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11 | 2025. 8. 28

벗은 축구 좋아해? 구몬📝은 보는 건 좋아하는데 실전에선 헛발질을 잘해. 그동안 축구랑은 전혀 인연이 없는 줄 알았어.


‘인구 폭발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탓에 5학년에 새로 생긴 학교로 이사갔어. 하지만 학교는 아직 ‘건설 중’이었고, 방과후와 체육시간엔 운동장 풀을 뽑았어. 

진흙탕 같은 운동장은 1년 뒤에야 달리기 선이 그려진 운동장으로 정비되었어. 그때 열심히 풀 뽑은 걸 자랑할 일이 생겼지 뭐야. ‘여자축구’ 정보를 찾다가 모교가 ‘축구 명문’으로 자리 잡은 걸 알게 됐어.

초등학교가 축구 명문이 되니, 지역의 중학교도 명문이 됐어. 여기도 나의 모교.🤩 중학교 후배가 3명 포함된 중등대표팀은 8월 초 미국에서 열린 ‘2025 나이키 프리미어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어.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은 지난 3월부터 한국 여자축구를 취재해 한 권의 책(1578·1579호 통권호)을 펴냈어. 경남 창녕부터 일본 니가타현까지 종횡무진 취재해 여자축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뤘어.

이번 휘클리는 ‘언제나 위기이기에 소중할 수밖에 없는’ 한국 여자축구 이야기를 해볼까 해. 이건 평등한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분투기야. 한국 여자축구의 맨땅을 구석구석 취재한 박수진·류석우 요원이 풀어놓는 뒷이야기도 기대해줘.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한국 여자축구의 거의 모든 것
  2. 한 번 물어봤다: 축구 관계자 100명을 만났다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젠더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창녕 스포츠파크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5 창녕 전국여자축구선수권 대회
📂한국 여자축구의 거의 모든 것

황금 세대만 남은 황금기
  • 지난달 9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한국과 중국 경기 봤어? 2대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49분 터진 지소연의 중거리 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어. 이 대회에서 한국 여자축구팀은 결국 20년 만에 우승을 이뤄냈지.

  • 여성들의 국대(국가대표)급 볼 컨트롤과 멋진 슛 장면은 TV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2021년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엔 풋살💡하는 방송인들이 출연하는데, 경기력이 보통이 아니야. 치열한 승부와 성장 드라마, 매력적인 선수 캐릭터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
  • 축구가 취미인 여성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협회 등록 풋살 동호인 수는 2019년 대비 2024년 5월 기준 두 배 이상(577명) 늘었고, 협회 등록 축구 동호인 수는 3855명으로 같은 기간 20% 많아졌대.
  • 2010년 U17💡 월드컵 우승은 한국 여자축구의 전환점이었어. 여민지 선수는 득점왕(골든부트), 최우수선수상(골든볼) 상을 동시에 수상했어. 같은 해 U20 월드컵도 3위를 차지해. 이때 실버슈(득점 2위)와 실버볼(MVP 2위)을 수상한 사람이 유명한 지소연 선수. 이 선수들을 한국 여자축구 ‘황금세대’라 불러. 이들은 지난달 동아시안컵 우승의 주역이기도 해.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말이지.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15년간 황금기를 날려버렸다고 말해.

