같고.. (둘이 다른 사람입니다) 😂. 만약 님께서도 저와 같이 이 정도 사전지식만으로 <더퍼슬>을 보셨다면? 혹은 보러 가실 생각이라면? 이번 단락이 가장 관심가실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슬램덩크 시리즈 전체 중에서 일부 하이라이트였던 에피소드를 본래 비중이 적었던 서브 주인공의 시점에 주목해 새로 연출한... 일종의 리메이크 작품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인기가도를 달리며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워낙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만큼 이미 감상하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실 내용이에요. 하지만 이 점이 이 영화의 핵심이자 차별점, 감동을 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했기에! 한 소큼 소스로 끓여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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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주인공 송태섭(미야기 료타) / (우) 원래 주인공ㅋㅋ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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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의 주역 5명은 북산고등학교 농구부에 다닙니다. 강백호,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그리고 송태섭. 이들은 머리도 밀고.. 짝사랑도 하고 이빨도 나가고 눈탱이도 터지고 기타등등 여러 좌충우돌을 거치며 성장하여 일명 인터하이라 불리는 고교체전 무대에서 전국의 강호 고교팀들을 만나는데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그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32강 산왕공고와의 대전을 그렸습니다. 보통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전체 스토리를 요약하거나 결말 이후 짧은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혹은 아예 평행세계 설정을 접목해서 본편과는 상관 없이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이는 것(스핀오프)과는 달리, 본작의 일부를 가져다 새로이 영상화(리메이크)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에요.
그렇다면 원작 팬들에게는 익히 아는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는데요. 본작 슬램덩크에 이어 이번 극장판 또한 총 감독을 맡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2시간 가량의 스토리를 이끌 인물을 과감히 교체하여! 신선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본래 북산의 5인 가운데 가장 비중이 적고 서사가 덜 알려져 있던 캐릭터 송태섭을 메인 주인공으로 세우고, 원작 연재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설정들을 추가했어요. 태양같은 인물 내면에 자리한 아픈 가족사라는 심연과 바다를 섬세하게 조형해 성장하는 서사를 이끌어냈고요. 다른 캐릭터와 쌓았던 과거의 인연 또한 깨알같이 풀어주었습니다. 분명 플롯은 엄청 꼬여있는데, 또 중요하게 알려줄 것들은 다 알려주는 친절한 연출 덕분에 😇 설정을 전혀 모르는 저같은 슬램덩크 초심자 또한 큰 무리 없이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잔잔한 오키나와 해안가를 배경으로 담백하고 은은하게 보여준 주인공의 성장 연출이.. 꽤나 감동적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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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더퍼슬>이 오직 송태섭의, 송태섭에 의한 송태섭을 위한 영화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중간중간 올드비들을 위한 주인공 5인방의 명대사 명장면이 속속 등장하는데, 제가 만든 작품도 아닌데 묘하게 뿌듯하더라고요. 너무 유명해서 실제로는 들리지 않았는데도 모두가 듣고 나온 대사도 있고요. (이게 무슨 소리야?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 이런 게 바로 성공한 프랜차이즈를 감상하는 백미가 아닐까 싶어요.
뻔할 수도 있었던 리메이크작에 변주를 더해낸 것이 앞서 언급한 새 스토리와 플롯이었다면요. 거즘 30년이 다 되어가는 시리즈가 생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저는 감히 과감하게 직구로 꽂아낸 영상미와 작화법이라 꼽겠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최근 3D 기술을 접목하여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들이 더러 그렇듯 모션캡쳐 기법을 접목하여 농구라는 빠른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액션의 화려함과 속도감을 살렸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무언가 날것이 주는 짜릿한 쾌감을 느꼈어요. 뭐랄까 지상파를 타고 나오는 스포츠 중계 화면이라기보단, 고프로 같은 액션캠을 달고 찍은 아마추어 선수의 시합 실황 브이로그 같았달까요? 현실 농구 코트에 직관을 가더라도 이렇게 인물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들에 집중해서 경기를 볼 수는 없잖아요. 심지어는 중요한 부분에서 슬로우 모션을 걸어주기도 하고, 그걸 보고 놀라는 상대편 표정은 클로즈업 해주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키가 작은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송태섭이 경기 막판 상대편 선수들이 둘러싸 압박하는(이 전술을 존프레스라고 부르더라고요) 것을 뚫어내고 돌파하는 장면에서, 발을 허우적 헛디뎌가며 온 몸으로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오는 움직임을 정말이지 절묘한 구도로 집중해서 볼 수 있었거든요. 이런 깨알같은 포인트들을 보기 위해 아이돌 팬들도 4K 화질의 세로 입덕직캠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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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은 가장 리얼하게 표현해내려고 하되, 그 동작을 보여주는 영상화의 방식은 최대한 극적으로 만듦으로써 <더퍼슬> 만의 영상의 맛을 구현해냈다고 평해 봅니다. 