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 #텍사스유_브렌트유 #에너지_제재
2022.3.10 (목)
한 자동차 회사가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신차를 출시했다며 동네방네 광고를 했습니다.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큰맘 먹고 할부로 한 대 뽑았죠. 그런데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가보니 아무리 밟아도 100㎞ 이상으로는 속도가 안 올라가는 겁니다. 자동차 회사에 항의하니 차가 너무 빠르면 운전자가 위험할 수 있어서 일부러 막아놓은 거라는데요.
갑자기 웬 황당한 소리냐고요? 지금 삼성 스마트폰을 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졌거든요.

무슨 일인데?
우리가 격렬한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죠? 마찬가지로 전자기기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열이 발생해요. 특히 스마트폰은 손안에 들어오는 크기에 마치 컴퓨터 같은 성능을 내야 하잖아요. 그러니 부품들이 더 가깝게 붙어있을 수밖에 없고 열도 더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고사양 게임은 스마트폰 성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하고 열도 많이 발생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해 ‘게임 최적화 서비스’ 기능을 넣어왔어요. GOS(Game Optimizing Service)라고 불리는데요.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의 성능을 강제로 낮춰 발열과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능입니다.
근데 스마트폰 성능을 낮추면 게임 프로그램이 느려지거나 그래픽이 안 좋아지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이 기능을 끄는 법이 공유되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신제품 갤럭시 S22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는데요. 그 결과 더 이상 GOS 기능을 끌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일부 사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죠.
여기서 이용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핀 사건이 발생합니다. 유튜브 방송에 나온 한 삼성전자 직원이 ‘GOS 기능을 끌 수 있게 만들 수 없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이때 이 직원이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점이 없다”고 대답한 거죠. 사람들은 스마트폰 성능을 개선해야 할 문제를 두고 소비자 안전 핑계를 대고 있다며 분노했습니다.

거짓말은 못 참아
근데 더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 GOS가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진행할 때는 작동을 안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고사양 게임을 할 땐 성능이 제한되는데 테스트를 할 때만 성능이 좋아 보이도록 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거죠. 정말로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해도 이에 대한 사전 설명 없었던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입장입니다. 일부 소비자는 GOS 기능이 스마트폰 성능을 절반 가까이 떨어트린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신제품인 갤럭시 S22의 실제 성능이 2018년에 출시된 아이폰XR보다 못하다는 거죠.
심지어 게임 외에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일반 앱을 실행했을 때도 광범위하게 GOS가 작동하면서 성능을 제한하는 것 같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어요. 삼성은 GOS가 일반 앱에서는 동작하지 않는 기능이라고 해명했지만, 신뢰가 한 번 깨진 탓인지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우리를 속인 기업들
사실 기업들의 소비자 기만 사례는 처음은 아니에요. 글로벌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라이벌인 애플도 비슷한 사건으로 사업 자체를 접을 뻔한 적이 있었죠.
  • 폭스바겐 : 디젤게이트(2015년)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에서 기준치를 훌쩍 넘는 배기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이에요. 폭스바겐이 엔진 제어 장치를 조작해 주행 테스트를 할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기준을 맞춘 거죠. 대신 실제 주행 중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배기가스를 배출하며 엔진 성능이 개선되도록 한 겁니다. 이 차들은 허용치의 최대 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뿜어냈다고 해요. 폭스바겐은 이후 과징금과 소송, 리콜 비용 등으로 320억유로(약 43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 애플 : 배터리게이트(2017년)
    오래 사용한 스마트폰의 성능을 애플이 강제로 저하시킨 사건입니다.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진 스마트폰의 성능을 제한해 배터리 사용량을 줄인 것이라 해명했는데요. 이렇게 해야만 전력공급 차질로 인한 갑작스러운 스마트폰 꺼짐 현상을 막을 수 있었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스마트폰 성능을 저하시킨 것이라며 분노했죠. 결국 애플은 미국에서만 1억1300만달러(약 1400억원)의 보상금을 물어줘야 했죠.

삼성 스마트폰 고객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
  • 테스트 기관 : 너 탈락.
    전자기기 성능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긱벤치(GeekBench)’란 유명 사이트가 있는데요.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곳 중에선 가장 공신력이 있고 영향력도 큰 곳이죠. 근데 이런 긱벤치가 이번 사태를 성능측정 조작으로 판단했다며 S22를 비롯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4종을 평가목록에서 제외하기까지 했습니다.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거죠. 현재까지 긱벤치 평가목록에서 제외된 제품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와 삼성전자뿐입니다.
  • 소비자 : 너 고소.
    소비자들도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어요.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엔 6000명 넘게 가입했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삼성이 허위광고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특히 다음 주 주주총회를 앞둔 삼성전자의 고민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는 이번 논란을 문제 삼아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삼성은 어떻게 하겠대?
사실 삼성전자는 2016년에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큰 위기를 겪었어요. 당시 출시한 갤럭시노트7 제품의 배터리에서 연이어 발화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죠. 이때 삼성은 결함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하면서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초강수를 뒀어요.
삼성전자는 이번엔 하드웨어 교환이 아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GOS 기능을 적용할지 여부를 소비자들이 각자 선택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며 강제한 GOS 기능을 이제 와서 문제가 된다고 바꾸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거죠. 과연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분노를 달랠 수 있을까요?
★ 3줄 요약 ★
① 삼성전자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며 고사양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GOS 기능을 탑재해왔음. 그런데 스마트폰 성능 측정 테스트를 할 땐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남.