해체, 포기, 위기
  •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1990년 출발했지만, 사실 대한축구협회가 여자축구대표팀을 창단한 건 1985년이야. 여자 월드컵에 보낼 선수단을 구성하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월급과 훈련비를 줄 돈이 없다”며 2년 뒤 해체해(1987년). 여자축구는 그뒤로도 데자뷔처럼 같은 장면이 반복돼.
  • 국내 여자축구 실업리그💡(WK리그)는 2009년 만들었어. 6팀으로 시작해, 현재는 8팀이 있어.(화천KSPO, 서울시청, 경주한수원, 인천현대제철, 상무여자축구단, 세종스포츠토토, 수원FC위민, 창녕WFC) WK리그 평균 관중 수는 2025년 기준 231명으로 2023년, 2024년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어. 축구협회의 보조금이 20억 정도 투여되지만 그 외 수익은 전무한 수준이야.
  • 작년 11월 한국 여자축구연맹은 WK리그 ‘운영 포기’를 발표했어.💡 200명의 선수 생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발언이었어. 인력·재정난 등이 이유였어. 대한축구협회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자 운영 포기 방침을 철회했어.
  • 창녕WFC는 2017년 해체된 이천 대교💡를 이어받아 이듬해 창단했어. 여자축구연맹이 급히 창녕WFC 운영을 떠안고 창단한 이유는 리그에 총 8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 7팀으로 줄면 전국체전에서 ‘시범종목’이 돼. 서울시청 아마조네스는 서울시체육회 소속인데 여자축구가 시범종목이 되어버리면 존재 이유를 잃게 돼. WK리그가 순식간에 6팀으로 줄어들 수 있어.
  • 올해 창녕WFC가 다시 위기야. 창단 당시 창녕군과 문화체육부 지원을 받고 시작했는데, 문체부는 올해까지만 지원한다는 입장이야. 앞의 연쇄적인 위기가 또다시 발등의 불이 된 거지.
  • WK리그는 최소한의 투자로 현상 유지만 하고 있어. 연봉 상한은 5천만원인데, 그보다 높아질 방법도 없어. WK리그 선수들이 하나같이 한국 여자축구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표현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프로화’라는 목표를 제시해. 프로리그💡는 수익 구조를 만들고 선수 육성을 체계적으로 하니까. 올해 취임한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임기 내 프로화의 기초를 닦겠다고 말해.
그래픽 황인솔 소셜에디터
충남 초등팀 0, 부산 중학교팀 0 
    • 여자 축구단 유지가 어려운 건 초·중·고·대학교 모두야. 대학리그💡는 2024년 말 수도권 유일 여자축구부였던 경기 동원대가 2년 만에 해체돼 7개팀만 남았어. 앞서 말했듯 8팀 미만이라 대학부 여자축구는 전국체전 ‘시범 종목’이 돼. 지원금과 홍보효과가 줄어 재정 상황은 악순환될 수밖에.
    • WK리그에 선수를 공급해야 할 대학리그 선수는 WK리그보다도 선수가 적어. WK리그에 196명인데, 대학리그 선수는 148명뿐. 초·중·고 선수 풀도 거의 ‘통나무’ 구조야. 초·중·고등학교 선수 규모가 엇비슷해. 초등학교가 20개팀 458명, 중학교는 17개팀 378명, 고등학교가 12개팀 282명이야.
