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이 특이하다. 기계 공학과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변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왜 재능이 없다고 느꼈나?

나 스스로 조형 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웃음) 기계 공학은 법칙이 있다. 정해진 공식을 사용해서 결과를 만드는 학문인데 산업 디자인은 다르다. 이를테면 포스터를 하나 만든다고 했을 때, 잘하는 애들에게 도형이나 텍스트 배치의 이유를 물으면 그냥 “예뻐서”라고 답한다. 그런 부분들에서 재능의 차이를 느꼈다.

변리사는 창작자와 가까우면서도 멀어 보인다. 변리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발명가나 디자이너, 예술가 등 창작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그들의 작업을 베끼는 사람도 옛날부터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법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작업물을 베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런 상황에서 창작자는 창작 의욕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렇다고 창작자를 법으로 너무 강하게 보호하면 다음 세대의 창작자가 나오기 어렵다. 예를 들어서, 휴대폰을 만들 때마다 최초로 휴대폰을 만든 모토로라에 돈을 줘야 한다면 후발주자인 애플은 휴대폰을 만들지 못 했을 것이다. 결국 법은 지금의 창작자와 다음 세대의 창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관련 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창작 과정에서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창작을 완료한 이후에는 남들이 결과물을 베끼지 못하게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복잡한 법과 창작자 사이를 이어주는 게 변리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변리사로서 할 수 있는 멋진 창작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이전 세대의 멋진 변리사는 큰 로펌을 세우거나 멋진 판례를 만드는 것일 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미 중요한 판례는 다 나왔고, 큰 로펌도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창작자들은 법을 어렵게 느낀다. 그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게 지금 세대의 멋있는 법조인이라고 생각한다.

만화라는 형식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유튜브를 4년 정도 했었다. 말아먹었다. (웃음)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도 활동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그 중 인스타 툰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의 적합한 교집합이었던 것 같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본인이 만드는 서비스와 고객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는 걸 ‘프로덕트-마켓 핏을 찾았다’고 표현하더라. 이제야 나의 프로덕트-마켓 핏을 찾은 느낌이다.

기존의 법학 콘텐츠에 가진 세 가지 불만이 있었다. 하나는 말이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변리사들이 법을 설명할 때 “디자인은 신규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신규성’이라는 법률 용어 하나에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용어를 당연한 듯 쓰더라. BLSN 인스타 툰에서는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했다.

둘째로는, 실제로 법이 어렵다. 고려해야 하는 법적 요소 하나하나에 판례가 모두 엮여있다. 배경지식이 없는 이에게 수많은 예외와 판례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범위를 좁혀서 해결했다. 이를테면 ‘저작물을 이용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유튜브에서 책을 리뷰하는 영상을 올려 수익을 창출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판례나 법조문이 한 두 개 정도만 엮인다. 이 정도로 줄이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기존 법률 콘텐츠는 창작자들이 궁금한 걸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법조인은 최신 판례를 분석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최신 판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렇게 분석하고 나니 내가 예전에 만들었던 콘텐츠에도 이런 문제점들이 보이더라. 인스타그램은 한 번에 열 장의 사진만 올릴 수 있지 않나. 그렇다보니 강제로 범위를 좁혀야 했고, 이해하기 쉬워야 했다. 인스타그램의 제한 때문에 오히려 재밌는 콘텐츠가 나오게 됐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회차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컨버스(Converse) 사의 신발과 무인양품의 신발이 똑같이 생겼다.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를 설명하는 만화가 반응이 뜨거웠다. 그 전까지는 1만, 2만 명 선이던 인스타그램 조회수가 순식간에 백만 명 단위로 바뀌었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가 만화에 나오는데, 전설적인 디자이너를 장난스럽게 표현한 걸 재미있게 봐주셨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전문 지식을 알기 쉬운 형태로 나눈다는 점에서 BLSN 인스타 툰은 일종의 매체 역할도 수행하는 것 같다. 이러한 형태의 지식 공유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을 대중과 나누고자 하는 독자에게 전해줄 팁이 있다면?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