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SWIFT #유동성 #디폴트 지난 24일,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수도 키예프까지 점령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죠. 우크라이나 국민도 굳은 의지로 결사 항전하고 있는데요, 이미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고 우크라이나 국민 수십만 명이 인근 국가로 피난을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아직 군사적 개입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대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어요. 오늘은 이런 조치들의 현황과 의미를 한 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첫 단추는 돈줄 조이기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1차 경제 제재를 시작했습니다. 방식은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자산 동결이었어요. '동결'이란 말 그대로 자산을 얼려버리는 것과 같아요. 미국이 워낙 큰 나라니까 러시아 기업도 미국 은행에 돈을 맡겨뒀을 수 있고, 투자한 회사가 있을 수도 있죠. 이렇게 미국에 넘어와 있는 돈들을 아무리 자기 돈이라도 절대 못 건드리게 한다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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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일단 러시아 최대 국가 주도 은행과 방위 산업(무기 등 군수 사업)을 지원하는 국가 은행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어요. 러시아가 엄청난 돈을 버는 천연가스 사업과 관련된 국영 기업 '가즈프롬'도 제재했죠. 유럽 주요국 등 다른 나라들도 즉각 동참했어요. 이런 조치는 1차적으로 러시아 국영 기업들을 대상으로 돈줄을 묶어 러시아에게 부담을 주는 결정인데요, 러시아 입장에서 당장은 큰 타격이 없더라도, 큰 자금줄들이 영향을 받게 되니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제재 대상들은 미국 등 주요국에 있는 모든 기업들과 거래 자체도 못 하게 됐어요.
푸틴에 상징적 '경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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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는 1차 제재에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외무장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일부 러시아 의원 등 특정 인물을 '콕' 집어 제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른 주요국도 즉시 동참했는데요, 이 사람들은 제재에 동참한 나라에 있는 자산이 동결되고, 해당 국가로 여행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EU는 외교적 협상을 위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외무장관의 여행을 금지하지는 않았어요.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는 꽤 화제가 되었을 만큼 매우 이례적인 조치예요. 국가의 정상에게 이런 제재를 한 경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해요. 푸틴의 자산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약 1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등 막대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요. 그도 그럴 것이 푸틴은 일단 미국에 둔 자산이 많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대요. 하지만 아주 예외적인 조치를 내린 만큼 상징성은 크다고 하네요. "공격을 끝내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경고라는 거죠.
이제 못 참겠다...'금융 핵무기' SWIF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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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이 자기 나라에 있는 자산을 못 건드리게 하는 조치를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국제적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그래서 주요 7개국인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이 한층 강력한 조치를 내놨는데요, 그게 바로 '스위프트(SWIFT)' 배제예요. 한 마디로 '국제 송금망'을 못 쓰게 차단해버린다는 거예요. 앞선 조치로는 돈줄을 조금 조이는 정도 효과를 봤다면, 이번엔 '돈이 있어도 못 보내고, 받을 돈이 있어도 못 받게' 만들어 버리는 수단을 쓴 거죠. 각종 무역도 당연히 어려워지고, 러시아의 가장 큰 자금줄인 천연가스를 수출해도 돈을 쉽게 송금받을 수가 없도록 한 거예요. 프랑스 재무장관은 "스위프트 배제는 '금융의 핵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얼마나 강력한 조치인지 가늠해 볼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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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은 전 세계 은행이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이에요. 돈을 주고받는 송금 시스템이죠. 혹시 해외로 돈을 보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미 SWIFT를 이용해 보신 거예요. 사실상 해외로 송금하려면 이걸 안 쓸 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여개 나라의 1만 1500여개 기관들이 쓰고 있거든요. 수천 개 기관들이 서로 돈을 쉽게 주고받기 위해서 1970년대에 공동 설립했는데,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비영리조직으로 운영 중이에요. 각국 은행들이 스위프트 시스템에 접속해서 돈을 얼마나 보낼지를 입력하면, 이 정보가 보안 처리돼서 즉시 상대 은행에게 전달되고 '믿을 만하다'고 인정받아요. 이렇게 바로 처리가 되니까 매일 수천만 건에 달하는 송금을 할 수 있죠. 결국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를 쓰지 못하면, 러시아에 있는 기업이든 정부든 국민이든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거예요.
그럼 러시아는 방법이 없어?
스위프트에서 차단당하면 돈을 보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예를 들어 전화나 메시지, 이메일을 활용해 서로 거래 내용을 확인하고, 은행끼리 연락을 해서 돈을 보낼 방법을 찾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일이 이렇게 하려면 비용이 너무 커지고, 당연히 안전하지도 않겠죠. 그래서 최근엔 암호화폐 활용도 거론되고 있어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기 전 경제 제재에 대비해서 암호화폐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뒀다는 거예요. 암호화폐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송금할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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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도 이걸 모를 리 없죠. 미국은 러시아 화폐로 산 암호화폐이거나 러시아 사람이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요. 돈이 드나드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리겠다는 거예요. 이런 조치들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있어요.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 물가도 폭등하고 말겠죠. 이걸 막기 위해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아예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2배 이상 올려버리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했어요.
더 할 제재가 남아있어..? 러시아에 지금보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러시아의 핵심 산업인 '에너지' 분야를 제재하는 거예요. 천연가스와 원유(석유) 수출을 막는 거죠. 이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워낙 커서 '최후의 카드'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러시아가 전 세계 천연가스의 17%를 생산하는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이에요. 원유도 12% 정도나 생산하고 있고요. 특히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40% 정도로 무척 높아요.