    • 충청남도에는 초등학교 축구팀도 클럽팀도 없고, 부산에는 중학교 팀, 광주와 세종에는 중·고 학교팀이 없어. 전체 선수가 적으니까, 선수 쏠림 현상도 심해. 잘하는 학교는 선수 29~35명이 있고, 하위권 팀은 주전 선수 외 후보 선수를 손에 꼽아. 실력도 극과 극이야. 중고등학교 축구 경기는 9대 0, 7대 0, 6대 0 스코어가 속출해. 계속 지는 학교는 선수 모집이 더 어려워지고 ‘폐부’(축구부 없애기) 위기에 몰리겠지. 한겨레21이 전현직 여자축구 선수 42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43%는 팀 해체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
      💡  Hi-light
    풋살: 축구의 규모를 줄여서 실내경기로 만든 것. 5명이 팀을 이루고, 전후반 20분씩 경기함 
    U17: U15, U16, U1, U20 등은 각 숫자 나이 이하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 대회
    이천 대교: WK리그 초대 우승 구단. 해체되던 해에도 리그 2위 팀.
    실업리그: 선수가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 받으며, 훈련 시간 외에 업무 수행함
    프로리그: 선수가 훈련과 경기에만 전념. 한국 WK리그는 실업리그지만 축구에만 전념함
    대학 리그: WK리그 드래프트는  대학 졸업 예정자 또는 중퇴 선수가 대상이 됨
    대한축구협회 킥키타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운동장에 없는 소녀들
    • 여자축구부만 사라지는 게 아냐.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공차소서(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라는 거점형 축구교실 프로그램을 만들었어. 여학생 축구교실을 연 거야. 참여 학생은 2021년 176명에서 2024년 1235명으로 7배 늘었어.근데 올해 사업을 접었어. “여자축구부가 충분하다”라는 이유였어.
    • ‘킥키타카’라는 서울·경기·인천 여중·여고 거점형 축구교실도 있어. 서울 거점 중학교는 딱 11곳. 멀리서 오는 학생들은 등교 시간보다 일찍 나서야 해. 학생들은 공은 차고 싶은데 같이 할 여학생도, ‘운동장’도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
    • 정말 학교에 운동장이 없는 걸까? 지난달 4~18일 서울에 있는 중학교 5곳의 점심시간 운동장을 누가 점유하는지를 관찰했어. 남녀 학생 수를 일일이 세어본 결과는? 40대 0, 60대 2, 14대 1, 44대 0, 21대 4. 여학생은 운동장이 있어도 나가지 않는 거였어. 여자축구클럽 학생은 ‘이미 남자애들이 다 쓰고 있어요, 남자애들이 잘하니까, 같이 하기 쉽지 않아요’라고 말해.
    • 미국은 여자축구 FIFA랭킹 1위의 나라야. 미국이 이렇게 된 것은 ‘타이틀 나인’(교육개정법 제9편)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 1972년 통과된 법이야.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성별을 이유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 또는 활동에서 제외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 성별 재학생 비율과 운동부 학생 비율을 동등하게 맞춰야 해서 여학생 스포츠팀이 많아졌대.
    • 유럽 여자축구도 인기야. 유럽축구연맹이 축구 클럽 대항전에 뛰기 위한 조건으로 여자축구 구단 운영을 의무화하면서 급성장했대. UEFA 2025 여자 유로(유럽 여자축구선수권대회)는 대회 수익을 총 1억2000만 스위스 프랑(약 2082억 원)으로 추산해. 3년 전 영국에서 열린 직전 대회의 두 배 수준.

