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여느 편집자와 비슷하게 아마도 여러 책을 동시에 작업하고 계시겠지요? 지금 어떤 책들을 만들고 계신가요?
해 지금은 『극락왕생』 1부의 마지막 7권을 편집 중이고, 일본만화 『마이 홈 히어로』 8, 9권 동시 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소설과 만화로 읽는 조금 별난 책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수 처음부터 만화 편집자를 꿈꾸셨나요? 국문과 졸업하면 한번쯤 아 출판사 들어가서 일해 볼까… 생각한다지만, 그래도 만화 편집자는 뭔가 만화 아니면 안 돼! 하는 느낌이 들어요.
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해요. 『중쇄를 찍자』 같은 거 보면 이 일만을 위해 달려 오고, 열정 넘치고 그런… 하지만 처음부터 만화 편집자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다른 분야의 편집자로 일하는 것도 염두에 두었었고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만화를 너무 좋아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만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 온 세상 사람들이 만화를 보고 만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또 일본에 신간 만화가 나오면 기다릴 바엔 내가 얼른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수 만화에서는 교정도 좀 다를 것 같아요. 대체로 구어일 테고, 비속어나 유행어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살려야 할 텐데, 어떤 기준을 세우고 편집하시나요?
해 재밌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편집합니다. 『남남』은 ‘씨발’ ‘존나’ 모두 썼어요. 『안녕이 오고 있어』를 편집할 때 한 주인공이 흥분해서 “네가 맞는다며!!”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냥 “니가 맞다매!!”로 썼어요. 그게 그 장면에 더 어울릴 것 같아서요. 『가라오케 가자!』는 배경이 오사카라 칸사이 방언을 쓰는데 표준어로 번역했어요. 보통 칸사이 방언은 경상도 방언으로 번역을 하는데, 한국에서 조폭 말투라고 하면 전라도 방언이잖아요? 근데 또 조폭 말투라고 그냥 전라도 방언으로 번역을 하는 건 지역 방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 고민을 하다가 번역가님과 표준어로 번역하기로 했어요. 막상 사투리로 작품 전체 대사를 읽으면 가독성도 그리 좋지 못하기도 해서요. 그런데 얼마 전에 『사카모토 데이즈』라는 만화에서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보았는데, 너무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이 캐릭터가 표준어를 썼으면 매력이 이만큼은 아니었겠다 생각했죠. 작품마다 재미가 다르고 그것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교정은 끊임없이 고민한답니다.
수 만화 편집은 완전히 다른 만화만의 문법을 가지고 있겠다 싶어요. 글의 교정을 볼 때 챙겨야 하는 것들과 만화 교정을 볼 때 챙겨야 하는 것들은 또 다를 것 같아서요. 만화 편집은 비교적 공식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마냥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요.
해 일단 그림을 많이 봐야 합니다. 작가님들도 주간 연재라는 긴박한 스케줄 속에서 그리다 보면 놓치시는 부분이 종종 있거든요, 얼굴에 점이 있는 캐릭터인데 점이 없다든지 아니면 점이 움직인다든지. 아니면 인물이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왼쪽 얼굴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채색이 비어 있거나 선이 빠져 있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실수들이 인쇄를 하면 굉장히 선명하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꼼꼼하게 봐야 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야 하는 작업이에요.
수 만화 기획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웹툰을 단행본화 하거나 국내 저자와 새로운 기획을 하거나 외서를 계약하거나, 하는 여러 방향에서 시작을 하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해 보통은 말씀하신 방향으로 기획을 합니다. 웹툰 단행본과 일본만화가 주를 이루는데, 저는 앤솔러지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시리즈를 기획한 후로 오리지널 출판 만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웹툰이 주가 된 만화시장에서 이처럼 출판원고를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 그 비율은 크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흑백만화와 단편만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한 권에 여러 저자가 참여하니 관심 있던 신인 작가님들과 함께해 볼 수 있어서 정말 설레요.
이번 앤솔러지를 보고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단편집 중 한 작가님을 너무 좋아했던 터라 챙겨 읽었는데 거기 참여한 다른 작가님을 새롭게 발견해서 좋았어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해 소개하는 데도 이 기획이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이 시리즈를 계속하고 싶은데, 출판 만화가 사실 큰 수익은 안 되는데 품은 많이 드는 작업이라…
수 앤솔러지 라인업을 짜는 일도 참 어려울 것 같아요.
해 마치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기분이에요… 메시지나 그림체도 다양하게 넣고 싶고.
수 작가님이나 작품은 어떻게 보통 찾으세요? 챙겨 봐야 할 게 너무 많을 것 같아요.
해 네, 그래서 어느 순간 제가 모든 걸 다 검토할 수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냥 눈에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모든 웹툰이 단행본으로 낼 만하지는 않거든요. 조회수가 높고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더라도 단행본으로 내면 별 반응이 없는 경우도 많고요. 예를 들면 네이버에서 1등 하는 작품들이라고 해서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그리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아요. 책으로 나왔을 때 훨씬 반응이 좋은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정년이』가 나왔을 때 그랬거든요.
인기가 많은 작품들 중에는 그냥 한번 웹으로 보고 나면 끝인 경우가 많아요. 한 주를 재미있게, 그저 한 화의 호흡과 긴장감을 즐기면 되는 거죠. 그래서 빠르게 휘발돼요. 애초에 그걸 지향하는 작품도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낵컬처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죠. 하지만 어떤 작품은 책으로 묶어서 오래 감상하고 싶다는 느낌을 줘요. 저희는 그런 작품을 단행본화하자고 도모하는 편이고요. 오래 두고 보고 싶어 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 모인 곳을 찾습니다.
수 연재작을 단행본화하려 할 때 보통 작가님들은 무어라 말씀하시나요?
해 자기 작품이 책이라는 형태로 ‘남는 것’에 의의를 두시는 것 같아요. 확실히 책으로 나온 후에 미디어의 인터뷰 제안이나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더 올라간다고도 하시고요. 책의 ‘저자’가 되는 것이지요. 『정년이』의 서이레, 나몬 작가님은 『정년이』가 책으로 나온 후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손쉽게 접근하고 편히 읽을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남남』의 정영롱 작가님께서는 웹툰을 연재처에 업로드한 작업물을 ‘데이터’로 화면을 통해 보고 있으면 약간 허무할 때도 있는데, 그게 책이라는 형태로 나와서 의미가 깊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모두 모두 감사한 말씀입니다.