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는 나약한 편집자, 최아영


저는 지금 스터디카페의 룸에 와 있어요. 제 앞에는 작가님이 앉아 있고요. 열심히 원고를 작성 중이세요.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원고가 얼추 나오지 않을까 해서… 나름 감금 시스템을 만들어 봤어요. 흔쾌히 셀프 감금을 자처하신 작가님 덕분에 문 여는 시간에 스터디카페에 들어와서 둘 다 열심히 무언가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아마 2년 전인 것 같아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분의 생각이 너무 궁금해져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는 누구든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음, 만나기 좋은 핑계를 댈 수 있어요. 당신과 책을 만들고 싶다! 이 메세지를 정성을 담아 전달하면 책을 만들지 않게 되더라도 일단은 만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사심을 채우며 만났던 작가님들이… 여럿 있었어요. 실제로 책을 결국 만들게 된 경우도 그중 절반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메일 작성의 결과, 지금 제 앞에 작가님이 앉아 계십니다. 열심히 타자 치는 소리가 나는데, 정말로 원고를 작성하고 계시겠죠? 제가 차마 모니터를 계속 들여다 보는 감시를 할 수는 없어서요. 그저 예약 시간이 다 찰 때까지 작가님을 믿을 뿐입니다. 이렇게 만나서 원고를 작성하는 시간을 2주 마다 가질 예정이에요. 그렇게 만나다 보면, 결국에는 초고라는 것이 완성되겠죠. 책이라는 것이 써야지 진짜로 쓰는 것이니… 어떻게든 마련한 시간과 엉덩이의 힘으로 책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믿고 있어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창밖에는 학교 운동장의 아이들 소리, 그리고 바람 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시어머님의 수술이 있었습니다. 양쪽 무릎의 인공 관절 수술이 11월에 예정되어 있어요. 저희 집 근처에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서, 그리로 어머님을 모셔왔어요. 먼저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신 어머님을 수요일에 뵙고 왔는데 너무 많이 아파하셔서 걱정입니다. 당연하게도 … 안 아플 수 없는 수술이긴 한데, 사실 그 아픔의 정도를 가늠할 수가 없어서 답답합니다. 진통제는 계속 들어가고 있는데, 끙끙 앓고 계신 어머님을 보니, 수술하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괜한 선택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수술을 안 하면 매일 걸을 때마다 이 고통 속에서 사셔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러나 저러나 진통이 좀 가라앉고, 수술 결과가 좋았음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디든 모시고 갈 때 미리 다리 아픈 걸 걱정하지 않음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반려인도, 반려인의 누나들도, 모두 다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서, 시아버님 장례를 치르고 나서, 이제야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전 며느리이기는 하지만, 저에겐 발언권이 없어요. 저는 집안에서 그저 꼬맹이이니까요. 그저 상황을 관찰하고 관망할 따름이지요. 수술을 하는 게 좋은 선택인지 아닌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의사가 말하길 이 상태로 어떻게 지내오셨냐는 말에… 수술하는 게 그래도 조금은 나은 방향이겠지…라고 생각해 봅니다. 다음주에는 왼쪽 무릎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요. 이번에는 덜 아프게, 마취 후의 시간이 지나갔음 좋겠습니다. 


세종도서 출고를 위해서 이번 주에는 <낳을까 말까> 도서 2쇄 데이터를 내보냈습니다. 총 575부를 내보내야 하는데, 창고의 부수가 모자르더라고요. 세종도서 선정 때문인지, 아님 도서관 사서의 눈에 띄어서 그런 것인지, 매일 <낳을까 말까> 주문이 있어요. 애정을 담아 만든 책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척이나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알고 어디서 주문을 하시는 걸까, 이 질문을 매일 아침마다 합니다. 세상에 책은 너무 많고, 게다가 좋은 책은 너무 많은데, 그중에 느린서재 책이 눈에 띄는 일이라는 건, 정말로 신기하고 기적적인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주문서를 입력하는 시간이 제일 기쁘고 설레요. 매일 하는 일이지만, 그 시간이 제일 신나는 시간입니다. 이 설렘은 정말로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가 않네요. 그와 반대로 주문서가 한 장도 도착하지 않는 날은 아침부터 한없이 우울해 집니다. 엥, 인터넷 연결이 안 된 거 아니야, 다시 와이파이도 잡아보고, 서점 SCM 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해 봅니다. 이런 날에는 일할 의욕이 다 사라지고, 책은 뭐하러 만드는 걸까, 이런 자학도 하고요. 책 안 읽는 세상에 공급자만 너무 많을까, 싶어서 별별 망상을 다 해봅니다. 

그렇게 매일 기뻤다가 슬펐다가 하면서, 5년을 보내왔어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느린서재가 이번 달, 11월에 5주년을 맞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나 안 해, 아니야, 해야지, 할 줄 아는 게 책 만드는 것밖에는 없는데, 지금 어디 취업도 안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애초에 돈을 벌 거라는 생각도 안 했으면서 왜 매일 절망하는 건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면서 저렇게 난리야, 아니 그래도 애써 만든 책이 파주에만 있으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건 아니잖아, 책이 읽혀야 책이지, 안 읽히면 무슨 소용인데… 라는 대화를 저 자신과 하면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네요. 5주년이라고 해서 딱히, 뭐가 달라진 건 없지만, 책이 팔리는 듯, 안 팔리는 듯하면서 이렇게 가늘고 길게 끌고 온 제가 참…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막 그래요. 그러면서도 이 사람, 만나보고 싶은데! 책 만들어 보면 어떨까, 판매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제가 또 웃기기도 하고요. 이제 정말 책 안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닐까, 싶은 순간도 있지만, 아직도 만들고 싶은 책이 있는 걸 보면, 나 뭐지… 싶어요. 


안 만들고 싶어질 때까지,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느린서재는 계속 책을 만들고 있겠습니다.

느린서재 5주년 기념 전시를 <511서교>에서 합니다.(생각보다 급하게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잔다리로6길 29 서교치안센터”를 찍고 오심 되는데요. 이 공간 1층에서 느린서재 책들과 제가 써둔 편지 등을 만나실 수 있어요. 화, 수, 목, 금, 문이 열려 있습니다. 홍대입구와 합정역 사이에 있으니, 오다가다 들려주세요.(방명록도 있어요. "힘내"라는 한마디 남겨주시면, 정말로 마음에 오래 품고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11월 29일에는 작은 파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레터에 공지할게요. 감기 조심하세요, 모두!


11월 14일, 서산에 책공간 바이오필리아가
오픈한다고 합니다. 
어제는 책방 대표님과 길게 전화 통화를 나누었어요. 
혹시 근처에 계시다면, 방문에 보셔요.

저에게 꼭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발행인 최아영  | calmdown.library@gmail.com | https://linktr.ee/calmdown.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