    여자 프로가 있는 일본
    • 일본은 2020년 여자축구 프로리그가 출범했어. 여성 임파워먼트를 따서 WE 리그라고 불러. 출범 계기? 준프로리그인 나데시코리그가 너무 열악했기 때문.
    • 팀 창단 기준이 까다로워. 연고지에 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경기장이 있어야 해. 연봉은 상한선 없이 4600만원 이상 선수 5명 포함해야 하고. 선수는 총 15명 이상 확보해야 해. U18, U15, U12 유스팀 운영도 기본 조건이야.
    • 일본 WE리그는 현재 12개 팀이 있어. 관중수는 2024~2025 시즌 한 경기 평균 2138명. 한국의 245명(2024년), 231명(2025년)의 10배 수준.

    • WE리그 축구팀은 팬을 확보하려고 열과 성을 다한대. 뮤지컬 배우의 퇴근 시간처럼 홈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출구에서 팬을 기다렸다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해. 연습시간엔 ‘팬들과의 만남’도 열고. 축구팀 스폰서인 슈퍼마켓 앞에서 클럽 경기를 알리는 전단을 나눠주기도 해.

    한 번 본 사람은 없을 걸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서 김혼비는 여자축구를 해보면 ‘기절할 만큼 재미있다’고 말해. “축구의 경험이 쌓이는 만큼 내 몸과 마음의 어떤 감각들이 깨어나는 걸 느끼면서, 축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는 기분을 느끼면서, 선수들과 이런 말을 주고받곤 했다. “왜 진작 축구를 하지 않았을까.””
    • 여자축구 관람은 어떨까. 김혼비는 WK리그 챔피언결정전💡 직관(직접 관람) 경험도 이야기해. 앉고 보니 앞뒤로 선출들이 앉아 있는데, 경기 중 선수가 다치자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아 어떡해 저거 되게 크게 다친 것 같은데.” “아…제발 십자인대는 아니어야 하는데…” 김혼비는 그 따뜻함에 눈물을 쏙 빼지. 선수 숨소리가 느껴지는 곳에서 전문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니. ‘직관’하면 ‘직청’, ‘직취’잖아!
    • ‘여축’💡 팬들은 열정적이야. 여자축구 전문잡지 스탠드를 펴낸 김나은씨 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경기를 직관했어. 2023년에 11번째 우승을 거머쥔 현대제철 팬들은 ‘어우현’(어차피 우승은 현대제철)이라는 비아냥으로부터 팀을 구해내려고(11번의 모든 승리가 달라서 팀의 진화가 담겨 있대), 특별한 세리모니를 기억하고, 드래프트💡 마지막 순번까지 관심을 기울여.
    • 2025 FIFA U-17 여자 월드컵은 올해 10월 모로코에서 열려. 한국은 16강에 진출한 상황. U-20 여자 아시컵은 내년 4월 타이에서 개최 예정인데, 한국은 본선 진출을 확정했어. 지금 WK리그는 20~21라운드가 진행 중. 경기 일정은 한국여자축구연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보통 월·목 저녁 7시에 경기가 있대. 
      💡  Hi-light
    챔피언 결정전: 리그 2위와 3위가 플레이오프전을 치러 이긴 팀이 1위와 우승팀 가리는 경기여축: 덕후들이 여자축구를 줄여 부르는 말
    드래프트: 매년 말 각 구단이 추첨과 순번, 라운드별 지명을 통해 신규 선수를 선발
    서울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WK리그 경기 관중석

    🎙️왜 여자축구를 취재한 거야?

    💬박수진 요원(이하 박):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고 ‘나도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는 공을 차야지’고 생각했어. 동네 엄마들이랑 ‘엄마 축구’를 했어. 딸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클럽에 보냈는데, 4학년이 되자 같이 축구하는 남학생들이 패스를 안 해주는 거야.


    🎙️그래서?

    💬박: 코치님이 “○○한테 패스해야지”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그러고 나서 보니, 초등학교 1∼3학년 때까지만 해도 여학생들도 꽤 있었는데 4학년 때는 딱 2명 남았어. ‘왜 이렇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계속하다가 기사까지 쓰게 됐어.


    💬류석우 요원(이하 류): 2024년 말 수도권 유일의 여자축구부 경기 동원대 축구부가 해체했어. 올해 초엔 화천 정산고 여자축구부가 없어졌고.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어.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통보도 없이 폐부가 결정되는 일이 반복되었더라고.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여자축구의 산적한 문제를 보았어.


    🎙️여자 스포츠는 다른 것도 많잖아. 

    💬박: 축구는 직접 플레이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스포츠야. FIFA가 2006년에 ‘BIG COUNT’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때 집계한 세계 축구 인구가 2억 7천만명. 남녀선수, 심판, 지도자, 생활축구 인구까지 포함한 숫자야. 19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늘어났겠지. 내가 직접 해보니 ‘공’만 있으면 사실 다른 장비 필요 없이 거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팀 스포츠잖아. 그런 점에서 축구가 여자 스포츠와 남자 스포츠 간 평등이 가장 쉽게 확보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했어.


    🎙️류석우 요원은 풋살 선수 출신이라고 하던데.   

    💬류: 전문선수가 아니라 생활 체육인으로서 풋살을 했었어. 구(강서구) 대표로 뽑혀 시대회(서울시)에서 우승한 경험은 있어. 물론 지금도 동호인으로서 축구와 풋살을 열심히 즐기고 있어. 


    🎙️예능 프로 ‘골때녀’는 풋살인데, 축구랑 많이 달라?  

    💬류: 축구는 11대 11로 실외에서 하고, 풋살은 5대 5로 축구경기장 4분의 1 정도 크기 실내 경기장에서 해. 풋살 공은 더 작지만 더 무거워. 멀리 튀지 않도록. 그 외 규칙도 여러 가지가 다르고 협회도 따로 있어. ‘골때녀’는 풋살공이 아니라 축구공을 쓰더라고. 하지만 재미는 비슷해. 보통 축구를 할 여건 안 되면 풋살을 하거든. 11명 모으고 축구장 찾기가 어려우니까. 


    🎙️취재하면서 누구를 만났어? 

