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30 - 2025.07.13 /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우리 영화, 요즘 플레이리스트
01.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02. 우리 영화
03. now playing . . . 

 01.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 KBS2TVㅣ2025년 6월 11일 - 7월 17일 방영


 인간들은 왜 우주까지 가서 초파리 교미를 관찰하는 걸까?(tvN <별들에게 물어봐>), 게이머로서의 오타쿠력을 숨기고 사회생활하는 본부장님에게는 왜 그렇게 비밀이 많을까?(tvN <그놈은 흑염룡>),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자숙중이던 인기 밴드 멤버가 꿈 속에서만 듣던 멜로디 소리에 이끌려 간 곳에서 운명의 여자를 마주하게 된다고?(SBS <사계의 봄>) 2025년 상반기에도 나는 한국 드라마들을 보며 꽤나 많은 ‘항마력 테스트’에 임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줄곧 타율이 좋지 않았던 편이다. 그래서인지 서현, 옥택연 주연의 판타지 사극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은 초장부터 의심스러웠다. 축적된 나의 한드 로코 데이터베이스들은 불길하다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탈주할 타이밍을 놓친 바람에 엔딩을 보기까지는 겨우 두 편이 남아있다. 


 웹소설 읽기를 즐겨 하는 대학생 ‘모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웹소설 <폭군님은 집착광공>의 연재 중단 공지가 올라온 날 악플을 달았다가 갑자기 웹소의 세계관 속으로 입장한다. “숙명적으로 여주한텐 온갖 고난과 위험이 몰아닥친다고. 난 여주되기 싫어.” 라는 혼잣말은 그가 그간 웹소의 충실한 독자였음을 증명하는데, 그 때부터 모음은 자신이 따라 읽어왔던 서사에서는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단역 ‘차선책’(서현)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여주가 되기 보다는 여주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자 하는 그는, “여주 기분이 다운되면 안 되는데. 아니지, 이 세상에는 혐관으로 시작되는 로맨스도 있잖아. 분위기 어떻게든 살려보자고.” 라는 지극히 덕후적인 지식과 다짐으로 원작보다 더 빠르게 남주와 여주의 오작교를 이어주는 지름길을 내고자 한다. 그러다 우연히 (제목처럼) 남주 ‘이번’(옥택연)의 첫날 밤을 가져버린다.


 12부작 중 6부가 될 때까지도 등장인물들이 웹소에서 현실로 빠져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지러운 교차 편집이 없고 타임라인 또한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장르적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까지 온 이유는 ‘2세대 아이돌’을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리 때문이다. 소녀시대와 2PM 멤버가 기나긴 합동 무대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뭐 어때?




 02. 

우리 영화

© SBSㅣ2025년 6월 13일 - 7월 19일 방영


 드라마 <우리 영화>의 영화를 향한 마음은 적당히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니다. 드라마 포스터는 전국에 몇 안 남은 단관 예술극장인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여자 주인공이 어디든 챙겨 다니는 소니의 6mm 핸디캠 촬영본이 드라마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흐른다.


