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굉장한 자질이 있어요. 엄마,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자살한 시인의 일기를 읽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최고의 작품을 남기고 죽었을까요
그녀의 일기장은 칠백 페이지 넘게 두꺼워요
저는 요즘 일기를 쓰지 않아요
당신이 남긴 편지에 답장도 못 했죠
쩔쩔매며 시에 매달리지만 시를 못 쓴 채 행사는 해요
어제 두 시인과의 낭독회가 끝날 무렵
객석에서 독자가 제게 질문했어요
“지금까지 쓴 작품 중에서 대표작은 뭔가요?”
조금 머뭇거리다 저는 답변했답니다
“제 대표작은 아직 못 썼습니다. 내일이나 모레 쓸 예정이에요.”
대개 작가들이 하는 농담이죠
정밀하게 시간이 흘러도 내일은 지연되죠
누가 뭘 가지고 도착하든
지구가 태양과 멀어지고 있는 시각입니다
여전히 저는 아무하고도 같이 살 수 없지만
어머니, 저는 시가 제 생애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김선형 옮김, 문예출판사, 2004, 654쪽.
_김이듬, 「내일 쓸 시」(『투명한 것과 없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