    💬박: 나는 은퇴한 선수, 현재 뛰고 있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선수, 지도자, 학부모들을 만났어. 여중·여고 거점형 축구교실에서 공 차는 아이들과, 학교 운동장에 있는 아이들도 만났어. 지난 4월 강원도 화천 춘계연맹전, 이번달 창녕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도 갔어. 일본 니가타에서 알비렉스 니가타 레이디스팀을 취재하고 나가노에선 알비렉스 니가타 레이디스와 나가노 파르세이루 레이디스팀간 경기도 봤어.

     

    💬류: 인천, 대전, 전주, 담양, 수원에 가서 전현직 선수들과 지도자를 만났어. 축구부가 하루아침에 해체된 일을 겪은 고등학생 및 대학생 선수 지망생도 만났고. 은퇴 뒤 왜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지 전직 선수 얘기도 들어봤어. WK리그 열성팬도 만났어. 일본 WE리그 평균 관중 1위팀 산프레체 히로시마 레지나팀과 오카야마의 축구 명문 사쿠요 고등학교를 찾아갔어. 창녕선수권대회도 3박4일 취재했지. 


    🎙️엄청나네.

    💬류: 두 명이 약 5개월 동안 선수, 지도자, 팬, 여자축구연맹 관계자, WK리그 구단 관계자, 학부모 등 100여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어 전현직 선수 42명 및 고등학교 선수 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고. 지금까지 한국 여자축구를 주제로 이 정도 규모의 연구나 취재는 없었어.😊


    🎙️창녕 대회는 둘 다 갔다 온 거지?

    💬류: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는 초·중·고·대학·실업 리그까지 열리기 때문에 학생 선수가 실업리그 선수를 보고 배우는 소중한 대회야. 우리도 한꺼번에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취재에도 좋지.


    💬박: 인천 가림초 선수들이 8월2일 경기하는 걸 봤는데, 경기 도중에 비가 엄청 왔어. 중계가 끊기고, 관중석에 서 있는데 비가 들이쳐서 바지가 무릎까지 다 젖었어. 양동이로 비를 붓는듯이 쏟아지는데 애들이 진짜 열심히 뛰더라구.


    🎙️힘들었겠다.

    💬박: 아냐. 경기 끝나고 다음날 오전에 숙소 로비에서 선수를 만났는데, 네 명이 깔깔대면서 맞춘 듯이 “시원했어요”라고 말하더라고. 비 맞고 축구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 가림초 선수들이 후반전에 동점골을 터뜨려서 경기는 1:1로 끝났어. 동점골을 넣은 인천가림초 주장 이윤하가 이번 ‘한겨레21’ 표지를 장식한 선수야.


    🎙️멋지던데. 

    💬박: 요약하자면, 정말 열심히 뛴다.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 정말 진심이다. 누가 억지로 시키면 못한다.


    🎙️경기장 상태는 엉망이었다면서. 

    💬류: 패인 정도가 아니라 잔디가 아예 없고 다른 풀이 자란 곳도 있었어. 대회 관계자들은 얼마 전 폭우로 다 잠겼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선수들 말을 들어보니 작년에도 그랬대. 비 오는 와중에 경기장 조명도 꺼졌고, 전광판에 경기 시간이 나오지 않는 구장도 있었어. 일정도 너무 빡빡했어. 선수들이 피곤하고 부상도 입기 쉬워.


    🎙️아주 더운 시기에 열리더라.

    💬류: 개막날 오후 5시 기온이 35도였어. 올해는 비도 많이 왔고. 경기장 이용률이 낮은 한여름으로 잡은 것 같아. WK리그 경기도 그래. 주말에 안 하고 월요일, 목요일 저녁 7시에 하거든.


    🎙️너무 열악하다. 여자 프로 리그를 만들 순 없어?

    💬류: 대한축구협회 2025년 예산이 2049억원인데 여자축구 지원비가 18억 7800만원이야. 그 비율을 높여야 해. 유럽 축구연맹은 클럽 대항전 참가 조건으로 여자축구팀 보유를 내걸고 있어. 한국도 K리그 팀이 유소녀팀이나 여자축구팀을 만들도록 할 수 있지. 올해 취임한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은 임기 4년 내 프로리그 토대를 닦겠다고 했어.