더불어 CG 위에 원작 작화의 스타일과 셀 기법의 채색을 한번 더 덧칠하듯 그려내어 (이런 찰흙같은 작화법을 쓴 작품이 또 있었는데요 👉<아케인> 편) 2020년대의 세련됨을 살리면서도 원작 팬들의 향수까지 자극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드린 바로 이 입덕직캠 포인트에 빠져서 n회차 관람을 도는 <더퍼슬> 찐팬들이 오늘의 에디터 주변에도 종종 있는데요. 그런데 이제, 그 분들은 북산고 입덕직캠만으로만 만족하진 않는 것 같던데... 🤔❓ 이어지는 소스에서 알쏭달쏭, 스파이같은 이야기를 마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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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원작이 있는 스토리인지라, 게다가 소년만화인지라 대부분 극장에는 결과를 알고 가시겠지만 그래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다룬 산왕공고와의 경기, 마지막 스코어인 78:79에서 왼편인 78점을 기억하신다면? 짜잔, 찐 팬을 여기서 찾았습니다. 👏 처음에는 주인공 태섭군의 서사에 빠져, 두번째 세번째는 푹 익은 파김치가 된 정대만의 활약이나 작중 공식 미남 서태웅의 언더래쉬 갯수를 세기 위해서(😂) 등등 수많은 깨알 포인트에 꽂혀 n회차 관람을 맞이한 분들이 종종 보였는데요. 요 몇주간 그를 조용히 관찰해 본 결과... 묘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다들 어느샌가 최종 스코어의 결과에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더라고요. 포기하지 않은 투지와 열정의 역전극, 그 가운데 쓰디쓴 패배를 경험하게 된 상대편 산왕공고 5인방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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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슬램덩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중 산왕공고 주전 5인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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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최강팀 중 하나로 설정된 산왕공고 농구부 또한 북산 5인방 못지 않게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로 뭉쳐있습니다. 주전인 정우성, 이명헌, 신현철은 몇 번이나 '탈고교급이다'라는 묘사가 붙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이 강조되었고요. 주장인 이명헌은 말끝마다 ~뿅이라는 어미를 붙이는 특이한 말버릇을 가지고 있고(저는 처음에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작가 공인 슬램덩크 세계관 넘버 1로 꼽히는 에이스 정우성은 경기 전후로 줄곧 근거 있는 자신감을 보이면서 "신이시여, 저에게 필요한 경험을 주세요." 라는 인상적인 대사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엔딩 즈음에는, 본인이 더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하여 필요로 했던 바로 그 경험이 이번의 패배였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팀원들 곁에서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장면에서 마음이 미어진 분들이 꽤 있을 거예요. 저 또한 지기 싫어하며 완벽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는지라 스포츠는 해 본적이 없음에도 무너지는 그 심정에 괜시리 공감했습니다. 정우성 선수를 둘러싼 이 연출들은 원작에는 없었던 부분이래요. 북산의 주역들만이 아닌 상대편 선수들에게도 입체적인 성격과 특징을 부여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며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한층 더 다양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 로 끝나지 못하고? 영화관을 나서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도 문득 생각이 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도 그 오열하는 반질반질 뒷통수가 떠오른다면? 나도 몰래 비슷하게 생긴 빡빡이🤣 캐릭터들의 얼굴과 이름을 대조해보기 시작하면서, 79점의 승리 뒤 초연했던 78점의 패배가 자꾸 머릿속에 아른댄다면... 그것이 <더퍼슬>의 찐팬으로 거듭나는 시그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1회차 감상을 마친 제가 지금 그렇거든요. 🏀🎞
오늘의 소스를 읽어주신 님은 어떠신가요? 바닥을 짚으며 주눅든 송태섭을 자극하는 이명헌!(빡빡이 1:그런 캐릭터가 있습니다.) 강백호와 서태웅의 콤비 플레이에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놀라는 정우성!(빡빡이 2:글쎄 그런 캐릭터가 있다니까요.) 맨투맨 마크로 파김치 정대만을 푹 익혀버리는 김낙수!(빡빡이 3:와 이 캐릭터 이름 기억하면 진짜 찐이라던데...) 주인공 5인방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깨알같은 상대 산왕의 활약들, 아무래도... 다시 한번 감상하러 가야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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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해드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편, 어떠셨나요?
말씀드린 바와 같이... '무언가 학교에서 부 활동을 하는 일본 영화(구구절절...)' 특집이 계속됩니다. 😂👏 다음 소스에서는, 한 번쯤 제목은 다들 들어보셨을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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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다음 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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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핑(DEEPING)을 만드는 사람들 : 귤🍊과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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