이 조치를 하면 러시아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거예요. 러시아 전체 경제 규모의 20%를 넘게 차지하는 산업이고,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 정부가 벌어들이는 돈 중에서 원유와 가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8%에 달하거든요.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와 석유 공급이 줄어드니까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그럼 유럽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 또한 큰 피해를 보게 돼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기 때문에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고통을 겪는 거예요.
미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에너지 분야 제재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에요. 원래 미국은 세계가 겪을 고통을 고려해 이 제재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는데요, 최근엔 전쟁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에너지 제재까지 고려하겠다'는 엄포를 놓기 시작했어요.
이외에도 러시아 항공기 운항 금지, 러시아 언론 활동 금지 등 많은 조치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어요. 많은 국가가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에는 무기나 자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군사적 개입은 어느 나라도 쉽게 거론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만큼 하루빨리 국제사회가 이 사태의 해결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가 하루빨리 다시 안전해지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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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은 각종 경제 제재를 하고 있음. 각 나라에 있는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기본적 조치로 시작.
② 이후 푸틴 대통령 개인을 제재 명단에 올려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더욱 강한 경제적 압박을 위해 '스위프트(SWIFT)'로 불리는 국제 송금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차단. 국제적 거래를 원천 봉쇄할 수도 있는 강력한 수단이어서 '금융의 핵무기'로 불리기도 함.
③ 남은 경제 제재 중 더 강력한 카드는 러시아의 에너지(천연가스, 원유) 수출을 막는 조치인데, 워낙 세계적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돼 아직 이 카드는 쓰지 않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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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 전망까지 나오는 러시아러시아를 겨냥한 전 세계 주요국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러시아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빚을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나는 것) 위기에 처하면서 러시아 자체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요. 세계 최대 증시인 미국 뉴욕 증시에선 러시아 기업의 주식 거래가 중단됐고,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는 20% 이상 폭락했어요. 심지어 러시아가 자금 조달을 위해서 발행하고 판매한 채권인 국채 가격은 하루아침에 반 토막이 났어요. 러시아의 국제적 신용도가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돈은 못 믿겠어! 비트코인 사놓자비트코인 가격이 어제(1일) 오전 9시까지 하루 만에 15%쯤 급등했어요. 2주쯤 이어오던 내림세를 한 번에 만회한 수준인데요, 러시아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금융 시장도 불안해지자 러시아인들이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를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러시아 금융 시스템이 망가져도 비트코인은 가치를 유지할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러시아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보다 10% 정도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대요. 웃돈까지 붙은 거예요. 전쟁으로 금융 시스템이 마비된 우크라이나인들 또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달러 1년 8개월만에 가장 비싸요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달러의 가치가 많이 오르고 있어요. 환율은 수시로 변하는데 그저께(지난달 28일) 주요국들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강력한 제재에 나서자 달러 가치(원·달러 환율)는 순간 1208.3원까지 올랐어요. 이후에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1년 8개월 만에 가장 비싼 가격이었대요. (반대로 말하면 원화값은 가장 낮은 거죠) 전문가들은 국내에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한 점 또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해요. 우리나라 시장에 풀린 돈이 많아서 원화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거예요.
곧 '초고령화 사회', 소비도 계속 줄어요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면서 가계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지난 199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약 0.9%씩 감소했대요. 아무래도 기대 수명이 점점 길어지다 보니, 나중에 쓸 돈을 남기기 위해 현재 소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 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인데요, 한국은행은 2030년 중반까지 연평균 약 0.7%씩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어요. 또 우리나라는 2025년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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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뭐야?
경제 기사에 유동성(Liquidity)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기사에서 '유동성'이란 단어를 발견했을 때 '돈'으로 바꿔 읽으면 대부분 맞습니다. 예를 들어 '유동성 부족'이라는 말이 나오면 '돈 부족'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거죠. 그렇다면 왜 돈 대신 굳이 유동성이란 단어를 사용할까요. 유동성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어요.
- 자산의 유동성
필요한 자산을 필요한 순간에 손실을 적게 보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백화점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어 전문 업체를 찾아가면 상품권에 적힌 금액보다 낮은 액수만 돌려주잖아요. 상품권은 정해진 곳에서만 쓸 수 있다 보니 현금보다 유동성이 낮고, 따라서 현금으로 전환할 때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죠. 유동성은 환금성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현금 뿐 아니라 수표와 예금, 적금, 부동산 등의 자산은 그 특성에 따라 유동성의 정도가 다릅니다. 당장 현금으로 바꾸거나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은 유동성이 높습니다. 중도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적금은 예금에 비해서는 유동성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매수자를 찾기 전엔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입니다.
- 경제주체의 유동성
개인이나 기업이 필요한 순간에 바로 현금을 구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하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다는 의미인데요.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어왔다면 당연히 유동성이 부족하겠죠. 그런데 부동산이나 공장 같은 장부상 자산이 많은 기업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환금성 높은 자산이 없으면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표현합니다. 심각한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져 지급불능이나 파산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보유한 자산들의 유동성이 낮은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도 쉬운 것이죠. 이는 기업 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 자본시장에서의 유동성
최근에는 주식 기사에서 유동성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재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펼쳤는데요.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해 주가가 크게 올랐던 시기를 ‘유동성 장세’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중에 돈이 많아서 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것을 의미하죠. 유동성이 풍부하면 주식외에 부동산 등 여러 자산의 가격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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