    🎙️아직 갈 길이 머네.

    💬류: 그래도 변하고 있어. 옛날에는 경기 일정도 공유가 잘 안 돼서 선수들이 중계링크 올리고 했다는데, 올해 창녕 대회에서는 유튜브 중계도 했어. 지난해 지소연 선수가 탈의실 없는 문제를 지적했는데 올해는 탈의실도 생겼고. 지난 15년간 정체된 것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 

    전국여자축구선수권 대회 대덕대학교 선수들

    🎙️중학교 운동장에 나온 학생들을 관찰한 게 인상적이었어. 한 명씩 센 거야?

    💬박: 개인적으로 제일 하고 싶었던 취재였어. 운동장은 ‘남자애들 차지’라는데 정말 그럴까 궁금했어. 근데 정말 그랬어. 4, 5월에 했으면 더 극명하게 보였을 텐데, 7월 방학 직전에 폭염도 겹쳐서 아이들이 운동장에 덜 나온 게 아쉬워.


    🎙️그럼 평소엔 더 심한 거야?

    💬박: 학생들 얘기로는 ‘평소에는 운동장이 바글바글한데 다 남학생이다’라고 해.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싶어도 ‘눈치 보여서 못하겠다’ ‘내가 실력이 안 돼서 조금만 한다’ ‘남자애들이 잘하니까 끼기가 좀 그렇다’라고 말하는 여학생들 이야기가 속상했어.


    🎙️전문 선수는 적어도 클럽 축구대회 참가하는 여자축구팀은 많던데?

    💬박: 협회에 등록한 전문 선수는 여자가 남자의 4.4%. 하지만 올해 학교스포츠클럽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여자축구팀(85곳)은 남학생축구팀(275곳)의 20%이야.


    🎙️그 정도나 돼?

    💬박: 교육청이 여학생 축구 활성화 사업으로 중고등학교 거점형 축구교실을 지원한 결과야. 예를 들면 서울시교육청은 ‘공차소서’(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권역별로 여학생들이 모여서 축구할 수 있게 지원했어. 첫해에는 4개 학교에서 시작했는데 3년 만에 중학교 45곳, 고등학교 19곳이 됐어.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뭐야. 

    💬박: 일본 나가노에서 만난 알비렉스 니가타 레이디스팀의 팬인 안나. 안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축구선수를 목표로 살아왔대. 알비렉스 니가타 레이디스 유스팀에서도 뛰었고. 안나가 20살이 되던 2019년은 아직 일본 여자축구가 프로화가 되기 전이야. 안나는 고등학교 때도 낮에는 학교 가고 화·수·금·토·일요일 오후에는 축구를 하고, 월·목·토·일요일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그 생활이 너무 힘들었대. 그래서 축구를 관두고 트럭 운전을 하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자신이 유스팀에서 뛰었던 알비렉스팀을 응원해. 삶에 축구가 미친 영향이 너무 뜨겁고 열정적으로 느껴졌어.


    💬류: 일본 오카야마현 사쿠요 고등학교 취재를 갔을 때. 학생들이 2시간 훈련 시간 내내 웃었어. 선수들은 엘리트반과 취미반이 섞여서 연습을 했어. 후지이 이로하 선수는 이 학교로 축구 유학을 왔는데 경찰관이 하고 싶어졌대. 한국 선수는 선수가 되는 길밖에 없지만, 이들에겐 여러 길이 열려 있어. 그에게 축구 의미를 물었더니 “재산”이라고 대답했어. 앞으로 사회에 나가더라도, 난관을 마주하더라도 넘어설 수 있는 멘털을 얻었고 함께 넘어갈 친구를 얻었단 뜻.


    🎙️여자 축구를 보면 뭐가 재밌어. 

