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설문대할망 #제2공항

[주말에 뭐 읽지]  2021-07-01 #63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시사IN 이명익

마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전설
한진오 지음/한그루 펴냄

제주 성산읍에 있는 수산초등학교는 귤밭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마음껏 귤을 먹을 수 있도록 한 마을 주민이 기부한 귤밭이다. 운동장과 맞닿아 있는 이 귤밭이 끝나는 지점에는 ‘진안할망당’이 있다.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마을에서 성을 쌓을 때 한 과부만 공출을 내지 못했다. 관리가 재촉하자 과부는 홧김에 “아무것도 없으니 아이라도 데려가라”라고 했다. 그 뒤로 이유 없이 자꾸 성이 무너져 내렸는데, 그 앞을 지나가던 스님이 “그때 과부가 준다던 아이를 바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아이를 제물로 바치자 더 이상 성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밤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원혼을 달래는 굿을 열고 아이를 진안할망으로 모셨다.’

진안할망당 전설을 이야기해주던 근처 무밭 농부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제주에 이런 할망당이 많아요. 근데 이렇게 잘 보존된 곳이 거의 없대요. 이런 이야기만 모으는 사람이 그러더라고.” 그는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 수산초등학교도, 귤밭도, 진안할망당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만 모으는 사람’ 한진오 작가가 제주 곳곳에 녹아 있는 신화와 전설, 민담을 모아 정리한 자료다.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 사라질 풍경들도 점점이 박혀 있다. 한진오 작가는 제주섬을 만든 설문대할망의 죽음을 이렇게 해석한다. “다리 놓기를 거부한 여신은 변신을 통해 제주섬으로 화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섬이 된 여신은 뭍과 다른 제주, 자신의 신성이 고스란히 담긴 제주, 자신의 육신인 제주를 훼손하지 말라는 계시를 남긴 것이다.” 오랫동안 제주 신화와 굿 문화를 연구해온 그의 염려는 수산리 농부의 한탄과 겹쳐 들린다. “이렇게 모든 것을 깨부수고 난 뒤에 무엇을 자랑할 것이며 어디에 신들이 머문다고 자랑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나경희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헤이트:우리는 증오를 팝니다
맷 타이비 지음, 서민아 옮김, 필로소픽 펴냄

“현대 뉴스의 미학적 특징은 끊임없이 고조되는 긴장감,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미국 공화당·우파 성향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으로도 악명 높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즈음부터 MSNBC가 ‘대항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폭스뉴스와 반대로, 민주당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소비재’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어느 정당에도 동조하지 않는 강한 뉴스 방송사’가 사라지고 있다고 탄식한다. 책의 영어판 부제는 ‘오늘날 미디어는 왜 우리가 서로 경멸하게 만드는가?’이다. 스포츠 스타의 은퇴 결정이나 단순 절도 사건처럼 사소한 일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논쟁한다. 엔터테인먼트가 된 언론이 배후에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프로레슬링’이 되어버린 뉴스를 꺼버리는 게 시청자의 정신건강에 이롭다고 그는 말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
이길보라 지음, 동아시아 펴냄

“내 앞에 서서 먼저 말하고 선언하고 행동해왔던 당신의 용기로 이어 말한다.”

아티비스트는 예술가이자 활동가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연대, 활동, 작업하는 이들을 말한다. 아티비스트인 저자는 페미니즘과 장애인권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페미니즘을 만나 여성으로서 살아왔던 경험에 언어가 생겼고, 코다(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다)라는 단어를 알게 된 후 ‘들리지 않음’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저자의 말하기는 이때부터 가장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 “그런 순간과 시도를 마주할 때마다 희망이 생긴다. 장애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쓰지 않아도 될 때. 그런 분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우리를 앞섰던 이들의 용기에 이어 말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첫 사회 비평집.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산만언니 지음, 푸른숲 펴냄

“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으라.”