 차기작 없이 5년째 두문불출하던 영화감독 ‘이제하’(남궁민)는,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이 엠마 왓슨인지 엠마 스톤인지 늘 헷갈려 하지만 천만 영화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제작사 대표의 설득으로 다시금 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90년대 한국 영화 멜로물의 부흥기 한 가운데에 있던 작품이자 한 때 거장 영화 감독이라 불렸던 아버지의 유작 <하얀 사랑>을 리메이크 하는 게 처음부터 내켰던 건 아니다. 다만 아버지 버전의 시나리오를 각색할 권한을 가진 이제하는, 함께 영화를 찍는 스태프들이 거의 ‘검은 사랑’ 비슷한 게 나왔다고 할 정도로 잔뜩 변주된 이야기를 만드는중이다. 자칫하면, 원작의 팬을 잃을 수도 있다(이제하는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만.) 하지만 가까운 사람의 말은 소중하다. 리메이크 시나리오를 읽은 조감독이 냉철한 피드백을 건넨다. “감독님이 이번에 비틀어 놓은 설정이 정말 재밌어요. 근데 알맹이가 안 보여요. 제일 중요한 게 비어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는 창작자이자 인간인 이제하가 알맹이를 찾아가는 경로를 따라간다. 그건 비오는 날 딱 1분만 우산 없이 서 있어보는 즐거움, 노을이 지기 전 탁 트인 곳으로의 전력 질주 후 밀려오는 숨 가쁨 같은 것들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이는, 25번째 생일 케이크에 올라간 촛불을 병원에서 끄는 일이 익숙해보이는 시한부 환자 ‘이다음’(전여빈)이다. 이다음은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의 저자이자 암 경험자인 김도미 식으로 말하자면, “지 쪼대로 아플 자유”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배우로서 영화를 찍고 싶다. <하얀 사랑>처럼 시한부가 주인공인 영화라면 더욱. 스마트폰 알람이나 전화벨은 드라마에서 인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눈치 없이 울리곤 하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신호다. 매순간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알람들이 이다음의 일상에 촘촘히 스며들어 ‘밥 때’와 ‘약 때’를 알려준다. 시청자는 알람이 울릴 때마다 이다음이 아픈 존재라는 걸 여지없이 실감한다. 스마트폰의 무음 모드조차 멋대로 할 수 없는 이다음은 주변의 격려와 만류 속에서 신인 배우 오디션을 통과하고 어떻게든 영화를 찍는다. 그리곤 또 이렇게 말한다. “와, 들어와있네. 내가 영화 속에.” 장기 입원해있던 병실과 영화 촬영지로서의 병실은 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다음은 자신의 눈에 모든 걸 하나하나 담는다. 천장의 조명, 현장을 오가는 스태프들, 촬영 감독님의 오른쪽 어깨에 얹어지는 둔중한 카메라를. 믿을 수 없지만, 저마다 다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들을.




 03. 

now playing . . .


  • 엔시티드림 정규 5집 타이틀곡 'BTTF(Back To The Future)'는 도입부의 챈트와 전자음악 사운드부터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데, 2분 6초 해찬의 "Back to the future ohhh" 파트에서는 새로운 차원으로 건너가는 초월적인 기분이 든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콘셉트를 가져온 'BTTF' MV는 원작자와 스튜디오의 승인을 받았다고.
  • 도경수 정규 1집 수록곡 'Fit'은 도경수 보컬을 좋아하는 이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각 잡고 말아주는 리듬 앤 블루스. 2분 34초인 러닝타임을 4분 56초쯤으로 늘리고 싶어진다. 케이팝 음원 분량 최소 3분 넘기기 위원회 위촉 필요!
  • 호시노 겐이 르세라핌 신곡 'Kawaii'에 프로듀싱으로 참여했다. 일본 라디오 '올나이트닛폰'에서 두 아티스트가 나눈 음악에 관한 대화 중 호시노 겐의 음악 작업기가 기억에 남는다. "저는 되게 어두운 사람이기도 해서 곡을 만들 때 외톨이가 되는데, 계속 외톨이가 되어 계속 잠수하다보면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누군가 다른 사람 마음의 가장 아래의 문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있죠. 그런 식으로 곡을 만들면 누구한테 전하려 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맙니다. 공감해달라'고 음악을 만들어버리면 뭔가 목적이 좀 달라져 버립니다만, 저의 아트, 저의 목소리를 만든다는 데에 집중하다 보면 멋대로 누군가의 마음에 연결되어 버려요. 저는 그런 식으로 메시지라든지 생각을 담으려고 합니다."
  • 블랙핑크 싱글 '뛰어(JUMP)' MV비비지 정규 1집 타이틀곡 'La La Love Me' MV 를 보니, 둘 중 누구든 우리의 '혼문'을 지켜달라. 덧붙여, 트와이스 정규 4집 [THIS IS FOR]의 16번째 트랙에는 정연, 지효, 채영 버전의 'TAKEDOWN'이 정식으로 수록 됐다. 


<콘텐츠 로그> 구독하기

🟠 문의: wildwan79@gmail.com
🟠 이번호까지만 읽고 해지하기

COPYRIGHT © CONTENTSLO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