    💬류 : 팬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가서 보면 정말 놀랍도록 격렬해. 선수들의 기본기도 좋아. 여자축구 전문잡지 스탠드를 펴낸 김나은씨가 그랬어. ‘사람들이 여자축구를 아기자기하다 이런 말을 하는데, 여자축구도 전쟁처럼 승리를 쟁취한다.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땀 철철 흘리면서 뛰는 여자들의 모습에 반했다’고. 직관을 하면 알게 될 거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


    💬박: 취재하기 전에는 사실 WK리그 경기를 많이 보지 않았어. K리그나 유럽 프리미어 경기를 봤어. 취재하면서 WK리그 경기를 보는데 내가 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함께 달리고 있는 기분. 남자축구 경기를 볼 때는 ‘스포츠’를 보는 느낌이라면 여자축구 경기를 볼 때는 ‘치열한 삶’을 보는 느낌이야.

      🖐️  Hi-five
    1. 스포츠에서의 성평등을 고민하다 여자축구 취재를 시작했어.   
    2.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통해 잦은 팀 해체 등 점점 나빠진 현실을 확인했어.  
    3.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심 좋아서 공을 차는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어. 
    4. 위기의 악순환을 빠져나오기 위해선 체계적인 프로화가 필요해.
    5. 치열한 삶이 보이는 여자축구를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걸 추천해.
    🌈완전히 지킨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교제살인. 한국 경찰·법원의 보호 조치는 무력하고 재판도 길다 보니 정작 숨는 건 스토킹 범죄 피해자야. 다른 나라는 어떨까?

    🌈숨길테면 숨겨봐 철인3종 청소년 국가대표 남자 선수가 후배 여자 선수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단 의혹이 나왔어. 협회는 피해자 보호는커녕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대. 

    🌈꼼수 안통한다 양육비를 찔끔 주면서 책임을 피했던 제도가 9월부터 금지돼. 3달 간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으면, 나라가 대신 돈을 주고 받아내는 방식. 효과 있을까?
    넷플릭스
    🌈통쾌한 한방 ‘애마’는 에로 영화만 담은 자극적인 드라마가 아냐. 여성을 성적 도구화한 1980년대 사회와 맞서 싸운 여성들 얘기지. 이하늬 배우 시선에서 본 애마는.

    🌈여성은 하나 탈레반 정권 후 고국으로 못 돌아간 아프간 여성 감독 사닷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영화 두 편을 들고 왔어. 타국에서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지난주 휘클리 Vol.210:‘천만원의 가치(100㎡ 기준’)를 읽고 공감하는 휘클러들이 많았어. 팀휘클리도 과충전되지 않도록 플러그 열심히 뽑는 중. 두 달 새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37% 늘었다니, 안전수칙 지키며 조심 또 조심하자.


    😂진짜 놀랐어. 집이 제일 안전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더라. 특히 스프링클러가 있었으면 살 수도 있었던 사고들이라는 걸 보고, 설치 여부가 진짜 생명을 좌우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 

     

    😅단독 경보형 감지기도 알아볼 생각이고 실내에어컨 플러그를 멀티탭에 끼웠는데 벽에 고정된 전용 콘센트로 바꾸려 해. 사실 스프링러가 그렇게 중요한지 생각도 못 했는데(그냥 평소 즐겨하는 게임에 나오는 농사전용 도구 정도로만 생각함...부끄럽다) 휘클리를 읽으면서 꼭 필요하구나 느꼈어.


    🤨올초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도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였던 것으로 기억해. 기체 윗부분이 다 타버린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고들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원인이라니! 화재 사고를 묶어서 보니 정말 경각심이 생겼어. 인터뷰에서처럼 정부가 "지긋지긋하게"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국민 전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분명 있어 보여.


    😉스프링클러 설치에 그렇게 큰 비용이 드는 줄 몰랐어. 건물주 입장에선 꺼릴 수 있겠구나 했는데, 집값이 올라간다고 그 비용을 빼달라 하는 입주민도 있구나 처음 깨달았어. 하지만 생명과 비교했을 때 그 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텐데... 국가 차원에서 스프링클러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말에 동의해.


    🤔우리집도 구축 아파트라 노후되었거든..그래서 더 집중해 읽었고, 경각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 미국 사례처럼 세금 할인 등 보조적 수단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독려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 전혀 몰랐던 부분이거든. 해외사례를 좀 더 풍부하게 전달해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짜임새 좋은 뉴스 콘텐츠 만들어줘서 늘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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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 구둘래(9몬)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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