② 소비자들은 삼성이 테스트를 할 때만 성능이 좋아 보이도록 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분노. 이 기능이 스마트폰 성능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린다는 지적까지. 결국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

③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과 애플도 과거 비슷한 소비자 기만 사건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적이 있음.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GOS 기능 작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고 있음.

오피스텔 '보증금 적은 월세' 많아졌어요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은 보증금이 적고 월세 비중이 높은 '순수 월세'가 많아졌다고 해요. 순수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 12개월 치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는데요, 예를 들어 월세가 50만원이라면 보증금 600만원 이하만 순수하게 월세 계약이라고 보고 통계를 낸 거죠. 작년 서울 오피스텔 월세 거래 중 이렇게 보증금 비중이 낮은 월세 거래는 20.9%였대요. 10년 전인 2011년엔 10% 수준이었다고 하니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치예요. 상대적으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 위주의 1~2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여요.

우리나라에선 '인앱결제' 강요 못 해요
우리나라에서 오는 3월 15일부터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돼요. 인앱결제는 스마트폰에서 유료 앱을 다운받거나 앱 사용 중 유료 결제를 할 때 구글과 애플의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걸 말해요. 아마 보통 이렇게 이용해오셨을 텐데요, 앞으로는 구글과 애플이 자체 시스템만 쓰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거예요. 안드로이드와 iOS로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내부 시스템에서 결제할 때 수수료를 받는데,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강요해서 계속 논란이 돼왔어요.

맥도날드·스타벅스도 러시아 사업 중단
세계적인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연이어 사업을 중단하고 있어요.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하다가 SNS에서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일어났던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스타벅스도 결국 사업 중단을 결정했어요. 맥도날드는 러시아 내 850개 점포와 우크라이나의 100여 개 매장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어요. 다만 종업원에게 급여는 지급할 방침이라고 해요. 스타벅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130여 개 매장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코카콜라와 펩시도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어요.

미국, 러시아 에너지 제재 시동 걸었네요
미국이 결국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까지 시작했어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금지한 건데요, 유럽 국가들은 너무 큰 피해가 우려돼 아직 동참하지 못하고 있어요. 영국은 천연가스는 수입하되 원유는 수입하지 않는 조치로 일부 동참했어요.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어서 독자 제재에 나설 수 있었고, 유럽 동맹국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이해한다"고 밝혔어요.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를 넘기는 등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어요. 에너지 분야 제재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최후의 카드'로 불릴 만큼 강력한 조치인데요, 아직 유럽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여요.
*텍사스유(WTI)? 브렌트유?
요즘 '국제유가'라는 단어가 뉴스에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전쟁 탓에 기름값이 폭등했기 때문인데요, 뉴스에서 기름 가격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서부텍사스유(WTI)북해 브렌트유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길래 석유에 이름까지 붙여 구별하는 걸까요?

일단 기름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형태인 '원유'는 땅속에서 뽑아내 아직 정제하지 않은 상태의 석유를 말합니다. 이 원유를 정제해서 비행기에 들어가는 항공유부터 우리가 흔히 소비하는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들어내거나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써요.

그런데 전 세계 곳곳에서 뽑아내는 수백 종류의 원유는 지역마다 품질이 조금씩 달라요. 당연히 사고팔 때 가격에도 차이가 있어야 하겠죠. 보통 이 가격의 기준이 되는 3대 원유가 서부텍사스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 북해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입니다. 각각 이름대로 미국 서부 텍사스,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 있는 북해의 브렌트 유전, 중동 아랍에미리트 인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말해요.

이 3대 원유 시세를 기준으로 품질이나 생산지 등을 고려해 원유 가격이 결정돼요. 대체로 미주 지역은 WTI, 유럽은 브렌트유, 중동과 아시아 지역은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보면 되겠죠.

품질은 WTI가 가장 좋고 브렌트유가 다음 순위로 꼽혀요. 그래서 가격도 보통 WTI가 가장 비싸지만, 이 가격 순위는 다양한 요인 때문에 바뀌기도 해요. 최근에는 전쟁 위기로 유럽 지역의 에너지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해서 브렌트유가 조금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요.
WTI는 생산해서 대부분 미국에서 소비하는 점이 특징이에요. 미국에서 자기들끼리 다 써버리긴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워낙 발달한 데다 국제유가 시장과도 연결돼 있다 보니 WTI는 가장 대표적인 국제유가 지표로 사용되고 있어요. 그다음 중요 지표는 브렌트유 정도죠.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지역적으로 가까운 중동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어서 두바이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다른 종류의 원유라도 결국 대체 관계이기 때문에 가격 움직임은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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