1995년 스무 살 나이에 슈퍼마켓 물품보관대에서 일당 3만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일터가 삼풍백화점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어찌어찌 살아남았고, 사건 이후로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일을 잊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딴지일보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의 생존자가 말한다’라는 글을 썼다. 
그 글들을 모아 이번 책을 펴냈다. 저자는 “사는 동안 내내 사회적 약자 혹은 또 다른 사회적 참사 희생자의 이야기를 쓰고 말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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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넓이
이문재 지음, 창비 펴냄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미래입니다.”

세상은 자꾸 안 좋은 방향을 향해 굴러갔다. 임계 상황은 분명한데 임계점은 어디일지 근심했다. 염려와 질문 가운데 쓴 시들은 희망과 절망을 오갔다. 이문재 시인이 7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을 묶었다. 올해는 시인의 등단 40주년이기도 하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시인의 마음은 곧 인류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시인은 모두 미래를 근심하는 존재다. 우리가 함께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를 바꾸자고, 미래를 미래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그는 쓰고, 또 쓴다. 이번 시집에는 ‘혼자’라는 단어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혼자 있어보니/ 혼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나는 나 아닌 것으로 나”(‘혼자와 그 적들’ 일부)이므로, “화이부동 존이구동”(‘혼자의 각성’ 일부) 할 것을 곡진하게 요청한다.

 
헌 책방에서 만난 사람

photo by pixabay

수줍음이 많았으나 '인싸'가 되고 싶었던 남학생 C. 어느 날 서점에서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발견한 그는 니콜라의 말과 행동을 모두 따라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행동에 옮긴다. 그런데 C의 변신을 눈치챈 같은 반 여학생이 있었으니...│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사랑을 얻기 위해 만화책 주인공을 따라한 소년 전체 글 보기 >>
7월의 첫날입니다. 하루가 바뀌었을 뿐인데 달력📆 한 장이 넘어가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네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기도 하고요.
 
학창 시절 모든 시험을 벼락공부로 치곤 했던 저는 휴가 계획도 미리 세우는 법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마음 가는대로 행선지를 정하곤 하지요. 요 며칠은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친구가 SNS에 찍어 올린 활짝 핀 수국꽃 사진을 보고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숨은 수국꽃밭이 생각났거든요.
 
요즘 서울에서 제주 가는 건 일도 아니죠. 웬만한 시외버스🚌보다 제주도 가는 항공편✈️이 더 많으니까요. 주말 빼고는 비교적 저렴한 값에 비행기표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주도로 훌쩍 떠나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의 추천책을 소개한 나경희 기자가 취재해 보도한 제주 제2공항 건설, 뒷감당은 누가 하나 기사를 읽어 보니 한 해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천5백만여 명에 이른다 하더라고요(제주도 면적의 각각 3배, 15배에 달하는 발리나 하와이는 한 해 관광객 수가 천만 명이 못 된다 합니다). 그런데도 2035년경엔 관광객 수가 4천5백만여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 보고 제2공항을 짓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니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제주도의 주인은 주민인가, 관광객인가’ '제주도에 관광객을 더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여야 하나 '싶어졌던 거죠.
 
사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장마, 다시 악화되고 있는 방역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러다 올해 휴가는 (작년에 이어 또) 집에서 보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서 밀린 책 읽고 드라마 보는 휴가도 나름 꿀맛이긴 하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생각난 김에 제 맘대로 이벤트나 한번 벌여볼까 합니다. 혹시나 [주말에 뭐 읽지] 독자들이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주실 분은 여기를 눌러 책 제목과 추천 사유를 남겨주세요.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독자중 다섯 분께 시원한 아메리카노 커피🥤 쿠폰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낭만고양이와 당산역을 지나며 바라뵈는 한강의 노을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궁금한 게 있는데 뉴스레터는 SNS에 공유할 수 없나요? 
뉴스레터에 좋은 내용이 많아 공유하고 싶은데 공유하기 버튼이 없어 아쉽습니다."

지난호 뉴스레터를 받아본 독자께서 남겨주신 사연입니다💌 
제안해주신대로 공유하기 버튼도 추가했어요. 불편함이 좀 해소되셨을라나요?
여름휴가 때 읽을 만한 책 추천은 7월12일까지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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